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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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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조지 오웰
  • 역 : 김옥수
  • 출판사 : 비꽃
  • 발행 : 2017년 03월 15일
  • 쪽수 : 36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539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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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파시즘을 가장 정교하게 파헤친 책!

    [1984]는 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손꼽힌다. '유토피아'가 인간이 갈망하는 '이상향'이라면, '디스토피아'는 인류가 예견하는 지옥이다. 사회 경제 정치 상황이 불안할 때 탄생하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분위기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잘 반영할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 문학'이 중세 이후에 인간이 느끼는 희망과 자신감을 표현한다면, '디스토피아 문학'은 현대인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표현한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사회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니, 현실 부정은 현실 비판으로, 그래서 인류에게 닥칠 미래사회를 제시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출판사 서평

    1. 조지 오웰(George Orwell) 개요

    오웰은 12세 나이에 '깨어나라! 영국의 젊은이여'라는 시를 신문에 발표하고, 역사 퀴즈대회에서 이등상을 받는 등,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이튼스쿨에 왕립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이튼스쿨에서 계급차별과 빈부차별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식민지 경찰로 근무하며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행태를 혐오한다.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런던과 파리에서 4년 동안 빈민가 생활 및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다, 그 내용을 모아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발표한다. 영국 북부에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참혹한 삶을 조사하다가, 1936년 7월에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특파원으로 스페인에 들어가, 혁명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하고 "파시즘과 맞서 싸우려고" '스페인 통일노동당(POUM)' 민병대에 입대해, 최전선에서 115일 동안 파시스트와 싸우고 바르셀로나 시가전에 참여한다. 당시에 혁명세력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몸으로 체험하고 [카탈루냐 찬가]에 담는다. 1944년에는 혁명에 성공한 사회가 파시즘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동물농장]에 담고, 1948년에는 [1984]라는 걸작을 통해 전체주의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특징을 설파하며 경고한다.

    2, 1984 작품해설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파시즘을 가장 정교하게 파헤친 책
    '타임' 선정 100대 명작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작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100대 명작
    랜덤하우스 선정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 소설 100권' 13위
    '아메리칸 북 리뷰'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첫 문장' 8위
    '아메리칸 북 리뷰'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마지막 문장' 7위
    현대인에게 가장 커다란 충격을 가한 책
    트럼프 당선 이후 파시즘을 경계하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 등극
    한국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부활하다

    [1984]는 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손꼽힌다. '유토피아'가 인간이 갈망하는 '이상향'이라면, '디스토피아'는 인류가 예견하는 지옥이다. 사회 경제 정치 상황이 불안할 때 탄생하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분위기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잘 반영할 수밖에 없다. '유토피아 문학'이 중세 이후에 인간이 느끼는 희망과 자신감을 표현한다면, '디스토피아 문학'은 현대인의 무력감과 절망감을 표현한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문학'은 당대 사회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니, 현실 부정은 현실 비판으로, 그래서 인류에게 닥칠 미래사회를 제시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1984]는 문장이 멋들어진 소설로도 유명하다. '아메리칸 북 리뷰'는 2006년에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첫 문장 100개'와 '소설에서 가장 훌륭한 끝 문장 100개'를 뽑는데, [1984]는 첫 문장이 8위에, 마지막 문장이 7위에 선정된다. '사월이라, 하늘은 맑고 공기는 쌀쌀하다. 시계마다 13시를 알린다'로 시작해서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로 끝나는 문장이다. '하늘은 맑은데 나는 춥다'는 문장은 억눌리는 개인을, '오후 1시에 종을 열세 번 울린다'는 문장은 오세아니아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주인공 윈스턴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갈망하며 수없이 고민하다가 목숨까지 걸고 '빅 브러더'에 반대하나,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끝나는 문장은 극히 비관적인 미래를 상징한다. 실제로, 첫 문장과 끝 문장 모두 100위권에 든 작품은 [1984] 말고 찰스 디킨스가 쓴 [두 도시 이야기]가 유일하다. 게다가 세계 최대 단행본 출판사 '랜덤하우스'는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집필해서 이듬해에 발표한 [1984]를 1998년에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 소설 100권' 가운데 13위로 선정했다.

