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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웃는 매미 : 장대송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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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대송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2년 09월 24일
  • 쪽수 : 1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19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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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빨간 마음, 빨간 눈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시의 흐름


    장대송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문단에 데뷔한 지 21년, 두번째 시집 [섬들이 놀다] 이후 9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이다. 시의 깊이가 시가 나오기까지 흐른 시간과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자신의 고유한 시 세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쓰고 매만진 시에서는 분명 그 시간 동안 짙어진 특유의 향이 풍기기 마련이다. 장대송의 새 시집 [스스로 웃는 매미]에서 느껴지는 특별함 가운데 하나도 그러하다.

    전작에서 간결한 문체로 육화된 삶의 풍경들을 보여주었던 그의 시는 보다 근원적인 정서와 맺어진 볼만한 풍광의 서정시로 주목을 받았다. 이것은 이번 시집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런데 시인의 시작(詩作) 인생 동안 쌓인 시간의 더께가 이번 시집에 이르러 그의 시에 특별한 색 하나를 덧씌운 듯하다.
    독특한 시 문법으로 불길한 사유와 섬뜩한 형상을 표현한 첫 시집과 사회와 자아의 소통을 위해 각고하는 내면의 모습을 담은 두번째 시집을 거쳐, 이번에 출간된 세번째 시집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자신의 내면으로 좀더 깊이 파고든 시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송종원은 이번 시집에서 “마음”이란 단어에 주목한다. 장대송의 시에서 일종의 마비의 순간을 발견하고, 충격에 의해 얼어붙은 시(인)의 육체와 익숙한 관념의 흐름과 일상의 논리가 어떤 침묵에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 채 시에서 내쫒기는 모습을 목격한 그는 장대송의 시에서 쓰인 “마음”이란 단어 주위에 ‘마비’와 ‘침묵’과 ‘느낌’이 걸려 있음을 설파하고, 장대송 시를 읽는 일은 마음의 장애로부터 비롯된 고통과 친숙해지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마음 이전에, 시인이 들여다본 “스스로”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살펴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작 인생이 20여 년이 지난 그는 시인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이번 시집에 유독 ‘옛날’ ‘늙은’ ‘낡은’ ‘오래된’ ‘늦가을’ 등의 말들이 눈에 띄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는지.

    늙은 사과나무는
    꽃눈을 밀어내고 있었다
    잠깐, 내 잠깐 묵색여놓았던 마음을
    다 써버려도 모자랄 것 같은 꽃눈이
    숨을 참고 입동 바람 쐴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만큼 불편하게 살아야 저 나이 들어 꽃눈이 나오는 걸까
    (/ '늙은 사과나무' 중에서)

    꼴을 보니 어디 한번 제대로 달려본 적 없이 낡았다
    그 유행하는 산악도, 딱 달라붙어 볼썽사나운 옷을 입은 중늙은이를 태우고, 그 흔한국도 한번 달려보지도 못했을 텐데
    (중략)
    그래도 놓인 자리, 그 자리는 지난 늦가을 밤, 구절초 꽃, 그 하얀 구절초 꽃이, 별빛 아래서 하얀 서리를 맞으며 빛을 밀어올리던 곳이었는데
    (/ '늙은 자전거' 중에서)

    마음이 술렁이네
    사시나무를 간신히 기어오르던 매미는 벙어리였네
    울지 못하니 보지고 못할 것 같아 살금살금 다가갔다네
    무엇이 그리 고되어 울지 못할까
    그리움을 삭히기 위해 한쪽으로만 뻗은 나뭇가지에서
    젖은 몸을 털며 소리 없이 내뱉는 울음, 아주 오래된 바람
    바람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보았네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떠나지 않고 있었네
    지나는 것들이 각기 제 소리로 유혹하지만 그 자리에 있네
    오 오! 이런, 숨죽였던 마음을 간신히 내뱉으니
    매미가 울음보를 터뜨렸네
    (/ '오래된 바람' 중에서)

    일상의 순간들이 어떻게 시로 드러나는지, 시의 언어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잇대어 있는지가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려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늙고’ ‘오래된’ 것들의 쓸쓸함이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자신의 내면(마음)에서 자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로 그것을 들여다보는 시선은 시인의 언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힘이다.
    허나 시인은 단지 늙어가는 것의 쓸쓸함만을 이야기하려 하지는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마음의 흐름이 그 내면에 있음을 시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시간에게서 날 지켜다오
    단단한 물은
    너무 차가워 단단해진 물은
    누구나 손 씻고 세수를 해도 괜찮을
    별것 아닌 이 단단한 물은
    난 이 단단함이 무엇인지 알 듯도 한데
    그게 맞는지
    물속에 들어간 나는 나올 줄 모르네
    (/ '강천(鋼川)' 중에서)

