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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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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지 시인선' 300호 기념 시선집

문학과지성사가 '문지 시인선' 300호를 기념하는 시선집을 펴냈다. 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시집으로 하는 '문지 시인선'은 그간 매 백번째 시집이 출간될 때마다 그 이전 1~99번까지의 시집에서 각 한편씩을 뽑아 '시선집'으로 엮어왔다.

이번 '문지 시인선' 300호 기념 시선집은 201호인 채호기의 《밤의 공중전화로부터 299호까지》의 시집 중 '사랑'을 테마로 한 시 한 편씩을 선정하여 엮은 '사랑시집'이다. 문학 평론가 박혜경과 이광호가 시를 선정하고 이광호가 《연애시를 읽는 몇 가지 이유》라는 해설을 붙였다.

출판사 서평

‘연애시’로 꾸며진 『쨍한 사랑 노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일부

문학과지성사가 ‘문지 시인선’ 300호를 기념하는 시선집으로 『쨍한 사랑 노래』를 출간했다. ‘문지 시인선’의 첫번째 시집은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1978). 첫 시집이 나온 후 28년 만인 2005년 5월에 299호인 이성미의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가 출간되었고, 이번에 300호를 기념하는 시선집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시선집 출간은 그간 매 백 번째 시집을 그 이전 1~99번까지의 시집에서 각 한 편씩을 뽑아 ‘시선집’으로 엮어온 전통을 이은 것. 그간 ‘문지 시인선’은 1990년 12월 100권째를 기념하는 시선집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김주연 편)와 1997년 6월 200권째를 기념하는 시선집 『詩야, 너 아니냐?』(성민엽·정과리 엮음)를 낸 바 있다.

‘문지 시인선’ 300호 기념 시선집 『쨍한 사랑 노래』는 201호인 채호기의 『밤의 공중전화』로부터 299호까지의 시집에서, ‘사랑’을 테마로 한 시 한 편씩을 선정하여 엮은 ‘사랑 시집’이다. 문학평론가 박혜경과 이광호가 시를 선정했고, 이광호가 「연애시를 읽는 몇 가지 이유」라는 해설을 붙였다.

아울러 ‘문지 시인선'은 300호 시집부터 표지 색깔과 본문 조판을 새롭게 단장했다. 그동안 시집의 바탕색은 황토색(1호~99호), 청색(100호~199호), 초록색(200호~299호)으로 100호 단위마다 바꿨는데, 이번에 300번대 바탕색은 초콜릿 빛깔의 밝은 고동색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시집의 본문은 서체와 크기, 자간과 행간, 글줄 길이, 여백 등을 고려하여 좀더 산뜻한 모습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바뀐 것이 많지 않다. 표지에 실리는 캐리커처는 김영태 이제하 두 시인이 계속 그려나갈 것이며, 제본의 형태나 본문의 구성도 이전의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300호 시집부터 캐리커처를 포함해 모든 것을 바꿔보자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으나 지금까지 쌓아온 ‘문지 시인선’의 고유한 이미지를 이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 사실상 문지 시인선의 외형은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편집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이는 문지 시인선의 귀중한 전통을 견실히 이어가겠다는 문학과지성사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왜 하필이면 사랑의 노래인가? ‘사랑’은 서정시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면서, 현대적인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것이다. 연애시의 현대성은 연애라는 사건의 현대성에 대응한다. 우리들은 현대의 시인들이 사랑이라는 상실의 사건 속에서 어떻게 자기와 타자의 존재를 감각하는가를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랑에 관해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은 똑같이 생에 대한 새로운 지각에 이르게 된다. 연애시를 읽는 것은, 타인의 깊은 내면의 장면들 속에서 자기 생을 들여다보는 모험이다.”(이광호, 시집 앞날개 글에서)

“‘지속 가능한’ 육체와 영혼의 결합은 없다. 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저 난폭한 시간 앞에서 막막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다만 구체적인 것은 현존하는 두 사람의 육체일 뿐.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사랑을 갈망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결합이라는 연애시의 욕망은, 사실은 그 어긋남에 대한 암묵적인 승인을 전제한다. 그러니 모든 연애시는 ‘사랑은 가능하지 않다’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으로써 연애의 주체는 사랑이라는 상처 속에서 실존적 동일성을 부여받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사랑을 방해하는 제도적 현실에 대한 경멸조차도, 그 사랑의 근원적인 불가능성을 은폐하는 알리바이일지도 모른다. 상처의 뼈아픈 깊이를 통해서, 연애에 처한 자는 주체성을 얻는다. 소통의 지속성이 아니라 부재의 지속성이, 사랑의 벗어날 수 없는 중독성을 보장한다. 그러니까 그 모든 부재와 상실과 환멸이 역설적으로 사랑을 증거한다."(이광호의 해설, 「연애시를 읽는 몇 가지 이유」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호 돌파

문학과지성사가 발행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1977년 이래 28년 만에 300호 시집을 출간했다. 한 해 평균 10.7권을 꾸준히 발간해온 셈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300번대 시집 시리즈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태동은 1977년 5월. 『문학과지성』 편집동인이었던 문학평론가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그리고 작고한 김현이 주축이 되어 당시 시단에 새로운 감성과 활력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젊은 시인선’을 만들었던 것. 그리고 이듬해 『문학과지성』 편집동인들은 ‘젊은 시인선’을 ‘문학과지성 시인선(이하 문지 시인선)’으로 개칭하고 출간 시인의 범위를 윗세대까지 넓히면서 한국 시단의 고유한 컬러를 만들어나갔다. 이후 문지 시인선을 거쳐간 시인들은 한국문학사를 주도하는 중요한 시인들로 성장했으며, 세대를 달리하며 폭넓은 독자들을 보유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문학의 주축’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시집 출간의 문화적 현상을 만들며 21세기에도 시가 유효한 문학 장르라는 인식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셈이다.

