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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앙투안느의 유혹 : 귀스타브 플로베르 희곡소설[양장]

원제 : La tentation de saint anto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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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파헤친 플로베르의 거대한 철학적 판타지!

「열린책들 세계문학」시리즈 110권 『성 앙투안느의 유혹』. 플로베르는 피터 브뢰겔의 그림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보고, 강렬한 미적 충격을 경험한 후, 동명의 제목으로 작성한 이 희곡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대두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심리학자이자 의학자였던 플로베르의 낭만주의적 성향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객관적 인물 묘사와 관찰력이 빛나는 작품으로 현실과 다른 세계인 알렉산드리아 헬레니즘 문명 속에서 수도하고 있는 은자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출판사 서평

19세기 사실주의 작가의 이면, 플로베르를 사로잡은 철학적 미학적 판타지
프랑스 학계도 인정한, 국내 최고의 플로베르 학자 김용은 교수의 국내 최초 완역

25년에 걸친 집념의 글쓰기, 심리-의학자 플로베르의 희곡소설 국내 최초 완역

『마담 보바리』(1857)를 발표해 작가적 명성을 날리며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대두를 본격적으로 알린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1821-1880)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이 강원대학교 김용은 교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는 플로베르 작품 세계의 폭넓은 이해를 조망할 수 있는 그의 처녀작이자, 25년간 세 개의 판본을 낼 정도로 개작을 거듭하며 자신의 글쓰기를 실험했으나, 적어도 한국에서는 묻혀 있었던 희곡소설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소개한다. 540여 개의 각주, 수사학으로 푼 작품 해설, 50페이지에 달하는 작가 연보(원고지 330매)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540여 개의 각주, 50페이지에 달하는 작가 연보, 충실한 작품 해설, 관련 도판 11컷
플로베르는 대부분 문학사에서 객관적 묘사와 인물 내면과 외부의 해부학적 관찰에 능한 사실주의 작가로서 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그는 철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내면에 천착한 입체적인 작가였고, 간질과 신경증 발작으로 루앙 근교의 크루아세 저택에 은둔하여 오직 글쓰기로 자신의 병을 치유하고 세계의 시작과 끝에 있는 주체로서 <자아>의 기원을 밝혀나가고자 했던 낭만주의적 구도자였다. 조르주 상드는 그를 가리켜 <서재의 정적 속에서> 홀로 일하는 <아주 특이하고, 신비롭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에 관한 <총제적 전기>를 위해 만년의 사르트르는 10여 년을 바쳤다. 보들레르, 미셸 푸코, 롤랑 바르트, 폴 발레리 등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은 현대 철학자들과 시인들의 사유를 다각도로 촉발시켰다. 이 작품을 가리켜 그는 <내 평생의 작품>이라고 했다.
브뤼겔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을 보면서, 그림을 연극 「성 앙투안느의 유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나보다는 건장한 사람이라야 될 것 같아.
―5월 13일 밀라노로부터 알프레드 르 프와트뱅에게 보낸 편지.

