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들어낸 '괴물'은 자신의 흉측한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에 상처를 입고 외톨이로 살아가야만 했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의 흉측함에 놀라 도망치고 만다. 하지만 괴물은 자신을 창조한 박사를 만나려 노력하고 결국 만나게 되지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악한 존재라 규정짓는 박사의 모습에 분노하여 복수를 결심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사이 플라톤이 각각 괴물과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플라톤이 둘에게 던지는 물음들에는 깊은 의미와 이론들이 담겨있어, 철학이라면 무조건 질겁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하면서도 가볍게 다가온다.

또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괴물의 대화에 내포되어 있는 각자의 관념이 여러 이론들을 대표하고 있어, 간락한 철학 지식을 익힐 기회가 된다.

그러나 철학 이론과 철학자의 이름을 설명하는 박사와 괴물의 대화에서 어색함과 철학이라는 주제를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려는 작위성이 엿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자연스럼게 지식을 이야기에 녹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철학이라는 개념을 맛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책을 덮고 난 지금, 괴물의 "나는 총이 아니라 절망으로 그를 죽일 것이오."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저주하는 프랑켄슈타인에게 괴물은 주위 사람들을 죽이는 것으로 절망을 선사한다. 복수의 결과는 낭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괴물의 마음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창조된 괴물. 경험론을 주장한 존 로크의 말을 인용하자면 괴물은 '백지' 상태로 창조된 것이다. 괴물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순수했던 만큼 사람들의 돌팔매질과 욕설, 거부에 상처를 받았다. 괴물의 백지에 얼마나 많은 상처가 덧씌워져 끝내 저런 말을 하게 만들었을까.

괴물이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게 된 박사가 괴물을 비난하자 괴물은 자신에게 인간의 양심과 윤리, 법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한다. 괴물은 인간들에게서 여러 번 거부당하고 쫓겨난 후에 그러한 말을 하게 되었다. 물론 괴물이 벌인 일이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괴물을 자신들의 공동체에 받아들이지 않다가 괴물에게 자신들의 기준을 가져다 대는 소설 속 사람들의 이중성에 충격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소설 속 이중성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고 그 대상이 '괴물'이 아닐 뿐이라는 생각에 도는 씁쓸함은 독자 모두의 몫일 것이다.

얇은 분량에 불만 가득한 괴물의 눈을 보고 가볍게 책장을 넘겼지만 그 깊이마저 얕은 게 아니었다. '프랑켄슈타인' 원작 소설에 매료당한 사람(팬픽처럼 느껴지겠지 , :D) , 철학에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 깊은 씁쓸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가미]는 곤이 살아온 시간, 그리고 살아갈 시간을 담은 소설이다. 곤은 아가미가 있는 인간으로, 존재만으로 소설을 몽환으로 이끈다. 소설의 대부분은 과거 이야기로 곤과, 곤을 물에 건져다 키운 노인, 노인의 손자인 강하가 이야기의 대부분이지만 강하를 버린 생모, 이녕의 등장으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고 곤, 강하, 이녕의 인생은 돌아갈 수 없는 걸음을 하게 되었기에 결국 넷에게 선사된 시선은 동일하다.

 곤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아가미의 비늘에서 영롱한 빛이 춤추고, 살금살금 벌어지는 아가미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 속살은 매혹적이다. 존재자체는 신비로우나 살아온 시간은 끔찍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설은 한 마리의 활어처럼 팔딱팔딱 요동친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사의 작위성이다. 몽환적인 느낌을 위한 작가님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물의 대사가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톡톡 튀었다. 우리가 줄을 긋고 지나가는 신선한 비유나 표현이 인물의 대사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어색한 느낌을 받아 흐름이 뚝뚝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작가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처지이니 이 정도는 눈감아 주기로 한다 :)

 책장을 덮자마자 곤이 생각 나, 중간 부분을 또다시 펼쳐 읽었다. 읽으면 읽을 수록 강과 바다, 호수에서 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번에 강에서 봤던 희미한 반짝거림이 혹시 곤이었을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