    [동물농장]이 혁명을 왜곡하고 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묘사한다면, [1984]는 전체주의가 완성된 사회를 묘사한다. 총천연색 포스터가 실내를 압도하고, 약 마흔 살 정도로 보이는, 까만 콧수염은 두툼하고 표정은 엄숙하고 잘생긴, 폭 1m가 넘는 얼굴이 끊임없이 쳐다본다. 스탈린 얼굴이다.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가며 '빅 브러더가 당신을 지켜본다'는 문구로 협박하니, 이는 스탈린이 지배하는 소련을 처절하게 상징한다. 소련은 1991년에 해체하지만, [1984]에서 경고하는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 현존하니, 2017년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파시즘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면서 [1984]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 책 1위에 오를 정도다.

    20세기 전반기 서양 문명사는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동시에 끔찍한 파괴가 일어나고 퇴보한 격동의 시대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 히틀러와 무솔리니라는 전체주의 발현, 스페인 내전 등은 역사 진보라는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 이런 상황은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모순이 깊어지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지식인은 부르주아 사회가 파멸할 수밖에 없다고 예견하면서 과연 역사는 진보하느냐는 문제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20세기 전반기에 나타난 허무와 절망을 냉철하게 인식한 실천적 지성인은 바로 조지 오웰이며, 디스토피아라는 반 유토피아를 활용해, 암울한 정치 상황을 그린 대표적인 작품은 바로 [1984]다. 조지 오웰은 미얀마에서 제국주의 경찰로 근무하며 영국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가하는 온갖 폐해를 목격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의식이 싹튼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하면서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라는 전체주의가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체주의에 반대한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1936년 이후로 내가 집필한 모든 작품 모든 구절은 '전체주의'를 직간접으로 비판하고 내가 이해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이다"고 고백한다. '제국주의 반대'가 오웰 문학의 시작이라면 '전체주의 반대'는 오웰 문학의 완성이다.

    오웰은 이 소설을 1948년에 탈고하고 '48'을 '84'로 바꿔서 [1984]란 제목으로 이듬해에 발간한다. 이는 1984란 시간적 배경은 상징에 불과하단 사실을 말한다. 사람들은 1984년을 '공포의 해'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나, 1984년은 평범하게 지나고 오웰이 예언한 끔찍한 전체주의는 우리 눈에 안 보이니, [1984]도 허구로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1984는 상징에 불과하며 [1984]에서 말하는 파시즘은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많은 사람이 거기에 저항할 뿐이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오웰이 상상한 악몽은 1984년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게 나타난다'고 말하고, 미국의 미래학자 데이비드 굿맨은 1972년에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예언한 137가지를 검토한 결과, 무려 80가지가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1978년에 다시 검토했더니, 그 숫자는 100가지를 넘어섰다. 이차대전 이후 고전적 제국주의는 사라졌지만 거대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과 기술자본이라는 다국적기업은 신제국주의 형태로 발현하고 기술적 전체주의는 현실사회 곳곳에서 국민을 감시한다. 미국에서는 파시즘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일부 시민은 히틀러 경례를 하며 자축한다.
    강대국이 파견해서 약소국을 억압하는 군대는 '평화유지군'이고, 인류를 위협하는 핵무기는 '평화를 수호'한다. 광주에서 시민을 수없이 학살한 전두환은 '정의사회를 구현'하며 민주정의당, 즉, '민정당'을 만들어서 국민을 끊임없이 핍박하고, 지역 분열을 고착시킨 김영삼은 '한나라당'을 만들어 IMF 구제를 받을 정도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박근혜는 '새누리당'을 만들어서 비선 실세로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새누리당'은 친박 비박으로 갈리더니, 친박은 '자유한국당', 비박은 '바른정당'을 창당한다. '개혁'과 '보수'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인데 자유를 억압한 세력이 '자유'를 주창하고 바른 걸 억누르던 세력이 '바른'을 주창하며, 이를 하나로 묶어서 국민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드니, 대표적인 '이중사고'다. '이중사고'와 '역사 왜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제 식민지 잔재가 곳곳에 남은 상황에서 일본군 장교 박정희를 독립군으로 조작함과 동시에 식민지 지배 자체를 정당화해서 지배세력을 굳건히 하자는 거다. 일본 문부성이 조선 침략을 '진출'로, 3.1 운동 등 조선인이 일제에 저항한 항거를 '소요'로 역사교과서에 수록해서 식민지 지배를 정당한 과정으로 묘사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판에 우리 정부는 거기에 편승하고, 한국 뉴라이트 세력은 일본 극우파가 만든 뉴라이트 이론을 그대로 수입해서 주장한다. 오세아니아 진리성이 한국에선 문교부로 일본에선 문부성으로 부활한 것이다.

