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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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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어떤 사람은 체포되고, 어떤 사람은 살해되고,
    어떤 사람은 떠나고, 또 어떤 사람은 들어오지.”
    다양한 인생이 마주치는 곳, 그랜드 호텔

    문학으로 바이마르 시대 독일 사회를 해부한
    비키 바움의 대표작 최초 완역


    1차대전 패전 이후, 독일의 대중문화가 꽃을 피운 바이마르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비키 바움Vicki Baum(1888~1960)의 장편소설 『그랜드 호텔Menschen im Hotel』(대산세계문학총서145)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7년간 성실히 일했으나 늘 궁핍하고,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크링엘라인은 죽음이 임박하자 모은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한다. 그는 자기 회사 사장이 이용한다는 베를린의 최고급 호텔, ‘그랜드 호텔’을 찾는다. 밤마다 발레가 공연되고 술집에는 노름꾼들이 모여들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 도시에서, 가난한 귀족은 호텔의 매니저 혹은 도둑이 되고, 내리막을 걷고 있는 발레리나는 자살을 생각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얼굴을 잃은 의사는 모르핀에 빠져들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돈을 위해 자기 자신을 거래하며, 속임수로 합병을 추진하던 방직공장 사장은 비서와 바람을 피우다 범죄에 휘말린다.
    『그랜드 호텔』은 최고급 호텔에 묵는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피폐하고 불안한 패전 이후의 대도시 베를린의 삶을 보여준다. 로맨스와 범죄가 섞인 이 소설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이자, 패전과 정치적 대변혁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여성주의 물결 속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모습을 담은 사회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대중문화의 황금기 바이마르 시대 + 여성해방운동
    -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의 등장


    독일에서 여성 문학은 중세 수녀원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오랫동안 상류층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의 글은 주로 신앙 고백, 결혼 이야기, 가정사, 여행기 등, 여성적 미덕을 강조하는 계몽적이며 교육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봉건 왕정이 무너지고 1919년 바이마르공화국이 출범한 뒤부터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비록 14년밖에 존속하지 못했지만, 이때만큼 엄청난 도약과 변화를 겪은 시대는 독일 역사상 찾아볼 수 없다. 수도 베를린은 일자리를 찾아서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났고, 여성들에게도 자기 계발과 발전의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여성들은 이른바 3K(Kuche, Kirche, Kinder/ 부엌, 교회, 아이들)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여성 공간에서 나와 사회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들이 등장했는데, 비키 바움도 그중 하나이다. 이 시대의 수혜자이자 개척자인 비키 바움은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특히 대형 출판사의 집중적인 후원하에서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독일의 저명한 출판사인 울슈타인 출판사의 주간지 『베를리너 일루스트리어테 차이퉁』에 연재되었던『그랜드 호텔』은 1929년 출간되어 1931년까지 약 6만 부가 판매되었고,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독일과 미국에서 연극과 영화로 제작되고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까지 가세해 바움은 과거 어느 여성 작가도 누리지 못한 부를 누렸다.

    문화의 변곡점, 20세기 초 베를린을 짜 넣은 사회소설
    『그랜드 호텔』은 주간지 연재소설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흔히 이야기하는 대중/오락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이 작품은 대중/오락소설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 예컨대 감상성, 관능성, 상투적인 인물 설정, 현실 도피를 따르지 않는다. 감상성을 거부하고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과 비판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일종의 시대/사회소설로 볼 수 있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수도 베를린. 대극장에선 발레가 공연되지만 관객이 없다. 젊은이들은 영화에 빠져 있고, 밤이면 사교춤, 도박, 자동차 경주가 열리고, 호텔 로비에는 기업가들이 모여서 불법적인 사업 확장을 의논한다. 호텔방에서는 전쟁터의 부상자가 모르핀을 주사하고, 매스미디어에 밀려 한물 간 발레리나는 자살을 시도한다. 배우 지망생인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임시 속기사로, 부자들의 여행 파트너로 돈을 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비키 바움은 호텔 메이드 생활을 경험했으며, 도둑질하기 위해 호텔의 벽을 올라간 남작의 이야기나 비서와 바람을 피우다 범죄에 휘말린 중소기업 사장 이야기는 당시 신문에 보도되었던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랜드 호텔』은 1차대전 패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베를린 중심가와 유흥가를 묘사하며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피폐하고 불안한 당시 베를린의 삶을 보여준다.

