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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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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김보영, 황시운, 한지혜, 홍희정, 김중일, 듀나―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나의 선생이 되어 준 책 이야기.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준 작가들의 내밀한 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떻게 책을 만나고, 그 책이 우리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진솔한 책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 역시 일상에서 책을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독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책을 이야기하는 기쁨
    -‘독자 겸 작가’ 6인이 말하는
    내 친구이자 선생이 되어 준 책 이야기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잡상인 중 잡상인을 마주치기가 더 쉬울 것 같은 시대에, 아직도 책을 읽는 이 희귀한 ‘독자’라는 사람들은 유독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공신력 있는 조사를 거치지 않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아하는 법이라 입이 근질근질하겠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어제 본 드라마 얘기는 주변 사람에게 할 수 있어도, 어제 읽은 책 이야기 같은 걸 떠드는 건 좀 곤란하다. 남이 읽은 책 이야기라니, 어젯밤 남이 꾼 꿈 얘기만큼 맞장구치기 어려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인에게 책 이야기를 떠드는 대신, 남들이 쓴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며 동병상련을 느끼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책을 쓰게 된 ‘작가’라는 사람들은 얼마나 책에 대해 할 말이 많을까. 그래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선생이 된 책은 무엇이었나요?"하고. 김보영, 황시운, 한지혜, 홍희정, 김중일, 듀나 등 ‘독자 겸 작가’ 여섯 명은 [책이 선생이다]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준 책에 대한 애정 어린 고백을 털어놓았다.

    "그 책의 모든 문장이 나를 위해 쓰인 것만 같았다"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어둠 속에서 빛이 되어 준 책


    책을 읽으며 저자가 오로지 나에게만 말을 거는 듯한 순간, 내 마음을 그대로 적어놓은 듯한 문장을 만나는 순간, 한 번만이라도 그 순간을 느껴 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은 ‘독자’이기를 멈출 수 없다. 소설가 김보영은 ‘내 선생이 된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꼽는다. 청소년을 위한 필독도서로 늘 선정되는 바로 그 책. 스스로도 대놓고 말하기 민망하다고 쓰면서도 그녀는 ‘인생의 책’으로 [데미안]을 꼽으며 "헤르만 헤세의 모든 저작으로부터 자아와 세계에 대한 탐구를 배웠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모든 관계가 버겁게 느껴지고 모든 말들이 상처로 다가왔던, 오직 글쓰기만이 해방구였던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글을 잃어버렸을 때, 야간 자율학습 시간 우연히 펼쳤던 [데미안]을 읽으며 "그 책의 모든 문장이 나를 위해 쓰인 것만 같은" 감각을 느낀다. 이후 그녀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섭렵하며 자신의 작품 곳곳에 그 흔적들을 새긴다.
    소설가 황시운은 "내 삶을 부러뜨린 오월이 일곱 번 반복되는 동안, 나는 두 다리 없이 사는 법을 배웠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난독의 시간을 보냈다"며 불의의 사고 이후 자신의 삶을 술회한다. 그런 그녀에게 ‘기록해야만 한다’는 쪽지와 함께 선배가 보내준 책은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 안단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이름도 모르는 병에 걸려 침대에서만 생활하게 된 저자가, 친구가 가져온 야생 달팽이를 1년 동안 관찰한 기록을 엮은 이 에세이집은 달팽이의 생태와 진화에 관한 충실한 기록임과 동시에 고통의 시기를 지나는 이의 처절한 생존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는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는, 사고 이후의 나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내가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게 고통스러워졌던 건 이길 수 없는 걸 이겨 내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표면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끊임없이 새 책을 내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그 안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동료들에 대한 질투와 그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내게서 책을, 소설을 앗아 간 것은 아니었을까. 베일리는 자신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나 신경장애에 집착하는 대신 달팽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그러한 시간이 그를 살렸듯이, 상처 입은 모습 그대로의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나를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을 두 달여에 걸쳐 읽으며 생각했다."
    (/ p.74)

    이러한 독서 체험은 그녀의 삶을 삼켰던 거대한 사건 못지않게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을 제공한다. 머나먼 미국에서 침대 바깥을 벗어나지 못했던 저자가 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고, 그 책은 마땅히 만나야 할 독자를 만나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던 그녀의 마음속 어둠에 빛을 비춘다. 우리는 여기에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은 책과 독자의 만남을 목격한다.

    독자에서 작가의 삶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 준 책들


    어린 시절 만났던 책에 대한 기억은 유난히 각별하고 애틋하다. 어릴 적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은 어김없이 그 책을 읽던 어린 ‘나’를 소환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한지혜에게 최초의 선생이 되어 준 책의 기억은 어린 시절 가족과 복닥복닥 살던 좁은 단칸방, 쥐가 출몰하던 낮은 다락방에 있다. [소공녀]의 새라처럼 기적이 일어나길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 ‘나’에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잔혹한 진짜 세상을 보여 줬던 책, 이주홍의 [못나도 울 엄마]는 그녀에게 그저 꿈이고 판타지였던 책의 세계를 현실로 확장시킨 선생이었다.
    시인 김중일의 책에 대한 첫 기억은 할아버지의 커다란 국어사전이다. 턱을 괴고 창밖을 응시할 때 할아버지의 팔꿈치 밑에 늘 놓여 있던 그 사전. 첫 한글 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단어를 배우던 어린 시절을 지나 멋모르고 시를 짓기 시작했던 대학생은 시인이 된다. 그의 삶 곳곳에 놓였던 책은 그를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
    매력적인 인물 조형이 돋보이는 소설가 홍희정의 독서의 기록은 곧 관찰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목격한 것들을 쉬지 않고 노트 위에 적어 내려갔고, 그 기록들이 쌓여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그녀의 소설 쓰기의 시작점에 선생이 되어 준 책은 바로 파트릭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였다. 그녀는 [좀머 씨 이야기]를 통해 섬세한 인물의 세부 묘사에 대해, 최대한 오래, 깊게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배운다.
    어떤 책은 완벽하지 않기에 선생과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소설가 듀나에게 SF의 방향성을 보여 줬던 책,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에 관한 글을 읽으며 우리는 작품이 가진 한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도 배울 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읽는다는 것은, 쓴다는 것은,
    결국 가장 내밀한 나 자신과 만나는 일


