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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기철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사유하는 인간', '창조하는 인간', 그리고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성찰을 보여준다.

또한, 사유는 인간의 자기 완성과 지상낙원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지고, 창조는 그 구상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며(문명), 놀이는 그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의 양식으로 이어진다(문화). 시인은 그 사유의 힘으로, 우리 인간들의 존재론적 근거와 그 삶의 방법과, 그리고 행복한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이기철의 <정오의 순례>는 ‘사유하는 인간’, ‘창조하는 인간’, 그리고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성찰과 그 노래로 짜여져 있다. 사유는 인간의 자기 완성과 지상낙원에 대한 구상으로 이어지고, 창조는 그 구상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며(문명), 놀이는 그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의 양식으로 이어진다(문화). 시인은 그 사유의 힘으로, 우리 인간들의 존재론적 근거와 그 삶의 방법과, 그리고 행복한 세계를 노래한다. 더불어 “황금 깃이 자라는 새, 봉지 터지는 나뭇잎/ 말하는 돌, 알 품은 뜸부기, 물 위에 선 두루미/ 사막을 달리는 사자, 혼자 가는 무소/ 손짓하는 선인장, 회귀하는 연어”(9, 목숨에 대한 경배)와 “인간은 인간을 위해서 살지만 결코 인간만이/ 유일한 생령이라 하지 않는다/ 좀벌레와 코끼리를, 난장이사슴과 긴 목 기린을/ 황조롱이와 앵무새를, 독수리와 뱁새를/ 이 지상의 식구로 숨쉬게 한다”(26,이름들)에서와 같이 뭇 생명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깃들어 있다.
사유의 강폭이 깊어 행간과 행간 사이 그 깊은 골짜기에 내려서면 살아 있는 생명들을 배고 낳고 익히고 키우는 충일감으로 솟구친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엮어 마침내 삶의 비단을 직조하는 목숨의 시간, 정오를 노래하는 시인을 만나면 덧없다 여긴 세월에 채찍을 가하게 된다.
깊을 대로 깊은 세간의 병이 암을 지나 보석이 될 때까지, 고뇌하고 사색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리려 했다는 시인이 지상에 뿌리내린 쓸쓸한 영혼들에게 바치는 아름답고도 뛰어난 명상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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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시인은 무엇보다도 천상보다는 지상을 더 사랑하고, 신보다는 인간을 더 사랑한다. 또한 그는 어른보다는 아이를 더 사랑하고, 서양보다는 동양을 더 사랑하고, 선계보다는 속계를 더 사랑한다. 이 세상의 삶이 아름답고 찬란한 것은 선악이 겹쳐져 있고, 그 선악과의 싸움 속에서 우리 인간들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유하는 인간은 창조하는 인간이며, 창조하는 인간은 놀이하는 인간이다. 이기철 시인은 배우면서 늙어가지 않고, 언제, 어느 때나 창조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의 ??정오의 순례??는 어느 시집보다도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명상시집’이며, 그리고 그 명상 자체가 명상 자체로서 가장 아름답고 역동적인 힘으로 살아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반경환(평론가)

시인의 말
1, 태양이 말한 것
2, 영혼의 거처
3, 시집은 언어의 감옥
4, 해의 노래
5, 정오의 순례
6. 인간 조응照應
7,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8, 인간은 천사보다 비천하지 않다
9, 목숨에 대한 경배
10, 오늘이라는 명사
11, 시는 삶의 양식
12, 말에의 속죄
13, 추상의 이름
14, 육체는 말한다
15, 인간은 위대하다
16, 신과 인간
17, 노래에 대하여
18, 희망에 대한 아유阿諛
19, 위험한 독서
20, 나는 읽는다
21, 몸의 향연
22, 미지가 나를 이끈다
23, 생각에 대한 의문
24, 순수의 거처
25, 지상의 인간
26, 이름들
27, 예지들
28, 영원에 대하여
29, 삶의 양식
30, 인간의 조건
31, 공작工作 인간
32, 불행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33, 죽음은 두려움이 아니다
34, 순금의 언어
35, 예언자는 없다
36, 인간의 시간
37, 이념이라는 추상
38, 주의主義에 대하여
39, 예술가들
40, 진리에 대한 물음
41, 순례의 끝
42, 생生
43, 목숨들
44, 연서
발문│반경환

해를 맞히려고 쏘아올린 화살
고래를 찌르려고 던진 창
깊이 모를 지층으로 내려 보낸 두레박
천공을 쪼개려고 날아간 칼날
내 사색의 바구니가 무인도에 닿는 동안
흉금 속에 펄럭이는 말의 폭풍
채광의 의지로 번쩍이는 언어의 곡괭이
불모지를 경작하는 만 고랑의 삽날
무한을 꿈꾸는 영혼의 아침 식사

그리하여 내 시는
내 사유의 자동기술
태양의 전언을 받아쓰는 속기록

-「1, 태양이 말한 것」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