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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꼬 아내와의 칩거

원제 : 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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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70년대 초 일본문단의 새로운 흐름을 대변하는 중심작가 후루이 요시끼찌의 작품집!

후루이 요시끼찌의 대표선집 『요오꼬 아내와의 칩거』.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스물두 번째 작품이다. 인간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유연하고 감각적이지만 날카롭고 생생하며 단단한 서정적 문체로 현대인의 불안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출판사 서평

1970년 제64회 아꾸따가와상 수상작 「요오꼬」와 당시 심사에서 한표 차로 2위를 차지한 「아내와의 칩거」를 묶은 후루이 요시끼찌의 대표선집 『요오꼬ㆍ아내와의 칩거』(창비세계문학 22)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후루이 요시끼찌는 인간 내면에 깊이 파고들어 유연하고 감각적이지만 날카롭고 생생하며 단단한 서정적 문체로 현대인의 불안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품활동을 펼쳐온 일본문단의 대표작가로, 히라노 케이이찌로오의 표현처럼 “일반 독자들이 존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소설가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소설가”다.

‘내향의 세대’ 대표작가 후루이 요시끼찌
제64회 아꾸따가와상 수상작 국내 초역


초기작부터 시종일관 집요하고 꼼꼼하게 인간 내면 문제를 심층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가치가 전도하고 상호침투하는 애매한 양상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후루이 요시끼찌는 당시 다소 편의적으로 사용되었던 ‘내향의 세대’라는 말에 정확히 딱 들어맞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1970년대 초 일본문단의 새로운 흐름을 대변하는 중심작가였다.
‘내향의 세대’란 1970년 전후에 등장한 신진작가를 통칭하는데 후루이 요시끼찌, 쿠로이 센지(?井千次), 오가와 쿠니오(小川?夫), 아베 아끼라(阿部昭), 사까가미 히로시(坂上弘), 고또오 메이세이(後藤明生) 등 주로 1930년대에 출생하여 1970년 전후에 하나의 문학경향으로 의식되었던 문학세대를 말한다. 원래는 1971년 문예평론가 오다기리 히데오(小田切秀雄)가 1960년대 학생운동의 퇴조와 이에 대한 혐오감으로부터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거리를 두기 시작한 당시의 신진작가나 평론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이었으나, 이 작가들이 당시 사회문제나 1960년대 전공투(全共?)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점에서는 반드시 부정적인 명칭만은 아니다.
특히 후루이 요시끼찌의 경우, 주술적이고 민속학적인 주제가 줄거리 전개의 기조가 되고 있는 『고승(聖)』 『거처(栖)』등에서 당시 전공투 세대가 가지고 있었던 근대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선 인간 내면의 탐구, 「요오꼬」

「요오꼬」는 대학생 S가 홀로 등산을 하다 깊은 골짜기 아래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해 몸을 일으켜 이동할 수 없는 요오꼬를 도와 함께 하산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몇개월 후 도시의 전철역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을 계기로 이 둘의의 연애가 시작된다. 방향감각의 혼란은 물론 혼잡한 군중들 사이에서 꼼짝 못하고 그대로 서 있을 정도로 정신적 노이로제가 깊어가는 요오꼬를 치유하고 그녀가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S는 다양한 만남을 시도하는데, 그러한 여러 방식의 만남이 연애의 주요 내용이다. 칠년 전에 양친을 여읜 요오꼬는 현재 두 아이를 둔 언니 부부와 살고 있지만, 그녀의 언니도 이전에 요오꼬와 비슷한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 요오꼬는 언니의 부탁으로 집을 방문한 S에게 질병과 건강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얇은 막’에 머물며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절실하게 고백한다. 처음에는 치료받기를 주저하다 결국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것을 약속한 그녀는 가을 창밖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아, 아름다워. 지금이 내 정점 같아”라고 중얼거린다.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요오꼬」는 1970년 8월 『문예(文藝)』에 처음 발표되었고, 1971년 1월 「아내와의 칩거」와 함께 묶여 카와데쇼보우 출판사에서 『요오꼬ㆍ아내와의 칩거』로 간행되었다. 이 작품은 독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쳤던 작가가 직접 일본어로 번역했던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이나 헤르만 브로흐(Hermann Broch)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77년에는 반 보꾸또(伴睦人) 감독이 영화화하기도 했다.
「요오꼬」는 건강한 인간의 일상보다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 내면을 선명한 이미지로 드러낸다. 작가는 평범한 인간들의 실생활과 괴리된 요오꼬에 대해 무한한 애착을 드러내면서 그녀의 질환도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정신질환을 앓는 요오꼬의 관점에서 일상적인 현실을 거부하고 “자신의 병에 웅크려들고, 자신의 냄새 속에 잠겨들”어가는 그녀의 내면과 행동을 선명하게 묘사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삶의 평범한 반복성과 현대인의 위태로움과 연약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 일상적인 현실과 질환을 앓고 있는 비일상적인 삶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존재하며 상호공명하는 구도 속에 위치한다. 소설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S와 요오꼬의 관계변화는 이러한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의사와 환자 같은 관계로 시작했으나, 점차 그녀의 고통에 공명하게 되면서 S는 요오꼬를 돌보거나 도움을 주는 위치에서 질환에 대한 자기동일화로 인해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거나 도움을 얻는 위치로 전환된다. 이러한 형태로 상호의존적이며 공명하는 두 남녀의 관계는 작품 속에서 주고받는 연애방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설의 중심이 남자 주인공도 아니고 여주인공도 아니며 두사람이 공명하는 관계 자체라고 평가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일상적인 내부 균열과 원시적ㆍ주술적 세계의 틈입, 「아내와의 칩거」

