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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줌이 너였다가 : 임영만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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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임영만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22년 01월 22일
  • 쪽수 : 112
  • ISBN : 979115728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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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리움이란 부재하는 것, 혹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애타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인은 시야말로 그리움을 담는 그릇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을 참깨처럼 털어내면, “동전 몇 닙/ 개나 줄 자존 몇 조각/ 그리움 몇 알”이 쏟아질 것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움 몇 알”일 것이다. 시인의 다락방에 쌓여 있는 것도 그리움인데, 시의 내용물인 그리움은 여인이 털고 있는 “참깨”의 이미지를 통해서 아름답게 비유되고 있다. 하얀 알갱이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참깨의 이미지는 맑고 순수하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형국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그리움의 아득함을 형상화해준다.
그런데 그리움이란 “젊은 날 절며 절며 이곳으로 퇴각하였지”라든가 “그리움도 하나의 길인 것을 알았다면/ 바람 앞에 그토록 목말라 하지는 않았을 것을”이라는 구절을 보면, 결국 현실적 패배와 좌절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리움을 담아내는 시의 다락방이란 현실적 실패와 좌절을 수용하는 위안의 장소이며, 현실적 패배와 아픔을 치료하고 위로하는 환대의 장소인 셈이다. 시인이 “그리움도 하나의 길”이라고 했을 때, 그 길은 현실적 도전과 성공의 길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부여안고 살아갈 수 있는 시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란 ‘지금-여기’에 없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향수라고 할 수 있는데, 시는 그러한 향수를 달래고 위로해주는 환대의 기제가 되는 셈이다.

출판사 서평

수많은 너의 너 중에/ 함께 한 지난 겨울/ 벽난로의 따스함과 눈 위에 새겨진/ 하얀 이름이 너였다가/ 아주 먼 데서 오랫동안 천천히 오고 있을/ 운명 같은 기다림이 너였다가/ 먹먹하다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밝은/ 이름을 갖지 못한 별자리를 아무리 외워보아도/ 하루에 세 번 식후 30분마다/ 늘 삼키는 것이 너였다가/ 어떤 일이 있어도/ 너에게 돌아가지 않으리/ 선득선득 생선 가시처럼/ 목 끝에 치밀어 오르는 무엇이 너였다가/ 별이 하나 뜨고/ 여차여차 떠오르는 별 또 하나가 너였다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쥐똥만 한 詩 한 줌이 너였다가
----임영만, [詩 한 줌이 너였다가] 전문

인간이란 본질이 없는 존재, 존재자 없는 존재, 이 세상의 존재의 근거를 잃어버린 존재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서럽고 고독한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이웃도 없다. 고향도 없고, 살만 한 곳도 없고, 새롭게 찾아갈 이상낙원도 없다. 게오르그 루카치가 역설했듯이, “밤 하늘의 별을 친구로 삼을 수는 있지만, 단 한 사람의 친구도 가질 수가 없다”라는 것이 모든 인간 비극의 기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이란 끊임없이 시로서 자기 자신의 존재의 정당성을 마련하고, 부모형제와 친구와 이웃들을 찾아나서고, 이 ‘떠돌이--나그네들’을 ‘우리’로서 묶어주는 언어의 사제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의 모험은 존재론적 모험이고, 이 존재론적 모험을 통해서 잃어버린 고향이 아닌 새로운 이상낙원을 건설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수많은 너 중의 너인 너와 지난 겨울 함께 한 너도 불러 모으고, 벽난로의 따스함과 하얀 이름의 너와 아주 먼 데서 오랫동안 천천히 오고 있을 너도 불러 모은다. 하루 세 번 식후마다 삼키는 너와 생선 가시 같은 너도 불러 모으고, 별이 뜨고 여차여차 떠오르는 별과 같은 너도 불러 모은다.
임영만 시인은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쥐똥만 한 詩 한 줌을 가지고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는 너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울음이란 단순히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답답한 근심을 풀어버리는 기제이자 칠정이 사무쳤을 때 저절로 토해지는 ‘우레’와 같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울음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어떤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의 해소제와 같은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임영만 시인의 이번 시집은 하나의 울음통이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울음소리가 퍼져 있으며, 사무친 칠정의 정동이 흘러넘친다. 거대한 인생의 바다를 거닐며 시인은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마음에 쌓인 울분과 서러움을 시적 공간이라는 광야에서 마음껏 토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시인에게 시란 원통한 마음을 풀어내는 해원(解?)의 공간이자 구속이나 억압, 혹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解放)의 기제가 되는 것이다. 울음통으로서의 시인의 시적 세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지만, 우선 시인의 시에 대한 생각이 울음통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부터 정리하고 가보자.

