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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찬 시집 『개똥철학』. 시인의 첫 시집으로 1988년~2010년까지의 시를 하나로 묶었으며, 깊은 음성으로 삶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이 삶의 희열이자 고통으로 존재하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길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밝힌 시인이 사랑과 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개똥철학>은 박희찬 시인의 첫 시집으로 1988년~2010년 까지의 시를 묶어 발간하였다. 시인이
시간 여행을 하면서 메모나 영감을 기록해 놓았다가 발표한 시인지라 반듯한 건물처럼 세련되었거나
잘 닦여진 도로처럼 반질거리지는 않지만 원형의 감정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어 시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발견과 스스로 성취이다'라는 것을 박희찬 시인은 자신만의 찰학적인 요소를
가지고 들려주면서 쉬우나 가슴을 후리고, 밋밋하나 깊은 음성으로 삶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의 말_박희찬

짝사랑
기계가 되어버린 나
이제는
어차피, 그래도
이제야
소중함
사막
정거장
기차여행
시험
제목 없는 시
길
제목없는 시 2
설탕커피
그대를
어른수업
바보
아픔
추억 그리고 고독 그리고 추억
유리구슬
그대의 뒷모습
아픔
아픔과 행복
더 좋아요
너
바나나 우유
너를 지우고 싶은 이유
아미蛾眉
개똥철학
개똥철학2
개똥철학3
유리 장미
미몽
고백
인연 하나
상처
편지봉투
설경
제목없는 시3
비밀앨범
흔적 하나
벚꽃
거짓말쟁이
만남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어떤 욕심
제목없는 시4
시인의 길
그리움 하나
연어처럼
제목없는 시5
지금의 모습
행복에 대한 생각 하나
작품해설_김영태

사랑으로 승화되는 삶의 철학
김영태(시인·한비문학 발행인)

소포클레스는 "삶의 무게와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 한마디의 말이 사랑이다."라고 했다. 인간 마음의 근원은 사랑이 바탕이 되어 모든 감정이 발생하고 그러한 감정이 우리 삶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 사랑의 형태가 어떠한 것이든 때로는 사랑은 열정과 낭만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실의와 절망을 가져다주기도 하여 살아가는 명분이 된다.

박희찬 시인은 '개똥철학'에서 사랑이 삶의 희열이자 고통으로 존재하면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길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사랑의 무게는 천근보다 무겁다 가도 깃털보다 가볍게 때로는 언제인지 모르게 품안에 있다가 눈길도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어 사랑 그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논하는 철학이 된다.

나만, 애태우는 작은 사랑이
있습니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는
짝사랑으로
언젠가는, 이별이라는 단어로
아픔과 미련만 남는
가슴 아픈 사랑이라는 것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그녀를 동경하는
이유는
그 가슴 아픈 사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짝사랑 전문-

짝사랑을 슬픈 사랑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되어 실의와 회의에 빠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박희찬 시인은 가슴 아픈 짝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하는 사랑의 희열을 노래한다.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얻은
한 모금의 물과 같습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모두 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중함을 종종 잃어버리죠

-소중함 전문-

우리는 언제나 곁에 있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간혹 귀하고 소중한 것이 자신 곁에 있으면 당연히 그런 것처럼 혹은 언제든지 있을 것처럼 소홀하게 대하거나 무시하게 되는 습성이 있다. 사랑 역시 처음엔 귀하고 아름다우나 늘 자신의 곁에 있으면 습관처럼 사랑을 대하고 무시하게 되어 소중한 것을 하잖게 하여 버린다. 박희찬 시인은 습관에 길드는 인간의 안일과 나태를 찔끔하게 하고 있다.

두 개의 이정표가 만나서
하나의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길의 시작은 많은 이정표가
있고, 더 나아가면 수많은 이정표를
만나고, 그 이정표로 인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길이 시작되는
드라마 같은 일이 우리네 인생의
인연과 운명의 연속이죠

-길 전문-

삶이 그렇듯이 사랑 역시 정해지고 만나지겠는가 흐르는 세월과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길 중에 내가 가야할 길이 따로 있고, 스치는 수많은 사람 중에 내 인연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오래전 약속이 없어도 마치 언젠가 약속을 한 듯 만나지는 가슴 두드리리는 사랑 같이 우리의 삶도 살아가다 보면 내 사랑을 만나는 것 같은 가슴 뛸 일이 있을 것이다.

백 송이 장미꽃보다
구백구십구 송이 장미꽃이 더 좋아요
천 마리의 종이학보다
구백구십구 마리의
종이학이 더 좋아요

이루어진 꿈속에 숨은
허무함보다는
이루지 못한 꿈속에 숨은
기쁨이 더 좋아요

하나의 아픔이 남을 수 있는
하나 된 사랑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픔도 반쪽짜리인
사랑이 더 좋아요

때론, 무엇인가
하나가 부족한 삶이 더 행복하듯
오늘의 슬픈 행복을
사랑합니다

-더 좋아요 전문-

동그라미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 시다. 이빨 빠진 동그라미가 자신의 일부를 찾았으나 모자람이 가져다는 여러 가지 행복으로 완전함을 포기하듯이 가득 찬 것은 비울 일만 남았지만 조금 비어있는 공간은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어 여유와 낭만이 흘러넘친다. 시인은 완전함을 규격과 틀의 딱딱함과 견고함이 성취라면, 성취 뒤에 찾아오는 허망함 보다 이루기 위한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