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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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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세계가 사랑하는 로맨틱 코미디!
청춘 남녀의 연애 지침서!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청소년 권장 도서 50선
서울대학교 선정 고전 200선
연세대학교 선정 고전필독서 200선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3위
노벨연구소 선정 최고의 세계문학 100선
BBC 선정 영국인이 사랑하는 책 2위
한국 문인이 선호하는 세계명작소설 100선
뉴스위크 선정 세계 100대 명저


제인 오스틴은 독신으로 일생 대부분을 햄프셔 지역에서 지내며 오로지 가족과 친지와 몇몇 지인과 교류하며 보냈다. 이런 일상 경험을 기반으로 가정과 작은 사교계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 가부장제 시대 여성의 결혼과 생활을 작품에 담으니, 소설 소재로는 ‘시골에 있는 세 가족 혹은 네 가족 이야기가 이상적’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말에 충실한 셈이다.
제인 오스틴 작품은 연애소설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도덕과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으로는 당대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영국 사회의 모순점을 날카롭게 비평하고 풍자해, 영국 소설의 ‘위대한 전통’을 창시했다고 평가받는다. 소설 여섯 편으로 20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키니, BBC가 ‘지난 천 년에 걸친 최고의 문학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20세기 후반에는 영화, 연극,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리메이크되면서 ‘제인주의자’, ‘오스틴 컬트’라는 용어를 낳으며 폭넓은 사랑을 받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만과 편견’이란 표현을, 다르시는 ‘오만’하고 엘리자베스는 ‘편견’에 쌓여서 서로 갈등하다, 마침내 이걸 풀면서 연애에 성공한다는 식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나, 사실, ‘오만’과 ‘편견’은 동전의 양면으로 따로 떨어질 수 없으니, 다르시는 오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깔보는 편견이 생기고, 엘리자베스는 편견 때문에 상대를 오만하게 깔보면서 갈등이 시작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오만’에 대한 반대말은 ‘겸손’이고 ‘편견’에 대한 반대말은 ‘정견’ 혹은 ‘공정한 시각’이라 볼 때, 인간은 무지해서 오만한 만큼 편견을 지니고, 그만큼 세상을 엉뚱하게 바라보며 고통에 시달리나, 고통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지혜를 갖추게 하니, 그만큼 겸손하고 공정하게 살아가게 한다. 다르시는 오만하나 엘리자베스에 대한 진정성으로 오만한 자세를 깨우치고, 엘리자베스는 편견이 심하나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면서 편견을 깨우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고통은 당연히 행복으로 나아간다는 식이다.
작품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결론은 지극히 통속적이나, 그 과정에 나타나는 다양한 등장인물과 심리적 갈등, 인간을 예리하게 관찰해서 치밀하게 묘사한 캐릭터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삶을 담고, 웃음을 절로 자아내는 유머엔 다양한 인간관계가 자아내는 기쁨과 슬픔을 담았다는 특징은 고전이란 자리매김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듯, 작품 역시 줄거리와 결론보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는 오만과 편견이 자아내는 모순 역시 작지 않으니, 베넷 부인은 다섯 딸을 결혼시키는 게 지상과제나, 너무나 경박하게 말하고 행동해서 첫째와 둘째 딸이 반듯한 신사 두 명과 결혼하는 막는 건 물론, 막내딸이 사기꾼과 결혼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또한, 캐서린 대부인은 조카가 엘리자베스랑 결혼하는 걸 막으려고 조카를 찾아가서 온갖 악담을 품으니, 조카 다르시는 이 말을 듣고서 비로소 엘리자베스의 진심을 깨달아, 처참한 마음을 딛고 다시 일어서게 된다. 베넷 선생은 세상을 아나 실천할 순 없고, 콜린스는 사제란 신분으로 인간의 행복을 억누르고, 샬럿은 현실주의자로서 자신에 맞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나 꿈과 이상은 모두 사라진다. 위컴은 꿈이 크나 노력보다는 도박과 오락에 빠져드니, 돈 많은 여자를 쫓아다니며 사기 치는 비참한 신세를 꿈으로 다시 포장하고, 메리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하고 책 속으로 빠져들며 허영심을 충족한다.
오만과 편견은 물론, 이로 인한 모순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으니, 삶 속에서 이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매일매일 새롭게 거듭나려고 애쓸 것인가, 오만과 편견에 만족하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을 매일매일 고통스럽게 할 것인가? 여기에서 인간 유형은 또다시 새롭게 갈릴 것 같다.

