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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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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밖으로 나가 저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하세요"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시대의 기록자이자 시대를 앞서 간 휴머니스트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작 [남과 북] 최초 출간!


    빅토리아 시대의 제인 오스틴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Gaskell, 1810~1865)의 소설 [남과 북North and South]이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대산세계문학총서 120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개스켈은 작품 속 인물의 관찰에 유머와 도덕적 판단을 혼합시킨다는 점에서 한 세대 앞선 영국의 대표적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과 자주 비교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을 조명하는 사회적 시각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자주적이고 인간애 넘치는 남부 여성 마거릿 헤일, 냉정하지만 개혁적인 북부 출신 사업가 존 손턴은 만날 때마다 늘 팽팽한 논쟁을 이어간다. 마거릿은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들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가난을 개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손턴에게 반감을 느끼지만, 손턴은 어느새 당당하고 기품 있는 마거릿의 매력에 빠져든다. 두 사람은 상대방을,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 오해하고 어긋나지만, 점차 서로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에 눈을 떠간다.
    [남과 북]은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남부의 전통적인 토지 귀족과 북부의 신흥 공장지대 사람들, 그리고 자본가와 임금노동자들 사이에서 빚어지던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갈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개스켈은 로맨스의 갈등구조를 통해 신흥 자본가와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대조적인 삶을 보여주고 산업화가 만들어낸 노동문제를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진취적인 마거릿을 내세워 여성의 권익 문제, 사랑과 종교적 신념, 대립 구도를 초월하는 인간애 등 우리가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삶의 모습들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개스켈의 많은 작품이 영국 BBC방송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남과 북]은 2004년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영국 드라마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에서도 영국 빅토리아 시대 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개스켈의 섬세한 필치를 통해 그려지는 마거릿의 자의식과 인간애, 그리고 거절당한 사랑에 비통해하는 손턴의 격정적인 모습은 당시의 노사문제에 대한 사실적인 서사와 함께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들을 잡아끈다.

    남부 소녀, 북부의 삶 속으로 들어가다

    대립을 상징하는 제목인 [남과 북]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북'은 산업혁명의 표상인 맨체스터가 있고 자본주의의 가치를 상징하는 북부를 가리킨다. 반면 '남'은 북부가 숭상하는 가치와 전혀 관계없이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중류층의 삶을 영위하는 남부를 가리킨다. 하지만 남부와 북부는 그저 남과 북이라는 대립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다. 남부와 북부는 신분이나 부의 소유에 따른 계급 질서 속에서 상류계급과 하류계급 혹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나뉘어 돌아가던 당시의 사회상을 상징한다.
    남부 시골마을 출신 마거릿 헤일은 교의 변화로 목사직을 그만둔 아버지를 따라 북부의 상공업 도시 밀턴으로 이사 온다. 밀턴에서 마거릿은 아버지의 개인교습 문하생인 면화공장 소유주 존 손턴을 만나는데, 손턴은 자신을 업신여기는 듯한 마거릿의 태도에 모멸감을 맛보고, 마거릿 역시 노동자들에 대한 손턴의 매정한 시각에 분노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오해와 편견이 쌓여간다. 하지만 마거릿은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 위증한 자신의 잘못을 손턴이 덮어주려 애썼다는 걸 알고 나서 자신의 편협한 시각을 후회하며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기 시작한다.
    [남과 북]에서 주목할 점은 평화로운 남부 출신의 마거릿이 자신이 그렇게 경멸해 마지않던 북부의 삶에 동화되어 가는 역설이다. 마거릿은 북부에서 파업 주동자인 노동자 히긴스와, 열악한 환경의 면화공장에서 일하다가 면폐증으로 죽어가는 히긴스의 딸 베시와 친구가 되면서 비루하고 절박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되고, 하층민의 삶을 이해할 줄 아는, 한층 성숙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상반된 지리적 배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적절히 대조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개스켈의 필치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기록자로서,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 ? 휴머니스트로서 개스켈이 그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초상은 낭만적인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까지 만족시킨다.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을 조명하는 사회소설
    -한 여성의 눈에 비친 19세기 영국의 초상


