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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 듀나 연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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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듀나
  • 출판사 : 네오픽션
  • 발행 : 2022년 08월 16일
  • 쪽수 : 304
  • ISBN : 97911574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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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듀나 SF 월드의 정수 ‘링커 우주’
그곳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국 SF의 거성, 듀나의 스페이스 오페라 연작소설 『제저벨』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작품은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에서 선보인 ‘링커 우주’의 세계관을 토대로 행성 ‘크루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냈다.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경쾌한 모험의 세계를 구축해낸 이번 작품을 통해, 작가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특유의 자유롭고 대담한 서사를 선보인다.

온 우주를 지배한 ‘링커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생물 개체가 유전자 안정성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인의 유입만 가능하고 탈출은 불가능해진 행성 ‘크루소’.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링커 우주’, 그 독특한 세계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이곳에 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링커 우주’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모험

전 은하계와 인근의 두 마젤란은하까지 먹어치운 링커 우주는 진화 생태계가 3천 년을 넘는 곳이 스무 군데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링커 우주는 링커 기계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링커 바이러스를 퍼뜨려 새로운 우주 질서를 정립했는데, 그 어떤 시스템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링커 바이러스에 감염된 종들은 새로운 진화 체계에 맞춰 진화를 거듭했지만 그 변화로 인해 실제로 링커 우주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 곰돌이 친구는 이 낡아빠진 욕조통의 선장이고 전 이곳의 선의가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운 나쁘게 추락하신 행성은 대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라는 곳입니다. 식민지가 개발된 지는 표준력으로 350년쯤 되었고 여러분이 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여기서…… 빠져나가실 수 없습니다.” (14~15쪽)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b’ 행성, 이곳은 유형지 행성 혹은 변비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어뜨리고 가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그 어떤 종족도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행성이다. 번식을 통한 종의 생존이 불가능한 링커 우주, 멸망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던 종족들은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선다.

듀나 SF 월드, 그 유연하고도 단단한 세계
기묘한 위험을 즐기는 활달한 모험담

작품은 링커 우주 속 행성 크루소를 배경으로 함선 ‘제저벨’을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험천만하고 활기찬 그들의 모험담 네 편을 통해 링커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생태계를 조명한다.

자유함선연합의 연락을 받고 고객과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도서관 큐브를 찾아 몬테 그란데로 향한 제저벨은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함선의 추격을 받게 되고(「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이야기꾼 의사는 시드니에게 진 목숨차용증의 빚을 갚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는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부탁을 받고 전쟁의 대륙 토요일로 향하게 된다(「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이자 생존을 위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은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에 말려들게 되고(「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는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42호(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간다(「호가스」).

듀나가 선보이는 링커 우주의 세계는, 그 예측 불가능성으로 유연한 동시에 정교한 규칙으로 단단하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 세상 얼마나 매혹적인지 끊임없이 알려준다. 거대한 위협과 미지의 공포를 마냥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인물들이, 정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는 이야기. 고전적인 동시에 생동감 넘치는 이 서사시는, 새롭고 거대한 세계를 엿보는 짜릿한 재미와 결합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목차

로즈 셀라비
시드니
레벤튼
호가스

기타 등등
개정판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크루소란 원래 그런 곳이야. 어떤 친구들은 유형지 행성이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변비 행성이라고 하지. 난 변비 행성이 딱인 것 같아. 잔뜩 먹어대기는 하는데 배설을 제대로 못하지. 은하계 곳곳에서 변덕스러운 아자니들이 날아와 빨판상어들을 떨구고 가지만 정작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 곳. 수많은 종족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링커들이 끊임없이 유전자 풀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정작 아이들은 거의 태어나지 못하는 곳. 개떡 같은 곳이야.
이곳 달력으로 7년 전 이 행성에 떨어졌을 때는 나도 암담했어. 고향인 마리아 부츠를 떠난 뒤로 15년 동안 난 한 행성에 한 달 이상 머무는 건 상상도 한 적이 없었지. 평생 이렇게 은하계를 떠돌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재수 없게 변비 행성에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으니 막막한 거지.
탈출하려고도 해봤어. 적어도 이 행성엔 아직까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세 군데는 된다고 들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 근방엔 반드시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탐욕스러운 시티가 있기 마련이지. 제저벨의 목적지인 수요일의 맥킨지 블록도 그런 곳이었어. 모든 조난자들이 일단 그곳에 가고 싶어 해. 대륙의 유일한 탈출구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 중 맥킨지 블록의 사기꾼들에게 탈출료를 지불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대부분 근교에 있는 조난자 보호 협회에 등록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가끔 운 좋은 승객들을 싣고 하늘로 솟구치는 아자니들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나 역시 일찍 포기했어. 난 희귀한 도서관 큐브도 가지고 있지 않고 오염 안 된 지구 식물 씨앗도 없다고. 융통성이 있고 임기응변에 강하고 자격증을 딴 뒤로 의사 노릇도 곧잘 하지만 이 짓거리를 하면서 입장료를 버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다 제저벨과 선장을 만났어.
_「로즈 셀라비」 중에서

