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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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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우리는 과거로부터 재가 아니라, 불을 끄집어내길 원한다”

    - 역사의 진실을 문학으로 탐색한 역사소설의 대가 포이히트방거
    그의 손끝에서 그려진 화가 고야의 예술적 삶

    엄정한 현실 인식과 복합적인 인간 이해에 입각한 새로운 묘사로 회화사에 근대를 연 스페인 화가 프란스시코 고야(1746~1828). 궁정화가로서 권력에 기대고 추구하던 고야가 예술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직시하고 각성하는 시기를 그린 소설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Goya, oder Der arge Weg der Erkenntnis](대산세계문학총서147)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스페인은 무능한 왕실과 억압적 교회의 지배 아래 중세적 미신과 근대적 계몽정신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와 예술적 열망, 육체적 열정이 가득한 화가 고야는 귀부인들과의 사랑이나 예술적 명성을 거침없이 성취했지만, 시대는 그를 평범한 화가로 남아 있게 하지 않았다. 내면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광기, 탐욕을 증언하는 놀라운 시대사적 기록물이 되었다. 리온 포이히트방거Lion Feuchtwanger(1884~1958)는 18세기 화가 고야를 소환하여, 욕망과 충동에 충실하던 한 인간이 예술적 발현 과정에서 사회정치적 의식을 가진 존재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나치의 박해를 받은 망명 작가이면서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고통받았던 포이히트방거가 고야에 주목한 것은 종교재판식 단죄로 예술을 억압하고 왜곡시킨 파시즘 체제와 당시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한 하나의 문학적 응전방식이었다. 포이히트방거는 300년 전 고야가 그림을 그리며 느꼈을 실존적 · 시대적 절망의 의미를 뛰어난 예술가 소설로 버무려내었다. 인간과 삶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고야가 걸었던 ‘혹독한 길’은 곧 포이히트방거의 문학적 경로이기도 하다.

    역사소설의 대가가 그린
    스페인 미술의 거장 고야의 예술적 삶


    프란시스코 고야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에 걸쳐 활동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당시 유럽이 여러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스페인 왕실은 권위적인 전제군주 아래 갖은 특권을 누렸고, 상류귀족들은 사치스럽고 게을렀으며, 종교재판소는 신의 이름 아래 무자비한 탄압을 일삼았다. 이 혼란스럽고 잔혹했던 시대 속에서 고야는 살다 갔다.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은 고야가 왕실 화가로서 일하기 시작한 1775년부터 말년(1810년)까지의 삶을 묘사한 역사소설이다.
    고야는 우여곡절 끝에 왕의 전속화가가 되어 큰 명성과 권위를 얻고, 상류층의 귀부인, 심지어 왕가의 실세인 왕비의 사랑까지도 얻으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자유주의자 친구들은 왕가와 귀족들의 총애를 받는 그에게 정치적인 요청을 하고, 고야는 본의 아니게 자유주의파에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의식보다는 개인적 고통(딸, 어머니의 죽음과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 상황) 속에서, 작가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다가, 시대 현실에 눈뜨게 된다. 그는 금기시되던 여성의 나신을 그리고, 왕실과 신성 모독으로 판명될 법한 판화집 [변덕]을 출판하는 등, 그동안 여러 모순을 겪으며 스스로 느낀 것들을 화판에 풀어놓는다. 종교재판소의 ‘성스러운’ 법정이 이 ‘선동적인’ 작품을 단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지만, 그러나 고야의 예술은 성직자 계층의 폭력을 이겨낸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오직 인간과 그 삶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한
    ‘혹독한 길’에서만 마침내 빚어질 수 있다”