출판사 서평

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한다. 찰스 디킨스 작품은 다양한 인물을 풍자와 유머와 화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묘사하는 특징이 탁월하다. 따라서 문장은 어렵고 복잡한데, 지금까지 번역한 작품은 한글 어법을 무시한 영어 사대주의에다 오역까지 넘쳐서 극히 어렵고 난해했다.

고전문학은 다양한 경쟁과 도전 속에서 독자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백 년 이상 살아남은 작품이니, ‘재미와 감동’은 물론 ‘술술 읽히는 느낌’ 역시 어느 작품보다 탁월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해서 독자를 괴롭히며 쫓아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문학은 독서가 시작이다. 고전문학을 제대로 해석해서 한글 어법에 정확히 담아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가꿀 원형을 제시해야 한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다. 35년이 또 지났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다.

‘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 [편집자의 말] 중에서

목차

1권
2권 
3권
작품해설 및 작가 소개

본문중에서

“나는 오만한 건 지극히 평범한 단점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읽은 책에 의하면 오만은 평범한 거야. 인간은 누구나 그럴 수 있는 데다, 진짜든 상상이든, 자신한테 이런저런 장점이 있다고 여기면서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거든. 허영심과 오만은 완전히 달라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 오만한 사람은 허영심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 하지만 오만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거하는데, 허영심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각에 근거해.”


“그런 경우엔 다른 사람 눈을 속이는 게 편하겠지만, 너무 심하게 숨기는 건 불리할 수 있어. 상대한테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면 상대를 사로잡을 기회를 놓칠 수 있거든. 그러면 세상 모두를 똑같이 숨겼다는 건 아무런 위안이 안 되고. 사랑하는 감정엔 감사하는 마음과 허영심이 끼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대로 놔두는 건 효과가 없어. 처음엔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호감을 살짝 느끼는 것도 자연스럽고. 하지만 별다른 자극 없이 진정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어떤 경우든 여자 측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 이상을 드러내는 편이 좋아. 빙리 선생이 너희 언니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냥 좋아하다 끝날 수도 있거든, 너희 언니가 아무런 표시도 안 하면.”
“하지만 언니는 충분히 표시한다고, 성격이 허락하는 선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숙맥이 아니고서야 당연히 알아채겠지.”
“그 사람은 너희 언니 성격을 너만큼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 엘리자베스.”
“그래도 여자가 좋아하는 걸 굳이 안 숨긴다면 남자도 당연히 알아채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남자가 여자를 자주 만난다면. 하지만 빙리 선생과 너희 언니는 자주 만나긴 해도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어. 늘 많은 사람이랑 섞여서 만나는 터라 단둘이 대화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너희 언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빙리 선생한테서 관심을 끌어야 해. 그래서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으면, 그때부터 원하는 만큼 느긋하게 사랑에 빠져들어도 된다고.”
“좋은 방법이야, 잘 결혼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면. 내가 돈 많은 남자든 누구든 골라서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당연히 그런 방법을 쓰겠어. 하지만 우리 언니는 달라. 속으로 따진 다음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야. 언니는 자신이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물론 그게 바람직한지조차 몰라. 그 사람을 만난 게 보름밖에 안 된다고. 메리턴에서 네 번 춤추고, 오전에 그 사람 집에 한 번 찾아가고, 그런 다음에 여럿이 모여서 네 번 식사한 게 전부야. 그 사람 성격을 이해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해.”
“네가 생각하기엔 부족하겠지. 너희 언니가 그 사람하고 식사만 했다면 그 사람 식성 말고 무얼 더 알겠니? 하지만 두 사람이 초저녁에 네 번이나 만났다는 걸 명심해. 그건 정말 대단한 거야.”


