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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살은 처음입니다 : 장석주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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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석주
  • 출판사 : 지혜
  • 발행 : 2018년 10월 15일
  • 쪽수 : 120
  • ISBN : 979115728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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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석주 시집 [스물 살은 처음입니다].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기차는 8시에 떠난다 ─불행에게》, 《햇빛만이 내 유일한 정부》, 《오래된 철물점 ─사라진 철물점을 위한 자동기술》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장석주 시집 [스무 살은 처음입니다]는 낭만주의자로서의 가장 아름다운 시이며, 이 낭만주의자의 꿈이 상실된 것에 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이 가장 아름답게 승화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참 한심했었지, 그땐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패 투성이었지/ 몸은 비쩍 말랐고/ 누구 한 사람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지/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 불안은 나를 수시로 찌르고/ 미래는 어둡기만 했지/ 그랬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다 속을 달리는 등 푸른 고등어 떼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
----[내 스무 살 때] 전문

장석주 시인의 [내 스무 살 때]는 그 꿈을 상실하고, 모든 가능성을 상실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고 성찰하며, 그 결과를 이처럼 아름답고 뛰어난 시로 승화시켜 놓은 것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라는 시구는 진정한 시인의 경지이며, 그 구체적인 증거는 “바다 속을 달리는 등푸른 고등어 떼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라는 시구라고 할 수가 있다. 장석주 시인은 비쩍 마른 몸으로 가난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와 싸우며, 매우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낭만적인 꿈과 사랑을 노래한 진정한 시인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이태백은 시선詩仙이라고 부르고, 두보는 시성詩聖이라고 부른다. 너무너무 거창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장석주 시인은 [내 스무 살 때]로 낭만주의의 대가, 즉, 참다운 시인이 되었다고 우리는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반어법과 역설의 문법, 그는 바다 속을 달리는 등 푸른 고등어떼처럼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며, 수많은 별들과 대화를 하며, 사랑의 시를 써왔던 것이다. 가난을 긍정하고 고통을 초월할 때 시인이 되고, 불안과 공포와 초조함과 손을 잡고 싸우며, 천하무적의 용사로서 언어의 밭을 갈고 닦을 때, 그는 진정한 시인이 된다.
스무 살, 그렇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오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포기), 칠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희망, 꿈 포기)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격려를 보내며, 낭만적 꿈과 희망과 사랑을 선사해주는 시인, 장석주 시인의 참다운 노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가난과 고통은 [내 스무 살 때]의 토대가 되고, 그의 무한한 반성과 성찰은 영원불멸의 고전으로 완성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전문

첫사랑은 이성의 눈뜸이며, 자기 짝에 대한 최초의 반응이다. 첫사랑은 개인적 사건이면서도 인륜적 사건이고, 인륜적 사건이면서도 세계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첫사랑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미래를 설계하고, 우리는 첫사랑을 통해서 머나 먼 미래에서 현재로 날아온다. 첫사랑은 순수하고, 첫사랑은 대폭발이고, 첫사랑은 이상낙원이다.
따라서 첫사랑은 순수했던 만큼 크나큰 상처를 남기고, 그 모든 꿈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상처는 영원한 상처가 되고, 아픔은 영원한 아픔이 된다. 만일, 오르페우스가, 단테가, 페트라르카가 이 첫사랑을 성취했다면, 그들은 영원불멸의 시인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상처와 아픔이 간절함을 낳고, 그 간절함이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시를 쓰게 만든 것이다.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을 것이고, 지금보다도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고,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 볼 것이다. 수많은 샛길과 수많은 갈림길들 사이에서 가보지 않은 길도 끝까지 가볼 것이고,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도 가볼 것이다.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할 것이고,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아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음식을 만들고,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질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말에 따르면, 첫사랑이 있고 내가 있는 것이지, 내가 있고 첫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첫사랑이 있고 세계가 있는 것이지, 세계가 있고 첫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첫사랑은 순수하고, 첫사랑은 용감하고, 첫사랑은 행복하다.

