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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을 전후로 일찍이 미국에서는 일본의 경제외교가 학술연구 대상으로 주목을 받는다. 나아가 1990년대에 들어 정부개발원조 부문에서 일본이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 원조 공여국이 되면서 정치 외교적으로 일본의 경제외교는 세계적인 관심을 끈다.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국제정치에서 어떤 행보를 해왔는지에 대해 경제외교 측면에서 고찰했다. 경제외교의 대상은 자원, 자본, 기술, 노동, 국제협력, 시민단체, NGO, NPO 등 다양하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자본분야의 정부개발원조(ODA)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은 비교정치, 일본정치, 외교정책, 국제정치, 국제관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참고가 되리라 기대한다.

원조외교 선진국이라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등을 들 수 있다. 원조외교는 한국에게 미개척분야이다. 그러나 IMF 위기 이후 한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그에 걸맞은 원조외교를 전개할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한국의 원조외교 연구의 발전을 기대한다.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도 한국의 원조외교 연구에 디딤돌이 되고 비판의 대상이 되어 널리 활용되는 데에 있다.
19세기 말 이후 일본은 국제정치 무대에 ‘주역’으로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일본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조역’으로 조용한 나라였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일본은 다시 ‘주역’이고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있지만 일본의 정치외교에 대한 평가는 대개가 부정적이다. 반면 경제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흐름에서 일본이 어떤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했는가를 다룬다. 일본의 정치외교가 부정적이었기에 전후(戰後) 일본은 정치군사적 모습을 국제무대에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경제적 모습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보이는 경제에 대한 ‘하나의 모습’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탈냉전 이후 일본의 모습이 정치외교에서 보이기 시작했으며,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면서 보수우경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 정치외교에서 보이는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경제적 차원에서는 이미 탈냉전 이전부터 보였던 모습일 것이다. 부연하면, 현재까지의 일본의 경제외교 전략을 알면 향후 일본의 정치외교 전략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전후 일본의 ‘하나의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향후 일본의 방향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발간하는 의의는 여기에 있다.

책머리에

서론: 일본 ODA, 그리고 원조외교란?
제1장 일본 ODA연구의 성과와 한계
제2장 전후 배상과 일본의 경제전략
제3장 고도성장기 일본의 ODA와 국제정치
제4장 경제대국 일본의 ODA와 국제정치
제5장 국제정치의 소용돌이와 일본 ODA
제6장 일본 ODA의 역할과 한계
제7장 일본 ODA와 서구 ODA는 무엇이 다른가?
제8장 결론: 한국 ODA의 이정표

참고자료 및 문헌

정치·군사외교 못지않게 경제외교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정치군사적 외교 능력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경제외교 능력은 국가의 사회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소 대립의 국제질서(혹은 냉전시대)가 자국중심의 경제주의 시대로 바뀌면서 경제외교 중요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자본 동원능력이 있는 국가(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 등)는 경제외교를 정치·군사외교의 수단으로 삼는 반면, 자본을 필요로 하는 국가(예를 들어 중국과 러시아 등)는 대국이라 할지라도 자본 획득(경제원조)을 경제외교의 중요 목표로 삼는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일관된 경제원조 대국이었고 구소련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미일(美日)에 경제원조를 요청하는 국가로 변했다. 이 사실은 ‘경제대국’의 국제정치적 영향력 증대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1970년대 이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에 1970년을 전후로 일찍이 미국에서는 일본의 경제외교가 학술연구 대상으로 주목을 받는다. 나아가 1990년대에 들어와 정부개발원조(ODA) 부문에서 일본이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 원조 공여국(Top Donor)이 되면서 정치외교적으로 일본의 경제외교는 세계적인 관심을 끈다.
일본 외무성은 정부개발원조란 “정부 또는 그 실시기관에 의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또는 복지의 촉진을 목적으로 완화된 조건으로 공급되는 원조로 양국 간 증여 및 기술협력을 포함한 정부의 대부, 국제기관에 대한 출자 및 거출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통상산업성은 조금 다른 정의를 하고 있다. 즉, 통산성은 정부개발원조 개념에 관해서 “발전도상국에서의 채무누적 문제의 발생, 사회 경제적 기반설비의 미정비 등 발전도상국의 개발을 위해 완화된 조건으로 원조를 제공할 필요성과 이 요구에 상응하는 선진국 정부의 원조의도가 일치되어 정량화되어 마련된 것”으로 정의한다.
ODA는 경제협력이라는 의미로도 잘 쓰인다. 이는 ODA가 ‘종합적 경제협력’의 중핵을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종합적 경제협력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개발원조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일본정부는 인식하고 있다. 경제협력에는 넓은 의미의 경제협력과 좁은 의미의 경제협력이 있다. 넓은 의미의 경제협력으로는 재화 및 서비스의 무역, 직접투자, 금융자산의 투자, 융자, 노동력이나 기술의 이전·증여를 포함하며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양국 간 및 다국 간을 모두 포함한다. 좁은 의미의 경제협력은 정부개발원조 및 수출신용 등 그 밖의 정부자금, 민간의 직접 투융자, 증여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경제협력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는 ‘자금의 흐름’으로 발전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협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경제협력의 분류기준도 획일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본다. 경제협력과 더불어 ‘개발협력’이라는 용어도 잘 쓰인다. 개발협력은 국제연합(UN)의 주요 사업의 하나인데 원조는 실질적으로 개발협력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연합은 원조의 기본적인 목적과 원칙을 UN총회에서 선언이나 결의 등으로 표명해 왔다.
국제연합에 의해 추진되고 권장된 원조정책은 40년 정도의 시기를 통해 변화되어 온 용어에도 잘 나타나있다. 즉, 대외원조(Foreign Aid), 개발원조(Development Aid), 개발지원(Development Assistance) 등의 변화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국제개발협력(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볼 때 원조는 외교수단이 될 수 있다. 원조를 받는 입장에 있는 나라에서 볼 때 원조의 획득은 외교목표가 된다. 이때 원조는 수단과 목표로서 외교행위의 대상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협력이라는 이름하에 원조를 둘러싸고 행해지는 외교행위를 필자는 ‘원조외교’라고 부른다. 이상의 정부개발원조(ODA), 경제협력, 개발협력 등은 각각의 개념범위에 차이는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을 포괄하여 원조외교의 대상개념으로 파악한다. 어느 것이나 원조외교의 일환으로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