    오웰은 사망하기 직전에 [1984]에 대해 "중앙에서 경제를 통제하는 경우에 자칫하면 빠져들 끔찍한 현상을 보여주려고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모든 걸 중앙집권주의로 통치하다가 최근 들어서 지방자치를 시행하나, 지방마다 중앙에 여전히 의지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각종 테러, 빈익빈 부익부, 재벌 독점, 관료주의, 생태계 파괴 등은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존하는 파시즘 유형을 정확하게 인식할 능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우리 안에 은밀하게 존재하는 파시즘적 속성을 파악하고 극복하는 거다. 우리 자신이 파시즘을, 독재를, 불통을, 현실 왜곡을, 어용 언론을 싫어하면서도 가랑비에 옷 젖듯 그 분위기에 빠져들고 그 논리에 젖어들어 내면에 깃든 파시즘 속성을 드러낼 때가 극히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윈스턴이 잡혀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비밀결사에 가입하고, 결국엔 잡혀서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고문과 고통과 세뇌작업에 시달리다 '이제는 빅 브러더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극단적인 절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높은 안목을 갖추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자각하고 감시해서 정권이, 사회 각 부분이, 파시즘으로 나아가는 걸 막지 않으면 극단적인 절망은 우리에게 달려들 것이다.

    편집자의 말

    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풍자와 유머와 화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묘사하는 특징이 탁월하다. 따라서 문장은 어렵고 복잡한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은 한글 어법을 무시한 영어 사대주의에다 오역까지 넘쳐서 극히 어렵고 난해했다.

    고전문학은 다양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 년 이상 살아남은 작품이니, '재미와 감동'은 물론 '술술 읽히는 느낌' 역시 어느 작품보다 탁월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해서 독자를 괴롭히며 쫓아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은 독서가 시작이다. 고전문학을 제대로 해석해서 한글 어법에 정확히 담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원형을 제시해야 한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다. 35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다.

    '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목차

    1부
    2부 
    3부
    새말 제작 원칙
    작품해설
    조지 오웰 연보

    본문중에서

    - 1984년 4월 4일. 어젯밤에 영화 몇 편. 죄다 전쟁영화. 그나마 괜찮은 영화는 지중해 인근에서 피난민을 가득 태운 선박이 폭격당하는 내용. 덩치가 커다랗고 뚱뚱한 사내는 열심히 헤엄치며 도망가고 헬리콥터는 그 뒤를 쫓는다. 관중이 재미있게 구경하는데, 처음에는 물속에서 돌고래처럼 허우적대는 사내가 보이더니, 곧이어 헬리콥터 조준기 사이에 잡히고, 몸뚱이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주변 바닷물은 붉은색으로 물들고, 구멍으로 물이라도 들어차는 듯 몸뚱이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데, 관중은 그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며 환호한다. 이번에는 아이를 가득 태운 구명보트가 나타나고, 헬리콥터는 그 위를 맴돈다. 유대인으로 보이는 중년 부인이 뱃머리에 앉아서 세 살쯤 된 사내아이를 꼭 껴안는다. 아이는 겁에 질린 채 비명을 지르며 엄마 가슴에 머리를 처박는 게 몸뚱이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서 숨으려는 것 같고, 엄마 역시 새파랗게 질린 채 아이를 끌어안고 달래며 최대한 감싸는 게 마치 자기 몸뚱이로 총알을 막으려는, 그래서 아이를 구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헬리콥터는 20㎏ 폭탄을 떨어뜨려, 끔찍한 섬광과 함께 보트를 박살 냈다. 헬리콥터가 전면에 부착한 카메라로 쫓아가는지, 아이 팔 하나가 공중으로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는 장면은 놀라울 만큼 생생하고, 당원 지정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데, 아래쪽 노동자 지정석에서는 어떤 여자가 아이들에게 저런 걸 보여주면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건 잘못이라고 갑자기 소리치며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게 끌려나간다. 하지만 여자가 험한 꼴을 당할 것 같지는 않다. 노동자가 하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자가 으레 보이는 반응에 사람들은 결코.......

