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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 4 [양장]

원제 : Little Dor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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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작은 도릿]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영국의 대표적 문호, 찰스 디킨스의 후기 작품으로, 국내에서 처음 번역되어 소개되는 작품이다.

    [작은 도릿]은 주인공 아서 클레넘이 모든 계층의 인물들과 맺어나가는 관계를 보여주면서 영국사회의 모습을 파노라마식으로 제시한다. 클레넘은 마셜시 감옥에서 태어나 자라온 여인, ‘작은 도릿’을 만나면서 그들이 연루된 수수께끼 같은 과거에 의문을 품고 그것을 추적해나간다.

    작품 속에는 수많은 감옥이 등장하고 대다수의 인물과 사물 위에 감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작품이 보여주는 빛나는 통찰은 인물들이 물리적인 감옥에 감금되어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마음속의 감옥을 만들어서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마셜시 감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갇힘과 타락, 죽음의 관련성에 대한 보편적 진실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2년간 대부분의 집필시간을 이 이야기를 쓰는 데 할애했다. 통거리로 읽었을 때 이 이야기의 장점과 단점 전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필자가 시간을 아주 잘못 보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두서없이 출판되는 동안, 필자가 어느 누구보다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야기의 여러 가닥을 꿰고 있었으므로 엮어진 이야기를 마무리된 채로 그리고 무늬가 완성된 채로 읽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바너클 일족과 에돌림청같이 아주 과장된 허구에 대해 변명해본다면, 필자는 본인이 러시아전쟁이나 첼시사문위원회 시절에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하찮은 사실을 주제넘게 언급하느니 영국인이 흔히 겪는 경험이라는 얘기로 변명에 대신하고자 한다. 머들 씨라는 과장된 구상은 철도주(鐵道株) 시대를 거친 이후에, 또한 어떤 아일랜드 은행과 그리고 마찬가지로 훌륭한 한두 개의 다른 회사를 겪은 시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필자가 사악한 계획이 선하고 명백히 종교적인 계획인 양 나서는 때가 가끔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는 의혹도 있지만, 고인이 된 영국왕립은행의 임원들을 공개적으로 조사하는 시기에 그 같은 구상이 이 작품에서 정점에 도달하게 된 것은 묘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필자는 이 모든 죄목에 대해 결석재판을 받고, 그 같은 일이 이 나라에선 결코 일어난 적이 없다는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의) 확약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다.

    몇몇 독자분들은 마셜시 감옥이 일부분이라도 아직 남아있는지 알고 싶어 할지 모르겠다. 필자 자신도 이달 6일에 찾아가서 직접 볼 때까지는 몰랐을 뿐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앞면에 있는 바깥쪽 마당이 버터 가게로 바뀐 것을 확인하고는 감옥의 벽돌까지도 모두 다 망실된 걸로 단념할 뻔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버먼지로 통하는 에인절 코트"라는 곳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다가 "마셜시 터"에 이르렀는데, 거기에 있는 집들이 전에 감옥으로 사용했던 커다란 건물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필자가 작은 도릿의 전기 작가가 되었을 때 마음속으로 상상했던 감방들이 보존되어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이야기를 나눠 본 소년 중에서 제일 작은 소년이 일찍이 봤던 중에서 제일 큰 아이를 업은 채로 그 장소의 옛날 용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해주었는데, 그 설명은 거의 정확한 것이었다. 그 젊은 뉴턴이(그가 그 정도의 사람이라고 필자가 판단하기 때문에) 그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르겠다. 25년 전 일이라 그 감옥에 대해 스스로 뭔가를 알 수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필자가 작은 도릿이 태어났고 그녀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살았던 감방의 창문을 가리키면서, 지금 저 방에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니? 하고 묻자, 소년이 "톰 파이식이에요,"라고 했다. 톰 파이식이 누구니? 하고 묻자, 소년이 "조우 파이식의 삼촌요,"라고 대답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 관례를 지키기 위한 경우 빼고는 아무도 수감되지 않는 답답한 내부감옥을 둘러싸고 있던 한층 더 오래되고 작은 담장이 나타났다. 그러나 버먼지로 통하는 에인절 코트를 나와서 마셜시 터에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사라진 마셜시 감옥의 바로 그 포석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측과 좌측에 있는 좁은 마당은 그곳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장소로 변했을 때 담장을 낮춘 것을 제외하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채무자들이 살던 감방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밀려오는 수많은 비참한 세월의 유령들 속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블리크 하우스]의 서문에서 필자는 본인이 그렇게 많은 독자를 가졌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다음 작품 [작은 도릿]의 서문에서도 같은 말을 여전히 되풀이해야겠다. 우리 사이에 증가해온 애정과 신뢰를 깊이 의식하면서 그때 덧붙였던 대로 이번 서문에도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가 또 만날 수 있기를!

