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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시


잎 돋는 초록의 뜰에서


숲 가까이 살면서
들로 산으로 헤맸던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

파란 하늘 떠가는 흰 구름 아래
고요히 서 있지만
죽지는 않은 겨울나무의 숨과
구애하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풀과 꽃들의 향기를
어루만지는 바람에게서
위로를 받았던 매 순간들에 끌려
인생을 그려내고 싶었던
시적 자아의 꿈틀거림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시를 쓰며 사는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天香 김수연

서시_잎 돋는 초록의 뜰에서 5

1부 저토록 차고 넘치도록

이슬 한 방울 14
꽃 마중 15
봄이 오나 16
히어리 피었어요 17
봄빛에 취하다 18
이슬의 무게 19
꽃샘잎샘 20
참나무에 생강나무꽃이 피었다고 21
목련꽃 온도 22
같이도, 제 빛깔대로 23
꽃이 진 자리 24
언제부터 낯이 설다 25
꽃의 술잔 26
연꽃 몸살 27
저토록 차고 넘치도록 28
구름 구두 29
바람으로 쓴다 30
거울 속에는 31
누구의 꽃도 되지 못하고 32
분수물놀이 33
장미축제 34
나무가 꿈틀 했다 35

2부 너무 먼 사랑이나 그리움 같은

빈 배 38
눈꺼풀에 돋는 무지개 39
하늘로부터 오려지는 빛 조각 40
헤어지는 것에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해 41
아흔아홉까지만 세었다 42
아까시꽃 향기 43
저 장미꽃 위에 이슬 44
삭제된 줄 알았다 45
초록의 뜰 46
아름드리 그루 47
백합나무를 심으며 48
구미정 49
삼부연 폭포 비경 앞에 서다 50
한라산 여름맞이 51
숨겨진 산 찾아 나선 길 52
그 여름, 산허리를 떠돌다 53
재개발지역 새들은 54
인사동 비둘기 55
말차 한 잔 56
너무 먼 사랑이거나 그리움 같은 57
밤 비 58
그때도 알았더라면 59

3부 바람길 한 발 뒤에서

단풍 62
저리 고운 왕들의 놀이동산 63
덕수궁 돌담길 64
틈 65
소나무와 왈츠를 추다 66
바람길 한 발 뒤에서 67
남은 시간 68
사랑을 마셔요 69
꽃 차 70
새가 날아간 서쪽 71
무너지는 마음 72
담쟁이 73
재채기 74
우두커니 75
추억이 소란하다 76
산길 77
들깨 향 같은 사람이 좋다 78
나무의 사이 79
흔들렸던 곳에서 80
긴 목이 되어가는 꿈 81
구름 위에 올라 앉아서 82
저쯤의 거리 83

4부 저마다 하늘을 봐

눈 오는 아침에 86
은빛 세상 87
바람 타는 눈꽃 88
맛깔스런 시처럼 89
눈 나무 90
골다공증 91
금이빨 돈 되네 92
하루하루가 삶인 거구나 93
허공에 풀어놓은 이름 94
구름 잡기 95
환상 96
어느 사이엔가 97
백양나무숲에 이는 바람 98
저마다 하늘을 봐 99
눈먼 신호등 100
동행 101
푸른 기도 102
다만 설렘이었지만 103
주목나무에 핀 우정 104
여행의 맛 105
겨울비 106
다대포 107

5부 작품해설

작품해설 109
111 『초록의 뜰』이 초대한 내밀한 서정 세계_이정환(시인, 사단법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김수연 시인 연보 130

*이슬 한 방울


끊어진 거미줄에 매달린 별의 눈물

휘모리장단으로 아무리 흔들어도

허공을 움켜쥔 채로 우주여행 몸짓이다



*이슬의 무게


입술 열고 봄비를 마시려는 초록의 혀
비 갠 후에 햇살이 연두만 핥아놓아
새뜻이 비치는 푸른 거품이 환해진다

사라질 거면서 다시 엉겨 눈 뜨고
풀잎 위에 안개처럼 어리는 여린 숨결
물기를 옴찔거리며 고인 눈물 넘쳐난다

별들이 숨을 쉬는 나무숲에 손님 들어
멧비둘기 풀과 가지 포개놓은 한 칸 집
서로를 찾아 즐기던 풀과 꽃향기 다해

하늘과 땅에 잠시 무지개 서리면
어느새 떠나려는 만삭의 가쁜 호흡
동그런 작은 우주에 별이 되어 흩어진다



*목련꽃 온도


언 겨울 이겨내고 봄을 향한 가지 끝에
눈매를 치켜뜨고
함초롬히 곱더니만

살갗이
벗긴 것처럼
몰아쉬는 가쁜 숨

수많은 속삭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새하얀 두건으로
울렁임 싸안아도

바람이
뒤적여 놓은
저리 많은 눈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