    - 세 사람이 풀려나고 얼마 후에 윈스턴은 '밤나무 카페'에서 세 사람을 실제로 보았다. 엄청난 호기심에 한쪽 눈으로 세 사람을 힐끔거리면서 쳐다본 기억이 난다. 세 사람 모두 윈스턴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당을 초창기부터 영웅적으로 이끌어온 마지막 거물이다. 지하투쟁이나 내전에 참여한 신비로운 매력이 희미하게 엿보였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사실과 날짜가 벌써 많이 흐릿하게 변하긴 했지만, 윈스턴은 자신이 빅 브러더라는 이름보다 세 사람 이름을 들은 시점이 훨씬 빠르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범법자요, 적이요, 더러운 존재니, 1~2년 안에 확실하게 제거당할 운명이기도 했다. 사상경찰 손아귀에 걸려든 사람이 끝까지 빠져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세 사람은 무덤으로 들어갈 때만 기다리는 시체였다.
    세 사람이 앉은 탁자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사람 근처에 드러내놓고 앉는 건 현명하지 않다. 세 사람은 카페 명물로 정향나무 향기가 깃든 술을 한 잔씩 앞에 놓고 가만히 앉아서 침묵했다. 세 사람 가운데서 윈스턴이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사람은 러더퍼드다. 러더퍼드는 원래 풍자만화로 유명한 화가다. 잔인한 장면을 만화로 발표해서 혁명 이전과 혁명 기간에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커다랗게 이바지했다. 심지어 지금도 [타임스]에서 러더퍼드 풍자 그림을 아주 가끔 실을 정도다. 하지만 러더퍼드 초기 작품을 모방하는 식에 지나지 않아, 생명력도 설득력도 신기할 정도로 없다. 빈민가 셋집, 굶주리며 죽어가는 아이들, 시가전, 중산모를 쓴 자본가, 심지어 바리케이드에서도 중산모를 마냥 고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본가 등, 오랜 소재를 재탕 삼탕 베끼는 식으로 과거로 돌아가려고 절망적으로 노력하는 수준이다. 러더퍼드는 체구가 거대하고, 잿빛 머리카락에 기름을 발라서 말갈기처럼 넘기고, 얼굴은 살갗이 축 늘어져서 주름지고, 입술은 흑인처럼 툭 튀어나왔다. 한때는 성격이 더할 나위 없이 강인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거대한 체구는 여기저기가 축 늘어져서 기울고 똥배까지 튀어나오며 망가졌다. 거대한 산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 "설탕이야?"
    "진짜 설탕. 사카린이 아니라 설탕. 빵도 있어. 우리가 매일 먹는 역겨운 빵이 아니라 정말 하얀 빵. 그리고 잼 한 병. 그리고 우유 한 통. 하지만 여길 봐! 내가 제일 자랑하고 싶은 거. 천으로 감쌀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하지만 천으로 감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윈스턴이 어릴 적에 맡던 냄새가, 지금도 남의 집 현관문이 재빨리 닫히기 전에 출구에서 흘러나오거나 인파가 북적대는 거리에서 기묘하게 퍼지며 코끝을 스치다가 사라지는 걸 아주 가끔 느끼는 냄새가 방사선처럼 퍼지며 실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커피야, 진짜 커피."
    윈스턴이 속삭이자, 줄리아가 대답한다.
    "간부당원용 커피. 1킬로그램이나 된다고."
    "이걸 모두 어디에서 구한 거야?"
    "간부당원 배급용이야. 돼지 같은 놈들은 없는 게 없어. 물론 이건 주방 심부름꾼이나 하인 같은 사람들이 슬쩍한 거고. 여길 보라고, 조그만 홍차 봉지도 있어."
    윈스턴은 벌써 줄리아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래서 봉지 귀퉁이를 뜯어서 벌린다.
    "진짜 홍차로군. 흑딸기 이파리가 아니야."
    "요새는 홍차가 꽤 흔해. 인도 같은 곳을 점령한 모양이야. 어쨌든 잘 들어, 내 사랑. 3분만 등을 돌려봐. 침대 저쪽으로 가서 다른 쪽을 보고 앉아. 창문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내가 말할 때까지 돌아보면 안 돼."
    윈스턴은 옥양목 커튼 사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아래쪽 마당에서 새빨간 팔뚝 여인이 빨래통과 빨랫줄 사이를 여전히 오간다. 입에서 빨래집게 두 개를 꺼내더니 감정이 깊게 묻어나오는 노래를 부른다.