“그런 경우엔 다른 사람 눈을 속이는 게 편하겠지만, 너무 심하게 숨기는 건 불리할 수 있어. 상대한테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면 상대를 사로잡을 기회를 놓칠 수 있거든. 그러면 세상 모두를 똑같이 숨겼다는 건 아무런 위안이 안 되고. 사랑하는 감정엔 감사하는 마음과 허영심이 끼어들 수밖에 없으니, 그대로 놔두는 건 효과가 없어. 처음엔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호감을 살짝 느끼는 것도 자연스럽고. 하지만 별다른 자극 없이 진정으로 사랑에 빠져드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어떤 경우든 여자 측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 이상을 드러내는 편이 좋아. 빙리 선생이 너희 언니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냥 좋아하다 끝날 수도 있거든, 너희 언니가 아무런 표시도 안 하면.”
“하지만 언니는 충분히 표시한다고, 성격이 허락하는 선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사람 역시 숙맥이 아니고서야 당연히 알아채겠지.”
“그 사람은 너희 언니 성격을 너만큼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 엘리자베스.”
“그래도 여자가 좋아하는 걸 굳이 안 숨긴다면 남자도 당연히 알아채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남자가 여자를 자주 만난다면. 하지만 빙리 선생과 너희 언니는 자주 만나긴 해도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어. 늘 많은 사람이랑 섞여서 만나는 터라 단둘이 대화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너희 언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빙리 선생한테서 관심을 끌어야 해. 그래서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으면, 그때부터 원하는 만큼 느긋하게 사랑에 빠져들어도 된다고.”
“좋은 방법이야, 잘 결혼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면. 내가 돈 많은 남자든 누구든 골라서 결혼하기로 마음먹는다면 당연히 그런 방법을 쓰겠어. 하지만 우리 언니는 달라. 속으로 따진 다음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야. 언니는 자신이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물론 그게 바람직한지조차 몰라. 그 사람을 만난 게 보름밖에 안 된다고. 메리턴에서 네 번 춤추고, 오전에 그 사람 집에 한 번 찾아가고, 그런 다음에 여럿이 모여서 네 번 식사한 게 전부야. 그 사람 성격을 이해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해.”
“네가 생각하기엔 부족하겠지. 너희 언니가 그 사람하고 식사만 했다면 그 사람 식성 말고 무얼 더 알겠니? 하지만 두 사람이 초저녁에 네 번이나 만났다는 걸 명심해. 그건 정말 대단한 거야.”
“맞아, 초저녁에 네 번이나 만나서 두 사람 모두 벵툉보다 코머스 벵툉(Vingt-un)과 코머스(Commerce)는 카드놀이로, 전자는 운이 중요하고 후자는 전략이 중요하다.
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결혼생활에 중요한 성격은 거의 안 드러난 것 같아.”
“으음, 나는 너희 언니가 성공하길 진심으로 바라. 너희 언니는 내일 당장 결혼하더라도 상대편 성격을 일 년은 꼬박 연구한 이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행복한 결혼생활은 순전히 운에 달린 거야. 두 사람이 성격을 잘 안다거나 비슷하다 해서 행복하게 사는 건 절대 아니라고. 성격이란 건 결혼한 다음에도 끊임없이 변하다 서로 짜증만 나게 할 수 있거든. 인생을 함께 보낼 사람이라면 상대편 결점을 최대한 모르는 편이 좋아.”


