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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배우는 사람

원제 : Slow Le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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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대가의 탄생을 알리는 핀천의 단편들
    첫 단편집이자 유일한 소설집 국내 초역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될 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들 가운데 최고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토머스 핀천의 유일한 소설집 [느리게 배우는 사람] 이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네명의 소설가로 꼽히는 핀천은 현대사회를 비판적으로 통찰하는 특유의 상상력과 과학소설에 끼친 영향으로 싸이버펑크 SF문학의 선조로 인정받는 소설가로서, [느리게 배우는 사람] 은 초기에 쓴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4년에 출간한 것이다. 데뷔 장편이 나온 이듬해에 발표된 [은밀한 통합] (1964)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모두 핀천이 대학생 시절에 쓴 작품들이며 소설집에 실린 초기 다섯편의 작품을 보면 핀천이 이후에 발전시킬 주제와 스타일, 취향 등을 짐작할 수 있다.

    핀천은 소설집 앞에 긴 작가 서문을 붙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미흡했던 점, 즉 어두운 말귀 때문에 대화의 많은 부분을 망가뜨리고 있는 점, 개념이나 관념을 먼저 앞세운 탓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하고 있다. 작가 서문은 각 단편들에 대한 해설과 비평으로서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힘든 핀천의 문학적 성장과정을 자전적으로 소개하는 글이기도 하다.

    소설집에 담긴 다섯편의 이야기는 소재나 배경 등이 각기 다르지만 죽음, 무기력, 권태, 획일화, 무질서, 파국, 단절감을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핀천의 첫 단편 [이슬비] 는 군대라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죽음과 다를 바 없는 무기력한 삶을 반복하는 청춘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러바인은 도망치듯 군대에 들어온 인물인데, 그는 군대를 떠나려 하기보다 반복적이고 정체되어 있는 그곳에 안주하려 한다. 주인공은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근 뉴올리언스에 파견되어 시신 인양작업을 하면서 죽음의 문제와 맞닥뜨리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 의미없는 섹스를 한다. 그런 뒤 그는 휴가를 가는 대신 군대생활로 되돌아간다. 작가는 주인공의 삶을 폐쇄회로와 같은 고립적이면서 단절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로우랜드] 는 결혼이라는 틀 속에서 책임있는 성인으로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거기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고 활기찬 삶을 꿈꾸는 남성의 이야기이다. 결혼하여 도시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주인공 데니스 플랜지는 젊은 시절 바다에서 해군 장교로 지낸 기억을 되살리며 집에 찾아온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하나 아내에 의해 쫓겨나 쓰레기 폐기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 쓰레기 폐기장에는 1930년대 테러리스트들이 파놓은 은신처가 있고 현재는 집시들이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집시 소녀를 만나 새로운 삶을 계획하나 작가는 이 장면을 환상처럼 묘사함으로써 그것이 새로운 삶의 시작일지, 아니면 또다른 굴레일지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

    [엔트로피] 는 핀천 문학의 브랜드처럼 여겨지는 엔트로피 개념을 문학적으로 처음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후 핀천 소설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아파트 삼층에 사는 멀리건은 재즈 사중주단 친구들과 함께 사흘째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있고, 바로 위의 사층에서 학자로 보이는 칼리스토는 방을 온실처럼 만들어놓고 죽어가는 새를 살리려 하고 있다. 작가는 삼층과 사층을 번갈아가며 묘사하는데, 삼층의 파티가 상징하는 무질서·소음·혼란·고갈과 사층의 온실이 상징하는 질서·규칙·통제·보존 간의 갈등이 소설의 핵심구조를 이룬다.

    [언더 더 로즈] 는 19세기 말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의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일 무렵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독일의 스파이 몰드웝과 그것을 저지하려고 애쓰는 영국의 스파이 포펜타인이 이집트에서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소설은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역사가 움직이게 되며 역사가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만다는 묵시록적 비전을 담고 있다.

    [은밀한 통합] 은 기존의 관습과 규범을 따를 것을 강조하는 어른들과 그것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십대들이 등장한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대립구도는 신흥 주택가에 흑인 가족이 이사 오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알코올중독자인 흑인 음악가 칼 매카피를 만난 직후 소년들은 칼 배링턴이라는 흑인 소년을 상상으로 만들어내고 어른들과는 달리 그 흑인 소년과 같이 어울리며 인간적으로 통합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종문제를 배후에 깔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흑인을 대하는 백인 어른들의 시각이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핀천이 작품 속에 끌어들인 지식의 범위가 방대하고 미국 대중문화가 빈번히 소설 속에 등장하지만 이번 번역본에서는 충실한 옮긴이 주를 통해 이 문제를 대부분 해결하고 있다. 또 말장난 같은 동음이의어나 처음 보는 약어, 20행이 넘는 아주 길고 복잡한 문장들이 독해를 어렵게 만들지만 핀천의 문체를 살리면서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하고도 정확한 번역을 꾀했다.

    추천사

    핀천은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들 가운데 최고의 작가이다.
    - 에드워드 멘델슨 /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 영문학자

    소설집에 담긴 다섯편의 이야기는 소재나 배경, 스타일에서 전혀 다르지만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면 서로 닮은 점이 많다. 각각의 이야기에서는 죽음, 고갈, 권태, 획일화, 무질서, 파국, 단절의 느낌이 인물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핀천은 이러한 상황을 폐쇄회로, 쓰레기 폐기장, 엔트로피, 미국 교외, 묵시록적 종말 등의 메타포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초기 단편들이 결함투성이인 것처럼 말하지만, 이 소설집은 황무지 위의 삶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른 현대인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새로운 감성으로 그려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박인찬

    목차

    작가 서문

    이슬비
    로우랜드
    엔트로피
    언더 더 로즈
    은밀한 통합

    작품해설 | 문학적 거장의 작가로서의 성장기
    작가연보
    발간사

    본문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1958년부터 1964년 사이에 씌어졌다. 그 가운데 네편은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쓴 것이고, 다섯번째 작품인 [은밀한 통합] (1964)은 습작생을 뛰어넘어 신인 작가의 작품에 가까운 것이다. 설사 말소된 수표라 하더라도,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여러분은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편들을 다시 읽었을 때 나의 첫 반응은 한마디로 ‘오 맙소사’였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신체증상이 동반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고 나서 들었던 두번째 생각은 완전히 다시 쓰자는 것이었다. 이 두가지 충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나는 중년다운 평정심을 내세워, 그 당시 어린 작가였던 나를 이제 있는 그대로 봐줄 나이가 된 것처럼 행세하기로 했다. 이 어린 친구를 내 인생에서 내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작가 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토머스 핀천(Thomas Ruggles Pyncho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7.5.8~
    출생지 미국 뉴욕
    출간도서 4종
    판매수 822권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될 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 작가들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1937년 미국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으며, 1953년 고등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하고 장학생으로 코넬 대학 공학물리학과에 입학하였다. 2학년 때 문리학부로 전과해 문학을 공부했으며 1959년 전과목 최우수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1960년에 보잉사에 취직하나 2년 만에 그만두고 이후 일정한

    펼쳐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텍사스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영미 문학의 길잡이 1] [20세기 미국 소설의 이해 1] [토머스 핀천](이상 공저) [소설의 죽음 이후: 최근 미국 소설론]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미국 민주주의 문화사] [아시아계 미국 문학의 길잡이](이상 공역) [공간의 역사] [붉은 밤의 도시들] 등이 있다. 현재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로서 현대 영미 소설, 미국 문학과 문화, SF, 세계문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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