    이렇듯 책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이 책을 읽는 ‘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읽는다는 것은, 그리고 쓴다는 것은, 결국 가장 내밀한 나 자신과 만나는 일"(본문 50쪽)이라는 소설가 황시운의 말처럼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우리는 어린 시절의 나, 지금의 나,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다. 그렇기에 [책이 선생이다]의 주인공은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읽은 ‘독자’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선생이 되어 준 책, 인생의 책을 떠올려 보아도 좋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이 책 자체가 인생의 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읽기 전과 조금은 달라질 당신의 인생이 나는 궁금하다.

    목차

    기획자의 말: 책은 어쩌다 내 선생이 되었나 - 임유진

    내 선생이 된 소설 - 김보영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만의 속도 - 황시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달팽이 안단테])

    숨어 있기 좋은 책 - 한지혜
    (이주홍, [못나도 울 엄마])

    최대한 오래, 깊게 - 홍희정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책 나의 사람 - 김중일
    ([표준국어사전])

    얼음 행성으로 돌아가다 - 듀나
    (어슐러 르 귄, [어둠의 왼손])

    본문중에서

    그 책의 모든 문장이 나를 위해 쓰인 것만 같았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벼락 같은 세상으로부터의 격리, 고립감, 호소할 곳조차 없는 고통, 스승과의 결별과 신앙에 대한 회의, 죄 없이 겪는 끔찍한 죄책감까지.
    헤세는 책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체험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 생애를 통해 이때처럼 심각하게 체험하고 괴로워한 적이 없다." 그건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던 빨갱이와 비겁자와 불효자와 배교자라는 비난의 폭격 속에서 처음 접한 어른의 위로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지금 죽지 않고 산다면 어른이 되어 단지 그 말만을 하자고. 오직 그 말을 하기 위해 하루를 더 살아 보자고.
    (/ pp.30~31)

    나만 빼놓고 저만치 앞서 달리는 세상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점점 더 세상과 담을 쌓으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러니까, 문제의 시작은 세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일리가 달팽이를 보며 자신만의 속도가 중요함을 깨달았듯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집착하는 대신 나만의 속도를 찾는 데 몰두했어야 했다. [달팽이 안단테]를 아주 느리게 읽는 동안, 나는 2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난독의 시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베일리가 달팽이에게서 느꼈던 연대감을 내가 그에게서 느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p.76)

    어린 시절 내게 있어 책은 꿈이고 판타지였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한다거나 책을 읽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거나 하는 믿음을 가졌던 적은 없다. 그런 건 내가 모르는 세계였다. 오히려 나는 책에 있는 텍스트와 현실을 자주 혼동했다. 나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어떤 동물들처럼 현명할 것이고, [십오 소년 표류기]의 소년들처럼 고난에 빠져도 맞서 싸울 것이며, [작은 아씨들]의 베스처럼 끝내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의연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책에 있는 권선징악의 세계, 주인공은 끝내 승리하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미래는 마땅히 그런 모습으로 찾아올 거라고 믿었고, 그 믿음 속에서 나는 늘 안전했다. 그런데 미래가 결코 그런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면? 책이 처음으로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 pp.105~106)

    나는 목격한 것들을 쉬지 않고 노트 위에 적어 내려갔다. 기억력이 꽤나 좋았던 시절이라 목격한 것들을 최대한 자세하고 꼼꼼하게 작성했다. 그것들이 쌓이자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인물의 욕망(결핍)을 중심으로 특정한 배경과 사건을 더했다. 정교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인상적인 대화와 등장인물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에 대해 고민했다. 그게 소설 쓰기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걸 대학 도서관 독일문학 서가에 꽂혀 있던 [좀머 씨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처음 깨달았다.
    (/ p.118)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98년부터 게임 개발자로 활동했고 2004년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부문에 당선되어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제1회 SF 어워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 및 작품집으로 『멀리 가는 이야기』, 『진화신화』, 『7인의 집행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저 이승의 선지자』 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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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6~
    출생지 충남 보령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6년 충남 보령에서 태아났다. 명랑한 유년기와 탈 많은 사춘기를 거쳐 암울한 청년기를 보내던 중,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그들만의 식탁]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막걸리의 참맛을 알게 된 뒤 집필한 생애 첫 장편 [컴백홈]으로 2011년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발랄한 어른으로 살다가 철들지 않은 채 죽길 희망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상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생년월일 1972~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4종
    판매수 206권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 『안녕, 레나』와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가 있으며, 일간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생년월일 1978~
    출생지 인천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7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서양화과와 국민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장편소설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가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7종
    판매수 347권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국경꽃집][아무튼 씨 미안해요][내가 살아갈 사람]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을 받았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3,903권

    1992년부터 영화 관련 글과 SF를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장편소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연작소설 [아직은 신이 아니야] [제저벨], 영화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에세이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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