    예술가, 특히 궁정 화가는 혼란스러운 사회 역사적인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야는 나날의 생계 현실과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 예술적 목표와 사회정치적 조건 사이에서, 또 궁정화가로서의 의무와 사랑에 대한 갈망, 육체적 사랑과 영혼의 허기 사이에서 갖가지 자기모순을 겪으면서 조금씩 각성해간다.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고야의 작품은 [옷을 입은 마하] [옷을 벗은 마하] [카를로스 4세의 가족], 판화집 [변덕]이다. 고야는 이 작품들을 통해 당시 스페인 사회를 짓누르던 심리적 불안과 제도적 미숙을 탁월하게 증거한다.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은 얼핏 보아 왕실의 권력과 영광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져 보인다. 왕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 작품을 호평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그림은 온갖 훈장과 금은보화로 장식된 화려한 외관과 왕가 구성원들의 무질서한 배치, 나아가 내적 불안까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왕가의 영광에 대한 희화화로 분석된다.
    그런데 “권력이 신의 은총으로부터 왕에게 부여되었다고 확신”해 마지않던 고야가 어쩌다 민중의 비참함을 들여다보고 권력의 모순을 꼬집는 작가가 되었을까? 고야는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 느끼는 일에 ‘거짓되지 않고자’ 애쓴다. 감정의 진실성에 대한 이 같은 노력은 곧 사고의 진실성, 나아가 표현의 진실성으로 이어진다. 옮긴이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에는 “벌거벗은 진실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지향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그 욕구를 그리는 진실한 표현은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증언으로 변모하게 되고, 화가가 원하지 않아도, 또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진실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고야는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초창기의 허세 부리던 궁정화가에서 사회정치적 의식으로 무장된 화가로 차츰 변모해간 것이다. 고야는 종교재판소로부터 두 번이나 소환됨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삶을 캔버스 위에 옮긴다. 예술의 진리는 모든 정치적 의도를 넘어, 또 예술가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조차 꿰뚫으면서 솟구치는 어떤 온당함에 대한 목소리인 것이다.
    포이히트방거의 소설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은 고야 그림의 개인적/실존적 차원, 사회적/시대적 차원에 대한 이중적 탐색이며, 그것은 고야 회화의 발생사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해석적 재구성이다. 이 해석의 핵심에는 하나의 통찰―위대한 예술작품은 오직 인간과 그 삶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한 ‘혹독한 길’에서만 마침내 빚어질 수 있다는 통찰이 들어 있다. 이 작품은 위대한 화가 고야나 근대 스페인의 사회정치적 현실에 관심을 가진 독자뿐만 아니라, 예술의 근대성이 무엇인지, 예술은 과연 무엇을 표현하고 또 표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다.

    지금, 왜, 18세기의 고야인가?

    포이히트방거는 18세기 고야의 삶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당대의 문제들을 역사적 장면이나 인물에 투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역사소설의 대가 포이히트방거는 “우리는 과거로부터 재가 아니라 불을 끄집어내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포이히트방거의 삶은, 20세기 전반기의 많은 작가가 그러했듯이, 위기와 불안에 차 있었다. 그는 나치의 박해를 받아 망명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서구 열강의 반나치적 대응이 미온함을 비판하고 소련에 희망과 지지를 보낸 친스탈린적 태도 때문에 미국 망명 후에도 시민권을 얻지 못하고 매카시즘의 열풍 속에서 고초를 당했다. 그런 그에게 이 작품은 파시즘과 당시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한 문학적 응전방식이었다.
    이 작품을 보면 특별히 사회의식이 강한 예술가가 아니어도, 인간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혹독한 인식의 길을 걸어가면 저절로 진실에 다가가고 현실의 부조리를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단지 미술, 예술뿐만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도 가능하며, 이러한 성찰만이 진실과 사실에 다가갈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하는 듯하다. 고야의 그림들과 이 책은 단순히 과거 한 시기나 정권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인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 그리고 사회정치적 억압에 대한 고발과 저항인 셈이다. 그렇기에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은 18~19세기 고야의 당대뿐만 아니라 20~21세기 오늘의 시대에 대한 거대한 성찰적 벽화다.

    목차

    1부
    2부
    3부

    옮긴이 해설 / 잔혹한 진리―포이히트방거의 [고야]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소개

    Lion Feuchtwang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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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뮌헨의 유대교 정통주의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유대 민족주의에 회의적이었다.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 철학을 공부하며 하인리히 하이네의 단편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나, 유대인에 대한 자격 제한으로 교수자격논문 집필을 단념해야 했다. 문화 잡지 [슈피겔Der Spiegel]을 창간했다.
    포이히트방거는 특히 역사소설로 널리 인정받았다. 희곡으로 집필해 무대에 먼저 올렸다가 1925년 소설화한 [유대인 쥐스Jud Suß]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여러 작품에서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주의 사이에 서 있는 유대인의 독특한 시각과 성찰을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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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가장의 근심] [국인문학과 김우창] [심미주의 선언] [페르세우스의 방패-페터 바이스의 ‘저항의 미학’ 읽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한낮의 어둠](아서 케슬러), [소송ㆍ새로운 소송](페터 바이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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