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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치악산 둘레길』은 〈국형사(國享寺)〉, 〈출입 금지〉, 〈수레너미〉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치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주경야독’이란 말이 있다.
일을 마치고 책을 잡으면 시상이 떠올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 또한 어려움이 많았다.
시조를 접하면서 원주문인협회 주관으로 처음 문학기행을 따라나섰을 때다. 모두 새롭고 신천지를 보는듯한 느낌이었고, 문학관을 들렀을 때는 훌륭한 작가를 직접 만난듯했었다. 작품을 접할 때마다 소재는 생활과 시대가 달랐어도 그의 체험을 주관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았고, 나의 삶에서 경험을 토대로 사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동네 개울가를 돌면서 다리 힘을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원주 걷기협회에서 주관하는 수요 걷기팀을 소개받았다.
수요 걷기 김영식 회장과 그 일행의 도움을 받으면서 발뒤꿈치를 따라갔다. 두세 바퀴를 돌고 도는 동안 사물이 보였고, 지명과 갈림길을 가려낼 수 있었다.
그날의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쉼터에서 일행에게 낭송하기 시작했다. 미래의 독자와 일문일답이 이루어지는 화평의 시간이 이루어졌다. 자연을 앞에 두고 대상을 찾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마을지명의 유래와 전해 내려오는 역사를 시조에 얹었다. 삼 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치악산 둘레길에서 발로 걸으면서 쓴 시조를 한 편씩 모아 수확을 보게 되었다. 아직 덜 숙성된 졸작이지만 용기를 내어 두 번째 시조집을 세상에 내어놓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주변에 둘레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를 시조로 엮어갈 생각이다.
바쁘신 중에도 저의 졸작에 과찬의 평설을 써주신 (사)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이신 구충회 박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3. 11. 30.
치악산 태봉에서 조철묵

4 명예의 전당
6 시인의 말

1코스 꽃밭머리길

14 국형사(國享寺)
15 화해
16 동악단
17 관음사
18 염주
19 비움
20 봄
21 단풍
22 운곡의 귀향
23 운곡 영면에 들다

2코스 구룡길

26 출입 금지
27 소나무
28 벌채
29 조선 임야 분포
30 복원
31 아홉용길
32 구룡길
33 문수사 1
34 문수사 2
35 황장목 1
36 황장목 2
37 구룡길

3코스 수레너미길

40 수레너미
41 이름 없는 동굴
42 오 형제 소나무
43 새재
44 엄나무
45 해월(海月) 최시형
46 교주 해월
47 최보따리
48 수레너미재
49 가리내
50 변화
51 태종대
52 태종우(太宗雨)

4코스 노구소길

54 장터
55 노구소
56 두산 임도와 계곡
57 노구소길
58 임도길
59 초치 가는 길
60 가을
61 뱀골 삼거리
62 시시비비
63 천수답
64 배향로
65 치악산 단풍
66 분교에서 캠핑장으로
67 말치 오름길
68 보부상
69 말치고개
70 가을걷이
71 배추
72 홍살문 가는 길

5코스 서마니강변길

74 서마니강
75 황둔쌀
76 대로와 역로
77 가을
78 대교 펜션
79 순리
80 말(言)
81 기회
82 문자 독점
83 발바닥 계급장
84 골안골
85 발원지
86 서마니 정상
87 중골 전망대
88 초치
89 중골

6코스 매봉산자락길

92 결편(缺便)
93 자기소개
94 석기동
95 물안정(勿安亭)
96 물안동
97 창공
98 매봉정
99 피노키오 캠핑장
100 다슬기
101 소야(小野)

7코스 싸리치옛길

104 아, 가을이다
105 용소막 성당
106 한글판 성서
107 성서 번역
108 주포천
109 역곡
110 용암 삼거리
111 신림면 소재지
112 신림역
114 신림면 소공원
115 언당골
116 싸리치옛길
117 역사의 길

8코스 거북바우길

120 석동의 가을
121 열녀비
122 큰골
123 구학산 주차장
124 거북바우
125 구학정
126 길을 잃다
127 구학 전망대
128 용암리
129 탑골 서낭당
130 용소막(龍沼幕)

9코스 자작나무길

132 가을비
133 임시 정류장
134 명당
136 금대리(金垈里)
137 금대철교
138 영원산성
139 패배
140 원주의 산성
141 회론동
142 갈림길
143 오르막길
144 바람골
145 찰방(察訪)
146 자작나무길

10코스 아흔아홉골길

148 당둔지 가을
149 신촌 산장
150 샛담
151 끝담
152 길 아치
153 일론골
154 일론 분교
155 뒷들이골
156 아흔아홉골
157 금대삼거리

11코스 한가터길

160 안오릿골
161 오리현천
162 잣나무 숲길
163 한가 터
164 낚시터
165 혁신도시
166 선녀바위
168 뒷골공원
169 반곡역
170 섭재마을

평설

172 시조로 찾아가는 치악산 둘레길 _구충회 (사)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문학박사

*태종대


태종의 어가가 머물렀던 주필대다
스승을 찾을 길이 막연해진 길목에서
붓 들어
허전한 마음을
달래보려 했던 곳

땅거미 내려앉자 어두움에 싸였다
계곡의 물안개가 구름 되어 날아가고
치악산
산짐승들도
구슬프게 울어댄다



*장터


물과 산이 들고 나는 풍성한 시골 장터
개자바 가림 안에 돼지 새끼 꿀꿀대고
노오란 햇병아리가 아장아장 거닌다

삽주싹 그릇 가득 자루 속엔 백복령이
당귀와 알 칡뿌리 길게 누워 잠을 자고
도라지 하얀 살 드러내고 다소곳이 앉았네

첫 새벽 이고 지고 영 넘어온 가자미와
오징어 말린 명태 소금 절인 임연수어
장 보러 나온 아낙네 눈길 떼지 못하네

내지와 외지 사람 구전으로 소통하고
사돈과 장터 국밥 막걸리 잔 기울이며
시집간 막내딸 소식 안주 삼아 마신다



*노구소길


안흥장
가기 위해
황둔 사람 넘나들던

옛 고개
초치 지나
중치 말치 고갯마루

보부상
민초들 땀방울
곳곳마다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