    [남과 북]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두번째 사회소설이다. 개스켈의 첫번째 사회소설은 1848년 맨체스터 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노동자의 시선으로 조명한 장편 [메리 바턴]으로, 이 소설로 개스켈은 사회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남과 북]이 발표되었던 19세기 중엽 영국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술의 진보와 공장의 등장으로 가내 수공업이 몰락하고 공장제 기계 공업이 확립되었으며, 사회적으로는 맨체스터 같은 신흥 공업도시가 발달하면서 대량생산을 통해 부자가 된 자본가와 그 밑에서 법의 보호 없이 착취당하는 노동자라는 두 계급이 등장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1854년에는 비참한 노동자의 실상을 고발하는 두 편의 소설이 찰스 디킨스가 발행하는 주간문예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연재되는데, 하나는 디킨스 본인의 [어려운 시절Hard Times]이고, 다른 하나가 개스켈의 [남과 북]이다.
    [남과 북]은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빅토리아 시대에 어린아이까지 저임금의 노동에 시달려야 할 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폐병으로 사망하는 가공의 공업도시 밀턴을 배경으로, 당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신흥 산업자본가와 임금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다. 첫번째 사회소설 [메리 바턴]과는 달리 양측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려 하지만, 자본가들과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대조적인 삶을 그리면서 산업화가 만들어낸 노동문제의 고발에는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이 소설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에 대한 작가의 연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그 연민은 밀턴 노동자들의 삶에 깃든 애환을 서서히 이해해가는 여주인공 마거릿의 태도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특히 공장주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고조된 적대감이 파업으로 치닫는 과정과 팽팽한 긴장 속에 양쪽이 대치하는 상황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동시대 여성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엿보인다.

    마거릿 헤일


    가상의 공업도시 밀턴을 배경으로 불평등한 부의 분배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산업화의 그늘을 보여주는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남과 북]이 아니었다. 개스켈이 붙인 제목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마거릿 헤일'이었다. 하지만 [남과 북]이 "좀더 많은 걸 함축하고 소설 속에서 상충하는 사람들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는 편집자 디킨스의 의견을 좇아 이 소설은 결국 [남과 북]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이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마거릿 헤일'이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스켈이 주인공 마거릿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거릿은 상당히 용기 있고 자주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개스켈은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전통적인 사회적 역할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성의 재산권 옹호와 여권의 신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여권주의자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녀는 마거릿을 통해 결혼과 함께 남편에게 종속되는 빅토리아 시대의 전형적 여성과는 다른 주체적 여성상을 보여준다.
    밀턴 사람들은 마거릿을 걱정 없는 중류층 여성의 전형으로 보지만, 사실상 마거릿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가장의 기능을 상실한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 선상 폭동의 주모자로 몰려 도피자의 신세가 된 오빠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마거릿은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춘 자주적 여성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마거릿은 결혼관에서도 맹목적으로 관습을 추종하지 않고 자주적인 의식을 보여준다. 그녀는 외형에 치중하는 결혼식과 배우자의 선택에서도 여타 여성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보인다. 전도유망한 변호사 레녹스가 청혼을 했을 때 마거릿은 그를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혼을 거절한다. 결혼을 출신과 재산을 기준으로 자신의 미래를 담보 받는 제도로 받아들이던 당시의 관습에 비하면 마거릿의 이러한 결혼관은 사랑을 바탕으로 미래의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하는 현대의 연애결혼관과 많이 닮아 있다. 부모를 잃은 뒤 혼자 남은 마거릿이 '권위에 대한 복종'과 '여성의 독자적인 활동 영역' 사이에서 자신의 태도를 고민하면서 타인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주체적 삶을 살고자 다짐하는 부분에서는 신여성적인 사고가 엿보인다. 이밖에도 마거릿의 행보에는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사고를 뛰어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남과 북]은 사회소설이라는 분류에 걸맞게 노동문제와 계급문제를 주로 담고 있지만, (번역원고 기준으로) 원고지 3천 매가 넘는 분량에 작가 개스켈의 개인사와 사상을 총망라한 작품인 만큼, 사랑과 종교적 신념, 여성의 권익 문제, 대립 구도를 초월하는 인간애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목차