    런던에서,
    1857년 5월.
    (/ '저자 서문' 전문)

    목차

    공중누각을 급습한 것

    다음 장을 도입하다

    자학하는 사람의 이야기

    누가 늦은 시간에 이 길을 지나가나요?

    애프리 부인이 자기의 꿈에 대해 조건부로 약속을 하다

    길었던 하루의 저녁

    집사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물러나다

    큰 대가를 치르다

    마셜시의 학생

    마셜시에 나타난 인물

    마셜시에서의 간청

    끝이 다가오다

    끝에 다다르다

    결말을 향해 가다

    결말을 향해 계속 가다!

    결말을 맺다

    옮긴이 해제
    찰스 디킨스 연보

    본문중에서

    여행의 마지막 단계를 여전히 지루하게 지나고 있는 도릿 씨의 마차가 인적 없는 대평원을 덜컹거리며 지나간 것은 태양이 떨어진 지 꼬박 네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자신들이 로마의 성벽 바깥에 있어도 괜찮다고 여기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다. 햇빛이 지속되는 동안 길을 얼룩얼룩하게 했던 거친 목동들과 험상궂은 농부들은 태양이 지자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고 황야를 그냥 비워두었다. 몇몇 길모퉁이에서 보면, 폐허로 아로새겨진 땅에서 수증기가 올라가는 것처럼 지평선에 희미하게 흔들거리는 불빛이 도시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지만, 빈약한 위안이나마 주는 그런 것도 희귀하고 일시적인 것이었다. 마차는 검고 메마른 바다 같은 분지에 다시 가라앉았고, 무감각해진 구릉과 음침한 하늘 외에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도릿 씨가 공중누각을 짓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황량한 장소에서 완전히 편안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마차가 방향을 바꾸고 기수가 소리칠 때마다 그는 런던을 떠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꼬치꼬치 캐물었다. 마부석에 앉아있는 시종은 분명히 떨고 있었고, 마차 뒤의 하인석에 앉아있는 가이드의 마음도 아주 편안한 것은 아니었다. 도릿 씨가 유리를 내리고 돌아볼 때마다(아주 자주 돌아보았다) 가이드가 존 치버리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심을 품고 경계하는 사람처럼 보통은 담배를 피우는 내내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면 도릿 씨는 유리를 다시 올리고 기수들이 살인자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치비타베키아에서 그냥 숙박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편이 나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틈틈이 공중누각을 지었다.
    심하게 파괴된 울타리조각들, 입을 벌린 창문 틈과 흔들거리는 벽들, 아무도 살지 않는 집들, 물이 새는 우물들, 망가진 물탱크들, 유령 같은 사이프러스 나무들, 가지가 서로 엉켜 있는 포도밭들, 오솔길이 길고 울퉁불퉁하며 무질서한 길로, 즉 보기 흉한 건물부터 마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마찻길까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길로 바뀐 것-이런 것들이 이제 그들이 로마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마차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고 멈춰서는 바람에 도릿 씨는 자기를 길가 도랑에 처넣은 다음 물건을 약탈해가는 도적들의 시간이 닥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안하게 들었다. 유리를 다시 내려 밖을 내다보고 나서야 고작 장례행렬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러운 예복과 타는 듯이 붉은 횃불, 흔들리는 향로와 사제 앞의 커다란 십자가가 희미하게 보이는 가운데, 장례행렬이 기도문을 기계적으로 읊조리며 다가왔다. 