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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나이

원제 : Der Sand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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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환상과 그로떼스끄의 대가 E. T. A. 호프만 중단편선
불현듯 낯선 현실로 이끄는 기이한 세계
대표작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국내 초역


독일 낭만주의 작가 E. T. A. 호프만(1776~1822)의 대표 중단편을 고루 묶은 [모래 사나이]가 창비세계문학 62번으로 출간되었다. 환상과 그로떼스끄의 대가이자 탁월한 심리묘사와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날카로운 탐구로 호프만의 작품들은 도스또옙스끼, 고골, 보들레르, 발자끄, 에드거 앨런 포 등 무수한 작가를 매료했고, 차이꼽스끼, 슈만, 오펜바흐 같은 음악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창비 [모래 사나이]에서는 특유의 기이하고 매혹적인 세계에 정치체제 풍자와 근대 이성에 대한 비판을 담은 중편소설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를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고, 호프만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걸작 단편 [황금 항아리] [모래 사나이] [스뀌데리 부인]을 함께 수록해 호프만 문학의 진미를 두루 맛볼 수 있게 했다. 한독문학번역상을 받은 황종민 번역가가 유려하고 풍성한 번역에 꼼꼼한 주석과 깊이 있는 작품해설을 더해 강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한다.

출판사 서평

어느날 머나먼 세계의 일들이 인생에 들이닥친다
[황금 항아리] [모래 사나이]


"여느 때 매우 기이한 꿈에서나 보았던 머나먼 경이로운 세상의 모든 낯선 모습이, 이제는 내 깨어 있는 생생한 삶으로 걸어 들어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을 나는 보고 느끼고 있잖아."([황금 항아리], 42~43면)

표제작 [모래 사나이]와 [황금 항아리]는 평범한 일상을 "낭만적 독창성의 은은한 빛 속에 드러"내 "잘 아는데도 왠지 낯설어" 보이게 하고자 한 E. T. A. 호프만의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현대의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황금 항아리]는 대학생 안젤무스가 어느날 금록색 뱀의 모습으로 설핏 나타난 세르펜티나와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이제껏 알지 못했던 달콤한 행복과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갖가지 시련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안젤무스는 드레스덴 한복판에 공존하고 있는 신화 속 인물들과 얽히며 신비하고 경이로운 일들을 경험하고, 현실을 대변하는 베로니카와 파울만 교감, 환상을 대변하는 세르펜티나와 문서관장의 세계를 넘나들며 시험에 빠진다. 소설 속 황금 항아리는 사랑의 승리, 자연의 언어를 알아듣는 시인의 마음을 상징하는데, 마침내 안젤무스는 세르펜티나의 황금 항아리를 얻어 "모든 존재의 성스러운 화음이 자연의 더없이 깊은 비밀로서 드러나는 시 속"에서 살아가는 행복을 누린다.

"무시무시한 일이 내 인생에 들이닥쳤어!—소름 끼치는 운명이 나에게 닥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나를 뒤덮고 있어."([모래 사나이], 124면)

[모래 사나이] 역시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각각 상징하는 클라라와 올림삐아 사이에서 대학생 나타나엘이 혼돈에 빠진 채 겪게 되는 희한하고 기묘한 일들을 다룬다. 그러나 신비롭고 낭만적인 [황금 항아리]와 달리 [모래 사나이]는 어둡고 섬뜩하며 비관적인 분위기로 진행된다. 나타나엘은 어릴 적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모래 사나이가 홀연 청우계 행상 꼬뽈라로 다시 나타났다고 믿으며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차츰 연인과 친구, 가족으로부터도 멀어지던 나타나엘은 교수의 기묘한 딸 올림삐아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빠져든다. [모래 사나이]는 지금까지도 그 이미지들이 광범위하게 차용될 정도로 호프만 특유의 그로떼스끄와 인간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탐구를 강렬하게 보여주는데, 특히 프로이트 등이 친숙하고 익숙한 것에서 낯섦을 느끼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상태인 ‘두려운 낯섦(언캐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분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프만의 작품들은 종래의 환상문학들과는 달리 지극히 사실적인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속에서 현실과 환상이 철저히 구분되고 대치한다. 아주 익숙하고 구체적인 일상에 기이한 일들이 들이닥치며 경계가 뒤틀리고 독자는 무엇이 현실인지,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환상세계의 모습인지 마음속 망상인지 끝없는 혼돈에 빠진다. [황금 항아리]에서 안젤무스는 정말 세르펜티나를 만난 것인지, 시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실제로는 무슨 의미인지 끊임없이 묻게 되고, [모래 사나이]의 나타나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진상과, 모래 사나이의 존재 자체를 계속 의문에 부칠 수밖에 없다. 등장인물의 진술 안에서도 밖에서도 이야기들을 이해해볼 수 있지만 끝내 무엇도 명확히 알 수 없고 그 모호함이 오히려 이야기에 매력을 더하고 인물들을 흥미롭게 만든다.

