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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샤베르 대령 [반양장]

원제 : Sarrasine·Le Colonel Cha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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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것은 백 살 노인인 동시에 스물두 살 청년이었고,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었다.”

『인간극』으로 19세기 프랑스의 시대 정신을 창조한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 발자크
환상과 격정으로 가득 찬 드라마로 사랑을 노래하는 생생한 시선

▶ 발자크는 19세기를 창조했다. 그의 작품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봐 두렵다. - 오스카 와일드

▶ 나는 모든 역사학자, 경제학자, 통계학자를 합친 것보다 발자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 발자크의 작품 속에서 모든 살아 있는 영혼은 의지를 가지고 장전된 채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무기와도 같다. - 샤를 보들레르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발자크의 문제작 두 편을 엮은 『사라진·샤베르 대령』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문학의 근대성을 재정립하며 ‘현대 소설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는 발자크는 평생 집필한 90여 편의 작품을 모아 『인간극』의 거대한 소설 체계로 분류했다. 『고리오 영감』, 『잃어버린 환상』, 『골짜기의 백합』등 그의 장편은 귀족이 몰락하고 신흥 부르주아가 득세하는 19세기 초반의 프랑스 사회를 날카롭게 통찰해 ‘사실주의 소설의 교과서’로 추앙받고 있다. 『사라진·샤베르 대령』은 발자크가 청년기를 막 끝내고 본명으로 첫 소설 『올빼미당원』(1929)을 발표한 후, 『인간극』을 구상하기 시작한 시기에 쓰여진 초기 대표 단편들이다. 삶의 총체성을 드러내어 풀어내는 장편과 달리, 중단편에서 발자크는 기이한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과 반전을 빠르게 증폭시키며 삶에 대한 통찰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자라는 익숙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재기 발랄한 이야기꾼 발자크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사라진」, 모호하고 아름다운 수수께끼

「사라진」은 액자식 소설로, 현재 시점과 과거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한 귀족가의 무도회에서 마주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노인. 그는 “백 살 노인인 동시에 스물두 살 청년이었고,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사연을 궁금해 하는 후작 부인에게 ‘나’는 칠십여 년 전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정적인 젊은 조각가 사라진은 오페라 극장의 배우 잠비넬라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를 뮤즈로 삼아 조각상을 만든다. 그의 마음을 좀처럼 받아 주지 않는 잠비넬라를 조각상 앞으로 데려와 애끓는 사랑을 고백한다. 광기와 피, 환상으로 얼룩진 비극적인 이야기는 끝나고, 작품은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이동한다. 모든 사연을 듣고 후작 부인은 저택에 걸려 있는 그림의 주인공과 노인의 정체를 비로소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사라진」은 발자크의 작품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사실주의에 천착해 시대상을 고발하는 그의 작품 세계 속에서 유독 몽환적이고 ‘현실과 유리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끝에서야 밝혀지는 노인의 정체를 쫓으며 읽게 되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해 환상적인 분위기에 매력을 더한다. 「사라진」을 집필한 1830년 당시 발자크는 부친의 사망 후 인쇄업, 출판업, 금광 개발 등 이런저런 사업에 잇달아 실패해 막대한 빚을 떠안았다. 스물두 살 연상의 베르니 부인을 만나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예술가로서, 첫사랑에 빠진 청년으로서 ‘인생을 건’ 사랑 앞에 몸을 내던지는 사라진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잠비넬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는 젊은 시절 발자크의 좌절과 고뇌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동전의 앞뒤와도 같은 인간의 양면성”과 정체성, 성 역할에 관해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은 통찰력을 보여 주는 주제 의식은 편협한 한계에 지평을 넓혀 준다.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점점이 흩뿌리면서도 작가는 일부러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독자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 간다. 그는 어둑한 겨울 풍경과 휘황찬란한 살롱, 삶의 열기와 죽음의 냉기,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흉측함, 남자와 여자, 젊음과 늙음, 자연과 문명을 대비시키며 차곡차곡 환상과 환각의 세계를 구축한다. -「작품 해설」 중에서

「샤베르 대령」, ‘나’를 되찾기 위한 전쟁

「샤베르 대령」은 역사가로서의 발자크의 면모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1810년대 루이 18세의 집권 초기, 한 법률 사무소에 추레한 옷차림의 노인이 찾아와 소송 대리인 데르빌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노인은 본인이 수년 전 아일라우 전투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샤베르 대령이라고 주장한다. 배우자인 페로 부인과 연락이 닿지 않으니, 그녀가 상속받은 막대한 유산을 돌려받고 예전의 삶을 되찾는 일을 도와 달라며 간곡히 부탁한다. 마침 페로 부인의 소송 대리인이기도 했던 데르빌은 노인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심사숙고하며 둘의 만남을 주선한다.

샤베르 대령은 나폴레옹의 실각 후 복고 왕정이 구축되던 혼돈과 격변의 시대를 맞이한 당시 프랑스의 ‘벼락 출세자’ 중 한 명이다. 고아원에서 태어나 오직 자신의 힘으로 나폴레옹을 따르며 수많은 전투에서 활약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게 된 후 추락은 출세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어 힘겹게 쌓아 올린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모두 잃게 된다. 그의 유산을 상속받은 후 재혼으로 신분 상승의 욕망을 실현한 페로 백작 부인은 그를 철저하게 외면한다. 발자크는 꿈, 명예, 사랑뿐 아니라 ‘살아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샤베르 대령의 실존적 좌절의 과정으로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마다의 이상을 향해 발버둥치던 당시 프랑스의 시대상을 기록한다. 진정한 사랑과 고결한 성품을 상실해 가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묘사해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다.