횃불에 비친 사제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이마가 툭 튀어나와 있는 못생긴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길이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마차에서 내다보고 있는 도릿 씨와 마주쳤을 때, 기도문을 읊조리느라 달싹이는 그의 입술은 이 저명한 여행자를 위협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여행자의 인사에 응답하는 나름의 방법인 그의 손동작 역시 위협을 가하는 데 일조하였다. 사제가 그를 지나서 움직이고 행렬이 죽은 자를 데리고 구불구불 멀어져갈 때 도릿 씨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공중누각을 지으며 이동하느라 지쳐서 상상력이 풍부해졌기 때문이었다. 도릿 씨 일행 역시 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그러고 나서 유럽의 커다란 두 개의 수도에서 가지고 온 사치품들을 마차에 가득 실은 채 (고트족이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1 곧바로 로마의 성문을 두드렸다.
    그날 밤 도릿 씨의 하인들은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다렸었지만, 이곳에 있을 때 그가 외출하고 싶어 하던 시간보다 늦어지자 내일이나 돼야 오리라고 단념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차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짐꾼 이외엔 누구도 그를 영접하러 나타나지 않았다. 아가씨는 나가셨나? 그가 물었다. 아닙니다, 안에 계십니다. 좋아. 도릿 씨가 모여든 하인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하던 일을 계속해. 마차에서 짐 내리는 것도 돕고. 아가씨는 내가 직접 찾아보지.
    그러고 나서 그는 피곤에 지쳐서 커다란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고, 자그마한 곁방에서 불빛을 하나 볼 때까지, 비어있는 방들을 이 방 저 방 들여다보았다. 다른 두 개의 방 안쪽에 있는 그곳은 천막처럼 커튼이 쳐져 있는 후미진 곳이었는데, 두 개의 방이 만드는 어두운 입구를 따라서 가까이 가자 따스하고 밝게 보였다.
    출입구에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문은 없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들여다보다가 가슴의 고통을 느꼈다. 설마 질투심 같은 건 아니겠지? 어째서 그런 걸 느끼겠어? 거기에는 딸과 동생만 있었다. 동생은 의자를 난롯가로 끌어다놓고 저녁 장작불의 온기를 즐기고 있었고, 딸은 작은 탁자에 앉아서 자수를 놓느라고 바빴다. 정물초상화에서의 커다란 차이를 감안한다면 인물들은 예전과 똑같았으니, 동생이 그 구도에서 잠시 그를 대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자신과 닮아보였던 것이다. 석탄불을 쬐면서 여러 날 밤을 동생이 저렇게 꿈꾸는 듯이 앉아있었던 거구나. 그에게 헌신하면서 딸애가 저렇게 앉아있었던 거구나. 그러나 옛날의 그 비참한 적빈에는 질투심을 느낄 게 분명히 없잖아. 그렇다면 가슴의 고통은 어디서 오는 거지?
    "삼촌, 제가 보기에는 삼촌이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아요."
    삼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었다. "언제부터 말이니, 얘야? 언제부터?"
    "제 생각에는," 작은 도릿이 열심히 바느질을 하면서 대답했다. "지난 몇 주 사이에 더 젊어진 것 같아요. 아주 명랑하고 아주 재치 있고 아주 흥미 있어 하세요."
    "얘야-모두 네 덕이다."
    "모두 제 덕이라니요, 삼촌!"
    "그럼, 그렇고말고. 네가 엄청나게 도움을 줬지. 내게 기울이는 배려를 숨기려고 한다는 점에서 너는 아주 사려 깊고 아주 친절할 뿐 아니라 아주 자상하기 때문에, 나로서는-글쎄, 글쎄, 글쎄! 그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단다, 얘야,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그건 다 삼촌이 참신하게 상상하는 거예요." 작은 도릿이 쾌활하게 말했다.
