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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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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그려낸 러시아 상징주의의 대가 쏠로구쁘의 대표 소설!

표도르 쏠로구쁘의 대표작 『허접한 악마』.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스물일곱 번째 작품이다. 도스또옙스끼를 잇는 완벽한 러시아 소설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은 1907년 출간되자마자 러시아 전역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인간 내면의 비열한 악마성과 추악한 현실 속의 악을 형상화하며 신의 사악한 창조물을 시적으로 그려냈다.

끝없는 증오 속에 살며 모두가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고 믿고 싸도마조히즘적 행위로 남을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뻬레도노프. 비열하며 저속하고 옹졸한 일들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허접한 악마’로서 살아가는 그를 둘러싼 천박한 천박하고 속된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중학생인 소년 싸샤와 자유분방한 아가씨 류드밀라의 목가적 사랑이야기를 교차시켜 보여주며 순수한 생의 기쁨이 현실의 지저분한 사건들 속에서 퇴행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출판사 서평

러시아 상징주의의 대가 쏠로구쁘의 대표작
도스또옙스끼를 잇는 가장 완벽한 러시아 소설


러시아 제1세대 상징주의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로 꼽히는 표도르 쏠로구쁘의 대표작 『허접한 악마』가 창비세계문학 27번으로 출간됐다. 문학비평가 드미뜨리 미르스끼가 “도스또옙스끼가 사망한 이래 가장 완벽한 러시아 소설”이라고 평가한 이 작품은 1907년 출간되자마자 러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쏠로구쁘가 러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을 일반적인 리얼리즘 소설을 뛰어넘는 상징주의 소설로 평하고 있는데, 러시아 지방도시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기보다는 삶 전체, 즉 “신의 사악한 창조물”을 시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허접한 악마』―미르스끼에 의하면 영어권 제목 ‘작은 악마The Little Demon’보다는 프랑스어 제목 ‘허접한 악마Le Demon mesquin’가 더 근접한 번역이라고 한다―의 주인공 뻬레도노프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래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가장 유명하고 잊지 못할 등장인물”로, 추악한 현실 속의 악을 형상화함으로써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그는 끊임없는 증오 속에서 살면서 모두가 자신을 비방하고 있다고 믿으며, 싸도마조히즘적 행위로 남을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인물로, 점차 미쳐가다가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주인공 뻬레도노프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천박하고 속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와, 중학생인 소년 싸샤와 자유분방한 아가씨 류드밀라의 목가적 사랑 이야기가 교차해 흐르고 있는데, 이 두 이야기는 소설 말미의 가장무도회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인간 내면의 비열한 악마성과 추악한 현실 속 악의 형상화

뻬레도노프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동거녀 바르바라는 그녀와 결혼만 한다면 뻬레도노프에게 장학관 자리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공작부인의 편지를 위조해달라고 과부 그루시나에게 부탁한다. 뻬레도노프는 위조된 편지를 믿고 바르바라와 결혼하고 장학관 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는 학생들의 부모나 보호자에게 학생들의 잘못을 고해바쳐 채찍질하게 할 때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삶의 기쁨을 찾지 못한다. 항상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밟고 밀고하며 비방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경찰서장이나 헌병장교, 교장 등 유력한 주요 인사들에게 해명하고 다닌다. 또 바르바라가 양처럼 생긴 우둔한 친구인 볼로진과 짜고 자신을 독살하고는 장학관 자리를 그에게 넘기지 않을까 의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바르바라와 친구 루찔로프는 뻬레도노프를 돼지에 비유하는데, 이는 뻬레도노프의 동물적 본성, 도덕과 무관한 충동과 탐욕, 불결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뻬레도노프는 소설이 진행되면서 점차 혼란과 공포에 휩싸이며 판단력을 상실하고 망상에 빠진다. 조그맣고 형체 없는 잿빛 형상(니다띠꼼까)의 출현(환각)을 보고, 그 형상의 속삭임(환청)을 듣고 방화를 저지른 뻬레도노프는 마침내 광기에 차 볼로진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우둔한 인물이기는 하나 예수를 상징하는 양의 외양을 띤 볼로진을 살해하는 뻬레도노프의 모습은 세상에 횡행하는 악의 힘에 대한 우의적 표현이다.