    겁먹은 애한테 억지로라도 한번 만져보게나 하려고, 욕해놓고 웃는 매미 얘길 해줬다

    속구치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지, 잠자리 머리띠 밑으로 삐쭉삐쭉 삐쳐나온 잔머리 털이 따라 웃었다

    역하는 매미를 애는 밤새 손에 품고 잤다

    애가 깨어나면서 손을 풀자, 매미는 어젯밤 들려줬던 욕을 시작만 하고 날아갔다

    단단한 눅내는 깨졌다
    (/ '욕하는 매미' 중에서)

    시인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으로는 깨뜨릴 수 없는 단단함 속에서 살고자 한다. 그곳은 시의 더 깊은 안쪽일 것이다. 그리하여 저 오랜 장마철 동안의 지독한 눅내를 깨고 시작만 하고 떠났던 그 욕을 다시 이어가려고 한다. 그스스로 웃는 그 웃음의 의미보다 그 웃음 뒤의 마음이, 웃고 있는 그 눈이 빨갛다는 것이 이 세번째 시집에서 시인과 우리가 건져 올린 소중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목차

    시인의 말

    1 부
    회양 사람과 숲에서 노을을 보다가
    강천(鋼川)
    옛날 연속극
    바닷가 무쇠 난로
    해질녘 탱고
    검은 고양이
    늙은 사과나무
    욕하는 매미
    한 시간
    꽃가루
    가짜 문
    풍경
    꽃 배달
    내 입이 없어졌다
    성형수술, 코
    눈이 나무에 박혀 있다
    늙은 자전거

    2부
    마늘
    지하실의 TV
    합성인간
    전신마취
    군자란 꽃대
    흔들리는 것들
    성씨네 양조장집 돼지
    오래된 바람
    술 한잔하게나
    쉽게, 아주 쉽게
    디지털의 흔적
    헛것
    온정리 옥수수밭 한가운데 우물

    사라진 우체통
    노스페이스 팩토리 아울렛

    3부
    가을리
    낡은 유모차와 할머니
    집 한 채
    왜가리
    참새, 디에고
    토마스의 집
    가을을 타다

    그 뱀을 본 적이 없다
    개명
    섬강 버들
    눈치
    서성이는 것들
    동굴을 들고 다닌다
    살구꽃 지는
    호랑거미

    4부
    동고비
    겨울, 바다
    쑤욱 빠져나가는 것들

    바다
    하얀 꽃
    태양의 돌
    늦가을
    여름을 허락하다
    선인장
    경비원 정씨 아저씨
    전각
    꽃의 영혼
    서재
    여름과 가을 사이

    내가 살아 있다고 느꼈을 때

    해설 │ 마음, 그것
    │ 송종원(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그 눈이 빨갛다

    지독한 비에 모든 것이 쓸려갔다. 산청에서 올라왔다던 그 비구니는 아직도 비구니일까. 나면서부터 비구니였다는 그 여자는 아직도 비구니일까. 지하철 순환선을 탈 때는 신발을 머리에 이고 타야 된다는 비구들의 농에 정말 그렇게 해서 2호선을 몇 번이나 순회하고 고려대장경 연구소까지 찾아왔다는 그 비구니는 흥분하여 수다를 떠는데 눈이 빨개져 있었다.

    지독한 비에 모든 것이 쓸려져 갔다.
    한강 둔치 아산병원에서 천호대교 중간 지점에 어린 백로 한 마리가 산책로에 나와 있다. 사람이 두려운 것 같지 않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부모나 물에 휩쓸려간 둥지를 찾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산책로 한쪽에서 다른 한쪽까지 왕복하는 그는 노란 발을 머리에 이고 있다. 조용한 몸에 눈이 빨갛다.

    노출된 반복은 눈에 들지 않는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들…… 그 반복과 순환의 코드 중간중간에 잠시 들락거리는 것들이 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들어왔다가 그냥 형체를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두려움이라는 욕망도, 뭘 하고 싶다는 욕망도 아닌 어떤 허상 같은 게 남겨질 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지만 내 가슴은 빨갛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충남 안면도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다녔다.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초분(草墳)]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옛날 녹천으로 갔다] [섬들이 놀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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