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단어는 계속 '초현실'이었다. 이 소설은 초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이다. 즉, 현실을 뛰어넘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말도 안되는 인물설정과 사건전개가 진행되면서도,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이 소설이 '말도안되는, 허무맹랑한'일을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설득력 또한 가지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어마어마한 도둑이다. 그 모든 분야에도 일류, 세계 최고가 존재하듯 굳이 그 세계에서도 따진다면 주인공의 실력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는 하나의 도둑질을 벌일 때 모든 경우의 수까지 다 따져가며 판단하고 생각하고 수천번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과한 후에야 사건을 벌려 경찰의 신세를 지지 않는다. 그러던 그가 딱 한번 일을 벌리던 중에 선행을 베푼적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그는 경찰의 신세를 지게 되며 떠들썩하게 그의 존재를 만인에게 알리게 된다. 그 사건 이후 이혼까지 당할뻔한 그는 그 생활과 이별한 채 잠자코 있으려 했지만, 주변에서 그런 그를 가만히 놔둘리가 없다.

 

 

  소설의 첫 시작부터가 주인공의 도둑질로 시작하며 사건 진행의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책에서라면 그 물건을 '한번'도둑질 해 오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질만한데 이 소설은 그 '한번'의 도둑질이 사건의 시작이다. 주인공이 도둑질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도둑질에 대한 사전 준비를 끝내고 도둑질까지 성공해와서 우와 대단하다- 이제 슬슬 끝나려나? 싶을 때 즈음엔 소설의 3분의 1이 지나있었다. 그때부터 진행되는 사건들은 속도감이 장난이 아닌데다가 흥미진진하고 도대체 이 끝을 어떻게 낼까? 싶은 호기심으로 책장을 덮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사건이 다 해결된 끝부분에 맥이 빠지고 허무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다음권을 찾게 되는 매력있는 소설이다. 

  '전쟁'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대개 전쟁의 이미지는 "파괴"에만 초점을 맞추어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전쟁은 모든것을 파괴한다. 건물, 문명, 문화, 사람의 마음까지도. 그러나 이 책은 전쟁의 "파괴"의 역할보다 "창조"의 역할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때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전쟁은 덜 잔혹했으며, 나은 삶을 향해 달려가는 문화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나의 사건에는 한가지의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새삼 다시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

 

  전쟁의 역할을 미화할 생각은 없으나 '전쟁'이 없고 늘 '평화'롭기만 하다면 인간은 도태된다. 실제로 역사를 돌아보아도 양국간의 문화교류가 가장 활발한 시기도, 문명이 가장 발달되는 시기도 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던 시기였다. 늘 서양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던 동양이 서양에 뒤지기 시작한 것은 서양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을 때 중국이 통일로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을 때였고 결국 서양의 식민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이후 동양은 서양에게 무시당하고 그들보다 무지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빌리게 된 계기가 히타이트를 검색했더니 나와서 이 책이 검색되어서였는데, 히타이트로 검색될 수 있었던 '히타이트의 철기'관련 챕터에 정작 히타이트의 내용이 얼마 들어 있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으며 비슷하게 챕터 제목과 챕터 내용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별 하나를 깎았다. 그러나 분명 이 책은 전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물건들의 역사를 발견하게 되는데 도움을 주고 쉽게 풀어 설명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약 10년전에 나온 듯 싶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되어 모든 학교마다 권장도서에 올랐고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기억이 있다. 그 열풍에 휩쓸여 어린나이에 읽었던 책이지만 그 때 느꼈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래서 내가 성인이 되어 가장 먼저 구입했던 책이 이 책이었다.

 

  수업중에 북토크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말 그대로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학우분이 이 책을 소개해주셨다. 그 때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꽃이를 정리하면서 눈에 들어와 약 10년만에 다시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읽고나서의 느낌은 10년전보다 더한 감동을 느꼈으면 느꼈지 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멋모르고 철없던 어린 시절에 비해 지금은 많이 자랐고 어느덧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학의 은사...는 솔직히 없는데 나는 중학교 때 선생님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여전히 내가 다닌 학교의 옆 골목에 산다. 그래서 간혹 선생님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여전히 아는 척 해주시는 선생님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다. 그래도 스승의 날은 챙기는 편이었는데 학교가 주5일이 되면서 토요일에도 학교가 한적해지니 언제 선생님을 찾아가야 할지 몰라 그 이후로는 선생님들을 찾아뵙지 못하게 되었다.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 책을 읽으려고 한 시기도 본의아니게 5월 중순이다보니 정말 읽으면서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났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은사님.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제쳐두었던 은사님. 그러나 여전히 정말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