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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방식으로 굴러라, 공! : 박하령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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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 여기, 현실적인 청소년들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1권, 『굴러라, 공!』이 출간되었다. 『굴러라, 공!』은 속도감 있는 전개, 현실적인 소재와 명징한 문장으로 청소년문학의 현재를 짚어주는 박하령 작가의 장편소설로, 한 학교에서 일어난 자전거 도난 사건에 얽히고설킨 고등학생 다섯 명의 이야기를 연작 형식으로 그려냈다.

고등학교 1학년 정하윤은 교묘하게 반의 평화를 깨고 폭력을 양산하는 같은 반 남학생, 주홍모를 응징하고 싶다. 방법을 생각하던 어느 날, '조심'이라는 글씨가 적힌 공에 맞은 후 홍모가 며칠 동안 조용해지자 여기에서 '공 굴리기'를 착안해낸 하윤은 자신이 의도한 대로 공이 구르기를 바라며 홍모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의 걸쇠를 푼다. 하지만 하윤의 바람과 달리 공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리고 만다.

출판사 서평

”SNS 중독, 불법 도박, 내 말이 다 맞아……
이거, 우리만 그런 거 아니지?”
십 대들의 속마음을 세밀하게 파헤치는 다섯 가지 이야기

도덕과 정의를 중요시하는 고등학생 정하윤은 같은 반 남학생 주홍모가 남자애들을 상대로 반 여자애들 외모 순위 인기투표를 하고 이를 공유한 것에 화가 나 있다. 홍모의 장난은 재미있지만 언제나 피해자가 생기는 구조라, 하윤은 이 또한 아니꼽게 보고 있었다.
하윤의 절친 한시연은 이런 하윤의 행동이 가식적이고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홍모가 인기투표를 한 것을 선생님에게 일러바치려는 하윤을 말리면서,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자기 주장만 밀어붙이는 하윤의 행동이 엄마의 모습과 닮았음을 인식한다.
시연이 깨달음에 빠져 있든 말든, 고민 끝에 ‘공 굴리기’라는 방식을 생각해 낸 하윤은 어느 날, CCTV의 감시를 피해 홍모가 타고 다니는 비싼 자전거의 걸쇠를 풀어놓는다. 더 이상 과한 장난을 치지 말라고 홍모에게 간접적으로 경고를 던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나를 향한 갈채 같은 바람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내일 홍모는 자기 자전거의 걸쇠가 없는 걸 보고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CCTV가 있으니 자전거를 훔쳐 가는 간 큰 행동을 하는 애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걸쇠가 없어졌다는 건 그 가능성을 예시하는 것이니 긴장하지 않을까? 테니스공으로 맞고 난 뒤처럼 말이다.

_본문 중

그런데 다음 날, 홍모의 자전거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전거 도난 사건이 벌어졌으나, 계도 차원에서 자진 반납의 기회를 주겠다는 학교의 공고문이 전교생이 다 보는 게시판에 붙는 바람에 하윤이 굴린 공은 하윤의 손을 완전히 떠나 제멋대로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공의 궤도는 SNS에 목숨을 거는 연예인 지망생 손지희,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홍모의 꼬붕을 자처하는 정인섭을 지나 하윤의 원래 타깃이자 헛헛한 마음을 달래느라 게임, 스포츠 토토 등에 손을 대 도파민을 긁어모으는 홍모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궤도를 따라 돌이 가득한 운동장에 던져진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를 것만 같았던 다섯 아이의 과거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속마음 또한 조심스럽게 펼쳐진다.

남들이 보기엔 꼬붕 노릇을 하는 내가 속없는 놈으로 보이겠지만, 상관없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난 남에게 솔직하게 내 속을 열어 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 누구와도 특별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게 외롭거나 괴롭지도 않다. 그건 아쉬운 게 있는 애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난 아쉬운 게 없다. 바라는 게 없으니까.

_본문 중


굴러가는 공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우리가 그려야 할 삶의 모습들

『굴러라, 공!』은 2020년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박하령 작가의 소설집, 『나의 스파링 파트너』에 실린 동명의 단편을 발전시킨 연작소설이다. 단편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하윤의 목소리 외에도 하윤이 굴린 정의의 공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하윤의 의도와 다르게 굴러가는 과정, 그리고 한 사건에 대한 다섯 학생의 각기 다른 시각과 입장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종종 화제가 되곤 하는 연예인들의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말이다.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읽는 즐거움을 주는 데서 한층 더 나아가 다섯 아이의 속마음을 빌려 타인과 교집합을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사고의 폭을 보다 깊고 넓게 만들어준다.
해가 갈수록 ‘나는 예외다’ ‘나만이 특별하다’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사회에 더욱 팽배해지고 있다. 『굴러라, 공!』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이타적인 삶의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정의의 공’이 되어줄 것이다.

비록 좌충우돌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각자의 공을 건강하게 잘 굴리고,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공이 굴러가도록 끝까지 지켜 내기를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_작가의 말 중

추천사


대가는 치러야 맛! ? 공 굴리기: 정하윤
싫고 싫어서 싫은데 어쩌지? ? 내 식대로 빛날 권리: 한시연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 나 좀 좋아해 주라: 손지희
다윗과 골리앗이 함께 사는 법 ? 낮은 포복으로 각자도생: 정인섭
헛헛해. 주목받고 싶어 ? 칭찬은 때론 독이 된다구: 주홍모