화자는 10월의 어느 비 내리는 날, 달팽이를 바라보며 상념에 사로잡힌다. 그는 끈적하고 어두운 점액질의 자국을 남기며, 하염없을 듯 온몸으로 굴신(屈伸)하는 달팽이에게서 고단한 “여행자”를 떠올린다. 그는 “인생의 슬픔을 젖먹이며 딸들을 정숙하게” 부양해 왔다. 이는 “슬픔” 속에서도 상식과 교양을 지키는 삶을 꾸려 왔다는 점을 암시한다. “슬픔”의 내막은 문면에 가려 있지만, 그러한 삶의 자세로 말미암아 그가 달팽이에 주목하게 되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달팽이는 현실에 정주(定住)하는 자신과 달리, 끊임없이 세계를 여행하는 노마디즘의 삶을 영위하는 듯하다.
달팽이는 “누추”한 “옷”을 입고 “노동자보다 더 검게” 탄 행색이다. 화자는 그것의 곤비(困憊)한 모습에서 자신이 겪은, 집요하고 간단없는 세파를 겹쳐 읽는다. 그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달팽이를 위해 “빵”과 “커피”를 준비한다. “빵”은 “흙같이 향기”로우며, “커피”는 “열대우림의 비처럼 신선”하다. 흙과 비가 달팽이에게 적합한 생태적 환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그가 준비한 것의 의미는 자명하다. 하지만 “커피”가 다시 “열대 태양의 작열하는 기운과/밤의 적막”으로 비유된 부분은 하나의 완미한 의미의 연결마디를 구하기 어렵다. (생명들이 원색으로 가열하는) “열대 태양”을 시의 배경을 이루는 (소멸과 조락이 시작되는) “시월”과 단순히 대비해 읽는 것은 속스럽고, “밤의 적막”에서 커피의 빛깔로부터 착안한 쓸쓸한 휴식과 위로의 모습을 읽는 것은 감상적이기 쉽다.
화자가 달팽이에게 “빵”과 “커피”를 제공하며 연민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에서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여행, 또는 유랑이라는 삶의 형식을 발견한 데 있다. 이는 달팽이가 화자의 분신적 성격을 띠는 근거로 작용한다. 여행, 또는 유랑에 대한 화자의 원망(願望)은 “인생이란/ 낡은 구두 한 켤레 정도의/ 무게뿐”(「여행」)이라는 비관적 전망, “슬픔을 이기고 날아가는 새들”(「11월의 여관」)에서 비치는 결기 서린 삶의 인식으로 변용되기도 한다.
화자의 노마디즘적 태도는 그의 현실을 읽는 방식에 기인한다.

떠나버린 협궤열차를 보라/ 녹지 않은 응달의 잔설을 보라/ 고단한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에 붙박인/ 철새들을 보라
―「여행」 부분

누가 버린 봉제인형이 몸을 반쯤 감추고/ 집적거리는 바람의 손길을 피해 숨어 있다 (중략) 내가 가리킨 방향의 땅에서는/ 마른 먼지가 일었고 내가 떠나려 할 때/ 차표는 매진이었다
―「입사귀」 부분

먹이를 구하지 못한 새들이/ 낙과(落果)처럼 뚝, 뚝 떨어지고/ 폐기종의 마른 말은 마구간에서 새끼를 낳는다
―「기차」부분

저 선사시대부터 해변에 내려왔던 늙고 메마른 햇빛이 의자에 봉제공장의 늙은 노동자처럼 앉아 쉰다 머리칼은 희고 척추는 굽었다 천식이 심해지는 밤이 걸어온다 햇빛이 수척해진 몸을 이끌고 어디론가 사라지면 빈 의자는 별빛의 차지다
―「해변의 의자」부분

“떠나버린 협궤열차”, “하늘에 붙박인/철새”, “차표는 매진이었다”, “폐기종의 마른 말은 마구간에서 새끼를 낳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에게 현실은 도피할 수도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허용되지 않는 공간일 따름이다. 현실은 여전히 “녹지 않은” “잔설”로 존재하는 “응달”이며, “누가 버린 봉제인형이 몸을 반쯤 감추고” “바람의 손길을 피해” 공포에 떠는 현장이며, 굶주린 새들이 “낙과(落果)처럼 뚝, 뚝 떨어지”는 아포칼립스다. 그 안에서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그래왔듯이, “해변의 의자”처럼 황폐하고 공허하고 외롭고 무의미하다. 현실은 화자에게 통로를 차단한 채 오로지 떠남을 요구하는 아이러니로 채워져 있다.
장석주의 자기 연민은 자기애, 또는 자의식으로부터 발원한다. 그리고 그것은 회고취향과 노마디즘으로 언어의 공역을 확장한다. 회고취향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과거로 이동하려 하며, 노마디즘은 공간의 변화를 도모하며 이동하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회고취향과 노마디즘은 자신이 존립하는 현재 그 지점으로부터 이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너는 별들의 계보에 속해 있다
딸기 12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13
어느 집 고양이가 당신을 할퀴었죠? 14
모자 16
해변들 18
새해 첫날 19
사랑에 실패한 이를 위로하는 시 20
하늘 문방구에서 파는 시집 ─K에게 21
첫 눈 23
감자를 기리는 시 25
냉동창고 26
마지막 사랑 27
우리는 어제까지 사랑했었죠 28
실패한 인생엔 상자가 없다 29

2부 어머니는 늦게 돌아와서 내 어리석음을 책망하리라
내 서랍 속의 바다 32
그 집 앞 34
달의 이면 35
우체부 36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37
잊자 39
그녀의 지느러미 41
하지 42
입맞춤 43
양말 45
빈 집 46
11월의 여관 47
도망가는 말 49
슈가 슈가 50
오솔길 51

3부 너는 내 팔 안에서 울고 있다
늑대 54
가방 56
목요일 저녁 6시 58
백일몽 60
물고기 62
풀 64
달 65
나무들 66
밤인사 68
헌책방 69
매미 71
개나리꽃 72
기차 73
기차는 8시에 떠난다 ─불행에게 75
새를 노래함 76
내 스무 살 때 78

4부 애인들은 창 아래로 깔깔거리며 지나갔지요
새들 82
잎사귀 83
햇빛만이 내 유일한 정부 85
봄밤 87
검은 커피와 흰 우유 88
소파 89
여행 90
달팽이 92
해변의 의자 94
오래된 철물점 ─사라진 철물점을 위한 자동기술 95

해설토리노의 말과 자기 연민의
황량하고 지루한 행려行旅ㆍ오태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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