    시간이 모든 걸 치료한다지만,
    모든 걸 잊을 수 있다지만,
    웃음과 눈물이 해를 거듭하며
    내 가슴을 그대로 쥐어짠다네.

    어처구니없는 노래를 여인은 모두 외운 것 같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달콤한 여름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지며, 황홀한 추억을 잔잔하고 구성지게 자극한다. 유월 저녁이 영원하고 빨랫감은 끝없이 나온다면, 여인 역시 천 년이라도 기저귀를 널고 집게로 물고 허섭스레기를 노래하며 완벽하게 만족할 거라는 느낌마저 든다. 당원은 흥에 겨워서 혼자 노래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는 사실이 갑자기 묘하게 다가온다. 행여나 그런 당원이 있다면 혼자 중얼거리는 만큼이나 살짝 이단처럼 괴팍하면서도 위험하게 보일 것 같았다. 인간은 잔뜩 굶주릴 때 비로소 노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돌아앉아도 괜찮아."
    줄리아가 하는 말에 윈스턴은 그대로 돌아앉는데, 순간적으로 상대를 못 알아볼 정도다. 사실, 윈스턴이 예상한 건 벌거벗은 몸뚱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나신이 아니다. 짧은 순간에 그 이상으로 놀랍게 변신했다. 얼굴에 화장이란 걸 했다.
    노동자 구역에서 어떤 상점에 몰래 들어가 화장품 세트를 하나 산 게 분명하다. 입술에는 새빨간 립스틱을, 볼에는 연지를, 콧등에는 분칠을 했다. 두 눈이 예쁘게 보이도록 눈 밑에도 무언가를 발랐다. 기술이 썩 훌륭한 건 아니지만, 윈스턴 역시 기대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다. 아니, 여성 당원이 화장한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건 물론 상상조차 못 했다. 얼굴이 아름답게 변한 게 정말 놀라울 뿐이다. 여기저기 가볍게 찍어 바른 수준인데 훨씬 예뻐진 정도가 아니라 여성스러운 모습까지 살아난다. 짧은 머리와 거친 작업복마저 효과를 더할 뿐이다. 윈스턴이 줄리아를 두 팔로 껴안는 순간에 제비꽃 향이 코끝으로 밀려든다. 어둠침침한 지하실 부엌이, 동굴처럼 까맣게 보이던 여자 입이 떠오른다. 그 여자가 당시에 사용한 것과 똑같은 향수 냄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
    "향수까지 뿌렸군."
    "그래, 내 사랑, 향수도. 그런데 다음엔 내가 뭘 할지 알라나 몰라? 진짜 여성복을 구해서 지긋지긋한 바지 대신 입을 거야. 실크 스타킹도 신고 하이힐도 신고. 이 방에서는 당원 동무가 아닌, 진짜 여자가 될 거야."
    두 사람은 옷을 벗어 던지고 커다란 마호가니 침대로 오른다. 윈스턴이 줄리아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금 전까지는 창백하고 빈약한 몸뚱이가, 하지정맥류로 장딴지에서 툭 튀어나온 혈관과 발목 위로 얼룩덜룩한 반점이 정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침대에 깔린 건 시트가 아니라 담요지만, 닳고 닳아서 부드러운 데다, 침대가 아주 커다랗고 푹신한 게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랄 정도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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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오웰(George Orwell) [저] 베스트작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3.06.25~1950.01.21
    출생지 인도 벵골
    출간도서 282종
    판매수 111,632권

    1903년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벵골 지방에서 출생했다. 영국의 명문 이튼 스쿨을 졸업하고 인도 제국 경찰로 미얀마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제국주의에 환멸을 느껴 사직하고 5년여 동안 빈민생활을 했다. 이때의 체험이 르포르타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에 잘 드러나 있다. 1934년 식민지 백인 관리의 잔혹상을 그린 《버마 시절》, 1937년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의 가난한 삶을 그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출간했다. 그 무렵 스페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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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에서 태어나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저작권 중계회사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담당부장, 도서출판 ‘사람과책’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약 300여 종에 달하는 영서를 번역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다양한 ‘번역방법론’ 및 ‘한글 특징’ 백여 편을 정리하고 25년에 걸친 번역 경력을 접목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방법론을 강의하며 검증해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로 발표했다. ‘비꽃’에서 천민자본주의를 화려하게 풍자한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파시즘을 파헤치는 ‘조지 오웰 삼부작’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롭게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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