루카스 경과 루카스 귀부인은 결혼을 허락하라는 요청을 느닷없이 받고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기꺼이 허락했다. 콜린스는 경제 능력으로 볼 때 훌륭한 신랑감이라, 딸은 받을 유산이 거의 없는데도 부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컸다. 루카스 귀부인은 베넷 선생이 앞으로 얼마나 살지 곧바로 따져보는데, 이 문제에 커다란 관심이 꽂힌 건 처음이고, 루카스 경은 콜린스가 롱번을 상속받으면 자신과 부인이 궁정에 들어가서 알현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한 마디로, 모든 가족이 크게 기뻐했다. 여동생들은 이번 일로 사교계에 나가는 날이 한두 해 당겨지길 기대하고, 남동생들은 큰누나가 노처녀로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덜어냈다. 샬럿 자신은 비교적 차분했다. 목적을 달성한 데다 곰곰이 생각할 시간도 충분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콜린스는 똑똑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으며, 함께 지내면 지루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주장 역시 착각이 분명하다. 그렇다 해서 남편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샬럿에게 남자도 결혼생활도 대단한 의미는 아니나, 결혼은 늘 목적 자체였다.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물려받을 유산은 없는 여성이 살아갈 유일한 수단이며, 행복할 가능성은 애매할지언정 부족한 것 없이 살아갈 제일 좋은 수단이었다. 그 수단을 손에 넣은 셈이니, 스물일곱이란 나이에 잘생긴 적은 한 번도 없는 여성으로선 정말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엘리자베스가 깜짝 놀랄 거란 사실인데, 샬럿에게 엘리자베스는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깜짝 놀라다 못해 자신을 나무랄 가능성이 크고, 비록 샬럿은 결심이 흔들리진 않을지언정 그런 말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렇다 해도 자신이 직접 말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콜린스에게 롱번으로 돌아가서 만찬을 들 때 이번 일을 조금도 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콜린스는 당연히 비밀을 지키겠다고 진지하게 약속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롱번으로 돌아가는 즉시 자리를 오랫동안 비운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며 여기저기에서 물어대니, 그걸 피하려면 상당한 재치가 필요한 데다, 청혼에 성공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 좀이 쑤신 터라 엄청난 자제력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생각할수록 부끄럽기만 했다. 다르시나 위컴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무지하고 불공평하고 편견에 휩싸여 터무니없이 행동했다는 느낌만 가득 떠올랐다.
“아아, 어쩜 이리도 한심할 수 있단 말인가! 분별력이 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능력이 있다고 뽐내던 내가! 언니가 착하고 너그럽게 행동하는 걸 깔보고, 남을 쓸데없이 의심하며 허영심을 채우던 내가! 진실을 깨달으니 너무 창피하구나! 하지만 창피한 게 당연해! 사랑에 빠졌더라도 이렇게 못 견딜 정도로 눈이 멀 수는 없어! 어리석은 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한 사람은 다정하게 말해서 기쁘고, 한 사람은 무심하게 말해서 화난 나머지, 두 사람에 관한 한,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편견을 키우고 이성을 몰아냈어. 지금 이 순간까지 나 자신을 조금도 몰랐어.”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바람직한 애정을 키운다면, 엘리자베스 마음이 이렇게 변한 건 잘못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애정이 이렇게 솟구치는 건 바람직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면, 흔히 말하듯, 상대를 처음 본 순간에, 딱 한 마디 주고받는 순간에 애정이 솟구치는 게 당연하다면, 엘리자베스를 변호할 방법은 두 번째 방식으로 위컴을 좋아하면서 상당한 시련을 겪고 비참하게 끝났으니, 흥미가 훨씬 떨어지는 첫 번째 방식을 모색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보는 것 말고 무엇 하나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다르시가 떠나는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리디아가 온갖 굴욕에 시달리게 된 것도 고통스럽지만, 다르시와 이렇게 비참하게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고통스러웠다. 두 번째 편지를 읽고서 엘리자베스는 위컴이 리디아랑 결혼하리란 희망을 완전히 포기했다. 제인 언니가 아니고선 누구도 그걸 기대하며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 역시 이상하지 않았다. 첫 번째 편지를 읽을 때는 잔뜩 놀란 게 사실이다. 위컴이 재산이라곤 하나도 없는 여자애와 결혼한다는 게 놀라웠다. 리디아가 그런 사내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너무나 당연했다. 가볍게 연애할 매력은 리디아도 충분했다. 리디아가 결혼할 의사도 없이 남자와 도망간 건 아니겠지만, 덕성도 지성도 부족해서 먹잇감으로 끝장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끼어들지 말게. 입 꾹 다물고 들어. 내 딸과 내 조카는 천생연분이야. 둘 다 모계 쪽으로 귀족 혈통을 물려받았어. 부계 쪽은 작위가 없긴 해도 존경스럽고 명예롭고 유서 깊은 가문이고. 양쪽 모두 재산이 상당하고. 양쪽 집안 모두 두 사람이 결혼하길 한목소리로 응원하는데,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는 게 누구냐고? 가족도 신분도 재산도 없는 여자애가 갑자기 뛰어드니, 이걸 참을 수 있겠느냐고! 도저히 그럴 수도 없고, 그러지도 않아. 자네한테 무엇이 좋은지 안다면, 자네가 자라난 신분을 벗어나려고 애쓰지 마.”
“대부인 조카와 결혼한다고 해서 제가 신분을 벗어나는 건 아닙니다. 다르시 선생은 신사계급이고, 저 역시 신사계급 딸이니, 그 점에서 우리는 동등합니다.”
