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CCTV에 천사가 찍혔다. 당신은 그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세상에 천사가 어딨어? 저건 하이라이트가 비친거야. 라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생각했는가? 만일 당신의 눈 앞에 천사가 나타난다면? 그것도 모자라 매년 한번씩 천사와 만나는, 그 천사와 친구가 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날 천사를 만나게 되고 그 다음해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은 매년 지속되었으며 천사는 매년 그 날에 주인공을 만나러 그 곳에 온다. 그들은 매년 와인을 마시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나눈다. 천사는 늘 같은 모습이지만 주인공은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전쟁에도 참가했다가 돌아와 포도농장의 주인이 된다.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만 듣고 가던 천사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주인공이 느끼는 충격은 어마어마했고 그 충격으로 머리까지 하얗게 세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는 천사를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천사를 사랑하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내겐 매우 매력없는 사람이다. 청년시절에는 감정적이고 찌질하고, 노년기까지도 (어떤 의미에서는) 어리광쟁이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읽는 내내 책에 집중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이 소설을 매력있다고 느낀 것은 지극히 천사 때문이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것이 많고, 책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천사. 와인을 즐기며 식물을 키우는 천사. 사람과 친구가 되는 천사. 모두에게 사랑받는 천사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시라.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에 나타난 천사는 '새스'가 아닐까? 라며 유쾌한 호기심을 품게 해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엘리자베스 노블의 첫작품이다. 원제는 reading group인데, 이 작가의 두번째 책인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다음으로 나와서인지 제목을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지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제목이다. 정확하게 내용이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그 네 여인이 "엄마"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로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맞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뭐 이건, 출판사에 대한 항의니까 이쯤 하도록 하고 리뷰 시작한다.

 

 

  책의 목차를 보면 1월부터 12월로 나눠져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리딩그룹의 멤버들인데 이 그룹은 매달 한권씩 책을 정해 읽고 모여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트번으로 시작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끝나는 모임은 다섯여인으로 이루어져있다. 

 

  첫번째 여인은 클레어. 그녀는 산부인과의 조산사로 일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이를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불임환자이다. 잦은 유산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은 그녀는 그 일로 다정한 남편을 매우 무심하게 대한다. 두번째 여인은 해리엇.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그녀가 살이 많이 쪘을때도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를 원하지만 그녀는 단 한번도 그를 사랑한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여인은 니콜. 그녀의 남편은 다정한 남편이고 자상한 아버지이며 능력있는 남자지만 그런 탓에 바람이 잦다. 니콜은 그런 남편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해 임신을 이용한다. 네번째 여인은 폴리. 그녀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결혼했지만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십년간의 솔로생활을 청산하고 그녀는 재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녀의 맏딸로부터 임신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 막 20살인 그녀의 상대는 게다가 리딩그룹 멤버의 남편. 마지막 다섯번째 여인 수전은 사랑하는 어머니가 치매를 앓아 존엄성을 잃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아파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고민하는 그녀들이 한데 모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놓은 이 책은 매우 다정하다. 마치 같은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다보면 어느새 그녀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에게 닥친 문제도 별 거 아냐. 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라고.

  교회를 다니다보면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은 이꼴(=)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데, 여기서 의문점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은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 이라고하면 매우 거창해보이고 믿음이 굳건하게 서지 못한 나로서는 부담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세상 사람들과 구별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회개하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서는 예배와 중보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영적전쟁에 부름받은 군사로서 늘 무장하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대다수가 잘 아는 사실이나 잘 지키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특히 예배시간은 여럿이서 함께 한 장소에서 드리지만 나와 하나님의 1:1관계속에서 이루어지는 시간임에도 그 '여럿이서 함께 한 장소에서' 드린다는 사실에만 중심을 맞추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하기가 쉬운 시간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하나님의 시각이 아닌 내 시각으로서만 세상을 보게 되고 중보기도보다는 내 기도에 초점을 맞춰서 기도하게 된다. 또 그러하다보니 영적전쟁에서 사단을 공격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사단에게 공격당하지 않게 방해만 하고 있는, 심지어 그 방해조차도 실패하는 교회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책을 덮고나서 예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늘 그렇듯 '안다'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를 느끼고 반성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나서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나는 하나님이 찾으시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