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 핀 제비꽃'은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완결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정주행한 후 책으로 한 권, 한 권 나올 때마다 예약 판매를 통해 구입한 책이다. 완결까지 다 챙겨본 소설을 예판으로 전권 구매한 것은 처음이라 그만큼 후원에 핀 제비꽃은 나에게 특별하다.
후원에 핀 제비꽃(이하, 후제꽃))의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다. 총 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스포를 하지 않고서는 책의 줄거리를 설명하기 힘들기에 간략하게만 소개하자면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나라는 아그레시아로 이곳에는 교황이 있고 황제가 있으며, 신이 선택한 성녀가 존재한다. 후제꽃의 주인공인 비올렛은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아그레시아의 성녀가 되었다. 지금껏 귀족가의 영애만이 성녀가 되어왔기에 사람들은 천민 신분의 성녀인 비올렛을 배척하고 미워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태도는 자신이 성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예 모른 채 가난하고 비루하게 살아 온 비올렛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비올렛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상처도 받고, 또 그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며 아그레시아의 어엿한 성녀로 성장해간다.
작가님은 이 작품을 통해 판타지 로맨스, 특히 연재되는 판타지 로맨스에 대한 내 편견을 산산히 조각냈다. 지금껏 소재가 자극적이면 필력이 떨어지고, 필력이 좋으면 소재가 늘어지는 경향을 연재 소설에서 많이 보았는데 후제꽃은 신과 인간이라는 소재와 섬세한 필력까지 촘촘히 엮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즐거웠고, 따로 적어둔 구절도 존재한다.
이 책의 로맨스는 남녀 주인공의 격정적이고 진한,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이자 의지가 되는 버팀목이다. 그 둘은 여주가 에르멘가르트 후작가에 양녀로 들어갔을 때 오라버니와 여동생의 관계로 만났다. (그래도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나중에 여주가 후작가에서 나오면서 에르멘가르트라는 성을 아예 버리게 됨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 때부터 시작된 둘의 관계는 점점 마음이 커지면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를 얽어버린다.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 둘의 일명 '꽁냥' 장면은 없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서로의 눈빛에서, 행동에서, 말 한마디에서 독자는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잔잔한 표면 속에 숨겨진 격동적인 그들의 마음을.
이 책을 논하려면 반전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을 때 떡밥이라던가 반전의 징조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읽는 습관이 있기에 반전이 나타났을 때 그 전 조각들을 다시 차근차근 맞춰보는 희열은 그 어떤 소설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너무나 좋았다. 5권이라는 긴 호흡 동안 지치지 않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고 :)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소재와 필력, 둘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았고 거기에 가미된 반전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해 냈다. 내가 지금껏 읽은 판타지 로맨스 중 가장 최고로 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