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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 : 김순선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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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순선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2년 02월 05일
  • 쪽수 : 116
  • ISBN : 979115728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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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과학과 예술의 모범적인 조화!
- 김순선 시인의 첫 시집 [토르소] 도서출판 지혜(2022)

김순선 시인은 1997년 계간 [21세기문학] 첫 공모에 당선되어 시로 데뷔했다.
지난 30년간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기관(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써온 시를 이번에 묶어 첫 시집을 냈다.
연구개발 관리자(Research & Development Manager)로서 일해오면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모색해왔다. 이번 시집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 과학기술 특히, 전전자교환기를 비롯한 스마트 폰을 개발하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과학기술 개발자들과 나눈 대화와 사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과학이 시의 내적 논리와 닮아있다고 본다. 즉 연구개발의 최초 아이디어 그리고 그 과정에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의 해결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시심의 발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도 내적 문제의 질서 지움 내지는 정화가 아닌가?
이번 시집은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한 모범이 될 것이다. 나아가 과학기술의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태도를 모색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시집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 서평

월요일 아침 출근길
평소와 달리
아파트 출구부터 차가 밀린다
안절부절못한다
큰길에 나가서도 막히기는 매한가지다
때맞춰
PC를 켜지 못하는 게 불안하다
그날 저녁
중앙 뉴스 뒤 지역 뉴스
신호체계가 고장 났단다
일요일 주기에 따라
월요일에도 움직였단다
정확하게
----〈인공지능〉 전문

김순선은 〈인공지능〉에서 기술문명에 포획된 현대인의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의 동력인 ‘정확성’을 삶의 기율로 내면화한 인간은 생동감을 잃고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로 변해버린다. 정확하게 움직이던 신호체계가 오작동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존재 기반을 잃고 ‘안절부절못하는’ 혼돈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현대의 인간은 우연성을 용납하지 않는 기계적 세계에 지배당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인간은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하며,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순간에만 불안을 느낀다. 현대인의 불안은 존재의 근원과 마주하는 데서 비롯되는 실존적 감각이 아니라, 시스템의 오작동이 발생시키는 기계적 감정에 가깝다. 이렇게 시스템이 인간의 감정까지 지배하는 상황은 거대한 인공지능에 접속된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비극적 현실을 드러내 준다. 현실의 명령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정확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최고의 미감이자 감수성이다. 급기야 인간의 신체마저 이 기계의 시선에 포획된 사물이 된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초음파를 쏘고/ X선으로 찍고/ 심전도를 측정해도// 몸속 어디에/
무얼 꼬불쳤는지/ 그걸 꺼내/ 어디다 쓸지// 피를 뽑고/ 혈압을 재고/ 목구멍을 벌리고/ 내시경으로 들여다봐도// 꿍꿍이속이 무언지/ 메뚜기가 어디로 뛸지/ 모른다
---[건강검진] 전문

이 시에서 기술의 지배에 맹목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미경, 초음파, X선’으로 상징되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몸을 파헤치는 상황은 낯선 장면이 아니다.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체를 기계에 내맡기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 아닌가. 이때 내시경의 눈이 포착하는 인간은 외부와 내면 사이의 모순이 제거된 ‘투명한’ 존재가 된다. 이것은 기계적 검열 시스템에 의해 내면을 제거당한 채 외형만 남은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시인은 전능한 기계의 시선(내시경)으로 신체를 샅샅이 들여다봐도 인간의 내면 즉 ‘정신’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 의학은 육체의 병을 발견하고 치유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내면에 가닿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문명에 포획된 인간의 내부에 자리한 것은 무엇인가. 시인은 그것을 ‘꿍꿍이속’이라고 말한다. 외적 태도와 내면의 간극을 보여주는 ‘꿍꿍이속’이라는 시어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부정을 내포한 시어로 읽힌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에서 보듯, 합리성-이성의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이 불안정함이야말로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속성이라 하겠다. 이렇게 김순선은 이 ‘내시경’의 눈으로 포획 불가능한 ‘꿍꿍이속’이라는 잉여의 지대를 소환함으로써 기계-시스템으로부터 탈주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쏜다/ 가로수나 벽 모서리 뒤에 숨어/ 지나가는 차를 향해/ 반짝이는 간판을 향해/비행기를 향해/ 집게손가락을 슬쩍 들어 올려/ 반동의 충격을 흘린다/ 가는 속도를 계산해/ 목표물 앞으로 쏘고는/ 턱을 든 채/ 오른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는다/ 죽는 게 하나 없지만/적어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죽이지 않았나/ 그리 생각하며/ 왼손으로 앞머리를 쓰다듬는다 ----〈손가락총〉 전문

이 시의 화자는 ‘차, 간판, 비행기’로 상징되는 세계를 향해 총을 겨눈다. 이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항하는 부정의 행위로 보인다. 이러한 저항은 ‘죽는 게 하나도 없는’에서 보듯 실패로 귀결된다.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는 한 개인의 반항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자의 반항은 ‘적어도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죽이지 않았나’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행위는 시스템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의 자기 위안인지 혹은 자기 부정을 통한 탈주 의지의 발현인지는 다소 모호하게 읽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의 화자가 스스로를 현실에 연루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겨냥하는 총구는 현실의 병폐를 깊게 응시하는 시인의 눈과 겹쳐진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시선이며 동시에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을 응시하는 시선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이데아 12
오름차순 13
뺑소니 14
전자저울 15
원심분리 16
반도체 17
엔트로피 18
손가락 총 19
빛을 바꾸다 20
정자미인精子微人 21
해골 22
담배 23
경영 24
건강검진 25
원자原子 26
우주탐사선 27
프랑켄슈타인 28

2부

전파 1 30
방전放電 31
쿼크 32
중력 1 33
약력弱力 34
정자精子 35
소립자 36
질소 37
전파 2 38
파라볼라안테나 39
유효기간 40
그룹화(G) 41
관계를 계산하다 42
뇌 43
나무 사이로 44
빛 47
고래 48
인사법 49

3부

4 52
중력 2 53
안테나 54
대체재代替財 55
NWR 56
제1연구동 57
아파트에서 떨어진 IQ 58
흙 60
맥박 61
종료와 무시 사이 62
화강암 속 숲 64
제1주차장 65
로또 66
있어도 되는 1 67
있어도 되는 2 68
이중나선二重螺旋 69
스마트 폰 1 70
맹지 72

4부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있다 74
다슬기 75
십자가 76
날파리 77
우주 새 78
우주정거장 79
네온사인 80
변신 로봇 81
인공지능 82
아귀 83
소화기 84
푸른 2호선 85
초보운전 86
다른 속도 속에서 87
박테리아 88
스마트 폰 2 90
자유전자 91

해설시인의 언어, 화가의 눈이기성 94

저자소개

김순선(金淳銑)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고, 1997년 <21세기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예심: 김명수, 본심: 황동규, 김주연) [21세기 문학], [대전작가], [문학마당], [미네르바], [시와반시], [문학과사회], [내일을 여는 작가], [현대시], [애지]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시쓰기와 함께 화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paul_li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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