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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저편에서』는 한승석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살아가는 행위를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리 일상의 잠잠한 시간 속에 남아있는 자신의 행로를 따라가 본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화사한 봄꽃으로》, 《내 마음이 아파 오면》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승석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시인이 가지는 상념과 비애는 세속과는 차별화되는 자신에 대한 것으로 이것은 곤충이 가지는 우화와 같이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한 껍질을 벗는 것으로 자신에 대한 불만이 불만으로 끝나 죄의식과 패배주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새로운 자신을 형성하여 더 새로운 삶을 가지자는 자신에 대한 다짐의 이야기로, 무작정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삶의 행로와 타인의 삶을 보면서 타인의 삶을 모방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삶에서 그 껍질을 벗고 진정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나를 통한 번뇌와 상념이 내 속에서 쉬임없이 끓고 있어야 한다고 시인은 밝히고 있다.

1. 나의 조국, 아름다운 산천(山川)

주인이 되고자 하는 님들은
서로 앞 다투어 나와서
진정한 충정어린 논의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말만
무성하니 앞이 보이질 않네
-누가 환한 빛으로 중-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남·북 이산가족/소양호수에서/아덴만(灣)의 영웅들/반딧불/아- 어쩌란 말인가/소양강 처녀상(像)을 바라보며/가을과 소양강/아침 고요 수목원에서/단풍나무/가을 하늘은/산(山)아/단풍잎/경주에서 봄을/누가 환한 빛으로/문배마을 가는 길/산수유 꽃/축령산 기슭에서/별들아 /5월의 노래 /창공에 올라/님에게/바람아 너는 /유월의 싱그러운 바람 따라/아침 가리 골 산행에서 /자랑스런 대한의 딸들아/부끄러운 이름/불타는 산하

2. 그리움의 저편에서

서글픔으로 내 마음 울적할 때
그대 이름 생각하면
희망이 넘쳐나 밝은 마음으로
새날을 꿈꾸게 되는 그대 이름이여.
-그리운 이름 하나 중-

친구야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아직도 봄은/하얀 앵두/시인과 여인/달과 별과 그리움/흑진주 그대여/천생연분/당당히 어머니의 사랑/하얀 추억/그리움의 저편에서/억새꽃/그리운 이름 하나/먼 데 하늘을/수련화/하루가 지나면/들꽃이여/오월의 밤을 보내며/뚱지/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비야 /선창에서/가을 사랑/넝쿨장미/별이 흐르는 밤에/틈새/그리움/세상을 살다보면

3. 끝없는 길을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늘 아쉬워하는 것은
인생의 허무함에 나의 꿈을 접어둔 채
삶의 무게만을 생각했다네
-기약 없는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중-

가을 연가/11월은 /나의 사람아/가을아 너는 /눈 내리는 강가에서/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백목련/풀꽃에게/세상물정/나에게서의 時는/저 눈밭에 사슴이/도대체 법法이/긍정의 힘/뇌물의 덫/할미꽃/소나무야 /가을 그리고 그리움/기약 없는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춘설(春雪)/밤하늘 별을 세어가며/눈먼 돈/눈물/9월의 지리산 /화사한 봄꽃으로/가시버시 사랑/가을 하늘에 띄우는 편지/끝없는 길을/무엇이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가

4. 나의 주인이시여

나는 알았네
그대 진실한 마음으로
어눌한 나의 모습 속에서도
진정한 마음으로 배려함을
-나는 알았네 중-

우리에게는/우리 곁으로 다시 오시지 않겠소 /부활의 주님/눈이 내리면/삼악산에서/눈 내리는 밤에/나의 친구야/가끔은/마중물의 고마움/작은 손가방/구름이 하늘에다/언젠가부터 그대는/들꽃 한 송이/장절공 묘원에서/나는 행복합니다/물안개 피어오르면/낮에 해처럼 밤에 달처럼/나는 알았네/이제는/삶에 지친 그대 모습에/여름의 끝자락에서 친구에게/이 가을에는/내가 만난 사람/나의 나 된 것은/지나온 시간들을/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눈물(2)/내 마음이 아파 오면

푸르렀던 나무 잎새들이
하나, 둘 떨어져 덩그러니
옷을 벗고 서있는 나무들이 애처롭다

해맑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물살을 가르고
굽이굽이 휘돌아 가는 배
우연히 마주친 은사시나무

모든 시름 뒤로하고
여인의 흰 살결 같은 뽀얀 몸매가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우리네 인생들도 이 세상
떠날 때는 빈 몸으로 가는 것을….

반백 년 지내온 내 삶의 그림자가
소양호수에 비추어 은빛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의 세월이 아까워
긴 한숨 지어보지만

잠시 나에게 머물렀던 상념은
차가운 강바람에 날아가고
나는 그리움의 저편에 머문다.
-소양호수에서-

잿빛 하늘이 짙게 드리우면
내 마음 울적하여 지나온
세월이 아쉬워 긴 한숨을 내쉰다

아무도
느끼지 않을 나만의 상념에 젖어
후회와 번민이 뇌리에 남아있어
서글픔을 더하여준다

어쩌면 산다는 것이 늘 아쉬움 속의
연속이니 무언가 다하지 못한
느낌 속에 하늘마저 어두워
한바탕 비라도 내릴듯하다

저 하늘 맑게 개이면
내 마음도 밝아지지 않을까
우울한 마음을 돌이켜 보고파
파아란 하늘을 그려보며
먼 데 하늘을 바라본다.
-먼 데 하늘을-

어느 곳이든 틈새는 있어야 하지
틈이 없으면 너무 삭막하다네
보도블록 틈새 같은 그런 틈새가 있어야
민들레도 싹을 틔우지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작디작은 꽃씨가 날아들어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틈새가 있어야 한다네

우리들의 삶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어야 할
틈새가 있어야 한다네
사람들 마음에도 그런 틈새가 있어야
그리움도 자라고
안타까움도 자라고
사랑도 자라는 거지

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약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도
어쩌면 틈새가 있기 때문에
더욱 편안해 지기도 한다네.
-틈새-

11월은
떠나는 님의
뒷모습을 닮은 그리움

붉은 단풍이 고엽으로 퇴색되고
흩어지는 낙엽과 엉거주춤
붙어있는 잎새의 안타까움

11월은
지나간 시간의
고운 추억을 붙들 수 없는 허무함

새로이 다가올 겨울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서러워하는 안타까움

11월은
삶이 버거워 힘들어 하는
나무 잎새의 고뇌가 가득한 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항로에
새롭게 다짐하며 다가올 계절의
변화를 생각하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
-11월은-

하루가 지나면 또 새로운
하루가 다가오고
낯모를 사람들 틈에 끼어
목적 없이 걷다 보면 허무만 쌓이네.

어차피 한번 왔다가 가는 인생들!
무엇 때문에 그리 바삐 움직이고 있을까.

그리움의 끝은 어디일까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은
어느 누구와 대화를 나눌까.

하늘에서 내려다본 땅위에
수많은 생물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에
아직도 살아있다는 감사함이 드는 것은
삶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네.
-하루가 지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