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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꽃 : 박방희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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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방희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0년 01월 17일
  • 쪽수 : 11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28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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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군인들 불쑥 불쑥 담 타넘고 쳐들어온다니, 차라리 낮 동안은 한데 모여 있기로 공론이 돌아 마을 한가운데 마당 훤한 우리 집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동네 부녀자들 해바라기 꽃판처럼 둥글게 모여앉아 서로서로 울이 되어 지켜주기로 한 것인데, 양지쪽에서 겨울나기 하는 인동초忍冬草처럼 전쟁나기를 한 것이지요 그 날부터, 우리 집엔 사람 꽃이 피었다 지곤 하여 난리 중에 팔자에도 없는 꽃피는 세월 있었다는 거지요 아침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모여들어 젊은 각시나 처녀들은 꽃술처럼 가운데 앉고 늙은 할미들은 여왕 호위하는 시녀 꽃들로 둘러앉아 눈부신 꽃판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 꽃—전쟁나기」 부분
 
 박방희 시인의 시가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과 개성個性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함축된 문장, 진솔하고 담백하면서도 촌철살인적인 시법, 현실 너머의 이데아 추구, 안팎으로 번지고 스미는 휴머니티다. 동화童話(우화)의 발상처럼 빈번하게 구사되는 활유법과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이고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각 아우르기 역시 특유의 시적 묘미를 증폭시켜 주기도 한다.
 
 
내 동맥動脈을 끊어
 
새파랗게 언
 
저 들녘의
 
겨울보리를 덥히랴!
            —「동맥冬麥」 전문
 
단 한 문장, 네 행, 네 연으로 짜인 이 시는 얼어붙은 겨울 들녘에서 인동忍冬하는 ‘동맥冬麥’을 내면으로 끌어당겨 화자의 ‘동맥動脈’에 흐르는 피로 덥혀보려 하듯, 보리에 인격을 부여하는 활유법이 구사되면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떠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로 열리고 번지는 휴머니티를 시사하기도 한다.
같은 발음의 어휘를 통해 발화되는 의미의 비약飛躍과 그 비약을 추동하는 연상聯想 기법의 언어감각도 돋보이는 이 시에서 자신의 혈관을 끊어 그 따뜻한 피로 언 들녘의 보리를 덥혀보려 하는 건 다른 한편으로 자기헌신과 아가페적인 사랑을 암시하면서 차가운 세상을 향한 일깨움의 의미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한다.
 
세상을 지우며
 
하얗게 눈 내렸다
 
새 세상에 나
 
또한 없으렷다!
              —「백설白雪」 전문
 
짧은 두 문장, 네 행, 네 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물아일체의 문맥으로 읽히게 한다는 점에서 「동맥冬麥」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 다만 서정적 자아가 대상(세계)을 내부로 끌어들여 내적 인격화를 이루게 하는 동화同化 기법과는 달리, 화자의 감정이입感情移入으로 자아와 세계(대상)가 일체를 이루도록 하는 투사投射 기법이 끌어들여지고 자기성찰에 무게를 실린다는 점이 변별된다.
세상이 순결하지 않듯이 화자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전제 때문일까. 시인은 ‘세상=나’라는 등식을 통해 ‘지움’의 미덕에 마음눈을 가져간다.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지우듯이(덮듯이) 화자도 그 눈으로 지워지고 순결하게 거듭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게다. 이렇게 본다면 이 시는 백설을 매개로 ‘지워짐→거듭남’이라는 명제를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아포리즘 성격을 띠기도 하는 그의 적잖은 시들은 짧은 문장(문맥)에 감정을 이입하는 투사 기법이 빈발하며, 이 투사에는 시인의 이데아가 오롯이 자리 잡게 마련이다. 강을 바라보면서
 
여기 누가 먼 백사장에
 
푸른 넋 풀어 놓았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자유自由의 숨결이여!
                              —「강」 전문
 
