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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바덴에서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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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잃어버린 걸작
    19세기와 20세기, 두 개의 시간을 오가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불운한 작가 치프킨의 소설적 만남

    “간결하고 시적인 걸작”, “눈을 뗄 수 없는, 가슴 깊숙이 감동을 주는 신비로운 작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3번으로 출간된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 독특한 작품 구조와 아름다운 언어의 쓰임, 끈질긴 문학적 열정과, 사실과 허구를 버무린 독창성으로 주목을 끌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저자인 레오니드 치프킨은 자신의 소설이 단 한 페이지라도 출간되는 것을 살아생전에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작가 자신의 개인사적 불운은 안타까운 것이었으나, 그 불행한 삶으로부터 길어 올린 이 작품은 수전 손택이 극찬했듯 “지난 한 세기의 소설과 범소설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뛰어나며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작품”으로 꼽힌다. 출판되기까지 유난히 굴곡 많은 과정을 거쳐 기적처럼 살아남은 이 아름다운 소설을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의 번역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한다.

    19세기와 20세기, 두 개의 시간 사이를 오가는 이중의 서사
    ―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집요한 연구와 작가적 재능의 결실

    이야기는 두 개의 시간을 오가면서 ‘구부러진다.’ 시간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현재(아마도 1975년경)의 어느 겨울, 익명의 화자(작가인 치프킨 자신)가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기차 안에 있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을 찾아 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중이다. 화자의 ‘순례’는 이윽고 반은 실제이고 반은 허구인 과거로 무대를 바꾼다. 이제 소설은 1867년 4월 중순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빚쟁이들을 피해 독일의 휴양 도시 바덴바덴으로 떠나는 신혼의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젊은 아내를 묘사한다.
    바덴바덴에서 보낸 여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어둡고 우울한 시기로, 도박과 쌓여가는 빚, 충동적인 분노, 불안정한 강박관념, 비이성적인 질투, 징역의 후유증, 죽음의 문턱을 오가는 간질 발작으로 얼룩진 시절이었다. 그는 고통과 절망의 꾐에 빠져, 도박으로 임신 중인 젊은 아내의 패물들을 날리고 마침내는 누더기 차림으로 독일 휴양 도시의 거리를 헤매기까지 한다. 치프킨은 그들의 여정을 따르며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해 당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느꼈을 좌절, 편집증과 몽상적인 환희를 새롭게 그려낸다. 그리고 작품의 결말이 가까워지면, 화자는 기차에서 내려 페테르부르크의 황폐한 거리에 선다. 시간은 다시 한 번 구부러지면서, 역시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로 바뀐다. 그는 그곳에서 며칠을 머물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음을 맞은 집을 찾는다. 마지막 페이지는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날을 그린다.
    이 작품의 독창성은 화자의 이야기에서 이곳저곳을 떠도는 도스토예프스키 부부의 삶으로 이야기를 갈아타는 민첩성에 있다. 화자는 여행 중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으며 그 등장인물들과 작가의 생애, 그의 신혼여행과 결혼생활, 그의 매우 헌신적인 두 번째 아내, 투르게네프 등 다른 러시아 작가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에 잠긴다.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감성을 가진 치프킨의 생각은―그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느꼈던 좌절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다.―도스토예프스키의 정신적 삶을 하나의 풍경과도 같이 드러낸다. 그 인물은 매우 예민하면서도 충동적이고, 불안정하고 무례하며 거만하고, 자기 아내에게 군림하려 드는, 그리고 감옥살이의 후유증과 간질로 고통 받고, 적의에 찬 반유대주의 및 반독일주의를 주장하며, 도박에 강박적으로 빠져 드는 인물이다. 치프킨의 생생한 묘사는 독자들의 심정을 이 인물의 감정과 함께 흘러가게 만든다.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을 소재로 한 허구가 아니다. 또한 사실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다큐 소설이나 전기 역시 아니다. 창작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새로운 독창적인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향한 숭배와 노스탤지어
    ― 비범하고 열정적이며 고통을 사랑했던 한 인물의 초상

