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알려주는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책을 읽어 나가며 옳은 게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섣불리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이 간극에서 ‘병원 장사’라는 문제가 터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의료의 질은 뒷전인 채 수익에만 급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의사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면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국가에서 공공 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책 말미에서 소개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이윤을 확보하려는 동기가 작동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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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진실로 그러한지 꼭 알고 싶은 갑상선암에 대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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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은 특히 증상이 없어 생존 시에는 암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잠재암’ 혹은 ‘가짜암’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갑상선암을 찾아 검사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헬싱키대학의 실험은 우리나라 여성이 유독 갑상선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를 일부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갑상선 초음파를 ‘덤’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의 연령별 발생률은 유방암 발생률과 일치하는 40~50대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초음파 검사에 따른 갑상선 초음파 검사의 증가가 갑상선암 발생률 증가에 기여했다는 간접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검사가 지나치게 많은 ‘가짜암’을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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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질병에 대해 의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생각과 달리 이 책은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질병과 싸워내는 의사의 이야기였다. 그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운 의사의 절망, 환자를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 보는 자세 등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법의학자라는 꿈을 고수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사람을 살려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가? 아니 애초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인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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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린 글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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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오늘 나는 아직 밥을 먹고 하늘을 볼 수 있다네. 자네와 웃을 수도 있고 고마웠던 일 서운했던 일 이야기할 수도 있네. 나는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네. 나의 질투를 용서하게나. 나는 아직 살아 있으니 두려워 말고 오게. 사는 아름다움에 대해 내 한 수 가르쳐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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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흥미 위주의 법의학 책이 아닌 검시제도에 대한 실제 법의학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일반인들에게 법의관은 범죄수사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직업이다. 시신을 부검하고 범인을 잡는데 기여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 직업의 실상이나 검시제도에 대해서는 크게 조명받지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시제도에 대해 전문가를 대상으로한 논문을 통해 정보를 얻다가, 보다 통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복잡한 법 조항을 일일이 따지며 검시제도에 대해 분석하거나 여러 통계수치를 가지고 검시제도를 분석하는 논문을 읽다가 이런 책을 읽으니 드디어 파편적인 정보가 통합되는 느낌이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검시제도가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죽음은 모든 사람이 반드시 겪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삶에 대한 논의만 활발히 이루어질 뿐 죽음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단순히 한 개체의 삶이 종지부를 찍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한 개체의 말소, 권리의 정지, 보험금 지급, 범죄여부의 판단 등 다양한 사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고 한 사람의 죽음은 그대로 자료가 되어 또 다른 예방 가능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검시제도는 낙후되어있고, 검시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부정적이거나 무관심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검시는 단순히 죽은 자를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 산 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법의학자, 그리고 검시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 이런 책이 너무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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