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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외롭고 쓸쓸하다면 입맛이 없다면 걸어라. 궁리가 생긴다.
그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인다. 그것들을 모아 모아서 적었다.
문학적으로 얼마만큼 영글었는지 모른다. 알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의 기록이다. 다르다고 틀렸다고 돌을 던지지는 마시라.
어쩌면 세상 구경 못하고 묻힐 수도 있었다, 청어출판사 이영철 사장님의 격려와 지도 편달이 없었다면.
나이 들면 부끄러움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부끄럽다.
어떻게 살아야 더 이상 추하지 않게 내 삶의 마무리 잘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하나를 못 하게 되면 할 수 있는1 두 개를 찾아보리라.
퇴화가 아니라 진화의 삶으로 가꾸어 보리라.
가까운 이웃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
한 번쯤 이 짓도 필요하리라.
이제껏 도움 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2022년을 보내며
납짝 엎드린 겁쟁이
寒石(한석) 이진희

외롭고 쓸쓸하다면 입맛이 없다면 걸어라. 궁리가 생긴다.
그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인다. 그것들을 모아 모아서 적었다.
문학적으로 얼마만큼 영글었는지 모른다. 알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의 기록이다. 다르다고 틀렸다고 돌을 던지지는 마시라.
어쩌면 세상 구경 못하고 묻힐 수도 있었다, 청어출판사 이영철 사장님의 격려와 지도 편달이 없었다면.
나이 들면 부끄러움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부끄럽다.
어떻게 살아야 더 이상 추하지 않게 내 삶의 마무리 잘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하나를 못 하게 되면 할 수 있는1 두 개를 찾아보리라.
퇴화가 아니라 진화의 삶으로 가꾸어 보리라.
가까운 이웃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
한 번쯤 이 짓도 필요하리라.
이제껏 도움 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2022년을 보내며
납짝 엎드린 겁쟁이
寒石(한석) 이진희

5 시인의 말

1부 사과의 변신은 무죄

12 사과의 변신은 무죄
13 자전거의 장례식
14 변화와 배움의 두 바퀴
15 모기의 잘못이 아니다
16 침이 고인다
17 빨래를 널다
18 마음이라는 안경
19 위장된 겸손
20 정해진 길
21 사랑하자
22 너는 누구인가
24 차 한잔 들며
25 보게 하다
26 세상은
27 첫사랑
28 무제
29 절망할 것인가
30 눈물
31 보드라움에 대하여
32 상실이라고 쓰고 성장이라고 읽자
33 사랑도
34 생각의 근육
35 풀잎에게
36 오만한 자유


2부 따스함에 대하여

38 따스함에 대하여
39 봄이 말을 걸다
40 입춘
41 새들에게
42 봄비야 내려라
43 꽃에게
44 봄
45 본다는 것
46 콩은 언제 심나요
47 고추잠자리
48 비 오는 날의 오후 세 시
49 물만 보이면
50 감악산은 알고 있다
52 가을이에게
53 반려견과 유기견
54 빗속의 여인
55 꽃, 말을 걸다
56 그 겨울의 찻집
58 비 내리는 비룡교
60 물길
62 달콤한 게으름
63 고추
64 물에도 때가 있다
65 별이고 싶어
66 겨울비


3부 살아보니

68 살아보니
69 결핍을 채우며
70 길을 떠나다
71 겸손과 인내
72 노인 고백
73 무게의 중심
74 늙음과 낡음
76 팔 할이다
78 모퉁이
79 속알머리
80 노인의 근육
82 가치 장수
83 나이라는 것
84 죽는 것도 실력이다
85 죽음을 알아야
86 공짜 인생
87 구멍
88 독집 영감
90 노인이 노인에게
91 커피, 말을 걸다
92 모서리
93 떨지 마라
94 고통의 원인
95 가난의 원인
96 삶이란


4부 상실의 기술

98 상실의 기술
99 시간이라는 해결사
100 미워할 수 없는 너
102 두드러기
103 잘못된 결정
104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105 가난은
106 사베리오 연가
108 오직 당신만이
109 삶에서 진정한 스승은 사랑이다
110 살고 죽는 일과 죽고 사는 일
111 직감과 직관
112 같음과 다름
113 양심의 무게
114 얄궂은 운명
116 욕망에 대하여
117 아침기도 1
118 아침기도 2
119 막차로 떠나라
120 성모님께
122 숙제와 축제
123 시몬을 말하다
124 보자기
125 희망의 문
126 목마르다는 것
127 마음에

**사과의 변신은 무죄


사과가 익는다고 말하지 마라
신맛을 달콤한 맛으로 바꾸는 중이다
모르면 가만히 지켜볼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입술을 붉게 물들이고
젖가슴이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다
요염하다
사과는 가꾸기 나름이다
가을 바람이 흔들어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고
가을 햇살이 꼬드겨도 본체만체
사과는 제 할 짓이 한창이다
누가 아름다운 그의 변신에 돌을 던지느냐
사과의 변신은 무죄


**마음이라는 안경


눈 감고 있으니
안경을 쓰고 있어도
보이는 게 없네

귀 닫고 있으니
안경을 쓰고 있어도
들리는 게 없네

마음 닫고 있으니
안경을 쓰고 있어도
달빛에 내린 꽃향기 맡을 수 없네

몸에
걸친
마음이라는 안경


**차 한잔 들며


빗소리에 잠을 깨다
아니다
잠에서 깨고 보니 빗소리가
어제 남은 커피를 마신다
뜨겁지 않아도 좋다
뜨거워야 제맛인가
찬 것도 뜨겁게 마시면 수고로움이 덜어진다
그렇다
편안함이란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면서 시작이다
호사가 별거더냐 창밖의 빗소리가 음악이 되어
친구 되니 혼자가 아니네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이여
얼마만인가
달콤한 봄비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