‘문지 시인선’은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제1호로 출간한 이래 김광규의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김명인의 『동두천』과 『길의 침묵』,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와 『남해 금산』, 고정희의 『이 시대의 아벨』, 최하림의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최승호의 『고슴도치의 마을』, 황인숙의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정현종의 『한 꽃송이』, 유하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수많은 스테디셀러들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적인 서정시로부터 실험적이고 모더니티한 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실, 단일한 이름의 시집 시리즈를 300권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출판 자본은 소설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할 뿐이며, 현대적 의미에서의 시 장르의 선진국인 구미의 경우에도 시집의 초판이 다 팔려 재판을 찍는다거나 시인들이 인세를 받고 시집을 출간하는 경우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 시집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의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몇몇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시 문학’ 자체를 출판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출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거나 마케팅의 차원에서 ‘시 문학’의 순수성을 왜곡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초발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는 경우가 창비(249), 실천문학사(153), 세계사(131), 민음사(126) 정도이다(괄호 안의 호수는 2005년 6월 말 현재). 이런 배경하에서 국내 최초로 300호를 넘어섰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지 시인선'이 시집 시리즈로 300호를 기록하게 되었다는 것을 양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의 우리 시인들이 다양하게 추구하는 시적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현대시사의 여러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는 ‘현재적 의미’ 역시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지 시인선이 준비하고 있는 오규원, 김명인, 장석남, 이윤학 등으로 이어질 301호 이후의 시집 역시 주목에 값할 터이다.

목차

첫밤/ 채호기
흰 우유에게/ 연왕모
정전기/ 김길나
사생활/ 임후성
천마도를 보며/ 이태수
꽃 노래/ 문충성
경포 전설/ 최두석
이 가벼운 날들의 생/ 함성호
담쟁이/ 이경임
小曲/ 신중신
지상의 양식/ 이기철
피뢰침1/ 주창윤
사랑 노래/ 성기완
공을 ?아서/ 김광규
줄리에트 비노쉬/ 서정학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너와 나/ 이철성
모자도 쓰지 않고/ 최하림
벌거벗은 자의 生을 위한 주머니 속의 詩作메모/ 배신호
뼈아픈 후회/ 황지우
저돌적인 사랑/ 이정록
마음에 대한 보고서8/ 박찬일
새와 집/ 오규원
내 영혼의 마지막 연인/ 김태동
강가의 풀숲에 우리가 누워/ 김연신
사랑은 나의 권력/ 정현종
하루살이/ 한승원
달콤한 사랑/ 유진택
다시 바닷가의 장례/ 김명인
포장마차/ 진동규
사랑하는 두 사람/ 이선영
벼랑에 핀 남녀/ 김규린
황진이를 위하여/ 허형만
좋은 세상/ 김준태
창가에 앉아/ 이태수
청춘/ 박용하
나팔꽃 화엄3/ 이나명
버클리풍의 사랑노래/ 황동규
우리들의 찐빵에 대하여/ 송찬호
세기말 이별/ 최영철
반초도 안되는 순간/ 이윤학
아주 옛날에/ 김영태
자욱한 사랑/ 김혜순
달은 계속 둥글어지고/ 남진우
晩鐘/ 고창환
묵상/ 장영수
아름다운 시작/ 박라연
처음과 사이/ 윤병무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신대철
사랑의 편지/ 유하
사랑 노래2/ 김정환
마지막 눈이 내릴 때/ 문충성
유언을 읽으며/ 김점용
연오랑과 세오녀처럼/ 최하림
몸이 열리고 닫힌다/ 이 원
너무 늦은 가을/ 유종인
留別2/ 복거일
그녀에게서 몸을 빼다/ 김윤배
낙화유수/ 함성호
사랑/ 김 중
사랑하는 이에게/ 조인선
비밀/ 김명인
빗방울을 흩다/ 박태일
사랑은/ 채호기
너 떠난 밤/ 김명리
축제의 꽃/ 마종기
첫사랑/ 차창룡
쨍한 사랑 노래/ 황동규
휘어진 길/ 이윤학
서시/ 김길나
바람둥이/ 김광규
1997년 12월 3일 서울/ 이영유
마라도 바다국화/ 최두석
공기의 꿈/ 이찬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이성복
어제/ 진은영
46 빈손/ 성기완
8월의 사랑/ 김행숙
미모사1/ 심재상
따뜻한 흙/ 조은
그때는 설레였지요/ 황인숙
그녀/ 배용제
終生記/ 조용미
항아리/ 조창환
가까스로 당신 안에서/ 이태수
차가 막힌다고 함은/ 김연신
無人島/ 박주택
얼굴/ 김혜순
나를 구부렸다/ 이수명
실상사에서의 편지/ 신용목
마른 물고기처럼/ 나희덕
수평선1/ 김형영
소행성 에로스에 대하여/ 이기성
얼룩/ 김기택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 김영태
할미꽃/ 정병근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이창기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정남식
이상한 로맨스1/ 이성미

해설| 연애시를 읽은 몇 가지 이유·이광호
필자소개

본문중에서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중략)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이 없는 나의 폐허;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_황지우, 「뼈아픈 후회」 일부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220)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로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_황동규, 「쨍한 사랑 노래」 전문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268)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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