    "글쎄, 글쎄, 글쎄!" 노인이 중얼거렸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그녀가 잠시 바느질을 멈추고 삼촌을 바라보는 눈빛을 보노라니 그녀 아버지는 아까처럼 가슴의 고통을 다시 느꼈다. 그의 보잘것없고 우유부단한 가슴은 자가당착과 동요와 모순으로 가득 찼고, 무지한 이승의 삶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와 밤 없이 지속되는 아침만이 일소할 수 있는 안개로 가득 찼다.
    "얘야, 너와 있으면 마음이 좀 더 편해져," 노인이 말했다. "우리 둘만 남은 이후에 줄곧 그랬어. 우리 둘만이라고 한 것은 제너럴 부인은 포함시키지 않아서야. 나는 그 부인이 싫어, 그리고 그녀는 나와 아무 관련도 없고. 그러나 패니가 나를 안타까워한 것은 알고 있단다. 그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내가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하니 놀라거나 불평할 일은 아니지. 내가 우리 가족과 한 자리에 있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알아. 윌리엄 형은," 노인이 감탄한다는 듯이 말했다. "군주들과 한 자리에 있기에도 적합한 사람이지만 네 삼촌은 그렇지 않아. 프레드릭 도릿이 윌리엄 도릿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지. 어! 아니, 네 아빠가 왔구나, 에이미! 윌리엄 형, 돌아온 걸 환영해! 형을 보니 기뻐!"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다가 문간에 서 있는 형을 보았던 것이다.)
    작은 도릿은 기뻐서 환성을 지르며 아버지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거듭거듭 입을 맞췄다. 그는 약간 조바심을 내며 짜증을 조금 부렸다. "에이미, 마침내 널 찾아서 기쁘구나." 그가 말했다. "하아. 마침내 날 영접하는-흠-사람이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뻐. 나를-하아-별로 기다리지 않았던 것 같아서-하아-무례하게 돌아온 것에 대해 정말로 사과해야 하는 것이나 아닌지-하아 흠-걱정하기 시작했거든."
    "윌리엄 형, 너무 늦어서," 동생이 말했다. "오늘 밤에는 단념했었던 거야."
    "프레드릭, 내가 너보다는 튼튼해." 형은 신랄함이 깃들어있는 형제애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서 대꾸했다. "그리고 나는-하아-원하는 아무 시간에나 손해 보지 않고 움직이고 싶어."
    "물론이지, 물론이야." 동생은 자기가 형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걱정하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야, 형."
    "고맙다, 에이미." 도릿 씨는 자신이 가운을 벗을 수 있도록 에이미가 도와주자 말을 이었다. "도와주지 않아도 벗을 수 있어. 내가, 에이미, 널-하아-성가시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잔 먹을 수 있겠니? 혹-흠-너무 불편 끼치는 거니?"
    "아빠, 몇 분 내에 차려드릴게요."
    "고맙다, 얘야," 도릿 씨가 책망 조로 냉담한 기색을 띠고 말했다. "내가-하아-불편하게 하는 거 같구나. 흠. 제너럴 부인은 아주 잘 계시지?"
    "제너럴 부인은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다고 호소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못 오시는 걸로 단념하자 주무시러 갔어요, 아빠."
    도릿 씨는 제너럴 부인이 자신이 오지 않는다는 실망감 때문에 맥을 못 추는 것이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무튼 얼굴표정이 누그러져서 명백히 만족해하며 말했다. "제너럴 부인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얘길 들으니 대단히 유감이구나."
    잠시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딸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녀가 보기에 그는 변했거나 지친 것 같았고, 스스로 그런 점을 지각하고 억울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가 여행용 망토를 벗고 난롯가로 오더니 새삼 짜증을 내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에이미, 뭘 보는 거니? 뭘 보기에 네가-하아-나에 대해 이처럼-흠-아주 각별하게 걱정하는 거니?"
