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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사랑 미움 욕망.. 내 안의 소용돌이들

    “걷잡을 수 없었다.
    욕망이 커서 미칠 것 같았다”


    [계약자]는 선자은 작가의 [제2우주] 후속작. 선자은 작가는 [펜더가 우는 밤](2011)으로 제1회 살림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출간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제2우주]는 선택의 끝에서 또 다른 우주에서 존재하는 자신을 만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많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았다.
    [계약자]는 2011년 계간 "어린이책이야기"에 연재한 소설이다. 하지만 같은 소설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제목부터 결말까지 크게 달라졌다. 책을 출간하면서 빼놓은 부분을 첨가했고, 한 권의 책에서만 읽혔으면 하는 부분을 다시 써서 넣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 미움, 욕망.. 자칫 청소년들은 그러한 것이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선자은 작가는 ‘계약자’라는 존재를 통해 십대 소녀 홍알음에게 자신 안의 여러 가지 감정, 소용돌이를 일깨워준다.
    주인공 홍알음은 친구 소희의 짝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빈집에서 ‘계약’이라는 알 수 없는 의식을 치르는 데 따라간다. 그리고 그날 밤 알음의 꿈에는 “보려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거미처럼 생긴 괴물이 나타난다.
    요즘 복잡하게 얽혀버린 집안 분위기 탓인가. 알음의 엄마는 자상하고 정이 많다 못해 여자관계가 복잡한 아빠에게 휘둘리기만 하다가 결국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의 아이까지 맡게 되었다. 갑자기 집에 들어온 이질적인 존재에 몸서리치는 알음은 아이에게서 꿈에서 본 ‘괴물’을 느낀다. 게다가 그 아이는 아빠의 ‘아들’이라고 굳게 믿는 할머니의 사랑까지 독차지해버렸다.
    알음은 친구 소희가 짝사랑하는 신율에게 끌리면서 소희에게 질투를 느낀다. 다시 알음의 꿈에 나타난 계약자는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라고 말한다. 알음은 계약자가 소희가 아니라 자신에게 나타났다는 사실에 묘한 희열을 느끼며 계약자에게 ‘그 아이를 없애줄 것’을 소원으로 빈다.
    알음은 소희 몰래 신율과 가까워지고, 불량스러운 소문을 가진 나비진 패거리와 어울려 편의점 습격 사건에 얽히고...
    소희와의 관계는 점점 틀어지고, 알음은 원래 가지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헷갈리게 된다. 알음은 다시 나타난 계약자에게 계약을 취소해달라고 말하지만, 계약자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걸까. 알음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던 계약자는 과연 누구인가. 알음은 그의 존재에 대해 깨닫는다...

    작가의 말
    어두운 밤, 사물이 낮 동안 머금은 빛을 다 잃어 깜깜한 밤이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가 덩어리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무언가의 그림자 같았지만, 그림자보다는 덩어리에 가까웠다. 입체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딱히 움직이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일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까만 어둠 속에는 조금씩 명암을 달리하는 다른 어둠이 있었다.
    “넌 뭐냐?”
    나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궁금증을 못 이겨 묻고 나니 민망했다. 분명 별것 아닌 어둠이 자아낸 요상한 그림자일 뿐이었다. 대답이 돌아올 리도 없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대답을 바라는 양 묻다니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때 무슨 말인가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듣지 않았다. 내 안에 꽁꽁 숨겨두었던 말은 아직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알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말이 많이 있었다.
    얼마 뒤, 덩어리는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다시 뭔가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에게 찾아와준 게 고마울 때도 많았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계약을 지켜나가고 있다. 나의 계약자는 밤마다 자꾸 나타나 무엇인가를 쓰라고 한다. 졸린데 잠을 못 자게 머리를 어지럽힌다. 지독한 계약자다.