    1장 “결혼식에 서두르시게”
    2장 장미와 가시
    3장 “서두를수록 더딜지니”
    4장 회의(懷疑)와 곤경
    5장 결정
    6장 작별
    7장 새로운 풍경과 얼굴들
    8장 향수
    9장 다과회를 위한 성장(盛裝)
    10장 연철과 금
    11장 첫인상
    12장 오전의 방문
    13장 후텁지근한 곳의 산들바람
    14장 만남
    15장 주인과 일꾼
    16장 죽음의 그림자
    17장 파업이란?
    18장 호불호(好不好)
    19장 천사의 방문
    20장 인간과 신사
    21장 어두운 밤
    22장 공격과 그 여파
    23장 오해
    24장 오해의 해명
    25장 프레더릭
    26장 어머니와 아들
    27장 과일 바구니
    28장 슬픔 속의 위안
    29장 한 줄기 햇살
    30장 마침내 고향으로
    31장 “오랜 친구가 잊혀야 하는가?”
    32장 불운
    33장 평화
    34장 거짓과 진실
    35장 속죄
    36장 노동조합이 항상 힘은 아니다
    37장 남쪽을 바라보며
    38장 약속의 이행
    39장 친분 맺기
    40장 불협화음
    41장 여행의 결말
    42장 혼자다! 혼자야!
    43장 마거릿의 이사
    44장 평온하지 않은 안락함
    45장 전부 꿈은 아니다
    46장 그때 그리고 지금
    47장 무언가 결여된 것
    48장 “다신 찾지 못하리라”
    49장 평온을 맛보다
    50장 달라진 밀턴
    51장 재회
    52장 “구름을 걷어라”

    옮긴이 해설 - 이분법적 사회구도 속에서 모색하는 화해의 몸짓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본문중에서

    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분명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 한두 명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문제는 늘 이것이었다. 어떻게든 이런 예외자들의 고통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가?그게 아니라 승리자의 행진을 따라갈 수 없는 무기력자들은 붐비는 개선 행렬 속에서 승리자가 지나가는 길 밖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지는 게 아니라 대신 아무렇게나 짓밟혀왔던 건 아닌가?
    (/ p.109)

    “[……] 저는 걱정이라고는 없는 편안하고 느긋한 일상을 보내며 상류사회라고 부르는 남부의 유서 깊은 집에서 윤택하고 따분하게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고생하면서―아니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서―피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우린 어쩌면 벌꿀에 파묻혀서 날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 p.129)

    “[……] 여기선 쥐어짜는 슬픔과 걱정 때문에 땅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거리를 오고 가는 게 보여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증오에 찬 사람들이지요. 그럼 남부는요, 남부에도 나름대로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여기서 보게 되는, 부당함을 느끼는 침울한 얼굴에서 나타나는 그런 끔찍한 표정은 없습니다. 손턴 씨는 남부를 모르세요.”
    (/ p.129)

    “겁쟁이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려가세요. 내려가서 남자답게 저 사람들과 맞서세요. [……] 군인들이 와서 미쳐버린 저 불쌍한 사람들을 죽이게 내버려두지 말아요. 저들 속에 그런 불쌍한 사람이 하나 있어요.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손턴 씨에게 고귀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밖으로 나가 저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말하세요.”
    (/ p.279)

    “사실이든 아니든, 제 생명을 당신께 빚졌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요, 웃으십시오. 과장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리하여 그 삶이 가치를 얻기 때문입니다. 아아, 헤일 양!” 그가 소리를 죽이고 열정이 가득 묻어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기 때문에 그녀는 그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생각하면 내 삶이 가치를 얻습니다. 그래서 향후 제 삶이 기쁘다고 생각할 때마다 난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삶의 즐거움, 이 세상에서 내 일을 하면서 갖는 정직한 자부심, 존재에 대한 이 명철한 감각, 모든 게 헤일 양 덕분이야!’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자부심은 빛을 발하고, 존재 의식은 더 선명해져서 결국 제 삶을 누군가에게 빚진다는 것이 고통인지 기쁨인지 모를 정도가 됩니다. 아니, 헤일 양, 들으셔야 합니다.” 그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작정하고 그녀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빚진다는 것 말입니다. 이전에 그 어떤 남자도 그 어떤 여자를 이렇게까지는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 p.308)

    그렇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사랑할지를 알고 있었다. 그녀를 사랑함으로써 그는 그녀 안에 어떤 능력들이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만약 사랑의 힘으로 그녀의 사랑을 되찾을 자격이 있는 남자라면 그녀의 영혼은 찬란한 햇빛 속을 걸어갈 것이다.
    (/ p.429)