목차

대가는 치러야 맛! ? 공 굴리기: 정하윤
싫고 싫어서 싫은데 어쩌지? ? 내 식대로 빛날 권리: 한시연
나는 인증한다. 고로 존재한다 ? 나 좀 좋아해 주라: 손지희
다윗과 골리앗이 함께 사는 법 ? 낮은 포복으로 각자도생: 정인섭
헛헛해. 주목받고 싶어 ? 칭찬은 때론 독이 된다구: 주홍모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홍모는 나쁜 짓을 했으므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숙제를 안 해 오거나 규칙을 어겼을 때 벌을 받듯이, 잘못에는 그것만큼의 대가가 있어야 하는 법. 주홍모가 우리 반 여자애들 외모 순위 투표를 남자애들 단체 톡방에서 한 건 명백한 잘못이다. 아무리 재미 삼아 했다고 우겨도 그로 인해 여자애들이 받을 피해는 엄청나다.
_9쪽

홍모의 뒤통수에 대고 조용히 키득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나 역시 '쌤통!' 하며 이 사건을 관찰자의 입장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걸쇠를 푼 사람은 바로 나니까. 내가 도둑질을 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도둑질을 도운 셈이 된 거다. 본의는 아니지만 말이다. 아니, 조금 더 확대 해석을 해 보면 어쩌면 내가 걸쇠를 풀어 놨기 때문에 누군가가 도둑질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_28쪽

“네 눈엔 내가 이렇게 보이나 보네?”
“어. 너 이렇게 생겼어.”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꼭 집어 말한다. 그래, 좋다 이거야! 자기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고 치자. 근데 얜 빈말이란 것도 모르나? 팩트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친구 마음 읽어 줄 줄도 모르면서. 완전 유연성 제로다.
항상 이런 식으로 내 감정을 마구잡이로 건드려 놓는 바람에 요새 난 하윤이 하는 말에 다 삐딱선을 타게 된다.
_43쪽

자신은 뭐든지 다 안다는 말투. 네가 뭘 아냐, 내 말대로 해라,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 네 머릿속을 나는 다 꿰뚫고 있다, 내가 모를 줄 아냐? 뻔할 뻔 자다, 나는 너 같은 생각 안 해 본 줄 아냐?
하윤의 모습에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왜 요새 하윤에게 미친 듯이 화가 났는지를. 정확하게 짚자면 내 잠재의식의 어느 부분이 건드려진 건지를 알 것 같다. 누군가가 계속 나의 아킬레스건을 잡고 튕기는 기분이 들어서였던 것이다.
_55쪽

난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이렇게 교육을 받았다.
“드라마 촬영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연줄이 되니까, 거기 스태프분들한테 인사 잘해야 해.”
그래서 항상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그때부터 인사를 잘한다고 칭찬받아서 그런지 지금도 인사에는 유난히 더 특화된 듯하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엄마는 늘 이렇게 지적했다.
“사람들이 너 알아보잖아. 바른 자세!”
그래서인지 난 남을 많이 의식하면서 살아왔다.
_72쪽

인증하지 않으면 내 존재 자체가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느 게 진짜 나인지 괴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땐 무조건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살아 있는 한 바퀴를 계속 굴려야 하니까 멈출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브이로그를 찍다가 본의 아니게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학교 운동장 개수대 위에 폰을 올려놓고 촬영 버튼을 눌러 놨는데, 집에 와서 편집하려고 영상을 켜 보니 애들 둘이 싸우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처음엔 남자애들의 흔한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지우려고 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우리 반 홍모와 인섭의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됐다.
_84쪽


홍모는 장난은 좀 심하지만 거친 애가 아니고, 오히려 과잉보호를 받으며 커서 유약한 편이니까. 내가 완급만 잘 조절하면 아주 좋은 파트너로 지낼 수 있는 애다.
남들이 보기엔 꼬붕 노릇을 하는 내가 속없는 놈으로 보이겠지만, 상관없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난 남에게 솔직하게 내 속을 열어 보이고 싶지도 않고, 그 누구와도 특별히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게 외롭거나 괴롭지도 않다. 그건 아쉬운 게 있는 애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난 아쉬운 게 없다. 바라는 게 없으니까.
_99쪽


애들은 종종 자기 운동화나 안 쓰는 게임기 같은 걸 중고나라에 팔아먹었다. 집안 물건을 팔아먹는 건 나쁜 짓이지만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을 내다 파는 건 재활용이고, 아나바다 운동의 일종이고, 나아가 환경 보존에도 일조하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합리화까지 했다. 그래서 나도 별 죄의식 없이 캐주얼하게 한물간 아이템인 자전거를 팔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홍모에게 총알이 생기면 꾼 돈을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내 발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_112쪽


뭐든 익숙해진다는 건 무서운 일인 거 같다. 박정만의 “또 보자”가 불길하게 와닿았던 이유가 바로 이거다. 하지만 난 정말 정말 이번까지만 할 생각이다. 이번에 들어온 총알로 세뱃돈 다 날린 거 반만이라도 회수하면 다시는 안 할 거다. 그러니 박정만을 다시 볼 생각은 절대 없다.
_135쪽


그렇게 계속 되씹다 보니 그게 뭔지 알 것만 같았다. 먹어도 배고픈 것 같고, 씻어도 찝찝한 것 같고, 지갑에 용돈이 가득 들어 있어도 부족한 거 같고, 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운 거 같고. 아, 그래,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느낌이랄까? 중독의 다른 이름은 결핍이라던 말까지 더불어 이해가 가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왜 헛헛한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_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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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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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하령은 서울 출생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글을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다가, 이 땅의 오늘을 사는 아이와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본격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2010년 『난 삐뚤어질 테다!』가 ‘KBS 미니시리즈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2014년 『의자 뺏기』가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앞으로도 재미와 의미가 잘 어우러진 양명한 청소년소설을 쓰기 위해 계속 고민 중이다. 대표작으로 『의자 뺏기』 『기필코 서바이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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