    목차

    빈집

    의식

    별것 아닌 녀석

    꼬이다

    계약자

    새 친구는 시작을 가져오리라

    가지고싶은 것을 가져라

    거짓말은 나쁘지 않다

    노력하는 자는 승리한다

    우연을 만드는 것은 의지다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

    사라진 것을 찾지 마라

    행복한 생일이 되길

    악몽

    궁지에 몰린 쥐는 깨문다

    사건과 사고, 내가 바라던 것

    혼자가 되어야 원하는 걸 얻는다

    계약은 돌이킬 수 없다

    본문중에서

    “야, 이 미친놈아!”
    갑자기 엄마가 소리를 꿱꿱 내질렀다. 미친 것처럼 구는 엄마와 차분한 아빠 목소리가 대조적이어서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미린이는 또 누구지? 새로 붙은 여자? 그런데 죽었다고?
    엄마가 지르는 비명이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아빠가 내버려두고 있는 것 같아서 나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안방으로 뛰어들다가, 약간 열린 문 앞에서 멈췄다. 문틈으로 엄마와 아빠가 보였다. 엄마는 울고 있었고, 아빠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애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빠가 꿇은 무릎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알음아, 나와 봐.”
    한참 뒤 방에서 나가 보니 소파 위에 그 애, 다움이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미린이라는 여자의 어린 아들.
    (/ p.16)

    “나 무서우니까 옆에 있어주기나 해.”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소희는 내 손을 꼭 붙잡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세상에, 주문이라니. 마법 세상도 아니고 샤먼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도대체 왜 중학생 애들은 이런 걸 믿는 걸까? 열다섯쯤 되면 다 컸다고 하면서도 어이없는 귀신 소문들을 심심찮게 입에 올렸고, 게다가 반 이상은 믿었다. 마치 산타클로스를 믿는 어린애들처럼. 다들 현실을 지독하게 겪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나처럼 아빠가 어디서 어린애를 데려와 맡기는 일이 생겨야 허황된 뜬소문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다들 배가 불렀다니까. 말로만 자신이 불행하다고 떠들지 사실은 불행한 게 뭔지도 모르면서!
    (/ pp.18~19)

    “계약자?”
    나는 겨우 기억해낸 단어를 내뱉었다. 상대가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끄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지고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물어야 했다.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해야 할까. 눈앞에 나타난 괴이한 형상을 눈으로 좇으면서 가만히 있는 것은 힘들었다. 두려움이든 호기심이든 괴물은 나를 유혹하며 잡아끌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괴물은 정말 나를 유혹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괴물이 이런 말을 할 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았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괴물이 마치 내 바람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는 점이다. 악몽 속에서 잠시 조우했던 것으로는 들킬 수 없는 속내다.
    계약은 시작되었다.
    괴물이 다시 말했다. 귀로 들리지는 않지만, 들리는 목소리로. 내 몸이 동굴이라도 되는 양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계약. 계약. 계약. 또 계약이다.
    문득 소희와 빈집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소희는 교실에서 이상한 주문을 외운 것처럼 그때도 중얼거렸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귀신과 계약을 맺기 위해서 그랬다. 그래, 이건 소희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맺은 계약이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
    “잘못 아셨어요. 제가 아니에요.”
    귀신인지 괴물인지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자세히 해명할 수도 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기회고 운명이다. 정말 계약이라는 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으나, 정작 상대 계약자는 나에게 찾아왔다. 소희가 아니라.
    왜인지는 모르나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시시껄렁한 소원 따위를 비는 소희는 이런 횡재를 할 자격이 없다. 계약자도 그걸 알기에 나에게 온 게 분명하다.
    “좋아요. 그럼 저는 무엇을 드리면 되죠?”
    소희가 한쪽 귀가 따가울 정도로 떠들던 계약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수다를 흘려들은 일을 후회하게 될 줄이야. 만화와 영화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대부분 치명적인 것을 요구했다. 수명을 조금씩 빼앗아간다든가.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거나. 나는 순순히 목숨 따위를 내어줄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아무것도.
    그걸로 끝이었다. 계약자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 pp.51~53)

    내가 왜 그랬을까. 나와 율 사이에 소희가 있다는 걸 왜 간과했을까.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라? 계약자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늘 일은 다른 애들 입으로 분명히 전해진다. 소희에게 고백해야 한다. 약간의 거짓말을 덧붙여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났다거나 그런 선의의 거짓말.
    난 그저 피겨가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피겨였어.
    진실을 되뇌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피겨가 아니라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 p.9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1~
    출생지 -
    출간도서 23종
    판매수 7,408권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와 단국대 대학원에서 글공부를 했어요. 그림책부터 청소년 소설까지 재미있는 상상이 떠오르면 글로 써서 책을 내지요. 지은 그림책으로는 『단골손님』 『달이네 추석맞이』 『꼬마 해녀와 물할망』 등이 있고, 동화책으로는 『예쁜 얼굴 팝니다』 『위험한 친구 마니또』 등이, 청소년 소설로는 『빨간 지붕의 나나』 『펜더가 우는 밤』 등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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