처음 소개되는 대표작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범죄소설의 원형 [스뀌데리 부인]


"자네도 알다시피 이런 인물은 기이하게 행동하며 마음 내키는 대로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일 수 있지. 더욱이 이 모든 말 뒤에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 있다면 말일세."([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279면)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나 호프만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는 작가 스스로 "내가 쓴 것 중 가장 유머러스한 동화" "기가 막힌 책"이라고 밝혔듯 갖가지 희한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풍자와 유머를 펼쳐 보인다. 쪼개진 무 같은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난 차헤스는 이를 딱하게 여긴 요정의 도움으로 실제 모습과 행동을 가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점만 끌어와 눈속임을 할 수 있게 된다. 차헤스는 사람들을 속이며 안하무인으로 살아가는데도 국왕의 총애를 받고 뭇사람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어가고, 차헤스에게 자신의 시도 사랑하는 여인도 뺏긴 주인공 발타자어는 프로스퍼 의사의 도움을 받아 차헤스의 마법을 벗기기로 한다. 호프만 당대의 세태를 직접 겨냥한 이 작품은 특정 정치체제를 넘어 모든 근대적 정치체제와 도구적 이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여준다. 작품은 절대주의 왕정과 계몽주의적 이성을 비판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체주의 국가나 소비에트 체제, 혹은 프로파간다를 구사하는 독재자에 대한 우화로도 거듭 재해석되며 혹세무민하는 권력자나 경직된 사회구조에 대한 유의미한 풍자로 여전히 인용되며 사랑받고 있다.

"이 모든 일 뒤에 뭔가 으스스하고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어요."([스뀌데리 부인], 349면)

[스뀌데리 부인]은 탐정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그 분야의 효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도 한다. 분석적인 추리보다는 직관과 감정에 따라 판단하거나 우연에 힘입어 사건을 해결하는 등 전형적인 추리소설과는 차이가 있으나 미궁에 빠진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 서사를 충실하게 구현하며 스뀌데리 부인이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의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배경으로 연쇄 범죄를 해결하는 허구를 짜 넣고, 그 이야기 사이사이 용의자 올리비에의 이야기와 보석 세공사 까르디야끄의 이야기를 종속 줄거리로 삽입해 들려준다. 고명하고 나이 지긋한 시인인 스뀌데리 부인은 빠리를 공포로 몰아넣은 일련의 강도 살인 사건에 예기치 않게 휘말려 억울한 용의자를 구하고 진범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바닥에는 예리한 현실 비판도 깔려 있다. 배경은 프랑스의 절대주의 왕정이지만 칼날은 당시 프로이센 사회를 향해,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 권력에 굽실거리는 사람들, 무능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사법기관과 경찰 등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또 "인간 영혼의 어두운 측면을 성찰"하는 호프만의 특기가 이 작품에서도 발휘되는데 보석상 까르디야끄는 [모래 사나이]의 나타나엘처럼 트라우마, 집착과 망상 등 인간 심리의 병적 측면을 보여주는 인물로,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병적인 집착 증상을 일컬어 ‘까르디야끄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하인리히 하이네는 낭만주의를 설명하며 호프만이 노발리스보다 더 중요한 작가라 강조하고 이렇게 말했다. "호프만은 그가 만든 기이한 인간들과 함께 이 세상 현실을 항상 단단히 붙들고 있다. (...) 시인도 현실의 땅에 발붙이고 있으면 힘세고 강하지만, 도취하여 파란 하늘에 떠돌아다니자마자 무력해진다." 가장 생경한 일들이 벌어지는 더없이 생생한 현실, 이는 호프만 스스로가 표방한 원칙이기도 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 호프만의 이야기들은 "매우 기이한 꿈에서나 보았던 머나먼 경이로운 세상"까지 독자를 끌고 올라가며 "여태 알지 못하던 느낌"이 가득한 기기묘묘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추천사

호프만은 그가 만든 기이한 인간들과 함께 이 세상 현실을 항상 단단히 붙들고 있다. 거인 안타이오스가 어머니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을 때는 천하무적이었지만 헤라클레스가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마자 힘을 잃었듯이, 시인도 현실의 땅에 발붙이고 있으면 힘세고 강하지만, 도취하여 파란 하늘에 떠돌아다니자마자 무력해진다.
- 하인리히 하이네