자연을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계의 반영으로 보는 뻬레도노프와 달리 류드밀라는 자연이 주는 내적인 생명력과 환희를 만끽한다. 뻬레도노프는 향냄새를 맡으면 두통을 느끼고 향수를 악취라고 생각하지만 류드밀라에게 꽃향기를 풍기는 향수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 소품이다. 뻬레도노프를 상징하는 색깔은 암울한 회색과 검은색이며, 류드밀라는 태양을 상징하는 황금색이다. 여신의 풍모를 풍기는 류드밀라는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며 나체를 숭배한다. 그런 류드밀라에게 작가는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생의 기쁨을 체현하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추악한 현실 속에서 그 순수한 빛을 점차 상실하고 퇴색되어가게 된다. 류드밀라와 소년 싸샤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향수의 향기가 농밀해지고 육체적 열정이 농염해지면서, 처음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순수한 소년이었던 싸샤는 주위 사람들을 속이면서 타락해간다. 순수한 생의 기쁨이 오히려 현실의 지저분한 사건들 속에서 퇴행해가는 것이다.

전체 32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의 후반부인 29장과 30장에 걸쳐 묘사된 디오니소스적인 환희로 가득 찬 가장무도회의 모습은 실상 이곳 사람들의 조야한 삶과 더러운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술과 광기가 난무하는 무도회장의 모습은 난동과 파괴로 점철된 무질서한 현실을 폭로하고 있으며, 뻬레도노프의 방화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타락한 류드밀라와 싸샤의 거짓말로 이루어진 31장에서는 류드밀라와 뻬레도노프가 상통하는 인물형임이 드러나며, 싸샤가 뻬레도노프의 축소판으로 타락해가는 모습이 묘사된다. 마지막 32장에서 뻬레도노프에게 살해당하는 볼로진은 “뻬레도노프의 광기의 ‘희생양’이며, 무의미한 죽음과 허무의 극치”를 보여준다.

뻬레도노프는 비열하며 저속하고 옹졸한 일들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허접한 악마’로서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남을 의식하면서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살아갔던 그는 언제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면서 남과 경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불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뻬레도노프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출세가 아니라 타인과의 끝없이 이어지는 처절하고 피곤한 싸움의 종식이라는 점은 이 작품이 뻬레도노프의 ‘허접함’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삶의 과정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말

주인공 뻬레도노프는 사실상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래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가장 유명하고 잊지 못할 등장인물이다. -드미뜨리 미르스끼(문학비평가)

이 작품은 상징주의적 이념을 상징주의적인 구조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 -자라 민쯔(기호학자)

쏠로구쁘는 인간의 어두운 측면, 즉 무의식에 내재된 야만, 폭력성, 저속함과 비열함, 작가 도스또옙스끼가 천착했던 학대받고 모욕받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 싸도마조히즘 등을 예리한 필치로 파헤쳤다. -조혜경(역자)

목차

허접한 악마 ㆍ 7

작품해설/쏠로구쁘와 『허접한 악마』ㆍ 487
작가연보 ㆍ 501
발간사 ㆍ 504

본문중에서

그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지쳐갔다. 그는 숭고함도 지상에서 어떤 위로도 찾지 못했다. 지상의 고독 가운데에서 두려움과 애수에 지친 악마처럼 죽은 자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143면)

최근에 그는 점점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시선은 어딘가 먼 곳에 고정된 듯하거나 이상하게 허공을 헤매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뭔가를 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보기엔 이런 현상 때문에 그의 눈에 사물들이 이중으로 겹쳐 보이고 정지되어 마비된 것 같았다.(295면)

뻬레도노프는 자연이 애수와 두려움이란 감정에 자신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자연에는 내외적인 정의로 도달할 수 없는 적대감이 있다. 그런데 자연은 인간과 자연 간의 진정하고 심오하며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한 관계를 유일하게 만들어낸다. 하지만 뻬레도노프는 그런 자연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자연이 인간의 소소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개개인과 개별적인 존재들의 유혹에 눈이 먼 그는 자연이 들려주는 환희의 노래, 디오니소스적인 원초적인 기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우리와 같은 많은 사람들처럼 눈멀고 불쌍한 인간일 뿐이었다.(354면)

뻬레도노프는 모든 일에서 마법과 주문을 보았다. 환상 때문에 그는 공포에 질렸다.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 광적인 싸움과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미지의 물체는 피범벅이 되어 나타나거나 불길에 휩싸여 신음하며 포효했다. 그 포효 때문에 뻬레도노프의 머리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으로 흔들렸다. 고양이는 이상할 정도로 거대해져서 발을 구르고, 무성하게 자란 붉은 수염을 내밀었다.(428면)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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