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시집 『민낯이 아름답다』는 〈마주치는 눈빛〉, 〈반짝이는 실을 뽑아 또 하나의 집을 짓는다〉, 〈따비밭의 노래〉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운 날
콩제비꽃 앞에 앉아
속엣말 풀어내고
마음이 허기져 가슴 시려오면
접어두었던 심상을 모아
시를 썼습니다

2023년 여름
해얀 김유순

5 시인의 말

제1해？마주치는 눈빛

14 달창숟가락
15 할미밀망
16 곰삭은 사랑
17 보약 같은 하루
18 달맞이꽃
19 빨간 장갑
20 그 남자가 사는 법
21 상추 대궁
22 산바라지
23 보리뱅이의 하루
24 처음
25 어우러진다는 건
26 그녀의 좌판
27 말간 네 속을 보여줘
28 서리꽃도 따스하다
29 고갯마루에서
30 덩그러니
31 빼앗긴 버스 요금
32 손길

제2해？반짝이는 실을 뽑아 또 하나의 집을 짓는다

34 스며들다
35 이력서
36 한 폭의 그림
37 다방에서
38 하~
39 시골 장날
40 흔적
41 마음 고르기
42 그 자리
43 들국화
44 장마
45 편도 일차선으로 간다
46 봄날
47 봄비
48 꿀벌의 보릿고개
49 나비 한 마리
50 싸락눈 내리는 밤에
52 알밤

제3해？따비밭의 노래

54 무지개 같은 하루
55 숲 향기
56 홍시
57 따비밭의 노래
58 낡은 구두
59 그까이 꺼
60 달래 한 줌 바람 한 줌
61 날 보세요
62 고것 참
63 인연
6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입술
65 어느 효심
66 하나의 수레바퀴가 되어
67 민달팽이의 노래
68 아들이 된 복숭아
69 한울 안에서
70 열사흘 달빛
71 엄마의 웃음꽃
72 울렁증
73 참깨 심던 날
74 새순을 위하여


제4해？이슬처럼 달려 있는 그리움

76 향기를 품은 그리움
77 한 송이 풀꽃이라고
78 너도 나처럼
79 단골손님
80 내 마음의 지우개
81 장마는 어디로
82 빼앗긴 자리
83 쉼표를 찍고 싶을 때
84 과수원 댁
85 장날 풍경
86 누구세요?
87 천년초 사랑
88 그 집에서
89 향기로 남고 싶은 날
90 조청
91 나를 안는다
92 동장군 간지럼 태우기
93 새봄을 열다
94 제비꽃

제5해？그대 곁으로 간다

96 설날
97 꽃씨 속에 안긴 유진이
98 어머니의 그림자
99 오월의 길목에서
100 묵정밭
101 청보리밭
102 바구니 속에 하루를 담는다
103 둥지 스러지고
104 바랭이
105 가을장마
106 오늘 같은 날
107 고향 가는 길
108 배춧잎 사랑
109 결실
110 내가 너를 알아갈 때
111 양촌리 이장댁
112 양지리 그곳
113 창포는 다시 뿌리를 내리고
114 낯선 길
116 숨바꼭질

발문

118 해얀 김유순 시인의 시심 : 하이얀 미소로 돌아보는 나_증재록(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달창숟가락

오목 들어간 배를
살짝 가리고
오직 남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온 세월

정갈한 밥상 위엔
한 번도 오르지 못하는
달창 숟가락

말라붙은 마음 떼어주고
다듬어주는
영원한 조연이라도 좋다

**할미밀망

코로나가 삼켜버린 계절
손녀의 생애 첫 입학식도
찔레꽃 향기 그윽한 봄도
흔적 없이 사라진 담장엔
할미밀망이 눈송이처럼 앉아있다

밀망 속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를 밀치며
자리를 만드는 건
어미이기에
훗날
할미밀망 사위질빵 만발하여 어우러진
눈송이 같은 꽃을 피우려고

**한 폭의 그림

잡초에 우거져
모양조차 없던 돌짝 밭
돌멩이를 걷어내고 주워내니
밭 한 뙈기 반듯하다

보리밥에 상추쌈
풋고추 넣은 된장찌개를 그리며
땀방울 훔칠 때마다 지은 미소가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겹다

**다방에서

매화꽃 향기 가득한 봄날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누르고
계단을 오르던 그 다방

알록달록한 조각보처럼
모아진 지난날이
찻잔 속에서 추억을 젓는다
향기는 여전히 짙어 오르고

엄마 얼굴이 보름달처럼 차오른다

**너도 나처럼

외출 시간 다 되어가는데
냉동실에서 쪼르르 흐르는 물이
나서려던 발길을 잡는다
냉동실 칸 칸마다
눈물범벅이 되어
맥없이 주저앉은 보물들

끌어안기만 하며
털어내지 못해 얻은 친구
우울증
함께 가자며 덥석 잡은 손
밤낮 깊은 잠 속으로 이끌 때

비워내고 얻은 작은 텃밭
겨자씨보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 맺어
가슴속 빛줄기 된다

**단골손님

새벽시장 육거리를 가려고
신호등을 기다린다

산에서 내려온 새 식구가
입이 짧아 양상추를 사러 간다는
어떤 이의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산골 밭 한 뙈기에 발을 붙이며
그런가 했던 그해 봄
고추 고구마 심는 대로 맛을 본다
남편과 밭두렁 오가며
촘촘하게 꼼꼼하게 친 망

장맛비에 속살 드러난 그날
단골손님은 여전히 다녀가
콩 순 먹고
발자국 콕콕 찍어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