크루소는 편견 때문에 살기 힘든 곳은 아니었다. 1미터짜리 곰 인형도, 2미터짜리 고양이 인간도 특별히 꿀릴 것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니 인종차별은 무의미했다. 양성의 경계가 붕괴되고 있었으니 지배적인 성차별이랄 것도 없었다. 다양한 종류의 편견과 차별이 존재했지만 그 수명은 대부분 길어도 한 세대를 넘지 못했다. 편견이 그 이상 유지될 수 있을 만큼 특정 무리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지금은 블랙 지하드 때문에 목요일의 평판이 안 좋고, 교회 마피아 역시 그렇게 인기 있는 무리가 아니었지만 이들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생물학적 후손을 남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이 별에서 종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베들레헴들은 예외였다.
베들레헴들은 단순한 정신병자들이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종종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행동했지만 정신분열증과는 전혀 다른 병을 앓고 있었다. 아니, 항해사와 같은 베들레헴 옹호자들은 처음부터 그게 병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엔지니어들처럼, 그들은 단지 평범한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정신 구조를 갖고 있었다. 링커들의 장난에 놀아난 두뇌가 어느 단계부터 인간 두뇌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심한 경우 아무도 그들의 동기나 사고방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행동과 말에는 소름끼치는 타자의 흔적이 각인되어 있었다. 고기능 베들레헴 중 일부는 사람들을 속이고 일반인인 척 행세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진정한 정신적 교류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 이러면 문제였다. 대화 가능한 인간의 두뇌를 갖고 있다면 당신들이 곰 인형처럼 생기건 고양이처럼 생기건 상관없다. 하지만 두뇌 자체가 다르다면, 그것도 링커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병처럼 번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하면서도 다르다면 정말 큰 문제다. 게다가 그 혐오스러운 특성이 링커 바이러스를 통해 수렴되고 증식된다면?
크루소의 수많은 지역에서 그 해결책은 격리였다.
_「시드니」 중에서

“혹시 말씀의 벌레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아뇨.”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공식적인 발표 없이 소문만 돌고 있으니까요. 로트바르트 연구소를 일탈한 어떤 과학자가 말도 안 되는 발명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소위 세뇌 벌레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종교적 믿음을 숙주에게 강요하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2밀리미터 길이의 기생충을 유전자 조작으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는 웃었다.
“네, 말도 안 됩니다.”
대령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링커 우주에서는 그런 부류의 생명체가 2세대 이상 종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 과학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생충을 용케 교회 마피아의 수장인 리우의 카를로스에게 파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우의 카를로스가 그 정도로 무식했냐고요?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발명가의 핑계에 넘어갔습니다. 그 발명가는 벌레 안에 삽입된 ‘말씀’이 종의 오염을 막아준다고 주장했답니다. 그는 그를 증명하는 방대한 양의 자료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교회 마피아에게 그 자료를 100퍼센트 검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오래전에 올리비에에 통합되었겠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교회 마피아는 믿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쪽 상황이 별로 안 좋지 않았습니까? 블랙 지하드와의 전쟁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지만 믿음의 기반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3년 전이라면 마피아보다 골수 트레키들의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어떻게든 믿음이 없는 자들과의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될 때가 된 것입니다.”
_「레벤튼」 중에서

“(……) 우린 레벤튼과 목요일의 몬소피아드 정글에서 우리 세계와 비슷한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우주선의 흔적을 찾아냈어. 서기2245년, 오스트리아/프러시아 연합제국이 쏘아 올린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우주선. 그 우주선은 겹겹으로 쌓인 평행 우주들을 바느질하듯 누비다가 5만 년 전에 여기로 떨어졌지. 그 뒤로 이 행성에서는 잠시 링커 진화가 발생했다가 사라졌어. 지금 그 우주선은 없어. 우리가 찾은 건 기껏해야 흔적뿐이지. 그래도 우린 꽤 많은 걸 알아. 그 우주선은 여행 중간에 외계 지성과 접촉했고 그 존재와 융합되었어. 그리고 그 외계 지성은 우리가 링커 기계라고 부르는 종과 많이 비슷하면서도 다르지. 지상종과 비행종이 분화되지 않은 링커 기계들을 생각해봐. 그들이 몇만 년 동안 묻혀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 거야.”
(……)
“생각해봐.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우주는 모두 링커 기계들만의 영토였어. 하지만 그들과 다르고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무리가 바로 이 행성에서 기어 나오려 준비하고 있어. 더 놀라운 건 그들이 희미하게나마 우리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들은 2245년에 만들어진 지구 우주선과 융합되었어. 저들의 우주는 인류가 링커 기계의 공습을 받기 전에 가르보와 거의 맞먹는 우주선을 개발한 곳이란 말이야. 그쪽 우주에서 저들과 지구인들의 관계가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만약 우리가 그쪽 지구인들과 만날 수 있다면? 아니, 정말 그들이 여기에 와 있다면?”
“그래서?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기에 마리아 테레지아의 올리비에가 있으니까.”
_「호가스」 중에서

저자소개

듀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등의 소설을 썼으며,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의 논픽션을 썼다. 《평형추》는 2021년 SF어워드에서 장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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