    “사실,” 그가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상당히 헷갈리게 합니다. 그 사람 안에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업주였던,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업주의 티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지요. 그 둘이 어떻게 한 몸으로 묶여 있는지는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입니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고 그 사람 여기도 자주 들릅니다. 그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업주가 아닌 한 인간으로 알게 되는 거지요.”
    (/ pp.540~541)

    ‘그녀가 너무나 고통을 겪었던 곳.’ 아아! 이 말이―그에게는 그 씁쓸함까지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어찌나 소중한지 남은 인생의 모든 달콤함의 가치를 지니는―밀턴에서의 이 18개월의 시간이 기억될 방식이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그녀만큼이나 손턴 씨에게도 소중했던 어머니의 죽음도, 그를 그녀에게 점점 가까이 데려다주었기에 내딛는 걸음마다 즐거웠던 2마일을 걸어 예쁜 그녀를 찾아갔던 몇 주, 며칠, 몇 시간 동안의 추억을 오염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에게서 멀어져서 돌아올 때는 매번 그녀의 우아한 자태, 아니면 기분 좋게 톡 쏘는 그녀의 성격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어서 그는 2마일을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지루한 줄 몰랐다. 그렇다! 그녀와의 외형적인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든, 그녀를 매일 볼 수 있었던, 말하자면 자신의 손이 미치는 곳에 그녀가 있었던 그 시기를 그는 결코 고통의 시기라고 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서히 다가와서 미래를 추악한 사실과 희망도 두려움도 없는 삶으로까지 기대를 싹둑 잘라내고 마는 부족 상태와 비교하면, 찌르는 듯한 아픔과 모욕감 속에서도 그때가 그에게는 호사를 누리던 황금기였다.
    (/ p.571)

    그녀는 그때 막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었고, 감정과 의식이 처음으로 완전한 활동을 시작했었다. 지금 같은 어느 날 밤 그녀는 로맨스 소설에서 읽었던 적 있던 여주인공들처럼 용감하고 고상한 삶을, 두려움도 치욕도 없는 삶을 살겠노라고 혼자 맹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의지만 있다면 그런 삶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의지뿐 아니라 간절한 기도가 함께해야 진정한 여주인공의 삶을 살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됐다.
    (/ p.657)

    그들이 런던으로 돌아왔을 때 마거릿은 해변에서 결심했던 사항들 중 하나를 실행에 옮겨서 스스로의 삶을 주관했다. [……] 그녀는 자신의 삶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났던 일은 언젠가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깨우쳤다. 그리고 여성에게 가장 힘든 문제, 즉 자신의 삶에서 얼마만큼을 권위에 대한 복종과 동화시킬 것인지, 얼마만큼을 독자적인 활동 영역으로 떼어놓을 것인지를 해결해보려고 했다. [……] 그리하여 마거릿은 자기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 p.665)

    그와 노동자들은 그가 히긴스와 친분을 맺게 되는 사건이 (아니 사건처럼 보이는)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평행의 삶을―밀접하긴 해도 결코 접촉은 일어나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일단 인간 대 인간으로, 그의 주위에 있는 대중과 개인적으로, (특히) 사장과 고용인이라는 역을 떠나서 마주하게 되자, 그들 개개인은 제일 먼저 ‘자신들이 모두 인간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쐐기 지점이었다.
    (/ p.670)

    저자소개

    엘리자베스 개스켈(Elizabeth Cleghorn Gaskel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10~1865
    출생지 영국 런던
    출간도서 2종
    판매수 172권

    영국 런던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너츠퍼드의 이모 집에서 성장했다. 1832년 유니테리언 목사인 윌리엄 개스켈과 결혼하여 맨체스터에 정착한 뒤 남편을 도와 빈민구제 등의 사회사업에 힘쓰고 어머니로서의 삶에 충실하다가, 삼십대 후반에 어린 아들을 잃은 뒤 극심한 슬픔을 잊기 위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탄생한 작품이 빈민의 비참한 생활과 노동자의 참상을 그린 장편[메리 바턴](1848)이다. 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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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동아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19세기 미국소설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남과 북], 배질 하팀과 이언 메이슨의 [담화와 번역가](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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