대지 위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외마디 노래가/ 차가운 그대의 가슴을 열지는 못할지라도/ 가만히 입술을 깨물어/ 아주 길고도 낯선 여행을 준비하는/ 대지의 끝 거기쯤/ 얼마의 시간을 매몰시키고/ 한 모금씩 덜어내어 결국 빈 병을 만들어내는/ 그리하여 하늘을 나는/ 저-기 아름다운 인생을 이야기할 때/ 나흘이 지나고/ 이레를 넘기고도/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탈고를 기다리는/ 그대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꼭 나를 닮은 시간들에게/ 이제는 내 것이 아닌 지고한 열정들과/ 정녕, 나를 옹호한/ 그 많은 철학들에 고하노니/ 내가 한때 詩였을 때/ 가슴은 뜨겁고/ 가이없는 텅 빈 아름다움을 기억하라
-「내가 한때 詩였을 때」, 전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처럼 “대지 위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시구는 생명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들, 살아있기에 살아가면서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시심이 가득 차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욕칠정의 부림을 받아서 휘청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한 점에서 모든 살아가는 것들은 고통과 상처의 집적물이며, 또한 그러한 점에서 환대와 공감을 필요로 하는 존재자들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끝이 있다는 것,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이란 한정된 시간이라는 것,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으며,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시 또한 아름다울 수 있다는 논리가 이 시의 시적 공간을 채우고 있다. 즉 “대지의 끝”이라든가 “빈 병” 등의 이미지가 존재의 유한성을 암시하고 있는데, 그것을 담아내는 “꼭 나를 닮은 시간들”은 곧 예술적 형상화로서의 시라는 양식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한때 詩였을 때/ 가슴은 뜨겁고/ 가이없는 텅 빈 아름다움을 기억하라”라는 대목을 보면, 인생 그 자체보다도 시라는 양식이 더욱 아름답고 열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텅 빈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인데, 이러한 표현은 임마누엘 칸트의 ‘무목적의 목적’으로서의 미학적 가치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시적 논리에서 보면 “빈 병”과 같은 소멸과 무화(無化)를 담아내는 시적 아름다움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시인의 관심사가 모든 살아가는 가녀린 생명들, 그래서 모든 죽어가는 존재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연원에서 울음통으로의 시론이 성립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리움을 모아놓고 산다는/ 시인의 다락방/ 詩作 노트에 뽀얗게 내려앉은 세월을 후-욱 불어낸다/ 무수히 부유하는 기억의 편린들/ 젊은 날 절며 절며 이곳으로 퇴각하였지/ 그리움도 하나의 길인 것을 알았다면/ 바람 앞에 그토록 목말라 하지는 않았을 것을/ 저 미친바람을 그토록 좋아했는지/ 창밖 멀리서 여인이 참깨를 털고 있다/ 우수수 우수수 많이도 쏟아진다/ 시인을 저렇게 거꾸로 털어내면 무엇이 나올까?/ 동전 몇 닢/ 개나 줄 자존 몇 조각/ 그리움 몇 알/ 여인도 시인이 아는 그리움 하나쯤은 품어 봤을 진데/ 짐짓 모르는 척 톡-톡톡 잘도 털어낸다/ 바람이 불어온다/ 참깨 향이 참 시원하다/ 그리움을 모아놓고 산다는 시인의 다락방에서는/ 서러울 것도 가난할 것도 없는 한줄기 미친바람이/ 짙푸른 그리움과 한편의 서정을 단정하게 키워내고 있다.
-「詩人의 다락방」, 전문

