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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독약

원제 : 海と毒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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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전쟁의 기억, 일본인의 죄의식 부재를 드러낸 문제작

    일본을 대표하는 엔도오 슈우사꾸의 장편소설 [바다와 독약]이 창비세계문학으로 선보인다. 엔도오 슈우사꾸는 전후 일본인에게 드러나는 죄의식의 부재 문제를 일관되게 작품화한 가톨릭 작가로서 초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에서는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 포로에게 행해진 생체해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생체해부라는 선정적인 사건을 리얼하게 묘사하면서도 이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죄의식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있다.
    소설은 전쟁이 끝나고 10여년이 흘러 한창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새로운 주택지로 이사한 ‘나’가 기흉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간 의사 스구로는 미군 포로 생체해부 실험에 가담했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같은 동네의 주유소 주인은 중국에서 저지른 학살을 떠벌리고 다니고, 헌병이었다는 양복점 주인은 전쟁 때 많은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0여년 전에 있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그들의 얼굴에는 과거에 저지른 죄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전후의 평온한 일상생활을 보여준 뒤 소설은 생체해부 실험이 행해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울함과 불안감이 지배하는 2차대전 말기, 오랜 전쟁으로 도시는 폐허로 변하고 사람들의 삶과 마음은 나날이 피폐해져간다. 밤마다 계속되는 공습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이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차기 의학부장 자리를 두고 권력다툼이 한창이다. 미군에 대한 생체해부 역시 이러한 권력다툼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행해진다.
    작가는 스구로, 토다, 우에다라는 세 인물이 어떻게 생체해부에 가담하게 되는지를 중심으로 그들 내면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의학도인 스구로는 양심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체해부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실험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소심한 스구로는 불참을 선택하지 못한다. 이런 그의 태도에는 체념과 무기력이 자리하고 있다. 깨진 파편과 같이 미약한 인간은 넘실대며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에 맞설 수 없으며 검은 바다에 휩쓸려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이러한 체념은 동료인 토다와 간호사인 우에다에게도 공통적으로 보인다. 토다는 어릴 때부터 영악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소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을 속인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때 사촌 누이와 간통을 저지른 적이 있고, 대학생 때 자신을 돌봐주던 하녀를 임신시켰다가 직접 소파수술을 한 뒤 집으로 보내버린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을 생체해부 실험으로 내몰며 자신의 마비된 양심을 시험하기에 이른다. 간호사인 우에다는 결혼 후 아기를 사산한 뒤 부정을 저지른 남편과 이혼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인물로 별다른 가책 없이 생체해부 실험을 돕게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무력감이나 피로감을 느끼는데 오랫동안 이어져온 비인간적인 전쟁이 ‘독약’처럼 퍼져 양심과 정신을 마비시켜버렸음을 말해준다. 작가는 전쟁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이나 윤리, 합리적 사고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목차

    제1장 바다와 독약
    제2장 재판받는 사람들
    제3장 새벽이 올 때까지

    작품해설 | 전쟁과 일본인의 죄의식
    작가연보
    발간사

    본문중에서

    "자신이 어째서 아주머니에게만 그토록 오랫동안 집착했을까 하고 스구로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토다가 말한 대로 모두가 죽어가는 세상에서 단 한사람이나마 살려보고자 했던 것이다. 나의 첫 환자, 그녀가 나무상자에 담겨 빗속에서 옮겨지고 있다. 스구로는 이제 오늘부터 전쟁도 일본도 자신도 모두가 될 대로 되라고 생각했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리듬에 맞춰 귓가에 계속 읊조려댔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어.’ 스구로는 그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지우려 했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니까.’ 그러나 이러한 암시는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와 마음속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다가 사라졌다. ‘맞아, 너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아주머니가 죽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지. 거기에 있으면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거야.’ 계단을 내려가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그는 두시간 전에 그 미군 병사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계단을 올라갔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러분도 역시 나처럼 한꺼풀을 벗기면 타인의 죽음이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가. 약간의 나쁜 짓이라면 사회로부터 벌받지 않는 이상 별다른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는가. 그리고 어느날 그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 본문 중에서)

    [바다와 독약]은 2차대전 당시 실제 행해진 ‘큐우슈우 대학 생체해부 사건’을 소재로 한다.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5월, 미군 B29기가 추락하면서 12명이 포로로 잡히고 그중 8명이 재판 없이 사형선고를 받는다. 큐우슈우 대학 의학부에서는 이 포로들을 생체해부 대상으로 요청하고 군은 이를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세 등장인물이 어떻게 가담하게 되는지를 중심으로 그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피로감은 오랫동안 이어진 비인간적인 전쟁이 ‘독약’처럼 퍼져 양심과 정신을 마비시켰음을 말해준다. 작가는 전쟁 같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이나 윤리, 합리적 사고가 얼마나 힘없이 무너지고 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박유미
    (/ '역자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엔도 슈사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3.03.27~1996.09.29
    출생지 일본 도쿄
    출간도서 32종
    판매수 10,000권

    도쿄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권유로 열두 살 때 세례를 받았다. 1949년 게이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옹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가톨릭 문학을 공부했다. 1955년 「백색인」을 발표하여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고, 1981년 예술원 회원,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펜클럽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 「침묵」, 「사해 부근에서」, 「바다와 독약」, 「예수의 생애」, 「그리스도의 탄생」 등 다수가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 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일본 근현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 일문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일본 근?현대의 이해](공저), 논문으로 [엔도 슈사쿠의 [침묵]론: 로드리고와 기치지로의 ‘인생’을 통한 ‘순교’] [‘군국의 어머니’ 담론 연구] [일본근대여성의 직업의식 고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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