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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 이우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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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의 자세’
미남의 나라에서 돌아온 이우성 신작 시집 출간

‘너’를 알기 위해 씌어지는 시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10년의 기록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기록
-시인의 말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우성의 두번째 시집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에서 ‘소년의 나르시시즘과 아이의 미니멀리즘’으로 어른의 세계를 들여다본 이후 꼭 10년 만의 신작이다.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던 시인은 이제 “내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한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주변의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 불가해한 세계를 껴안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짧지 않은 10년의 시간 동안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길어 올린 예순한 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이번 시집에 오롯이 묶였다.
첫 시집의 부족하고 결핍된 ‘왜소-자아’는 여전히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거듭 발명되는 존재로서 이 세계의 일부를 구성한다. “나를 알기 위해 시를 썼”(첫 시집 뒤표지 글)던 시인은 이제 ‘너’를 알고 싶어 글자를 적는다. 그러므로, 이번 시집에 도저한 ‘나’의 흔적을 더듬는 과정은 곧 “사랑하는 이들에게 달려간 기록”을 돌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비가 멈추었다
내가 그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가능하면 구름은 지워지려 하고」 전문

이번 시집 서시의 자리에 놓인 시는 이우성의 시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시의 화자인 ‘나’는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가 그린 것이 ‘비가 내리는 모습’인지 ‘비가 멈추는 모습’인지 명확하지 않다.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이 시집의 ‘나’가 “현재에 없는 많은 것을 그리워하며 ‘그것’들을 그리거나 적고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이미지나 의미로 고정하려는 순간에 그것은 더 이상 ‘그것’이 아니게 된다”고 설명한다. 1부의 제목이 “움직이는 그림 그리기”라는 점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기록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상을 포착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음을, 따라서 근원적인 불완전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출판사 서평

“너랑 내가 갖고 싶은 단어”
지워지고 또 지워져도 하고 싶은 말

엄마가 내 집에 와서 말했다
이 머리카락은 길어서 네 것 같지 않구나
당연한 말이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내 머리카락은 저렇게 길어질 수 없다
이 머리카락도 길어서 네 것 같지 않은데
너무 길어 아까 그것 같지도 않구나
[……]
그래서 사랑에 관해 조언하자면
거실 소파 밑을 들추지 말자
거기 아직 기억하는 무엇인가 있다
-「아직 자란다」 부분

엄마가 찾아온 ‘나’의 집에는 서로 다른 길이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그것이 내 집에 다녀간 타인의 것인지, 혼자 자라난 머리카락인지 알 수 없다. “거실 소파 밑”이 가장 가깝지만 좀처럼 살펴보지 않게 되는 공간이란 점을 염두에 둘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현듯 나타”나는 머리카락은 가까운 곳에 있기에 더 종잡을 수 없는, 손에 쥐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비밀’ 같은 것이다.

숲으로 가는 길은 좁고 선명했는데 친구는 그 길을 비밀이라고 불렀다 친구의 머리 위로 형상이 어렴풋이 피어났다
소외감이라고
발음해보았다 친구가 지워졌다
-「영원」 부분

‘나’와 함께 비밀의 숲으로 향하던 친구가 어느덧 지워진다. 친구가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친구의 “가방을 둘러메고 다시 걷는다”. 비밀에 대한 정보를 누설한 순간 없어지는 친구는 다른 시에도 등장한다(“슬픔을 만드는 공장에서 비밀을 만들 거야/얼굴을 지우며 친구가 말했다”, 「열매와 노래」). 그러나 이 시의 뒷부분에서 “사라지기 싫어서” “입을 닫”은 ‘나’는 되려 “부서져버”린다. 존재하기 위해 말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숙명이다.
비밀을 탐구할수록 자꾸만 지워지는 존재에 대한 의문은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깨달음, “지우는 사람이었니 그리는 사람이었니”(「빛이 오는 건 빛의 일」) 하는 자문에 이르러 비로소 해소된다. 이우성이 탄생시킨 ‘나’들의 감각은 수시로 변하고, 그렇기에 스스로의 의식을 끊임없이 회의한다. ‘나’는 이렇듯 스스로를 세계에서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자기부정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가자 궁금한 것들을 모으러”
끈질기게 ‘나-너’를 탐구하는 시