플로베르 문학 세계의 청소년기 작품에 해당하는 처녀작 『성 앙투안느의 유혹』은 24세에 신경 발작 이후 떠난 이탈리아 여행 중 제네바의 발비 궁에서 우연히 본 피터르 브뤼헐 2세의 동명의 그림을 보고 시작된 그의 심리학적 철학적 사색에서 비롯한다. 이후 이 주제에 천착해 자크 칼로의 에칭 판화를 사들이는 등, 28세 때 본격적으로 첫 판본을 완성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글쓰기를 실험한다. 로망티즘 미학의 기초 위에 세워진 제1판(1849), 사실주의 논쟁 시기에 나온 제2판(1856), 그리고 자연주의 미학의 실험 시기에 완성된 제3판(1874) 가운데, 이 책은 초판을 토대로 완역한 국내 초역이다. 세 판본을 추적하며 이 희곡의 생성 구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용은 교수는 이 작품을 <세계를 자아에 완전히 이입시키는 범신론의 종교와 철학을 수용한 미학적 실험>으로 보고, 1844년 이후 간질과 히스테리 등 신경증에 시달린 플로베르에게서 이 글쓰기가 곧 하나의 자아 탐색이자 치유 방법이었음을 간파한다. 이로써 초판 원고를 복원한 판본을 토대로, 우리는 생생히 꿈틀대고 있던 젊은 날 플로베르의 무의식을 좀 더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4세기 알렉산드리아 헬레니즘 문명 속 은자의 삶을 통한 <자아의 기원> 찾기
플로베르는 이 작품에서 유혹으로 점철된 수도하는 은자의 일생을 다룬다. 앙투안느(안타나시오스의 불어식 발음)는 4세기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 아타나시우스가 쓴 『성 안타나시우스의 생애』에 등장하는 그리스도교 수도승으로, 그리스도교의 뒤를 따르고자 사막 깊숙이 은둔하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으로 수도 생활을 이어나간 신화적 인물이자 초기 교회 형성기에 이단파를 척결하는 일에도 참여해 이적을 이룬 인물이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헬레니즘 문화권은 그리스 철학, 인도, 페르시아, 이집트 등의 새로운 종교와 문화, 그리스도교의 부상 등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복잡다단한 조류를 형성하며 뒤섞여 있던 시기였다.
플로베르는 플랑드르 회화와 인형극 전통의 영향 속에서 이 은자의 삶을 방대한 지식과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무의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독창적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는 이 앙투안느라는 인물을 통해 지루하고 억압받는 고행 생활에서 <유혹하는> 앙투안느와 <유혹을 견디는> 앙투안느로 분화된 의식의 싸움을 전개한다. 그의 의식은 <목소리>에서 시작해 <일곱 중대죄>와 <논리>로 분화하고, <질투> <음욕> <인색> <식탐> <분노> <나태> <교만> 등으로 차츰 세분화하여 온갖 유혹의 괴물 같은 의식과 싸우게 된다. 그리고 점차 3세기부터 중세 신학까지를 아우르는 여러 <이단자들>과 그리스, 로마, 인도 등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 <죽음> <악마> 등이 등장해 이 고난의 여정을 증폭시킨다. 결국 기나긴 사상들의 유혹으로부터 간신히 견뎌낸 어두운 은자의 심연에는 괴로워하고 울부짖고 갈망하는 존재로서의 자신만이 남는다. 이 수행자의 삶을 통해 플로베르는 육체와 정신, 무의식과 의식, 종교와 과학,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논리 등 새로운 지식 체계가 등장하고 있던 19세기 시대 배경과 더불어 그 관계를 다각도로 검토, 사유하며 자신의 청소년기를 마감하고 있다. 이는 현실과 꿈, 과거와 미래, 그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관념과 정신의 실험과 투쟁 작업으로 재건된 우주를 통해 <자아>의 기원을 찾는 여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인 유혹자로서의 악, 무의식의 시각화를 보여 주는 판타지

『성 앙투안느의 유혹』은 플로베르가 파헤친 인간 내면으로의 어두운 모험이자 신비주의적 시학으로 구성된 거대한 지식 박람회장이다. 보들레르는 이 작품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 고뇌, 심층에서 움직이며 반항을 멈추지 않는 힘, 그리고 환히 빛나고 있는 불분명한 광맥―영국인들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라고 부르는―, 〈고독이 부른 온갖 마귀들의 한가운데〉로 안내하는 그 광맥에 독자들은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작가의 은밀한 공간>인 이 작품이 시인들과 철학자들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작품임을 증명하기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일 것이다.
―샤를 보들레르, 『예술가L'artiste』, 1857년 10월, 18일.

보들레르는 플로베르의 이 작품에서 작가 내면이 지닌 본원의 고독에 주목했다. 이는 플로베르가 20대 중반부터 겪었던 신경 발작과 이후 은둔자처럼 크루아세 저택에 처박혀 조용히 글만 쓰던 작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플로베르는 이 희곡 형식의 소설, 혹은 소설처럼 보이는 희곡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뒤틀린 여러 등장인물로 분화된 악마로서의 유혹자들을 묘사하고 그들의 의식을 대변하는 대사를 통해, 은둔자의 수행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욕망의 환영들을 다각도로 보여주면서 고통받는 수도자의 의식을 시각화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즉 내면에 도사린 유혹의 환영은 여자, 반인반수, 짐승과 악마 등 여러 가지 형상화로 나타나는데, 플로베르는 이 환상동물과 여러 마귀와 신들에 대한 묘사를 마치 소설을 쓰듯 묘사해 놓고 있다. 이는 인간 무의식에 도사린 고통받는 자아의 고뇌가 투영된 판타지의 세계, 모험과 상상의 세계를 구체화하려 했던 그의 욕망을 잘 보여 준다.
움베르토 에코는 『추의 역사』에서 다양하게 변형된 악마의 이미지와 고문의 황홀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우스가 쓴 책과 플로베르의 책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체의 괴기함을 두루 갖춘 악마는 채색 필사본과 프레스코화의 중심을 이루는 무시무시한 형상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이미 은둔자들에 대한 유혹을 묘사한 글들 속에서 생생하게 제시된 바가 있다>라고 하면서 <예술가들은 악마의 추함과 그에 저항하는 은둔자의 강인함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유혹자의 이미지와 유혹당하는 자의 감상적인 태도를 다루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이 내면의 다양한 형상의 괴물 같은 무의식을 드러내어 유혹자와 유혹당하는 자가 바로 앙투안느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음을 플로베르의 이 극은 극명하게 보여 준다.