목차

황금 항아리
모래 사나이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스뀌데리 부인

작품해설 / 에테아 호프만의 생애와 소설
작가연보

발간사

본문중에서

“여느 때 매우 기이한 꿈에서나 보았던 머나먼 경이로운 세상의 모든 낯선 모습이, 이제는 내 깨어 있는 생생한 삶으로 걸어 들어와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을 나는 보고 느끼고 있잖아.”
('황금 항아리' 중에서/ pp.39~40)

“안젤무스의 행복이란 다름 아니라 시 속에서 사는 것 아니겠소? 모든 존재의 성스러운 화음이 자연의 더없이 깊은 비밀로서 드러나는 그런 시 속에 말이오.”
('황금 항아리' 중에서/ p.122)

“무시무시한 일이 내 인생에 들이닥쳤어!—소름 끼치는 운명이 나에게 닥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나를 뒤덮고 있어.”
('모래 사나이' 중에서/ p.124)

“그대는 실제 인생보다 더 기묘하고 희한한 것은 없으며, 시인은 이 인생을 광택 없는 거울에 비친 듯 흐릿하게밖에 그려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리라.”
('모래 사나이' 중에서/ p.144)

“나타나엘은 음울한 몽상에 빠지는가 하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희한한 행동을 곧잘 벌였다. 모든 것을, 인생 전체를 꿈과 예감이라 여겼다. 누구나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어두운 힘이 잔인하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며, 이에 저항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니 운명이 정해주는 대로 직수굿이 따라야 한다고 줄곧 말했다.”
('모래 사나이' 중에서/ p.146)

“너에게 털어놓건대, 내 마음속에서는 이따금 진기한 일이 벌어져! 담뱃대를 치워놓고 방 안에서 서성거리면 어떤 희한한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이지. 너 자신도 기적이야, 마음속에서 소우주가 마법을 부리며 너에게 갖은 기막힌 장난을 부추기는 거야.”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중에서/ p.235)

“유념하게, 모든 분별 있는 사람의 판단에 따르면 나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인물이고, 친애하는 발타자어, 자네도 알다시피 이런 인물은 기이하게 행동하며 마음 내키는 대로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일 수 있지. 더욱이 이 모든 말 뒤에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 있다면 말일세.”
('키 작은 차헤스, 위대한 치노버' 중에서/ p.279)

“운명이 벼락처럼 살기를 품고 우리를 내리쳐 파멸시킬 때, 밤낮과 시간을 가리던가요?”
('스뀌데리 부인' 중에서/ p.321)

“도둑을 두려워하는 연인은
사랑할 자격이 없나니.”
('스뀌데리 부인' 중에서/ p.337)

다재다능한 활동을 펼친 호프만은 문학, 음악, 미술을 포괄하는 ‘보편 예술’을 꿈꾼 독일 낭만주의의 화신 같은 예술가다. 당대 독일에서는 그로떼스끄한 묘사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지만 외국에서는 열광적으로 수용되어 에드거 앨런 포, 도스또옙스끼, 보들레르, 발자끄 등이 호프만에 매료되었다. 음악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슈만, 자끄 오펜바흐, 차이꼽스끼 등이 호프만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남겼다.
호프만의 작품은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예술동화와도 차이를 보인다. 호프만은 “신비스럽고 경이롭지만, 평범한 일상생활로 들어가는” 동화를 쓰고자 한다. 현실과 환상의 긴장 관계는 사실과 환몽을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어떤 사건을 ‘숭고한 세상의 경이’로 보아야 할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로 여겨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동 일한 사건을 현실의 시각으로도, 동화의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_황종민(독문학자, 번역가)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E. T. A. 호프만(E. T. A. Hoffman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776~1822
출생지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776년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른스트 테오도어 빌헬름 호프만이었으나, 모차르트를 숭배하여 이후 빌헬름을 아마데우스로 바꿨다. 법학 교육을 받고 쾨니히스베르크, 글로가우, 베를린을 거쳐 폴란드 지방에서 법률관으로 일했다. 1806년 나폴레옹의 진군으로 관직을 잃게 되자, 이를 계기로 음악가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밤베르크와 드레스덴에서 지휘자, 비평가, 공연감독 등으로 일했다. 이 시기에 오페라 [아우로라] [운디네] 등을 작곡했다. 1814년 다시 관직에 나서 베를린의 대법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816년에는 고문관으로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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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괴팅엔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 한양대, 동국대, 한성대에 출강했다. 현재 뉴질랜드에 거주하면서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키치] [이집트 미술] [초현실주의] [현대 미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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