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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사랑이 있었고, 사랑으로 이 세계를 창출해냈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즉 30대 중반의 젊은이와 70대 초반의 노인과의 대화라고 할 수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화신인 젊은이와 이제 그 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노인과의 대화는, 그러나 이 ‘사랑’이라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아름답고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청춘이고, 사랑은 노년을 모른다. 사랑은 만물의 창조주이며, 사랑은 만물을 성장시키는 힘이고, 사랑은 죽음마저도 또다른 생명으로 탄생시킨다.

나태주 시인은 일찍이 "시는 사랑의 한 표현 양식이며, 사랑이 없는 곳에는 시도 없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랑에 의해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즉 30대 중반의 젊은이와 70대 초반의 노인과의 대화라고 할 수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화신인 젊은이와 이제 그 가능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노인과의 대화는, 그러나 이 ‘사랑’이라는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아름답고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청춘이고, 사랑은 노년을 모른다. 사랑은 만물의 창조주이며, 사랑은 만물을 성장시키는 힘이고, 사랑은 죽음마저도 또다른 생명으로 탄생시킨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고, 시인은 사랑으로 이 세계를 창출해냈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믿는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오래 잊지 않는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네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는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사랑한다는 것은]) 것이다. 이러한 믿음과 기다림과 용서 등이 있었기 때문에, 나태주 시인은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라는 소우주를 창출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너로 하여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했다면
아마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로 하여
세상이 갑자기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었다면
역시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를 얻은 뒤부터
세상 전부를 얻은 것 같았다고 말한다면
더더욱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너로 하여
나의 세상이 서럽고 외로운 세상이 되었다면
그 또한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
(/ '사랑의 기쁨' 전문)

사랑은 힘이고, 사랑은 천의 얼굴을 가진 신이며, 그가 연출해낸 희비극은 언제, 어느 때나 천하무적의 만석공연을 연출해내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으로 인하여 세상은 초록빛으로 변했기 때문이고, 왜냐하면 사랑으로 인하여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얻으면 이 세상의 전부를 얻는 것이고, 이 세상의 전부를 얻는 것은 더없이 "황홀하도록 기쁜 일"([고백])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의 기쁨]의 "너로 하여/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했다면/ 아마 너는 나를/ 거짓말쟁이라 할 것이다"의 ‘거짓말쟁이’는 대단한 반어, 즉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튼 거짓말쟁이의 기쁨이 사랑의 기쁨이 되고, 이 사랑의 기쁨이 신바람 나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거울,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보는
또 하나의 나.

사랑은
색안경,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 보는
물들인 세상.

자수정빛 연둣빛으로
때로는 회색빛으로

사랑은
하늘,

나 혼자서 다다를 수 없는
이상한 나라의 구름층계.
(/ '사랑은' 전문)

사랑은 거울이고, 사랑은 또하나의 나이다. 사랑은 색안경이고, 나는 이 색안경으로 이 세상을 "자수정빛 연둣빛으로/ 때로는 회색빛으로" 물들인다. 사랑은 하늘이고, 나 혼자서는 다다를 수 없는 구름층계이다. 그 높디 높은 하늘, 그 이상한 나라의 구름층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오늘도 ‘사랑의 시학’의 연출자인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기도한다.

죽는 날까지 이 마음이
변치 않게 하소서.
죽는 날까지 깨끗한 눈빛을
깨끗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작고 가난한 등불이게 하소서.
꺼지지 않게 하소서.
(/ '기도' 전문)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작고 가난한 등불이 되고 싶은 나태주 시인!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으로 살고 사랑을 위해 죽어가는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시인의 말

1부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창가에서
마주보다
너를 좋아하는 것은
창문 열면
하루만 보지 못해도
가을 앞에
바람이 분다
만남
너를 알고 난 다음부터 나는
달님
기도
너 없는 날
너에게 말한다
빗보는 마음
종소리
멀리 있는 너를 두고
꿈꾸는 사랑
제비꽃
뜻대로 하소서
작은 노래
삼남 행
하늘 종소리
등꽃
사랑은·1
사랑의 기쁨
작은 아씨
너
나만의 비밀
굴참나무 숲
숲속의 말
보리밭길
장곡사
꽃
청양 가서
칠갑산
처녀애들
보고 싶은 날
고백
아씨야
아름다운 배경
상수리나무 숲
문을 닫으며
녹음 계절
저만큼
꿈꾸노니
날리는 마음
너를 향하여
기다려다오
안경알 너머
해마다 오는 봄
말을 배우다
너를 보았다
기다림
빈손
네 앞에서
너의 총명함을 사랑한다
비 오는 날
떠남을 위하여
마음을 열지 않으면
용납하옵소서
연사흘
바람이 분다
상록원
빗소리
상록원에서
너를 두고
깊은 밤
네 앞에서
쓸쓸한 마음
인생
대숲 앞에
보고 싶다
일락산 좋은날
푸른 산
그리움
자연
너에게
끝인사
조그만 사랑이여

2부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
생각의 차이
너 없는 날
때 없이
비 그치고
새 대숲에
꽃이 되고자
가을을 기다림
봉숭아
가는 여름
세상 떠날 때
안쓰러움
자유
우울
가을의 기도·1
청년 예수
오래간만에
편지 받고
전해다오
종이학
내 것일 수 있느니
가슴을 비우겠습니다
나의 본적
공짜와 덤
또다시 편지
흰 구름 보며
내 가슴속에
가을 흰 구름
아름다운 생각
세상 한 복판
8월 흰 구름
내 것이로다
산을 바라본다
어리석음
불면의 밤
네가 변했다
자꾸만
침묵을 위하여
오랜 부재
너의 배경
어리석은 자여
사랑한다는 것은
저녁노을
안경 얼굴
가을의 기도·2
내가
산행 후
사랑은·2
외로움
네게로 간다
내 앞에 있는 너
석공을 생각함
너와 함께
너를 아껴라
아름다운 자리
내 안의 사람
조그만 세상
나무와 새
쪽지
청카나리아
깨끗한 영혼
너를 보지 못하여
목이 마르다
비지국을 먹으며
가을과 함께
벌써 추억
너를 잊기 위해
나는 비로소
꿈꾸는 구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