플로베르 전문 연구자의 노고가 담긴 한국어판 초판의 차별성
540여 개의 각주, 50페이지에 달하는 작가 연보, 충실한 작품 해설, 관련 도판 11컷


신학과 신화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의 알레고리화로 성 앙투안느의 모든 철학적 심리적 사유의 고민을 보여주는 이 책을 가리켜 미셸 푸코는 <도서관 환상>이라는 말을 썼다. 실제로 수많은 고유명사들과 수없이 등장하는 종교적 철학적 이론들을 무시하고 이 책을 읽어내기란 어렵다. 이 방대하고 거대한 지식의 체계를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역자는 매우 상세한 각주를 달아 놓았다. 프랑스 도서관에서 직접 플로베르의 자필 원고를 뒤지며 이 책의 초판 시놉시스의 창작 과정을 밝히는 논문으로 프랑스 학계로부터 <플로베르 수고의 발생론적 연구에 기여한 선구적 업적을 이룬> 학자로 주목받았을 뿐만 아니라 『19세기 유럽 사전』에도 등재된 불문학자 김용은 교수는 540여 개가 넘는 상세한 주석과 50페이지에 달하는 꼼꼼한 작가 연보, 진중한 작품 해설을 통해 그동안의 노고를 모두 이 한 권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같은 주제로 세계의 화가들이 그린 엄선된 명작 11컷(컬러)을 삽입해 관련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실제로 안토니우스의 일화를 주제로 히에로니무스 보슈, 피터르 브뤼헐, 자크 칼로 등이 그림을 그렸으며, 플랑드르 화풍의 그림들과 인형극과 같은 연극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플로베르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주제는 펠리시앙 롭스, 히에로니무스 보스, 알브레히트 뒤러, 베르나르도 파렌티노, 살바토르 로사,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오딜롱 르동, 폴 세잔,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베르너 에크, 조르주 멜리에스 등 현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장 바로가 연출해 현대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그리하여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당시 플로베르에게 이 희곡을 구상하게 만든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을 포함해 그가 보았을 법한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그림, 플로베르가 매우 좋아했던 자크 칼로의 판화에 후대 민화가들이 채색을 더한 희귀한 그림, 세잔과 달리로 이어지는 현대 회화들을 함께 실었다. 이 자료들을 통해 문학적 연극적 상상력으로 플로베르의 의식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목차

성 앙투안느의 유혹
초판 『성 앙투안느의 유혹』, 논리와 반(反)논리의 변증법 / 작품 해설
『성 앙투안느의 유혹』 / 옮긴이의 말
귀스타브 플로베르 연보

본문중에서

앙투안느: 세상이 우리의 시선을 받을 만한가?
논리: 피조물인 네가 창조를 저주하다니. 네가 창조를 알기나 해? 창조가 뭔지를 아냐고? 세상의 한가운데서 궤도를 따라 돌고 있고, 별들 속에서 빛나며, 너의 심장 속에서 뛰고 있는 신의 정신을.
앙투안느: 그렇다면 고행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야?
논리: 행위의 결과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마. 행위가 뭐 중요해? 조각품은 자기를 만든 구상 개념을 자기 안에 지니고 있지 않나? 관념은 물질이 되면서 자신의 본질을 상실했을까? 정신은 각각의 원자들 속에 조금도 내재되어 있지 않은 걸까?
앙투안느 : 그렇지만 나는 신이 아닌걸!
논리 : 신이 되고 싶었지?
앙투안느 : 언젠가는 신을 알고 싶었어.
논리 : 우주의 왕이 네 고행에 그토록 마음을 쓰고 네 눈물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하늘 가장자리 바깥쪽으로 몸이라도 기울일 거라고 생각해? 네가 켜 놓은 램프에 밤 나방이 부딪치고 날개를 태우면서, 고통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 역시, 눈을 부시게 하는 찬연한 빛 가장자리에 죽으러 오지…….