「샤베르 대령」은 잃어버린 정체성에 관한 헛된 탐구와 나폴레옹 제국이 몰락한 뒤 복고 왕정 밑에서 승승장구하는 부르주아의 위선과 이기심을 고발하는 역사적, 사회적 회화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

목차

사라진 7
샤베르 대령 63

작품 해설 169
참고 문헌 193
작가 연보 195

본문중에서

「사라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아연했다. 참으로 희한한 자연의 변덕으로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던 반쯤 애도에 잠긴 생각이 튀어나와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흡사 장성한 미네르바가 주피터의 머릿속에서 뛰쳐나온 듯했다. 그것은 백 살 노인인 동시에 스물두 살 청년이었고,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었다. (21~22쪽)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탈리아 음색 특유의 애절함이 그를 황홀한 무아경으로 몰아갔습니다. 두 사제 틈에 끼여 부대끼는 것도 잊은 채 잠자코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귀와 눈에 그의 영혼이 스며들었습니다. 마치 모공 하나하나로 소리를 듣는 것 같았지요. (36~37쪽)

명예, 학문, 미래, 존재, 월계관,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그녀의 사랑을 얻거나 아니면 죽거나.’ 이것이 사라진이 자신에게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38쪽)

저는 우정에서 피난처를 찾아야 해요. 저에게 세상은 사막이랍니다. 전 저주받은 피조물이에요. 그래서 행복을 이해하고 느끼고 갈망하도록 태어났지만 다른 많은 이가 그렇듯이 늘 행복이 제게서 달아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부디 기억해 주세요, 선생님, 제가 당신을 속인 게 아니란 걸. 당신이 절 사랑하는 걸 금하겠어요. (50~51쪽)

메마른 두 눈에서 흘러나온 굵은 눈물 두 방울이 남자의 뺨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분노의 눈물 두 방울, 쓰리고 뜨거운 눈물 두 방울이. ‘이제 사랑은 없어! 내게서 모든 쾌
락, 모든 인간의 감정은 죽었어.’ (59쪽)

「샤베르 대령」

그가 군인으로서의 명예, 재산,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 이유는 아마도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하는 그 설명되지 않는 감정에 따른 것이리라. 연금술사들의 실험, 명예에 대한 갈망, 천문학과 물리학에서의 발견, 인간이 행적이나 사상을 통해 스스로 증식하면서 성장하게 하는 모든 것이 그러한 감정에서 비롯한다. 그의 머릿속에서 자아는 이제 부차적인 대상일 뿐이었다. (96쪽)

하지만 선생에게 고백하자면 나는 고아원 아이였고, 물려받은 유산은 담력이고, 세상 사람이 다 가족이고, 조국은 프랑스고, 의지할 이라고는 하느님뿐인 군인이라오! 아니, 틀렸소! 내겐 아버지가 한 분 계시오. 황제 말이오! 아! 그분이 건재하셨으면, 그 귀한 분이! 그분이 그의 샤베르 - 그분은 날 그렇게 불렀다오 -가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보셨더라면! 그럼 그분은 역정을 내셨을 거요. 하지만 어쩌겠소! 우리의 태양은 졌고 지금 우리는 모두 추위에 떨고 있소. (100쪽)

그런 순간에는 심장, 힘줄, 신경, 표정, 몸과 마음, 모든 것이, 모공 하나하나까지 전율한다. 생명이 더는 우리 내부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생명이 우리 밖으로 빠져나와 분출하며
시선과 목소리의 어조와 몸짓을 통해 전염병처럼 전파되어 다른 사람에게 우리 의지를 강요한다. (146쪽)

“그런데…….” 샤베르가 말을 이었다. “내가 여기 당신의 작은 별장에서 살면 안 될까? 친척 중 한 명처럼 말이야? 난 버려진 대포처럼 다 낡아서 약간의 담배와 《르 콩스티튀시오넬》만 있으면 되는데.” (154~155쪽)

삶에 대한 혐오가 너무 커서 만일 근처에 물이 있다면 뛰어들었을 테고 권총이 있다면 제 머리통을 날렸을 것이다. (157쪽)

“그러나 불운한 사람이 무얼 할 수 있겠소? 그저 사랑할 뿐이오.” (162~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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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오노레 드 발자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7990520

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돈과 명예를 중시하던 부모는 그를 변호사로 키우고자 했으나, 그의 작가를 향한 열정은 꺾지 못했다. 변호사의 길을 중도에 내던지고 위대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파리의 허름한 골방에 틀어박혀 두 달만에 방대한 역사물인 '크롬웰'을 첫 작품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크롬웰'은 하루빨리 위대한 작가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어설픈 졸작이 되고 말았다.그 무렵, 부모로부터의 지원금이 끊기면서 그는 생계를 위해 통속소설가로서 엄청난 양의 글을 쏟아낸다.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온갖 사업에 손을 댄다. 인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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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아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이다. 대표작으로 『프랑스산문(1학기, 워크북포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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