    의학자 특유의 꼼꼼함과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던 치프킨은 도스토예프스키 부부의 여정을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려낸다. 픽션과 다큐의 경계에 있는 이 소설을 통해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박제’와 ‘신화’에서 풀려나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환생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사랑, 열등의식, 다혈질적이면서도 소심한 성격, 콤플렉스와 섹스와 의처증과 도박 중독증 등등이 섬세한 상징과 함께 소묘된다. 이는 전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향한 작가 치프킨의 숭배의 산물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도박과 문학, 그리고 아내 안나에 대해 품었던 무모할 정도의 열정은 그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 안나의 사랑과 함께 그려진다. 그녀의 사랑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적 제자인 레오니드 치프킨이 스승에게 바치는 사랑과 리듬을 같이한다. 남편의 변덕스럽고 불퉁스러운 성격에도 아내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늘 한결같은 관대함과 부드러운 존경을 보인다. 치프킨이 재창조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에서 가장 강렬한 것은 도박도 글쓰기도 신앙도 아니다. 그것은 저 괴롭고도 절대적인 부부애였다. 이는 특히 임종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장면은 안나의 슬픔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보여진다. 그리고 안나의 사랑은 치프킨이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보내는 애정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이 작품을 도스토예프스키를 향한 노스탤지어의 상징으로 만든다.
    그러나, 비록 치프킨이 도스토예프스키를 동경하고 숭배하고 있음에도, 그 숭배는 유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치프킨은 유대인이며 그 누구보다도 도스토예프스키를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가 유대인을 증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치프킨은 ‘인간의 고통에 대해 그토록 예민한 사람, 학대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던 사람’의 저 악의적인 반유대주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또, ‘도스토예프스키에게서 매혹을 느끼는 유대인들의 저 특이함’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것은 이 작품이 휴머니즘과 타자의 문제라는 오래된 문학적 테마에 닿아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간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적 업적이 아닌 어둡고 절망적인 내면을 들추어 속속들이 내보이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도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러시아 문학의 모든 주제들을 압축하는 깊이와 매혹
    ―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푸슈킨, 벨린스키 그리고 솔제니친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신적 삶을 드러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 곳곳에서는 지식인 숙청과 무단 체포, 보급품의 부족, 레닌그라드 봉쇄 등 대문호의 시대에서 치프킨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현실이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치프킨은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의 흔적들과 실존 인물들, 투르게네프, 푸슈킨, 벨린스키, 솔제니친 등 러시아 문학사를 훑으며 소설의 지평을 도스토예프스키와 그 동시대 작가들 너머로까지 확장한다.(치프킨은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전당포 노파의 집’, ‘소냐의 집’이라든가 작가가 살았던 집을 찍기 위해 도시를 배회한다.) 이는 동시에 치프킨 자신의 글쓰기가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 위에 있는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우리는 수많은 지성사적 테마를 대면할 수 있다. 19세기 슬라브주의와 서구주의의 대립, 종교와 사회주의의 대비, 20세기 소비에트 사회의 다양한 부면들이 그것이다. 슬라브주의적 작가로서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서구주의자로서의 투르게네프를 솔제니친과 사하로프에 대입하는 장면들은, 19세기의 문제의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라시아니즘과 대서양주의의 대립으로 요약되는 현대 러시아의 정치적이며 정신사적인 긴장은, 도스토예프스키와 투르게네프, 그리고 치프킨에 이르는 문제의식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독창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언어로 러시아 문학의 모든 주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전체주의 사회의 야만적인 욕망에 의해 좌절당한 재능의 놀라운 결실
    ― 시적이고 간결한 단어들의 아름다운 흐름, 치프킨이 남긴 단 하나의 소설

    러시아의 유능한 의학 연구자였던 레오니드 치프킨은 1979년과 1981년 두 번에 걸쳐 소비에트 정부에 이민 비자를 신청한다. 이 소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비자를 신청하기 전인 1977년 집필을 시작하여 비자 발급을 기다리던 1980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고, 소비에트라는 유토피아를 떠나려 한 ‘불순한 행동’ 때문에 직업을 잃고 얼마 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불순분자’가 쓴 이 작품은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출판되지 못하고 1982년 미국의 한 잡지에 실렸으며, 치프킨이 죽은 지 20년이 지나서야 출판되었다. 비록 그는 자신의 작품이 러시아어로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이 작품은 20세기 후반 러시아 문학이 성취한 주요한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소련에서 치프킨의 삶은 갇혀 있는 일상이었으며, 개인적인 공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생활이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아름다운 작품을 써냈다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오늘까지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수전 손택은 말한다. 매우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이 소설은 러시아 문학사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새로운 작품이다. 레오니드 치프킨이 이 작품 단 하나만을 썼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정도다.
    화자에게 일어난 일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일생 사이를 오가는 이 이야기 속에는 단락의 구분도 장의 구분도 없다. 오직 단 하나의 흐름만이 책 전체로 흐르고 있다. 레오니드 치프킨은 아름다운 단어들의 흐름을 창조해 낼 줄 아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작가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섬세하고 시적인 문장들 속에서 인물의 어두움과 우울은 더욱 강렬해지고, 읽는 이는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든다.
    이처럼 이 소설의 어두움과 강렬한 우울에 기여하는 것은 그 문체다. 각각의 문장은 독특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고, 때때로 무려 두 페이지에 걸쳐 이어진다. 그 안에는 한결같은 문체로부터 벗어나 휴식을 취할 그 어떤 단락의 구분도 없다. 독자들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빨리 읽어나가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텍스트의 어둠침침함은 사라지고 치프킨이라는 인물의 생생한 이미지가 드러나게 된다. 결코 우리말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이 독특한 문장들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장욱의 손을 거쳐 그 문체적 특징을 전혀 잃지 않은 채 우리 앞에 펼쳐진다.(치프킨의 가장 아름다운 문장들 가운데 일부는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의 아내 사이의 지극히 내밀한 장면들을 묘사하는 데 쓰이고 있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과거를 회상하는 문장들 사이에서, 독자는 기억과 그 연쇄적인 흐름에 매혹된다. 하나의 기억은 또 다른 기억으로 치프킨을, 그리고 독자를 이끌고, 그 기억은 또 다른 기억으로 이어진다. 치프킨은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치프킨 자신의 세계와 1867년 바덴바덴의 여름으로 불러들인다.
    길지 않은 이야기가 다루고 있는 문학적 주제를 넘어, 이 책은 우선 그 아름다운 문학적 성취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저자소개

    레오니드 치프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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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6년 구소련의 민스크에서 유대계 러시아인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당시 갖은 고초를 겪었다. 아버지인 보리스 치프킨은 경찰에 체포되었고, 할머니와 사촌 둘은 목숨을 잃었다. 보리스 치프킨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내와 당시 열한 살이었던 아들 레오니드 치프킨을 데리고 기적적으로 민스크를 탈출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 레오니드 치프킨은 민스크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했으며, 이후 부모와 마찬가지로 의사이자 의학 연구자로서 평생을 보낸다. 그러나 1950년 스탈린의 반유대 정책이 시작되고 학살이 자행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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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 노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었고, 2005년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로 제3회 문학수첩작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이 있고, 평론집으로 <혁명과 모더니즘>, <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 - 이장욱의 현대시 읽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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