    자본가와 노동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인간 군상극인 이 작품에서도 주된 이야기는 두 개의 커다란 줄기를 따라 진행된다. 하나는 발레리나 그루진스카야와 빈털터리 가이거른 남작의 범죄가 은폐된 사랑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회장 프라이징과 말단 직원 크링엘라인 간의, 즉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충돌이다.
    27년간 성실히 일했으나 기운 멜빵과 고양이털을 덧댄 옷을 입어야 하고, 선물받은 과학 잡지마저 읽지 못하고 폐지로 팔아야 하며,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 방직회사 말단 직원 크링엘라인은 죽음이 임박하자 삶이 억울하다. 진정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느낀 크링엘라인은 평생 모은 재산을 가지고 자신의 회사 회장 프라이징이 이용한다는 ‘그랜드 호텔’을 찾지만, 초라한 행색에 문전박대 당한다. 그는 “어떻게 총회장이 묵을 방은 있고, 내가 묵을 방은 없다는 겁니까!” “나도 최고 호텔에 투숙 좀 해봅시다”라며 따지고, 자신을 홀대하는 프라이징에게 “프라이징 씨, 세상이 당신 것입니까? 당신이 나하고 다른 게 뭡니까! 우리 같은 인생은 살 권리도 없습니까” “내가 쓰레기라면 프라이징 회장님, 당신은 더 형편없는 쓰레기”라며 분노한다.
    이러한 프라이징 회장과 크링엘라인의 대결 구도는 자본에 의해, 술수와 착취에 의해 소수가 부를 독식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속품처럼 취급당하고, 전 인생을 바쳐도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억울한 심경을 대변하여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페미니즘
    이 작품은 여성주의적인 주제나 주장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비키 바움은 성적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여성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움이 활동하던 당시는 자신을 희생하여 남성을 구원하는 가부장적 성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로운 삶을 모색하는 여성, ‘해방된’ 여성상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프라이징 회장의 속기사 겸 배우 지망생 플램헨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기에는 넘치는 외모 때문에” 헐값으로 광고 사진 모델도 하고 부자들의 여행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도덕적인 갈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태도는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상기시킨다.
    1세기 전 활동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상황상 사고의 한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 플램헨은 여성 자신의 육체, 섹슈얼리티를 발견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연재 당시 여성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최첨단의 캐릭터였다.

    목차

    옮긴이 해설 · 그랜드 호텔, 다양한 인생이 마주치는 곳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본문중에서

    “오늘 도착합니까?” 그가 놀라서 말을 내뱉고 더 사납게 노려보았다. “알겠습니다. 오늘 도착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묵을 방은 있나요? 그렇다면 방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맙소사, 어떻게 총회장이 묵을 방은 있고, 내가 묵을 방은 없다는 겁니까!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이 안 됩니다. 무슨 소린가요? 먼저 예약을 했나요? 나도 예약을 했습니다! 오늘 나는 세번째로 온 겁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오늘 세 번 왔습니다. 비가 오고 있어요. 버스는 만원이고, 난 건강이 안 좋습니다. 내가 아직도 몇 번을 더 와야 하는 겁니까! 뭔가요? 왜 이러죠?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여기가 정말 베를린에서 제일 좋은 호텔입니까? 그래요?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나도 최고 호텔에 투숙 좀 해봅시다. 안 되는 겁니까?”
    (/p.18)

    “네, 하지만 당신은 삶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오터른슐라크가 물었다. “선생께서 생각하는 그런 삶이 있을까요? 원래의 것은 항상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법이죠. 젊었을 적에는 나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으면 저기에 있다고, 인도에, 아메리카에, 포포카테페틀 산이나 뭐 그런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데 가면 삶은 사라져서, 당신이 떠난 바로 이곳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생은 호랑나비 잡으러 다니는 나비 채집꾼 꼴입니다. 날아가는 것을 보면 참 멋있지요. 하지만 잡고 보면 색이 다르고 날개도 상하기 마련이죠.”
    (/p.54)

    크링엘라인은 걸어가면서 잔뜩 긴장했다. 너무 긴장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는 혼자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보았다. ‘안녕하십니까, 프라이징 회장님, 아침 식사가 좋지요? 네, 저도 그랜드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안 되나요? 우리 같은 인간은 그러면 안 되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됩니다.’
    [……] 그는 눈으로 프라이징을 찾았다. 프라이징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프라이징과 해결할 것이 있었다. 원래 그는 그것 때문에 그랜드 호텔에 온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프라이징 씨’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다.
    (/p. 74)

