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써진 일본책 같다는 둥, 문장이 짧아 책을 읽는데 속도감이 장난 아니었다는 둥의 이야기들은 전권에서 썼으므로 생략하도록 하자.

 

 

  이 책은 전반적으로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를 보는 듯한 장편이다. 즉 각각의 사건들이 전부 별개인 듯 그려져있어 별로 신경쓰지 않고 무심코 넘어갔으나 그 사건 하나 하나들이 모여 큰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각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세이메이가 돌아다니면서 수집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이 책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이름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이 사건이 어디서 일어났던 건지 헷갈리고 읽을 때 전혀 비중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기억해내기 어렵다.

 

  그러나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되기도 하는데 각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세이메이가 무심함으로 가장한 채 돌아다니면서 수집하는데 얄궂게도 사건을 다 해결해놓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어떤 복선의 경우는 정말 짤막한 문장 한 줄 일때도 있어서 독자가 처음 읽으면서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을 읽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사건의 주인공은 그냥 일반인의 트릭정도가 아니고 요괴에 술법이기 때문에 더더욱 상상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복선을 전부 다 알기 위해서는 두번은 읽어야 하는데 두번째 읽으면서 그 복선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 읽고나서의 느낌은 사건은 재밌었으나 역시 캐릭터의 대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진다는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마나리아가씨(?) 6편으로 그려져 있는 음양사 전 시리즈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끝이 났다. 그 책들을 찾아내기부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음양사 - 다키야샤 아가씨 (상) 이라고 적혀 있길래 나는 이게 첫권인 줄 알았으나 나마나리 아가씨 편들이 더 일찍 나왔고 권수도 많았다. 아무래도 그걸 읽고 이걸 읽는게 더 매력있을 듯. 작가가 나마나리를 먼저 쓰고 다키야샤를 쓴데다 주인공이 겹치기 때문에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도보다 사건전개에 대한 부분이 더 강조되어 주인공의 매력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나마나리부분을 보고나서 이걸 보면 더 주인공에게 빠져 읽을 수 있으리라.) 인터넷에 살짝 검색해보니 세이메이(헤이안 시대의 최고의 음양사로 이 책의 주인공)도 세이메이지만 피리부는 히로마사도 뭔가 비중있는 캐릭터인 것 같았는데 그저 이 책에는 세이메이만 졸졸 쫓아다니는 사람으로 그려져있었다.

 

 

  나는 미야베여사의 2막을 보고나서 일본 역사를 다룬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이 일본 역사를 그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적 소설이고 원체 만화책 스타일도 이런 분위기면 죽고 못 사는지라 읽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짧게 처리된 글에 한줄 한줄 떨어져있는 문장들로 인해 읽으면서 느끼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이나 사건들이 복잡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는 문장들 때문에 그나마 덜 복잡하게 느껴졌다.

 

 

  도만과 세이메이의 이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세상과 분리된 태도와 다루고 있는 식신들의 대결과 같은 도술대결등 판타지적 요소와 세상을 뒤집으려는 반란을 그린 역사적 요소들이 잘 버무러져 있는 글자만 한글일 뿐 정말 일본스러운 책이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출판되어 오랜 시간 한국에 유일하게 히타이트를 소개하고 있던 책이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히타이트'라는 나라에 매우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극히 신비로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고고학자가 로망이었던 나는 그저 멀리 떨어져 역사를 좋아하는 1인으로 남게 되었고 그런 탓에 이 책 가득 쓰여져 있는 고고학의 역사들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은 히타이트를 발굴해내게 된, 발굴하고 있는 고고학의 책이다. 역사서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그저 히타이트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기보다 히타이트를 발굴하게 된 과정이나 이 히타이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계기등을 기록하고 있다. 즉 '히타이트'의 역사서가 아니라 '히타이트의 고고학'의 역사서인 것이다.

 

  히타이트 관련 역사서를 읽으면 매우 신비롭다. 고대의 국가라고 하기에는 세련된, 당시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그러면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나라. '히타이트'. 당시 근처의 다른 나라들은 왕을 신격화하며 강력한 왕권정치를 시행했으나 히타이트는 입헌군주제로 왕의 독단적인 정치가 금지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3가지의 문자를 사용했으며 전쟁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서도 그 나라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나라. 무려 3000년을 베일에 쌓인 채 발견되지 않았던 나라. 그 나라를 파헤쳐가는 고고학자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도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두근거림과 함께 즐거운 히타이트 탐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