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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순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첨부파일』. 이번 시집에서 그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주체로서의 자아가 성찰해가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생의 위용은 휘황하고 거창한 존재론적 명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찰나들로부터 실존의 삶이 발견해내고 부여하는 가치임을 김순호 시인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는 「첨부파일」이라고 하는 어쩌면 삶의 부가적 형식이 결국 존재 그 자체와 다르지 않은 것임을, 삶의 현상과 내적 진실이 합치되는 순간의 묘사를 통해 우리에게 함묵적으로 제시한다. 그리하여 그에게 있어 현재는 과거의 미래적 진행형이기도 하며(「영정 사진」), 과거는 현재 속에 멈춰 있기도 한 의미의 한 지점이 되기도 한다(「시간이 멈춘 거리」). 어떤 절대적 진리만이 아닌 형식과 의미, 순간성과 영원성이 서로 외연이자 내포가 되는 이 발견의 지점에서 우리는 가감 없는 삶의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시인의 말

제1부

정동진 17
비 18
벚꽃 1 19
벚꽃 2 20
꽃다발 21
백련사 가는 길 22
봄기운 24
풀 25
바람 26
바람은 27
개망초 28
달개비꽃 30
꽃 부처 31
7월 32
바람의 춤사위 33
갯벌 34
갈대 35
참새와 배롱나무 36
9월 37
단풍잎 하나 38
장미 39
밤길 40
얼음강 41
기차 42
세상의 중심은 다 푸르다 44

제2부

작은 돈 액수만큼의 자유를 샀다 47
유통기한 48
나를 복제한다 50
유리병 속 그리마 51
아무도 없었다 52
탈출 54
허공 55
어린 돼지들 56
안락의자 58
아침 환승역 60
한 생애가 간다는 건 61
지구별을 떠나며 62
밤 12시 63
자유 64
눈물 65
시간이 멈춘 거리 66
깨진 거울 68
어둠 69
섬뜩한 유혹 70
시인과 화가 71
거리는 젊음만 기억한다 72
영정사진 74
농구 코트 75
첨부파일 76

제3부

빈 무덤 79
보름달 80
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82
탯줄 83
한 여자 84
그림자 86
강가에 앉아 87
기록사진 88
너이기 때문에 89
나는 안다 90
없음 92
무심 93
장사도(長蛇島) 94
꽃샘추위 95
너 떠난 뒤 96
오늘을 낭비하자 97
커피는 식어 있다 98
왜 그랬을까 99
그때 우리처럼 100
상품이 된 나 101
목화꽃 102
레코드 바늘 103
혼잣말 104
한 문학청년의 투신 106
화장 107
적막 108
한번쯤 110

강가에 앉아

잔잔한 강물에 모래알 하나를 집어 던졌다
소금쟁이가 긴 다리로 튕겨가듯
가늘게 물의 떨림이 퍼져간다
모래알을 가슴에 묻는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으로 땅을 더듬어
공깃돌 크기의 돌을 집어 던졌다
퐁 소리와 함께
작은 돌은 조금 느리게 흔들리며 가라앉는다
모래알보다 선명한 파문이 퍼져간다
작은 돌을 가슴에 묻는다
이번엔 주먹만 한 돌멩이를 집어 힘껏 던졌다
풍덩 큰 소리를 내며
물방울이 솟아오르고 돌멩이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굵은 동그라미 파문이 힘차게 멀리까지 퍼져 나간다
돌멩이를 가슴 깊이 묻는다
갇혀버린 파문은 가끔씩 터질듯 부풀어 오를 것이다
파문이 멈추고도 오래도록 거기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