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림쪽으로 전혀 재능이 없다. 그래서 그 그림을 분석하고 이 그림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는 잘 모른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 이 그림 제목이 왜 좋은지도 잘 모른다. 그러면서도 프리다칼로는 좋아하고 고흐의 자화상을 좋아한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 흥미로웠다. 그림을 이야기로 풀어놓았고 이야기 속에 그림이 있었다.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 중에서는 내가 아는 그림도 있었으나 처음 보는 그림도 있었고,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을 보다보니 좀 더 그림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지금 이 미술은 그때 당시의 사람들에겐 생활이었고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텐데 왜 우리는 이렇게 그림을 어렵게 배우고 어렵게 느끼게 된 걸까?

 

  이 책은 총 2부로 나누어져있다. 1부에서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 배경이나,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2부에서는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그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1부도 흥미롭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화가를 잘 모르는 탓에(누가 누군지를 모르니)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2부나 3부가 더 현실감있게 다가왔으나 미술에 흥미가 있었던 사람들은 1부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매우 잔잔하게, 다정하고 부드러운 어투로 그려진 이 책은 그림만큼이나 눈에 보이게 생동감있게 쓰여져서 그림 같은 소설을 쓰고 있고, 그림이 생동감있게 스토리를 제대로 담고 있어서 소설 같은 그림을 실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흥미로웠다. 좀 더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본다면 더 보이는게 많겠지?

  극장에 갔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어두운 배경에 푸른색으로 찍힌 인물은 그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우리의 포터군이었다. 확 마음을 끄는 포스터였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 예매하지는 않았다. 대신 선택한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밀레니엄]을 영화화한 것. 나중에 알고보니 예전에 해외에서 영화로 개봉했던걸 분명 나는 다운을 받아서 봤는데 그걸 개봉한거였다. 내 기억에는 그 영화를 본지 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튼 각설하고 그렇게 그냥 지나쳤던 영화였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을 때 다시 생각이 났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은 책 커버를 벗겨 놓아서 그저 시커먼 얇은 책에 하얗게 우먼 인 블랙. 이라고 쓰여져 있었는데도 영화가 기억이 났던 걸 보면 의외로 그 영화 포스터가 강렬했던 모양이다. 얇으니까 부담도 되지 않고 좋지 뭐. 하고 꺼내와서 읽었는데 정말 부담 안되게 뚝딱 해결해버렸다.

 

 

  세무사인 주인공이 유산을 해결하러 간 섬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일. 그 곳의 늪지대의 풍경과 습한 기운, 안개로 가득찬 도시를 너무나도 실감나게 그린 탓에 음산한 기운을 제대로 느꼈다. <가디언>지에 세계 5대 공포 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는 이 책은 귀신이 갑툭튀 하며 놀래키는 것도 아니고, 그 귀신이 직접적으로 해코지 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럼에도 엄청 스산하고 음산한 기운에 눌려 엄청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표지가 너무 끌려서 빌린 책이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읽어 나갔던 나는 책을 덮고나서 충격에 휩싸였다. 하나는 제목의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이 책이 70년대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읽어도 이렇게나 충격적인 기술을 다루고 있는데 이 소설이 발표되었을 그 시절엔 어땠을까?

 

 

  아우슈비츠의 죽음의 천사 맹겔레. 그는 잔혹한 생체실험을 했던 자이면서 끝까지 전세계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닌 나치전범이다. 그는 유독 쌍둥이들에게 친절했고 아우슈비츠의 쌍둥이들은 맹겔레의 아이들이라 불리우며 다른 아이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맹겔레는 그 쌍둥이들을 데리고 인체실험을 자행했는데 강제적으로 샴쌍둥이를 만든다던지 성별이 다른 쌍둥이의 생식기를 교체한다던지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쌍둥이에게 감행하였다. 쌍둥이의 피를 뽑아 임신한 독일여성에게 수혈하여 쌍둥이를 낳는지에 대한 실험도 하였고, 그 실험으로 아이에게 피를 얼마까지 뽑으면 죽는지에 대한 실험도 함께 이루어졌다. 어린 아이들은 주사를 심장에 맞고 죽기 직전까지도 "요제프 아저씨"라고 부르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였다. 그러나 그에게 그 아이들은 전적으로 실험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요제프 맹겔레와 나치사냥꾼의 대결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도입부 부분은 드러난 부분보다 숨겨진 부분들이 더 많아서 쉽게 소설 전반적인 내용이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반부분부터 맹겔레의 계획이 드러나면서부터는 숨쉴틈 없이 몰아치다 소설이 끝나버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이야기의 내용을 꽁꽁 싸매놓아 초반부분의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생각되지만 후반부분의 몰입도와 이야기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야기가 몰아치듯 전개되어 너무 이야기가 빨리 끝났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특히 가장 마지막 장은 소름이 돋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했다.

 

 

  과연 인간의 성격을 규정하는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환경이 맞을 수만 있다면 외모도 성격도 생각도 모두 똑같은 사람이 생겨날 수 있을까? 복제로 만들어진 사람은 우리 마음대로 죽일 수 있을까? 과연 그가 사회를 뒤집을 위험분자일지도 모른다는 예측만으로 그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일까? 등등의 여러가지 의문점을 던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