라고 한다든지, “가을 하늘 까마득히 // 한 점 점으로 박힌 새 // 먹이 때문이 아니다 // 우주의 눈이고 싶어서다”(「새」 전문), “풀밭에 가면 // 직면하는 // 민주주의의 힘 // 나를 떠받치는 // 작고 여린 팔들의 // 꿋꿋한 버팀”(「민주주의民主主義」 전문)이라는 대목들도 마찬가지다.
‘강’을 누가 풀어 놓은 넋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자유의 숨결이며, 하늘에 잠시 멈춰 날갯짓하는 새는 우주의 눈이고 싶어서이며, 풀잎들을 민주주의의 화신化身이라고 보는 바와 같이 시인은 어떤 사물이나 자연현상에도 감정을 이입해 현실 너머의 이데아를 떠올려 놓게 마련이다. 「길」, 「수수」, 「겨울보리도 그렇듯이 이 같은 예를 들자면 끝이 안 보일 정도이다.
같은 맥락의 「심산 김창숙金昌淑」과 「독도는 섬이 아니다」의 경우는 그 특유의 신선한 발상과 상상력으로 소중한 향토나 향토가 배출한 인물과 우리 국토(자연)에 대한 예찬이라 할 수 있다.
 
경상북도 성주에는 가야산이 있고
 
가야산보다
더 높고
깊은
 
심산心山
김창숙 옹이 있다
 —「심산 김창숙金昌淑」 전문
 
푸른 동해에
낙관한
 
삼천리
금수강산
 
대한민국의
국새國璽이다  
 —「독도는 섬이 아니다」 전문
 
「심산 김창숙金昌淑」은 성주(시인의 고향이기도 함) 출신의 고매한 인물인 김창숙을 우러러 떠받드는 시다. 감창숙의 호인 ‘심산’에 착안한 듯한 이 시는 향토에 대한 자긍심自矜心을 바탕으로 높고 깊은 자연으로서의 산(가야산)보다 더 높고 깊은 이데아로서의 산(심산心山)을 칭송하고 일깨워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독도는 섬이 아니다」는 우리 국토를 그림(한국화나 문인화)에 대입시켜(비유해) 독도가 ‘삼천리금수강산’(대한민국)의 작은 섬이 아니라 ‘푸른 동해’에 찍어놓은 ‘낙관落款’이자 ‘국새國璽’ 자체로 환치해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환기하고 있다. 낙관은 작가가 그림이나 글씨를 완성했을 때 마지막으로 찍는 인장이며, 국새는 국가적 문서에 사용하는 인장으로 국권國權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비유의 뉘앙스가 쉽게 다가올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겨울보리

동맥冬麥 12
백설白雪 13
강 14
길 15
새 16
민주주의民主主義 17
수수 18
겨울보리 19
나는 왜 새처럼 날아오를 수 없을까? 20
심산 김창숙金昌淑 21
독도는 섬이 아니다 22
소금 23
도마뱀 24
저녁답 25
국가를 고소하다 26

2부 6·25

6·25 ―도갓집 28
사람 꽃 ―전쟁나기 29
월장越牆 30
굴 아이 31
별밭 32
크디요? 크디요? 33
사술이 아제 34
지리산 ―겨울나무 35
지리산 ―길 36
지리산 ―얼룩 37
지리산 ―억새꽃 38
도깨비불 39
왜관대교 지나며 40
조국祖國 41
뼈 42

3부 호각소리

정오 46
달의 오찬 ―일식日蝕 47
수탉 울음 48
도살장 근처 49
대낮 50
호각소리 51
나팔소리 52
진달래꽃 53
자화상自畵像 54
눈雪 55
참깨 볶기 56
힘 57
텅 빈 운동장에서 나를 만나다 58
버스가 간다 59
저녁 국수 60

4부 남남북녀

휴전선休戰線 ―구름 62
휴전선休戰線 ―기러기 63
휴전선休戰線 ―앉은뱅이꽃 64
수평선 65
삼팔선 66
남남북녀南男北女 ―우리 67
남남북녀南男北女 ―나팔꽃 68
남남북녀南男北女 ―편지 69
길 70
대추 71
대한민국엔 다리가 많다 72
다리가 없으면 섬이 된다 74
우리는 벌레입니다 ―홍대 청소부의 노래 75
배추를 묶다 76
우편번호가 생긴 독도獨島 77

해설이데아에의 꿈, 따뜻한 휴머니티이태수 8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6
출생지 경북 성주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부터 무크지 『일꾼의 땅』과 『민의』, 『실천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이후 동시, 동화, 소설, 수필, 시조 부문 신인상을 받거나 신춘문예 당선 또는 추천되었다. 푸른문학상, 새벗문학상, 불교아동문학작가상, 방정환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사)한국시조시인협회상(신인상), 금복문화상(문학부문), 유심작품상(시조부문)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나무 다비茶毘』 외 동시집, 시조집, 등 26권의 작품집이 있다.
박방희 시집 『사람 꽃』이 보여주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과 개성個性은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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