빛이 흩어지고 있다 잡으려고 손을 대니 투명해진다
눈이 부신 건 슬픈 것이 아니다
-「소멸을 이해하는 항해」 부분

이번 시집에는 “구름” “빛” “새” “양 떼”와 같은 자연물이 자주 언급된다. 이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기록의 주체와 객체 모두 점멸한다는 점에서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은 “소멸을 이해하는 항해”와 같다.
이우성 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나’의 이러한 속성은 이 시대의 수많은 청년을 떠올리게 한다. 취업 준비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타인의 기준을 제 삶의 것으로 취해 살아가는” “현재를 담보로 잡힌 채 망연히 흘러가는 인생”(문학평론가 김나영)을 연상시킨다. 비단 청년들뿐일까. 지난 10년 사이 한국 사회가 답보해온 혐오와 불신의 경험은 공동체로부터 고립된 개인을 양산해왔다.
이 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래도록 끈질기게 ‘나’에 대해 말한다(“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우성을 지웠다 이우성을 지우자 다른 이우성이 떠오른다 지겨운 놈”, 「부끄러워서 그래」), 앞으로도 역시 계속해서 ‘나’에 대해 말할 것 같다(“다음엔 나는,으로 시작하는 시를 써야지”, 「날개와 시」). 그가 알고자 하는 대상, 가닿고자 하는 슬픔은 ‘나’에서 ‘너’로, 다시 ‘우리’로 움직인다. 이제 그와 함께 떠날 차례이다. “가자 궁금한 것들을 모으러”(「무덤과 구름」).

목차

시인의 말

1부 움직이는 그림 그리기
가능하면 구름은 지워지려 하고
슬픔의 거리를 지나는 바람을 납득시키기 위해
영원
미래의 나무
새들을 세다가
자라는 이름
움직이는 그림 그리기
나뭇잎 새
미안 엄마
시간의 아이들
종이보다 하얀 단어로 말하기
떠오르는 것
우리는 날개가 부러져서 추락한다
열매와 노래
구름 일기
계속
무덤과 구름

2부 어둠이 계속되면 물 위도 단단해질까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그린 밤 같았다
풍선
재미와 알리바이
바다와 바닥
나무와 나
그때
마음의 마을
소멸을 이해하는 항해
진심과 친구
슬픔은 까맣고 까마득하고
부끄러워서 그래
기억
기억
우리는 벽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꽃 피는 소리
작은 새 꽃
계절
사랑의 자세

3부 그래야 전설이 되니까
날개와 시
1980년 6월 2일
나무가 모여 바람을 부르듯
그림과 거리
아직 자란다
아 이런 사십 세
괜찮아 보이려고 움직이는 거예요
군자라서
안타깝게도
부릉부릉
이것도 희망이라고
무너지는 것
부역

아빠
성묘
잘 살고 있니 너는
학생과 시인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폭탄 꽃
빛이 오는 건 빛의 일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바다로 간다는 말을 믿어본 적이 없는데
영원히 인사
흐름과 바람을 안고

해설
‘나’의 기록, 쓰지 못하는 기억·김나영

본문중에서

너는 점이었어 그 점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몰라
네가 밟고 있는 수평과
모여서 바다가 되는 것
누군가 그걸 미래라고 불렀어

[……]

우리가 들은 이야기 속에서 점들이 자랐어
-「미래의 나무」 부분

슬픔이
자라지 않게 해주세요

손가락으로 구름을 그렸다
올라탈 수 있게 튼튼하게

가자 궁금한 것들을 모으러
-「무덤과 구름」 부분

사람들이 와서 물었어
무엇을 그렸어요
누가 그걸 알겠어 나도 그림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는데

[……]

나는 다시 태어나서 벽의 소리를 들어
똑똑
왜 두드릴까
상자 안에서 누군가 나올 거라고
그 안에 계단이 있고
모든 지나간 것들이 거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니까 그때는 영원히 여기에 없다고
생각하며 죽은 걸까
-「그때」 부분

다가오는 순간들은 모두 바람의 손을 잡고 올까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보았어
피아노 소리와 박수 소리가 어디로 갔는지

흙먼지가 느긋하게 일어나다 가라앉는다

빛처럼
죽은 사람이 여기 없는 게 확실한가요

앞서 걷던 강아지가 뒤돌아보며 갸웃거린다
어떤 손이 등을 쓰다듬고 갔나
-「흐름과 바람을 안고」 전문

저자소개

이우성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출간작으로 『내가 이유인 것 같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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