「요오꼬」와 함께 경합을 벌였던 「아내와의 칩거」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고열로 쓰러져 집으로 돌아와 휴가를 내고 몸져누운 남편 히사오와 그를 간병하는 아내 레이꼬의 일주일간을 묘사하고 있다. 원제인 ‘쓰마고미(妻?)’는 고전에서 그 말이 유래하고 있는데 ‘아내와 더불어 그 속에 틀어박혀 사는 것’,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남편 히사오가 일주일간 출근도 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좁은 아파트 밀실에 틀어박혀 지낸다는 뜻에서 이 말을 ‘아내와의 칩거’로 번역했다.
부부가 칩거하는 동안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하는 다양한 비일상성이 부부의 내부에 개입한다. 남편은 평일 낮에는 목격할 수 없는 대낮의 자신의 아파트와 아내를 관찰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아내도 집에서 몸져누워 있는 남편을 “생판 모르는 남자”로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어려울 때마다 남편 모습 속에 생판 모르는 남자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불안해한다.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의 상대에 대한 인식은, 히사오가 “부부가 매일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이해할 수 없게 되”거나 “부부라는 현실”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의외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부를 내부로 볼 때 아파트 옆 단독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건축현장 일을 하는 남자들 무리와 신흥종교를 설파하고 종교집회 참석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노파는 외부세계의 접촉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틈입은 고대적ㆍ원시적인 것이 도시적ㆍ현대적 공간에 침입해 들어옴을 의미한다. 이들은 모두 부부가 반복하고 있었던 비교적 평범한 일상에 불안정하고 익숙하지 않은 파문을 던진다. 일상적인 공간에 개입하는 비일상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는 가치관의 혼동과 혼란 및 관계의 불안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아내와의 칩거」는 외부와 접촉이 희박해진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현실이 무속적이고 이질적이며 생명력 넘치는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 평온한 생활이 위협받는 양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현실을 뒤흔들 수 있는 틈이 생기기는 하지만, 두 남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평형감각 속에서 결국 이들은 다시 하나로 수렴되어가는 결말을 맞게 된다.

추천의 말

초기 작품부터 시종일관 집요하고 꼼꼼하게 인간의 내면적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가치가 전도하고 상호침투하는 애매한 양상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후루이 요시끼찌는 197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정병호(고려대 일문과 교수)

후루이 요시끼찌는 생(生)의, 성(性)의, 성(聖)의 자의성을 문체의 자의성으로 직조하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다. 고로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고 지금이야말로 읽혀야 할 작가며, 나아가 여전히 앞으로 도래해야 할 작가다. 내 생각에 일본어권에서 그와 비견되는 소설가는 오오에 켄자부로오뿐이다. (…) 사랑스러운 들뢰즈=가따리는 일본어를 못 읽기 때문에 후루이 요시끼찌를 모른다. 불쌍한 들뢰즈. 불쌍한 가따리. ―사사끼 아따루(철학자ㆍ비평가)

후루이 요시끼찌는 일반 독자들이 존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소설가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소설가로서, 항상 최신작이 기대되고 주목을 받는 존재이다. ―히라노 케이이찌로오(소설가)

목차

요오꼬 ㆍ 7
아내와의 칩거 ㆍ 157

작품해설ㆍ 233
작가연보 ? 248
발간사 ? 252

본문중에서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요오꼬의 고독과 황홀을, 그는 짧은 시간에 제대로 느낀 것 같았다.
……요오꼬는 길을 따라오다 갑자기 다른 느낌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멈춰서면 주변의 공기가 맑아져 그녀를 둘러싼 사물의 하나하나가, 주변에서 움직이는 인간들의 표정과 몸짓의 하나하나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선명해지기 시작하여 부자연스러울 만큼 선명해지고, 흡사 깊은 뿌리에서 끊임없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새롭게 날카로워져 그녀의 감각을 매혹한다. (84면)

“병원에는 가지 않아도 괜찮아.” 그는 입술을 댄 채로 속삭였다.
“이대로는 역시 생활할 수 없어.” 요오꼬는 언니와 똑같은 말을 했다.
“해나갈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이 방에 이렇게 틀어박혀 있으면 그렇지.”
“거리를 걸어다닐 때에도 이 방과 똑같은 어둠을 네 주변에 마련해줄게.” (144면)

“억지로 헤치고 들어가려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려는 것도 아니고, 너의 병을 꼭 끌어안으려는 것도 아니고, 너를 병으로부터 끄집어내려는 것도 아니야…… 나 자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중간한 면이 있거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마주 보고 함께 먹으며 있을 수 있는 거야. 난 지금 네 앞에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 (154면)

땅에 서 있는 모든 것의 한쪽 면이 붉게 타고, 짙은 그림자가 똑같은 방향으로 끈끈하게 흐르며 자연스러움과 괴이함의 경계에서 아주 조용해졌다.
“아아, 아름다워. 지금이 내 정점 같아.” (155면)

온몸에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혼이, 그보다는 몸의 느낌이 몸에서 퍼져나와 뜰에 가득 차 고통스러워지더니, 쑥 하고 오그라들어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밖의 소리를 감싸고 쑥 하고 짙게 되어 들어온다. (…) 몸 전체가 미세하게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무릎을 가만히 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다시 퍼져나오기 시작한다…… (214~15면)

거실의 전등은 꺼져 있고 어둠속에 두장의 이불이 정연히 깔려 있다. 그 가운데 남자들의 음란한 노래가 무겁게 들어차 있었다. (…) 그의 감각도 자연히 안으로 갇혀 밖으로 퍼져나갈 힘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인지, 순간적으로 그는 그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곳을 종잡을 수 없었다. 주인이 없는 침실에 수많은 목소리만이 짙게 들어차 있었다. (221~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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