    그루진스카야는 불을 켜고 일어나서 낡은 실내화를 신고 거울 앞으로 갔다. 시간은 거울 속에도 있었다. 거울이 제일 역력했다. 시간은 날카로운 비판에, 신문의 끔찍스러운 무례함에, 흉하게 늙은 발레리나의 최근 평범해진 공연에, 줄어드는 순회공연에, 작아지는 박수 소리에, 매니저 마이어하임의 당당한 말투 등 곳곳에 어디에나 숨어 있었다. 지친 발목으로 춤을 추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고, 32년간 발레를 공연하며 다니는 동안 제대로 숨을 쉴 틈도 없었다.
    (/p. 96)

    아무 의미 없는 일이야,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사는 걸까? 나는 무엇을 더 기다리나. 왜 고통을 참고 있는 걸까. 난 지쳤어.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당신들은 몰라. 때가 되면 물러난다고 나는 약속했어. 그래, 때가 됐어. 사람들이 내려가라고 휘파람 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 유명하다는 것이 얼마나 추운지 사람들은 몰라. 나는 혼자야. 아무도 없어. 한 사람도 없어. 나는 허망한 사람, 불안에 떠는 사람일 뿐이야. 나는 항상 혼자였어. 아! 춤을 그만두면 누가 대체 그루진스카야에게 관심이나 가질까! [……] 그래, 마지막은 결국 죽는 거야. 니진스키는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지. 불쌍한 니진스키. 불쌍한 그루, 난 기다리지 않을 거야. 이제 끝났어. 이젠, 이젠, 이젠……
    (/pp. 129~130)

    총회장 프라이징이 존경할 만한 인물이며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인 데다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로 질서와 원칙을 지키며 훌륭한 생활 태도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삶은 제대로 정리되고 정돈되어 숨길 것이라고는 없는, 보기에도 훌륭한 삶이었다. 그것은 정리 상자와 서류 파일, 수많은 서랍과 일로 일관된 삶이었다. 프라이징이란 사람으로 말하자면 옳지 않은 일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잘못된 부분, 그의 삶을 공격하여 보잘것없게 만드는 도덕의 작은 병균, 조그만 불씨, 착한 시민이 입은 조끼의 청결함을 더럽히는 아주 작은 오점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p 189)

    “어떻게 생겼느냐고요? 그녀는 늙었고, 아주 마르고 가벼워서 내가 한 손가락으로 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저기 주름이 졌고 눈은 울어서 부어 있고 마치 어릿광대처럼 뒤섞인 언어로 말을 합니다. 그래서 들으면 우스워서 눈물이 날 정도지요. 그런데 이 모두가 나한테는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가 없네요. 진정한 사랑입니다.”
    (/p. 231)

    대형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대로 마무리되는 빈틈없고 완벽한 운명을 갖지 못하는 법이다. 단지 부스러기, 조각, 부분만이 남을 뿐이다. 무관심한 사람이든 별난 사람이든 모두 객실 안에 들어 있고, 잘 나가는 사람이든 못 나가는 사람이든, 행복이든 파멸이든 전부 다 벽 안에서 일어난다. [……] 이 세상에 온전한 숙명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불확실한 것, 시작만 하고 중단된 것, 완결되지 못한 결말이 있을 뿐이다. 우연으로 보이는 많은 것이 실은 법칙이다.
    (/pp. 317~318)

    저자소개

    비키 바움Vicki Bau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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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헤트비히 바움.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음악 학교 졸업 후 오케스트라의 하프 주자로 활동했고, 1913년 독일로 이주하여 연주자 생활을 이어갔다. 그 후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저명한 울슈타인 출판사의 집중적인 후원 아래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1928년 소설 『화학도 헬레네 빌퓌어Stud. Chem. Helene Willfuer』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1929년 40대 초에 발표한 『그랜드 호텔』(원제 ‘호텔 사람들Menschen im Hotel’)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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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괴테의 소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독일영화 20』 『독일 여성작가 연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벽』(마를렌 하우스호퍼),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산책』(로베르트 발저), 『얽힘 설킴』(테오도어 폰타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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