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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정류장 : 지희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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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지희재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18년 12월 30일
  • 쪽수 : 9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28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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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남해 설천면 감암마을에
    시골 버스를 기다리는 배롱나무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며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조난신호를 외면한 막차
    정류장 간이의자에 주저앉아버린 길
    입을 꾹 다문 붉은 꽃이 더 붉어졌다

    제 발등 제가 찧는 붉은 꽃
    백일 동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수박이 해를 품는 팔월이었다
    -「배롱나무 정류장」 전문

    이 시를 두고 심각한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오독에 이를 공산이 크다. 시인은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를 막차를 기다리는 조난자에 비유한다. 배롱나무꽃의 황홀하고 붉은 지속을 속절없는 기다림으로 변주한다. “수박이 해를 품는 팔월”의 풍경을 단순성의 미학으로 포획한다. 이처럼 시인의 생명의식이 유쾌하고 경쾌한 감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윙윙윙」과 같이 의성어를 활용한 언어유희(pun)가 좋은 예가 된다. 선풍기의 날개를 청소한 뒤에 선풍기가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인 내 생과 닮았다”라고 하면서 “지치지 않는 바람이 내 겨드랑이를 들춘다/가렵다”라고 끝맺음한다. 일상의 반복에 그치지 않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을 수 있다는, 비상의 가능성을 예감한다. 의성어를 활용한 쾌활한 감수성은 「구구 만물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갈 데까지 가 봤다는 만물상 주인 박씨

    막다른 골목에서 먹은 마음 다 토했다

    다 필요 없다 다 소용없다 혀를 깨문 독백

    늦은 저녁밥을 구하는 비둘기 한 마리 구구

    절절한 우울을 물어갔다

    교실 밖은 살벌한 경제학 개론 수업이 뜨겁다

    그의 눈에는 무엇이든 다 돈

    삐걱거리는 의자가 자세를 고쳐 앉는다

    만취 상태가 그를 다 쏟아내는 밤이다

    구구구 아직도 떠도는 배고픈 밤 비둘기

    만물상 주위를 맴돌고 있다
    -「구구 만물상」 전문

    시 속의 주인공인 “만물상 주인 박씨”는 가난과 고통에 처해 있다. 울분을 술로 달래지만 “삐걱거리는 의자가 자세를 고쳐 앉는” 세상의 타자가 되었다. “만취 상태가 그를 다 쏟아내는 밤”에 배고픈 비둘기 한 마리가 그의 토사물을 먹는다. “구구구 아직도 떠도는 배고픈 밤 비둘기”라는 진술에 이르러 슬픈 풍경에 더 큰 공감을 얻는다. “그의 눈에는 무엇이든 다 돈”이듯이 “비둘기”에게도 그가 토한 음식조차 다 저녁밥이다. “박씨”나 “비둘기”나 현실은 충족되지 않는다. 비둘기의 울음소리인 “구구”를 공유하는 유사 종족에 가깝다. 이처럼 의성어를 동원한 경쾌한 감각은 냉소나 풍자와 거리를 지닌다. 차가운 시선이 아니라 따스한 응시를 통하여 이와 같은 표현을 얻는다. 이처럼 시인은 현실의 절망조차 선연한 감수성으로 드러낸다.
    「오후 세 시의 성지곡」에는 “꽃은 피어서 악기가 되고 내 모든 기억들은 눈을 떠 무언의 축가를 부른다”라는 구절이 있다. 시인이 지향하는 시법과 무관하지 않은 진술이 아닌가 한다. 노래하는 꽃과 축가가 되는 기억은 서로 상응한다. 시인은 유년의 빛을 지각함으로써 자아의 감옥을 벗어나 사물과 교응하고 타자와 교감한다. 「연화리 등대」와 같이 “방파제를 일으켜 세우는 하얀 포말 말떼를 몰았다”라는 경쾌한 느낌과 더불어 “난파한 꿈의 조각을 들고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라는 현실 인식을 병행한다. 사물과 풍경에 대한 꿈과 타자의 삶에 대한 경애의 마음은 서로 별개가 아니다.

    추천사

    인간이 인간을 찬양한다는 것은 따뜻한 사랑이 되고, 따뜻한 사랑은 상징의 꽃이 된다. 배롱나무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되고,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은 입을 꾹 다문 붉은 꽃이 된다. 백일동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오지 않는 막차, 기다림에 지쳐 제 발등 제가 찧는 붉은 꽃-. 이 기다림, 이 그리움은 ‘수박이 해를 품는 팔월’이 되고, 이 팔월의 해는 최고급의 인간 사랑의 상징이 된다. ‘수박이 해를 품는 팔월’의 기적-, 요컨대 지희재 시인의 [배롱나무 정류장]은 아름답고 행복한 삶에 대한 찬양이자 구원의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 반경환 애지 주간 및 철학예술가

    목차

    차례

    시인의 말 5

    1부

    구구 만물상 12
    안목眼目 13
    육쪽마늘 14
    눌러 쓴 모자 아래 15
    도마 16
    윙윙윙 17
    나마스테 18
    연예인 19
    화분 농사 20
    금음리 우물 21
    댄스댄스 22
    로터리 실비식당 24
    베란다 가족 25
    배롱나무 정류장 26
    숟가락 27
    구피 28
    선인장 30
    사랑 31
    신발 32
    물푸레나무 의자 33

    2부

    벌노랑이 36
    오후 세 시의 성지곡 38
    보리암 39
    때 41
    합장묘 42
    개인전 - 달력 43
    개인전 - 화장 44
    개인전 - 십원 45
    개인전 - 벽시계 46
    개인전 - 손목시계 47
    개인전 - 아메리카노 48
    개인전 - 호박 49
    내연산 50
    보경사 탱자나무 51
    수풀꼬마팔랑나비 52
    동백섬 53
    나비와 회화나무 54
    만복국수 55
    살구나무에 빚지다 56
    스크린도어 57

    3부

    죽방멸치 60
    아르바이트생 61
    손 62
    다대포에서 63
    타로점 64
    무화과나무 65
    미조항 66
    동성호 67
    길을 잃은 개 69
    아, 우산 70
    밟히다 71
    길고양이 72
    이모네 순대국밥 73
    은행잎 74
    심야버스 75
    연화리 등대 76
    빈 차 77

    해설꽃피는 꿈과 비상하는 나비의 노래구모룡 80

    본문중에서

    남해 설천면 감암마을에
    시골 버스를 기다리는 배롱나무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며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조난신호를 외면한 막차
    정류장 간이의자에 주저앉아버린 길
    입을 꾹 다문 붉은 꽃이 더 붉어졌다
    제 발등 제가 찧는 붉은 꽃
    백일 동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수박이 해를 품는 팔월이었다
    (/ '배롱나무 정류장'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지희재 시인은 경남 남해에서 출생하였다. 시집으로는 『도시의 낙타』, 『승천하는 나무』,『배롱나무 정류장』이 있고, 부산문인협회 사무차장을 역임하였다. 2014년, 2018년 문화예술발전기금을 받았으며,『문학도시』작가상과 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이 인간을 찬양한다는 것은 따뜻한 사랑이 되고, 따뜻한 사랑은 상징의 꽃이 된다. 배롱나무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되고, 시골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의 마음은 입을 꾹 다문 붉은 꽃이 된다. 백일동안 노을이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오지 않는 막차, 기다림에 지쳐 제 발등 제가 찧는 붉은 꽃----. 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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