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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 최현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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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현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0년 03월 10일
  • 쪽수 : 148
  • ISBN : 978895467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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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최현우 첫 시집
정직한 슬픔과 깨끗한 애정을 담은 비망록
그리하여,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132번째 시집으로 최현우 시인의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를 펴낸다.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의 데뷔 6년 만의 첫 시집이다. 그의 첫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는 2010년대를 20대로 살아온 시인의 진솔한 마음의 보고서이자 청춘을 가로지른 어제의 세계를 담은 비망록이기도 하다. 만질 수는 없지만 가까스로 붙잡을 수는 있었던 나날을 기록한 63편의 시편. 슬픔은 절제하되 그 무게를 견디고자 하는 책임은 무한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보노라면, 우리는 이 시인을 ‘초과-신뢰’ 할 수밖에 없으리라. “발롱!”(「발레리나」) 하고 더 높은 곳을 꿈꾸던 시인은 어느덧 믿음직한 ‘조타수’가 되어 이제는 더 먼 곳으로, 적소(適所)로, 독자의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의연한 시인의 잊지 않으려는[備忘] 기록은 “망가지지 않은 것을 주고 싶”(「시인의 말」)은 희망의 기록이 될 것이다.

다시는 아름답지 말자
아름다워지지 말자

이 계절은 다 지났고
사람들은 구출되어
각자의 여름으로 떠났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과 나는 남아서
쇄빙선처럼
얼음의 방향으로 간다
_「한겨울의 조타수」 부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견딤’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을 단번에 돌파할 방법은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몇 번씩 꺾이고 난 뒤에 비록 울음으로 엉망이 된 모습을 하고서라도 다치고 깨진 여남은 것을 주워 다시 기대를 걸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분명 지금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최대의 용기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만 앞으로의 삶이 지속될 것임을 이십여 년 동안 알게 되었으나 그걸 알고서도 버텨나가겠다, 이 시집이 이런 것을 말하려는 것이라면 나 역시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생각한다. 나의 부분을 내어주는 것에 대해 비록 삶은 그 어떤 것도 되돌려주리라 보장하지 않겠지만. 낙관적인 조건도 없이 깨지고 좌절하고 망가진 뒤에도 다시.
_선우은실(문학평론가), 해설 「정강이를 부러뜨린 아이는 난파된 배의 조타수가 되어 조난자를 밝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부분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는 모르고 모두가 보는
천국/ 비문증/ 지독한 자세/ 젓가락질 가운데/ 거짓말/ 멍/ 코/ 겨울의 개/ 회벽/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로/ 환상 게임/ 김밥/ 어린아이의 것/ 남다, 담다/ 면도하는 밤

2부 조금은 더 너랑 살 수 있겠지만
물구나무/ 기로/ 딱 한입만 더/ 티스푼처럼/ 컵/ 만월/ 주인 잃은 개/ 사육/ 목각 인형/ 어쩌면 너무 분명한/ 섬집 아기/ 누군가 두고 가버린/ 총구에 꽃을/ 깨끗한 애정/ 꽃

3부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한겨울의 조타수/ 견고한 모든 것은/ 낙원/ 오늘/ X/ 고인돌/ 총알개미장갑/ 끝나지 않는 겨울/ Kissing a grave/ 회색이 될까/ 헌팅트로피/ 가족의 방식/ 가만히 웃거나 우는/ 미래의 시인/ 일곱 살/ 와디 럼

4부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남/ 발레리나/ 주인 없는 개/ 자동 나비/ 숨은 방/ 탈피의 역순/ 바늘 뽑힌 저울에게는/ 오후 네시/ 글러브 데이즈/ 생일/ 박하사탕/ 추억과 추악/ 빨랫대를 보고 말했지/ 아베마리아/ 선한 종말/ 아홉/ 후회

해설|정강이를 부러뜨린 아이는 난파된 배의 조타수가 되어 조난자를 밝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
선우은실(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빛을 담았어
당신에게 주려고 했어
내게 가장 밝은 것은
두들겨맞아 부서지고
피멍 든 채 절뚝거렸으므로
그걸 담아 팔려고 했어
_「와디 럼」부분

물은 빛에게만 혈관을 빌려준다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었을 거다
_「깨끗한 애정」부분

빛은
그다음의 빛을 견디기 위해 잘 섞어두려고 했는데

나는 수많은 질문을 놓치고 허튼 대답을 했다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들의 찬란 속에서
운명을 반사할 별자리의 모양을 찾으려다가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가장 아끼던 빛깔을 쏟아버렸다
_「회색이 될까」부분

믿음도 연습이야
그 단 한 마디에 구원을 버린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느 날
무언가 먼저 죽는 날이 올 거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 있어서 유능할 것이다

몸의 착각으로 만들어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오늘도 오후 네시가 지나간다
_「오후 네시」부분

다쳐서 흘러나온 사람에서는
우유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죠
그날의 빛, 이제 없는 마리아
혼자서도 단단하고 차가운 컵을 쥐면
작고 미끄러운 미간을 만지는 기분
또다시 눈을 뜨면
반짝거리는 눈썹 한 쌍
허공을 문지르며 젖은 햇빛을 닦아주고 싶은 아침
그 순간 나는 내 삶 살 수 없다 생각했죠
가을의 풍부한 사방을 아무리 돌려 세워도
나타난다, 나타나지 않는
마리아,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_「아베마리아」부분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9

1989년 겨울에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당선하며 등단했다.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가 있다. 여전히 한밤중에 글을 쓰고 아침에 잠드는 야간생활자이며, 무언가 생각할 때 입술을 뜯는 버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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