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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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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 현대문학 작가 고지마 노부오의 대표작 『포옹가족』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58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외도를 저지른 아내를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구화가 야기하는 혼란을 그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족의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물질적 수단에 의존하여 얻는 쾌락이 얼마나 공허한지 ?스케는 아내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또한 아내가 가사를 수행하고 육아를 전담하는 일꾼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반려자였음도 그제야 알게 된다.

출판사 서평

“아, 그래서 오늘의 반찬은 단란(團欒)함이다 이거지?”

‘단란한 가정’에 대한 집착이 불러일으킨 걷잡을 수 없는 균열…
1960년대, 혼란에 빠진 일본의 모습을 담은
고지마 노부오의 섬세한 블랙코미디!

일본 현대문학 작가 고지마 노부오의 대표작 『포옹가족』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58권으로 출간되었다. 고지마 노부오는 3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입문하여 50여 년간 4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고 2편의 희곡과 18편의 수필 및 평론집을 펴내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친 작가이다. 그는 일본 현대문학에서 ‘제3의 신인’이라 일컬어지는 세대에 속하는데, ‘제3의 신인’이란 일본에서 1953년에서 1955년 사이에 등단하여, 정치와 문학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고 실존주의적 경향을 드러낸 전후파 작가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소설적 경향의 작품을 쓴 작가들을 말한다. 1953년에 신초샤에서 『소총』을 출간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고지마 노부오는 1970년대 이후부터 이러한 사소설 경향이 두드러진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실존주의적 불안과 블랙 유머가 담긴 작품을 주로 썼다.

작가의 경험과 관찰을 녹여낸, 1960년대 일본

이번에 출간된 『포옹가족』은 1965년 『군상』에 발표된 작품으로,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1963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약 20년, 일본이 연합군에 의해 통치를 받았던 GHQ 시기가 막을 내린 지 10년이 지나고, 끊임없이 유입되는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며 일본 사회가 변화에 적응하던 시기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미와 ?스케는 미국 유학 경험까지 있는 영문학 번역가이자 대학 강사로, 당시의 사회적 변화와 그 한계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고지마 노부오가 이 인물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 격동의 시대를 몸소 체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1930~1940년대에 대학생과 사회인 시절을 보낸 그는,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징집되어 중국의 정보부대에 파견되었고, 패전 후에는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또한 1957년에는 록펠러 재단의 초청으로 1년 동안 미국에 거주하며 서양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체험했다. 『포옹가족』에 묘사된 일본의 급격한 사회적, 정신적인 변화와 이에 따른 혼란한 상황이 풍자적이고도 섬세하게 표현된 것은 작가의 경험과 관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미와 ?스케는 중류층의 인텔리로서, 평화롭고 풍족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군 청년 조지와의 교류를 계기로 가정에 균열이 생기고 만다. 아내가 그 미군 청년과 정사를 벌이는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크게 동요했지만, 곧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가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조지에게는 위압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는 그저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고, ?스케는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위태로운 부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미와 가족은 도쿄 교외에 2층짜리 서양식 주택을 지어 이사를 간다. 그러나 서양인의 생활 방식을 모방한 그 공간에서 새 출발을 기대했던 그들을 맞이한 현실은 아내의 유방암었다. 이후 아내의 투병과 죽음, 딸 노리코의 독립 선언, ?스케의 재혼 실패, 아들 료이치의 가출 등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렇게 미와 집안은 철저하게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아내의 불륜이 발단이 되어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붕괴된다는 설정은 이 작품을 자칫 흔한 치정소설로 오해하게 할 수 있지만, 고지마 노부오는 1960년대 서구화와 기존 관습의 차이로 혼란에 빠진 일본의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포옹가족』을 통속적인 구도에 빠지지 않게 했다. 아내 도키코의 불륜은 가정의 균열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러나 소설의 흐름은 미와 집안의 뒤틀림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 소설은 외도를 저지른 아내를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구화가 야기하는 혼란을 그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족의 고군분투를 담아낸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고, 물질적 수단에 의존하여 얻는 쾌락이 얼마나 공허한지 ?스케는 아내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또한 아내가 가사를 수행하고 육아를 전담하는 일꾼이 아닌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반려자였음도 그제야 알게 된다.

‘가족’이라는 불편한 진실

『포옹가족』이 드러내는 가족의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인물들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해와 오해가 계속해서 겹치면서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는다. 고지마 노부오의 담담하고 건조한 문체는 이러한 불편함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그러나 결코 외면하고 놓아버리지도 못하는 관계. 흑과 백으로 명백하게 나눌 수 없는 감정이 가족 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와 가족의 이야기가 조금 과장되어 보여도, 동시에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이 소설이 발표된 지 20년이 지나 다시 출간한 책의 ‘작가의 말’에서 고지마 노부오는 모든 작품이 그러하듯이 『포옹가족』 역시 읽을 때마다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 그 작품은 만들어진 시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동시에 그 작품을 둘러싸고 있던 잡음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간도 작품을 자유롭게 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1960년대 일본의 가족을 2020년 대한민국에서 만나는 것은 그래서 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휘몰아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엇나간 선택으로 몰락해가는 미와 가문의 모습을 냉정하고도 코믹하게 그려내는 『포옹가족』. 기존의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서 벗어난 미와 ?스케와 그의 아내 미와 도키코의 모습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외국 문화 속에서 갈등하고 혼란을 겪는 1960년대 일본의 모습은 지금 여기, 우리의 가족은 무사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정서적 교류의 결핍, 자기모순에 둘러싸인 소통의 부재, 그리고 갈등. 여전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관습과 정신은 이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포옹가족』의 미와 가족 속에서 길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포옹가족

작가의말
옮긴이 해설ㆍ서구와 일본 사이에 놓인, 어떤 가족의 몸부림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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