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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 : 이동식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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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동식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19년 03월 20일
  • 쪽수 : 15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728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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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동식 시인이, 인연에 대한 당위성을 외적인 힘에 두지 않고 내적인 노력에 두는 것은 사랑이 운명적으로 정해진 관념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언약이다. 어떤 경우라도 지켜야 하는 사랑은 혼자가 아니라 이제 둘의 몫이다. 감정은 외부로 인해 언제든 변형될 수 있다. 생성된 감정을 원래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처음의 마음을 지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어쩌면 사랑이 변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욕심일 것이다. ‘나’를 비우고 ‘그대’로 채웠던 처음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나로 채워지는 일을 사람들의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 ‘그대’로 채웠던 마음에 제3의 대상(그것이 사람이거나 사물이거나)을 들여놓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므로 처음의 사랑을 유지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나를 비우는 행위이며 끊임없이 욕심을 지워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에겐 좋은 집과 기름진 산과 들/ 그리고 풍족히 쓰고 남을 재물이 없음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있으면/ 우리가 만나 살아야 하는 의미를/ 그만큼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선물」부분

“서로의 존재”가 된다는 건 “서로의 마음에 주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종의 의미가 아니라 희생의 의미이다. 비움으로써 채워진다는 말이야말로 사랑을 해석하는 열쇠가 아닐까.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춥다, 부디 아프지 마라.”(「겨울편지」) 이렇게 그대를 내 마음에 먼저 두는 것. 내가 아니라 그대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 상대방을 통해 나의 말을 한다는 것은 말과 행동의 구체적 일치를 표방한다. 이동식 시집 표제로 삼은 「입맞춤」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진술이다.

아시나요./ 내가 그대에게/ 입맞춤을 하는 것은/ 그대의 입으로 살겠다는/ 약속이란 것을.// 내가 그대에게/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접고/ 그대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그대에게 듣고 싶은 말을,// 그대에게 먼저 하며 살아가겠다는// 내 입을 가지고/ 그대 입으로 살겠다는/ 약속이란 것을.// 아시나요,/ 그대는.
-「입맞춤」전문

「입맞춤」은 다른 두 개체가 어떻게 하나의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내 입을 가지고/ 그대 입으로 살겠다는/ 약속”은 화자로서의 시인이 고백할 수 있는 최고의 연서가 아닐까?
“입맞춤”은 단호한 상징이다. 입술의 접촉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넘어 “내가” 아니라 온전히 “그대”로 살겠다는 “약속”이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헤쳐 나가야 할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시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이라 단언한 까닭은 풍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결심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행위는 마음에 마음을 포갠다는 것이며, 그것 또한 “나”는 “그대”의 마음으로 살겠다는 고백인 셈이다.

사는 일이 허무한 일이라 하여도/ 한 가지만은 허무한 일이 아니게 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만큼은/ 허무한 일이 아니게 하여 주십시오// 작아지고 작아져서/ 이제 사라져 버린 꿈과 희망으로 하여/ 남겨진 인생에 더 바랄 것이 없다 해도/ 시들어 버리기엔 너무 이른 사랑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떠나버려/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서 만큼은/ 의욕을 잃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세상은 사랑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사랑을 위한 기도」전문

행복의 최우선 가치를 “사랑”에 두는 시인의 모습을 존중하기로 한다. 그 까닭은 시집 전반을 꿰뚫는 노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감정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마땅히 유용하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강한 빛이 투과할 때 예기치 않게 발생한 렌즈 플레어에 빠져드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 “한 가지만은 허무한 일이 아니”었으면, 사랑하는 일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그 대상이 특정한 그대이거나 불특정한 세상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랑의 근본적인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삶이 힘듦을 느끼는 친구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하늘」을 통해 앞에서 언급했던 ‘그대’의 시점을 이제 구속하지 않고 풀어줘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때론 연인이며 때론 친구이며 때론 동반자의 위치에서 사랑을 언급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하나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희망이다. 「우리 물처럼 흘러서 가자」, 「하늘」등의 시편이 말하고 있는 사랑에서 우리는 소유가 아닌 자유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친구야/
길을 가다 지치면 하늘을 보아./ 하늘은 바라보라고 있는 거야./ 사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니까/ 살다 보면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러더라도 그러더라도/ 체념해 고개를 떨구지 말라고/ 희망마저 포기해/ 웃음마저 잃지 말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 있는 거야./ 정녕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절망의 무게가/ 몸과 마음을 짓눌러 와도/ 용기를 잃지 말고 살라고/ 신념을 잃지 말고 살라고/ 하늘은 저리 높은 곳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친구야/ 어느 때이고/ 삶이 힘듦을 느끼는 날엔/ 하늘을 보아./ 그리곤 씨익 하고 한번 웃어 보려무나.
-「하늘」-삶이 힘듦을 느끼는 친구에게. 전문

한 권의 시집에 가득 채운 뜨거운 것들을 읽어내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시인이 담고자 하는 진솔한 색깔은 언어의 중과를 떠나 세밀하게 더듬어볼 일이다.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에서 사랑은 친밀감, 열정, 결심/헌신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 요소의 균형 상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의 과잉이나 무엇의 결핍이 아니라 세 요소가 골고루 균형을 이뤄 발달했을 때 성숙한 사랑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은, 이동식 시집 『입맞춤』이 지향하고 있는 사랑과 일면 같은 노선을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시편에서 보여준 비대칭의 관계가 긴장을 노출시키기도 하는데, 그러면 또 어떠한가. 사랑은 예측으로 다가오는 감정이 아니고 이론으로 해답을 얻는 과정도 아니니,프리즘에서 분광된 규칙적인 빛보다 굴곡진 렌즈에서 튕겨져 나온 플레어처럼 불예측성에 기인한 현상이 더욱 매력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난반사야 말로 시가 추구해야 할 사랑의 감정이 아니겠는가.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이동식 시인은 경기 양평에서 출생했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 중퇴를 한 후에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편입해 졸업을 했다.
먼저 시집으로 독자들과 만나다가 계간 ‘미네르바’에 시가 추천되어 정식 등단했다. 현재 미네르바문학회, 경희사이버문인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출간한 작품으로는 <하나가 아닌 둘은 세상의 모든 것을 헤쳐 나가고도 남을 넉넉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벽이 올 때쯤 나는 실종신고를 하고 싶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너에게 어떤 의미로 남겠다는 것> <살아가는 동안에 그대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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