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은행원 출신으로 그쪽계통의 소설을 많이 썼고 이 소설 또한 은행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직이 눈에 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 소설 내의 한편 한편이 각각의 사건을 이루고 있으면서 그 사건들이 모여 큰 사건을 이루고 있다.

 

  첫 시작은 부점장에서부터 시작한다. 상고출신으로 열등감이 가득찬 그는 선배의 말은 하늘과 같다. 라는 옛날 사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지는 잘 모르겠으나)의 마인드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런데 말단 사원이 말단 사원이면서 부지점장인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의 생각을 고집한다. 몇번 주의를 줘봤지만 전혀 해결이 되지 않았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부지점장이 폭력을 휘두르고 만다. 그에 말단 사원은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경찰에 부지점장을 신고하게 되고 왜 그가 부지점장에게 그렇게 반항적이었는지 이유가 드러나게 되는데..

 

  이걸 시작으로 점차 얽히고 설킨 사건들이 터져나온다. 과연 '실적'만을 강요당하는게 비단 은행원들만의 문제일까? 오늘날의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사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한다. 그 실적은 승진의 조건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모두가 기를 쓰고 실적을 올리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잘나가는 동기에 밀려 열등감에 허덕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사정따위는 봐주지도 않고 자신의 사정을 밀어붙인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좋은가? 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괜찮은 방식의 멋진 추리소설이었다.

  요즈음의 추세는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만큼 남 녀 성에 대한 역할이 뚜렷한 나라가 또 있을까? 그래서인지 한국소설은 유독 여성작가의 소설에서의 여성이 페미니즘적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여자들은 남자에게 상처받고 홀로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어떤 여성들은 외국에서 어떤 여성들은 한국에 살고 있지만 소설 속 여성들은 모두 나른하고 권태롭다. 또한 작가는 그 여성들이 우아하길 바라고 '아등바등'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보통 남성의 보호를 잃은 여성들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아등바등 살아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요새 늘어나고 있는 골드미스들도 솔로를 누리는 여성으로 보는 시각보다 노처녀가 애쓴다 라는 시각이라던가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단어들의 접목등으로 '우아한 솔로 여성'에서 멀어져갔다. '솔로'라는 단어로 인신공격을 해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들은 이 '우아한 솔로 여성'을 꿈꾼다. 정확히 하면 '우아한 여성'을 꿈꾼다. 결혼이나 아이나 미혼이나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우아'라는 단어를 로망으로 삼고 있는데 이 책으로 그 '우아함'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남자에게 배운 지식이긴 하나 '우아하게' 이태리 요리를 시키는 여자는 이 소설집의 제목이자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 중 가장 능동적인 여자다.(라고 생각한다) 소설집의 다른 여자들은 남자를 잃고나서 그리워하지만 그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살던대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 여자는 자신을 떠난 남자의 안타까운 소식에 그를 찾아가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남자를 유혹할 때 그 전 남자에게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소설 주인공들의 '우아한 삶'을 통해 홀로 서기에 성공한 여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우리도 너무 남자에 얽매이지 말고 '우아하게' 홀로 서기에 성공하라는 뭐 그런 의도일까? 읽을 때의 재미보다 읽고나서 리뷰를 쓰다보니 별 하나 더 줘야 할 듯..

  속았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읽던 책을 그냥 덮어버렸고 그로 인해 이 후기를 쓰는 지금 분기탱천이다. 이 책은 "과유불급"이 무슨 뜻인지 정말 정확하게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팩션'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결과적으로 '팩션'은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은 소설다워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소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겠거니..에서부터 설령 일어나지 않았어도 괜찮아. 실제로 이랬으면 좋겠어..까지의 기분이 들어야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적 사료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지만 이 책 처럼 모든 자료들을 인용하고 자료들을 해석하는 글을 보고 싶어 '소설'을 집어들어 읽는 게 아니다. 설령 작가가 역사서를 쓰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역사서는 이 내용이 사실일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끔 글이 쓰여져 있어야 한다. 이 책처럼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 안된다는 것이다.

 

 

  작가가 역사가도 하고 싶었고 소설가도 하고 싶었던 것은 알겠다. 그러나 작가는 글을 쓸 때 하나의 역할은 살짝 뒤로 물러나게 했어야 했다. 소설과 역사는 접목하기 쉬워 보이지만(각종 사극들로 인해) 사실상 접목시키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역사만 나열하기에는 지루하고 소설적 요인들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버리면 역사학자로부터의 어마어마한 태클들이 날아온다. 그렇기에 과유불급. 이렇게 매력있고 기대감이 폴폴 넘치는 소재가지고 글을 쓸 거였으면 지나치지 않게 먼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하고 쓰지.. 하는 아쉬움이 아주 심하게 과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