“맞아. 자네는 신사계급 딸이야. 하지만 자네 어머니는? 자네 외삼촌과 이모는? 네가 자네 배경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게.”
“제 배경이 어떻든, 대부인 조카분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대부인께서 신경 쓰실 필욘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우리 조카랑 약혼했나?”
엘리자베스는 캐서린 대부인 뜻에 굴복할 수 없어, 여기에 대답할 마음 역시 없지만, 잠시 생각하다 결국엔 대답하고 말았다.
“아닙니다.”
캐서린 대부인이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 조카랑 절대로 약혼하지 않겠다고 나한테 약속하겠나?”
“약속할 수 없습니다.”
“정말 충격이고 놀랍군, 엘리자베스 양. 훨씬 이성적인 여성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내가 물러날 거란 생각은 하지 말게. 자네가 약속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나지 않으니까.”
“아무리 그러셔도 저는 그렇게 약속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협박하신다 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순 없으니까요. 대부인은 다르시 선생이 따님과 결혼하길 바라시지만, 제가 대부인 말씀대로 약속한다고 해서 과연 두 사람이 결혼할까요? 그 사람이 저한테 애정을 품었다면, 제가 청혼을 거절한다 해서 그 애정이 사촌한테 넘어갈까요? 감히 한 말씀 드린다면, 캐서린 대부인께서 이렇게 터무니없이 요구하시는 근거는 요구 자체가 엉뚱한 만큼이나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요구해서 제가 응할 거로 생각하셨다면, 그건 제 성격을 조금도 모르신 겁니다. 대부인께서 이 문제에 끼어드는 걸 다르시 선생이 어느 만큼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대부인께서 제 문제에 끼어드실 권리가 없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 문제를 끈질기게 조르시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서두르지 말게. 끝나려면 멀었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말한 문제 말고 다른 문제도 많아. 나는 자네 막냇동생이 수치스러운 도피 행각까지 벌인 걸 자세히 알아. 다 알아, 자네 아버지랑 외삼촌이 비싼 돈으로 메꿔서 사내를 동생과 결혼시킨 것까지. 그런 여자가 우리 조카 처제가 된다고? 그런 여자애 남편이, 그 집 집사로 일하던 사람 아들이 다르시랑 동서지간이 된다고? 말도 안 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펨벌리 저택에 잠든 영혼을 모두 욕보이겠다는 거야?”
엘리자베스가 불끈하며 대답했다.
“이제 하실 말씀이 더 없겠군요. 모든 방법으로 저를 모욕하셨으니까요. 저로선 그만 집으로 돌아가길 간청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일어나자, 캐서린 대부인도 일어났다. 노기등등한 건 대부인도 마찬가지였다.
“내 조카의 명예와 신용은 존중하지 않는군! 무정하고 이기적인 계집애! 너랑 맺어지면 다르시가 세상 사람 눈에 얼마나 하찮게 보일지는 생각하지 않나?”
“캐서린 대부인, 저는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 마음을 모두 아시니까요.”
“다르시를 꼭 차지하겠다는 건가?”
“저는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저로선 대부인은 물론, 저랑 상관없는 어떤 사람한테도 휘둘리지 않고, 제 생각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할 뿐입니다.”
“잘났어. 그렇다면 내 말에 따르길 거부하는 거야. 의무와 명예와 은혜를 중시하라는 말에 안 따르겠다는 거야. 모든 친지가 다르시를 나쁘게 여기도록, 온 세상이 깔보도록 하려고 작정한 거야.”
“의무도 명예도 은혜도 당장은 저를 얽어맬 수 없습니다. 제가 다르시 선생과 결혼한다 해서 원칙에 어긋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다르시 선생 친지께서 나쁘게 여기는 것과 온 세상이 깔보는 것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다르시 선생이 저와 결혼한다는 이유로 전자가 그런다면 저는 그것에 단 한 순간도 신경을 안 쓸 것이며, 세상은 보는 눈이 많으니 그렇게 깔볼 순 없을 겁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제인 오스틴(Jane Auste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775.12.16~1817.07.18
출생지 영국 햄프셔
출간도서 263종
판매수 99,060권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며 8남매 중 일곱째였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심취했던 그녀는 10대부터 꾸준히 습작 활동을 한다.
1793년, 서간체 단편 소설인 『수잔 부인(Lady Susan)』을 집필하기 시작해 1795년에 완성한다. 같은 해에 집필한 『엘리너와 메리앤(Elinor and Marianne)』은 훗날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으로 개작된다. 그녀는 1796년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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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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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저작권 중계회사 ‘임프리마 코리아’ 영미권 담당부장, 도서출판 ‘사람과책’ 편집부장 등을 역임했다. 약 300여 종에 달하는 영서를 번역했다. 학계에서 발표한 다양한 ‘번역방법론’ 및 ‘한글 특징’ 백여 편을 정리하고 25년에 걸친 번역 경력을 접목해,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번역방법론을 강의하며 검증해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로 발표했다. ‘비꽃’에서 천민자본주의를 화려하게 풍자한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파시즘을 파헤치는 ‘조지 오웰 삼부작’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새롭게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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