논리: 그 말도 맞아. 예수가 신이니까, 따라서 신은 정신이지. 그런데 예수는 태어나고, 먹고, 걷고, 잠자고, 죽었고, 그런데도 그는 정신이었다는 거지! 정신이 어디에서든 태어날 수 있는 것인가? 고통을 느낄 수 있나? 먹고, 잠자고, 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정신이 죽었다는 거지! 그렇다면 예수는 출생도 죽음도 경험하지 못했어, 그게 아니면 그는 정신이 아니었어.
앙투안느: 그의 안에 있는 인간이 괴로워한 것이지.
논리: 그의 안에 있던 신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 그건 확실해! 사람은 고통을 느끼지, 그건 그래, 그런데 신은! …… 그걸 생각할 때, 그가 사람일뿐이었다면,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몸소 겪다니 퍽 대단한 거지! 만약 그가 신이었다면, 고통을 정말로 겪지 않은 거야.
앙투안느: 그렇고말고, 그는 신이었지.
논리: 그렇다면 그는 고통을 못 느꼈어! 고통스러운척한 거지. 에테르를 통과하는 태양처럼 인간의 삶을 통과하고는 잠시 인간의 모습 속에 자신을 숨긴 거야! 그는 마리아에게서 나오지 않았으면서도, 태어난 것처럼 보인 거야. 사람들이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았을 때, 그들이 괴롭히고 있는 자신의 몸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던 거지. 3일 후, 자기 무덤의 돌을 걷어치우고 나오려할 때, 그는 빠져 나오는 연기 같았어, 어렴풋한 유령 같은 것 말이지. 토마스는 의심이 났고, 그의 못 자국을 만져보고 싶어 했어. 하지만 상처를 만들어 보이는 것이 그에게는 어렵지 않았어, 그는 이미 몸을 만들어 보였거든. 그의 몸이 너의 몸처럼 진짜였다면,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소리보다 섬세하게 벽을 통과해서, 빛보다 빠르게 공간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그게 육체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다면…… 예수는 분명 그리스도였겠지, 안 그래? 그리스도, 그가 곧 멜기세덱이고 셈이고 테오도투스이고 베스피아누스라는 걸 넌 결코 믿지 않지?
앙투안느: 그렇고말고, 예수는 그리스도야.
논리: 그리스도가 예수라……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고, 존재하려면 몸이 있어야 하는데, 그가 몸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그는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이고, 그가 없었으니 그리스도도 없었던 것이고, 그리스도는 만들어 낸 거야.

악마: 아듀! 지옥이 널 두고 간다. 흠! 사실 악마에게 무슨 상관이야?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알기나 해? 진짜 지옥이? (앙투안느의 심장을 가리키며) 여기! 너의 늑골 아래서 그걸 뽑아내지 않는 한, 넌 지옥과 함께 있는 거야. 네 가슴 속에 죄들이 있고, 너의 머릿속에 고뇌가 있으며, 너의 본성이 저주인 거야. 거친 가시 옷을 조이렴, 채찍질로 몸에 상처를 내 봐, 배고파 죽을 지경으로 단식해, 너를 낮춰 봐, 너를 억제해, 가장 순수한 말을 찾아봐, 가장 낮은 자세로 꿇어 엎드려 절해, 너는 바로 그 순간 상처 난 너의 살 속으로 지고의 쾌락이 빗살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끼리라. 빈 너의 위장이 언제나 잔치를 부르고, 또 네 입술 위 기도의 말은 세속의 사랑의 말과 음욕의 탄성으로 바뀌리라. 너의 선행에 대한 만족이 교만으로 네 마음을 부풀리리라. 이어지는 날들의 피로감이, 사막의 전갈이 그렇듯, 쉭쉭거리며 네게 질투를 불어넣으리라. 고행의 머리맡에 앉아, 너는 떨칠 수 없는 무력감과 끝없는 나태에 시달리리라. 세상사에 대한 음란한 욕망이 일순간 너를 떠나도, 더욱 혼란스러운 정신의 갈망이 나타나 더 큰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그토록 작게 만든 신을 저주하리라. 너는 이마로 제단의 돌을 찧고, 네가 품고 있던 구리 십자가에 입 맞추어도 네 마음의 불꽃은 그것을 뚫지 못하리라. 너는 움막에 들어가 뾰족한 칼을 찾게 되리라……. 나는 다시 올 거야…… 나는 다시 올 거야…….

저자소개

귀스타브 플로베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211212

1821년 아버지가 외과부장으로 있던 프랑스 지방 도시 루앙의 시립병원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노르망디 출신인 의사의 딸로, 친정은 대대로 저명한 사법관을 배출한 집안이었다. 어린 플로베르는 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접촉하게 된 외과의사들과 병원, 수술실, 해부학 교실 같은 주변환경에서 염세주의적 견해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1841년 파리대학 법학부에 등록했지만 1844년 간질로 추정되는 신경발작을 계기로 학업을 그만두고 루앙으로 돌아와 요양을 하며 집필에 전념했다. 1851년 집필을 시작하여 하루 12시간씩 고된 작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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