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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인의 말

제1부 모름지기

12 참
13 모름지기
14 눈웃음
15 장미薔薇
16 인연의 끈
17 두서頭緖없는
18 봄바람 2
19 풀꽃에 경배하며
20 시인의 언덕에서
21 구월은 가고
22 단풍꽃
23 사색을 한다는 것
24 시작
26 갈대꽃
27 푸른 열정

제2부 순수의 기억

30 순수의 기억
31 엄마
32 산촌
34 뒷동산 접동새
35 분교에서 본교로
36 하굣길
37 매미
38 반딧불이
40 적상산 숲길
41 산사야색山寺夜色
42 들꽃
44 산중 새벽
45 산 그리고 구름
46 순둥이
47 서울 가던 날
48 버리지 못한 얘기

제3부 나이테

50 세욕洗慾
51 해바라기
52 너에게 가는 속도
53 웃으며 살아가는 나무
54 나이테
55 물비린내
56 비밀
58 옥상 텃밭
59 이른 감기
60 산골 밥집 채옥산방
62 짜장면
63 사랑의 온도
64 인사동 길
66 독도, 그 섬에 갔었다
68 가을의 샹송

제4부 강과 나무

70 아침 산책
72 익모초益母草
74 금강錦江
76 달집 하늘 보내기
77 보뚝길 각시바위
78 강과 나무
80 창벽蒼壁
82 장깃대 나루터
84 퇴석退石 누운 자리
86 강은 흘러야 한다
88 알리움 피던 날
90 수촌리 고분군에서
91 하모니카 희열 한 잔
92 화백花栢 나무숲에서
94 해오름

제5부 순환

98 어떤 날
100 백담사百潭寺
102 춘몽春夢
103 오카리나
104 소주
105 장미 2
106 산수유
107 달짝지근한 날
108 순환
110 빗물
112 하늘물
114 산 촉촉 비는 내리고
116 물모이
117 충무로 비는 내리고
118 행운아
119 남한강 스며드는 길

**참

참이라는 말은 진짜라는 말이다
나무에 참을 붙이면 참나무
꽃에 참을 붙이면 참꽃
나물에 참을 붙이면 참나물
마음에 붙이면 참마음
하늘에 참을 붙이면 푸른하늘 되는 거다
너에게 가는 사랑은 참사랑
가장 큰 참이 붙는다
사람아, 마음 들뜨는 오늘은 참이다

**모름지기

아이야,
너의 눈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빛이 바래 흐려졌어도
너의 눈을 올바로 볼 수 있어 좋다

어느 날 눈이 힘을 잃은 것을 알았을 때
당황하는 모습이 씁쓸하여
먼 하늘 올려보곤 했었다

아이야,
싱그러운 너의 모습을 본다
티 없는 순수를 본다
걱정 하나 없는 해밝은 웃음을 본다

힘 잃은 눈이라도 나는 좋다
너의 눈을 바라보아
사랑의 마음이 솟아남으로
살아온 날이 이 순간에 머무름으로

**순수의 기억

까르르 웃었을 것이다
웅얼웅얼 나만의 언어로 소리 내고
울기도 하고 뒤집기하고
발버둥 치다 기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날 엉거주춤 일어서고
뒤뚱뒤뚱 걸었을 때 어떤 표정 지었을까?

좋거나 싫거나 놀거나 배고프거나
웃거나 칭얼거리거나 전부인 아가
허겁지겁 엄마 젖을 물어가는
천진난만 웃는 아기를 기억한다

아니다,
기억의 시작은 도랑물 흐르는
앞만 보고 뛰어가는 골목부터다
그저, 뛰어다니는 것이 전부였던 그 골목

**엄마

첫아기 보듬은 엄마는
온 세상을 얻은 게 분명하다

첫사랑 둥근달로 차오르고 첫울음 소리
온 마음 사르르 녹았을 테니

초롱초롱 눈동자
참세상 품으로 왔을 테니

엄마가 웃는다
아기가 싱긋 웃는다

**나이테

내 안에 나이테가 자란다
아니다, 나무 닮고 싶다고 자랄 리 없다
가지 뻗을수록 커가는 나무
묵묵한 수행을 어찌 견줄 수 있을까

어릴 때는 얼릉 나이 먹고 크기를 바랐다
나이가 들면 옹골차지는 줄 알았다
커가는 나이가 나이테라면
내 몸에도 둥그런 나이테가 있어야 하는 거다

오장육부 훑어보아도 어림없는 나이테 흔적
줄기 하나 자라지 못하는 내 몸 어디에도
둥그런 아량은 한치도 안 보인다

내 몸에도 자랐으면 좋겠다
둥글둥글 나이테

**하모니카 희열 한 잔

청포도 굵어가는데 백합은 피고
붉은 나리 도라지꽃 환하게 핀 화단
여름이 앉는다
해밝은작은도서관 책 꽃 향
마음이 앉는다
작은 마음 작은 생각 작은 포부 작은 봉사
시가 열리고 문학이 열리고 인문이 열리고
마음 놓아두는 가슴이 열린다
얼굴 환히 피는 작은 마을 수촌리
곡조를 타고 넘는 하모니카,
추억을 담고 사랑을 담고 파도를 담고
백조의 호수를 걷는 여인이 온다
예스터 데이, 렛 잇 비를 흥얼거리고
헤이 쥬드에 빠지던 날이 있었다
내 나이 서른 즈음에 무엇을 했던가
러브스토리, 하얀 눈이 아려온다
하모니카 희열 한 잔 무심한 세월을 나무라고
쉼 없을 내 마음
노을 물드는 뱃머리 하늘을 펼친다

**달짝지근한 날

여름이 오는 길목쯤 내리는 비
시원한 바람이 온다
얼굴 적시는 비는 간지러움이 아니다
보슬보슬 오시는 비
조금씩 하늘로 오르는 나를 만난다
비가 되어 비로 내린다
혀끝에 닿는 빗물
어린 날 논두렁 길
들떠 뛰던 달콤함이 신기루처럼 살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