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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은희송의 『자은도의 날들』. 전라남도 신안군에 자리한 풍요롭고 고요한 행복의 섬, 자은도로 귀농하여 농부의 삶을 추구해온 저자의 시집이다.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만한 푸근한 시골밥상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를 읽어나가게 된다. 복잡한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진심으로 가득하다.

이름만으로도 발길이 멈추는 곳 ‘자은도’
그 풍요롭고 고요한 행복으로부터 전해 오는 메시지

자연 그대로의 섬 ‘자은도’에서 집필한 작품들을 모아 펴낸 시집.《자은도의 날들》에 담긴 시들은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푸근한 시골밥상 같은 느낌이다. 겉멋을 부리지도 않고 주변을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진심만이 가득하다. ‘차가운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 ‘복잡한 세상 잠시나마 푸근해지는 시간을 선사하는’ 시를 쓰고픈 시인의 소망이 절로 느껴진다.

자은도(慈恩島)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를 지원 나왔다 반역자로 몰린 명나라 군사가 한동안 피신하여 지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온후한 인심과 풍요로운 환경에 감복하여 붙여준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그 이름처럼 지금까지도 찾아오는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감싸준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이 섬은 남쪽의 태양빛이 겨울에는 부드럽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쏟아져 계절별로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진다.
이 섬에서 펴낸 《자은도의 날들》은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푸근한 시골밥상 같은 시집이다. 겉멋을 부리지도 않고 주변을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지는 진심만이 가득하다. 차가운 머리로 읽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 복잡한 세상 잠시나마 푸근해지는 시간을 선사하는 시를 쓰고픈 시인의 소망이 절로 느껴진다. 듣기만 해도 정겨움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자은도에서 은희송 시인이 보내는 잔잔한 메시지를 감상해 보자.
1장 ‘자은도는 말한다’에서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 현재를 바라보는 시인의 심경과 어우러져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너희는 아느냐/숨 막히는 일몰을/철새들조차/그냥 가지 못하는 풍요의 땅을...(중략) 도회지 사람들이 돈에 팔아 버린 영혼들조차/이곳에서는 소생된다는 사실을/너희는 아느냐’(자은도 中)라는 시구를 통해 답답하고 건조한 도시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자은도만의 순수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이렇듯 ‘길을 가다가도 발길이 멈추는’ 아름다운 자은도가 관광지로서 외부에 알려지고, 유명해지면서 본연의 순수성이 훼손되어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부분도 눈에 띈다. ‘안타까운 자은도’와 ‘자은도는 말한다’에서 그 심경이 절실하게 드러나 있다.
2장 ‘나이를 먹는다는 것’ 3장 ‘혼자 가는 연습’에서는 삶의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저무는 해 보노라면/왠지 모를 서글픔/안타까움/쑥 물든 멍울/누군들 없으리오만/모두가 감추고 그렇게 살아갑니다.’(‘한세상!’ 中)라는 구절에서나 ‘인파로 붐비던 바닷가/모래사장에 남겨진/수많은 발자국...(중략) 그곳은 혼돈의 세상 카오스/이미 넘겨버린/평생토록 정렬되지 못한 온갖/파편들과 섞여 사라지리라’(‘버리기’ 中)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들은, 현재 세상에 물들어 젊은 시절의 색깔이 바랜 듯한 자신의 모습을 씁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편, 열정으로 들끓었던 지난날들을 애틋하게 그리는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사회와 사람들 속에 섞여 살며 나이가 먹어가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한 그리움은 때로 커다란 아픔이 되어 자신을 옥죄기도 하지만(‘건선의 고통’), 이렇게 또 한차례의 성장통을 겪은 어른은 4장 ‘중년의 계절’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는 연습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길을 함께하고 싶다는 굳건한 의지를 표명한다(5장, ‘그 길에 다시 서고 싶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생의 고백은 모두 자연 그대로의 섬 자은도에서 이루어진다.
지금도 도시에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언젠가 겨울은 가고 따스한 햇살이 다시 내리 쬘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삭막한 마음도 그 햇살에 녹아내려 모두가 마주보고 웃는 날도 올 것이다. 《자은도의 날들》은 그런 날들을 기다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 독자들의 손을 꼭 잡고, 상상 그 이상으로 찬란한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서언

1장 자은도는 말한다
자은도
돌연변이 동백잎
자은도 마삭줄
자은도의 여름
마늘밭에서
안타까운 자은도
나의 꿈
들녘에서 만난 촌부의 일갈
자은도는 말한다
율도국
매실 밭에서
욕지마을의 봄
물먹은 달
왕지네
폭풍의 밤
소금

2장 나이를 먹는다는 것
악마의 도구
이런 세상에 살 순 없을까
지룡이
몽구리
스님
이별
대한민국 철거현장
상념
기다리는 마음
죽음
연습이었노라
티벳 여행
티벳의 평화
그리운 님
산다는 것
한세상!
숨소리
겨울풀
모악산 기슭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유인
꿈속에서
서민의 희망

3장 혼자 가는 연습
위로
마음의 평화
혼자 가는 연습
남성의 술!
버리기
어둠 속으로
시간여행
신들의 고향
벗이여
비가 내리면
질고의 강
건선의 고통
장기 기증
기도
시간의 사슬
죽음
삶
떠나는 님
산동네
고독
비닐귀신
입춘

4장 중년의 계절
난치병과의 혈투
중년 인생
분만실
우리는
도살장의 숨소리
봄비
나이를 따라온 아픔
가을의 끝자락
개미
나그네
중년의 계절
돈을 만지면
돈
깃발
백골의 탄식
욕망
나의 꿈
고추지
아내
신들의 고향 2
시간은 이불
님
정류장

5장 그 길에 다시 서고 싶다
인생
만남
가을 햇살
이런 밤
중년부부
그날 밤
소리만 있었을 뿐
추억
인연의 끝
그림
천국 극락
겨울밤
위하여!
통일
고발
그 길에 다시 서고 싶다
짐승
바다
부모 마음
석양길

낮이나
밤이나
고요한 이 땅
이곳을 이대로 두어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 두어라
개발도 싫다
돈도 싫다
더구나 연륙교도 싫다
마당에서 노루 놀고
밭에서 꿩이 날아오르는
이대로 두어라
우리의 평화를
이대로 이대로 두어라
이슬로 목을 축이는 새벽
싱그러운 새 소리
하루종일 평화가 깨어지지 않는 이 땅을
자동차 소리
싸우는 소리
술잔 깨어지는 소리
경찰차 응급차 왱왱대는
시끄런 장터로 바꾸지 말라

-‘자은도는 말한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