그리움이란 부재하는 것, 혹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애타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인은 시야말로 그리움을 담는 그릇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을 참깨처럼 털어내면, “동전 몇 닙/ 개나 줄 자존 몇 조각/ 그리움 몇 알”이 쏟아질 것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움 몇 알”일 것이다. 시인의 다락방에 쌓여 있는 것도 그리움인데, 시의 내용물인 그리움은 여인이 털고 있는 “참깨”의 이미지를 통해서 아름답게 비유되고 있다. 하얀 알갱이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참깨의 이미지는 맑고 순수하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형국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그리움의 아득함을 형상화해준다.
그런데 그리움이란 “젊은 날 절며 절며 이곳으로 퇴각하였지”라든가 “그리움도 하나의 길인 것을 알았다면/ 바람 앞에 그토록 목말라 하지는 않았을 것을”이라는 구절을 보면, 결국 현실적 패배와 좌절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그리움을 담아내는 시의 다락방이란 현실적 실패와 좌절을 수용하는 위안의 장소이며, 현실적 패배와 아픔을 치료하고 위로하는 환대의 장소인 셈이다. 시인이 “그리움도 하나의 길”이라고 했을 때, 그 길은 현실적 도전과 성공의 길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부여안고 살아갈 수 있는 시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란 ‘지금-여기’에 없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향수라고 할 수 있는데, 시는 그러한 향수를 달래고 위로해주는 환대의 기제가 되는 셈이다.
----임영만 시집, {詩 한 줌이 너였다가}, 도서출판 지혜, 양장, 값 11,000원

목차

시인의 말 5

1부 하여 인생이 아름다운 거지

그 언덕 12
오래된 최중령 13
詩 한 줌이 너였다가 15
길 16
게딱지에 밥을 비비며 17
쉽싸리 18
풍장의 노래 19
비접촉 경계면에서 -설미자 여사께 20
몽당연필 21
예외상태 마지막 악장 22
내가 한때 詩였을 때 23
내린천 24
미나리꽃 필 무렵 26
時人의 다락방 27
花蛇酎 28
대합실에서 29
슬픔을 이해하기 위한 일곱 번째 사유 30
구정 수담手談 31
석모도 32
관계자 외 출입 금지 33
칙간부치 34
골목길 35
줄 끊어진 연처럼 37
곡차에 길을 묻다 38

2부 무엇으로부터의 사색

등뼈 굽은 소나무에 관한 테제 40
모노크롬 헌시獻詩 41
여기는 북위 37.44도 42
칼의 부활에 대한 다섯 번째 고려 43
말라죽은 선인장과 카인을 위한 노래 44
굴삭기 45
옻닭 47
화장火葬 연습 49
찌그러진 깡통에 관한 사소한 고해 50
양말적 혁명 51
흥부의 슬픔에 대한 별첨 보고서 52
앞사발이 53
부러짐에 대한 시편詩篇 54
물만두 익을 무렵 55
시를 쓴다는 것은, 탈고脫稿 사흘째 56
목욕탕에서 시 읽기 57
완벽히 오래된 녀석 58
개뿔도 아닌 것을 위한 노래 59
뒤통수 혜존惠存 60
층층層層시하 무채색 고해 62

3부 검은머리쑥새

검은머리쑥새 66
지독한 놈 67
바람꽃 68
못질을 하며 69
허파꽈리 70
밤송이 71
질경이 72
할미꽃 73
소국小菊 74
점박이귤빛부전나비 75
감자꽃 76
경칩驚蟄 77
목신目辛의 오후 78
묵사발 79
횡단보도 건너 삐리리 오는 봄 80
고드름 81
봄, 봄이로세 82

해설크게 한번 울어볼 만 하구나!황치복 84

저자소개

임영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3

임영만 시인은 1963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는 『서로 등이 되어』, 『늪지 일기』, 『신화의 땅』, 『풍장』, 『다시 이 자리에』, 『명왕성에서 온 스팸메일』, 『직선 혹은 곡선으로』(이상 공저) 등이 있고, 현재 서해종합건설(공공사업부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비탈’ 시동인(1987년-2021년), ‘벼리’ 시동인(2009-2012년),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시분과 소속(2019-2021)으로 활동했으며, 2018년 12월 14일 한국예총 경기도연합회 특별공로상과 2019년 11월 29 제28회 경기도문학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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