    "그런 거 없어요, 아빠. 죄송해요. 아빠를 다시 보니 기뻐서요. 그게 다예요."
    "그게 다란 얘기는 말거라-하아-그게 다가 아니니까. 네가-흠-네가 생각하기에," 도릿 씨가 비난하듯이 강조하며 말했다. "내가 건강해 보이진 않을 거다."
    "아빠, 조금 피곤해 보이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렇다면 잘못 생각한 거야." 도릿 씨가 말했다. "하아. 나는 피곤하지 않아. 하아, 흠.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더 생기가 넘치는걸."
    그가 워낙 화를 내려고 해서 작은 도릿은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그의 팔을 껴안은 채 옆에 가만히 있었다. 그는 프레드릭을 반대쪽에 두고 그렇게 서 있다가 일 분도 지속되지 않았지만 잠깐씩 심하게 졸았고 화들짝 놀라며 깼다.
    "프레드릭," 그가 동생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충고하는데 어서 자러 가."
    "아니야, 윌리엄. 기다렸다가 형이 식사하는 걸 볼 거야."
    "프레드릭," 그가 쏘아붙였다. "부탁하는데 가서 자라니까. 내가-하아-개인적으로 부탁할 테니 가서 자라고. 너는 한참 전에 잠자리에 들었어야 해. 아주 약하잖아."
    "하아!" 형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인 노인이 말했다. "글쎄, 글쎄, 글쎄! 아마 그럴 거야."
    "프레드릭," 동생보다 놀랄 정도로 뛰어난 체력을 지닌 도릿 씨가 대꾸했다. "그거야 의심할 바 없이 확실하지. 이렇게 약한 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구나. 하아. 날 슬프게 만들어. 흠. 네가 건강해 보인다고는 도저히 할 수 없어. 이렇게 밤늦게까지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까 좀 더 조심해야 해, 아주 조심해야지."
    "그만 가서 잘까?" 프레드릭이 물었다.
    "동생," 도릿 씨가 말했다. "그렇게 해, 간청할게! 잘 자, 프레드릭. 내일은 좀 더 튼튼해지길 바란다. 네 표정을 보면 조금도 기뻐할 수 없어. 잘 자, 아우야." 동생을 그처럼 품위 있게 내보낸 다음에 그는 다시 졸았다, 동생이 방에서 완전히 나가기도 전에 말이다. 딸이 붙잡아주지 않았으면 그는 장작으로 쓰는 통나무에 발부리가 걸려서 앞으로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에이미, 네 삼촌이 종잡을 수 없는 말을 심하게 하는구나." 그가 깨어나서 말했다. "더-하아-조리 없이 말하고, 얘기하는 것도 더-흠-엉망이야, 내가-하아 흠-이제까지 알던 어느 때보다도 말이야. 내가 떠나고 나서 삼촌은 아픈 적이 있었니?"
    "없었어요, 아빠."
    "그에게-하아-커다란 변화가 생긴 걸 봤지, 에이미?"
    "모르겠어요, 아빠."
    "많이 망가졌어," 도릿 씨가 말했다. "많이 망가졌어. 불쌍하고, 사랑하고, 쇠약해진 동생! 하아. 이전의 모습을 감안하더라도-흠-보기 딱하게 망가졌어!"
    저녁을 가져와서 그녀가 바느질하던 작은 탁자 위에 차려놓자 그의 관심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지나간 시절이 끝난 후 처음으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곁에 앉았다. 그들 둘만 있어서, 그녀는 감옥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가 식사하는 걸 돕고 그를 위해 마실 것을 따라주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재산을 상속받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가 화를 낸 후여서 그를 오랫동안 보기가 두려웠다. 그러나 식사하는 도중 옛날과의 연관성이 워낙 강해서 자신들이 예전 감옥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듯이 그가 두 차례에 걸쳐 갑자기 자기를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두 번 다 그의 머리에 손을 대었는데 옛날에 쓰던 검정색 캡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마셜시에서 창피하다고 남에게 주었고, 그 시각까지 자유를 얻지 못해서 후임자의 머리 위에 놓인 채로 여전히 마당을 맴돌고 있는 캡을 말이다.
    그는 저녁을 아주 적게 그러나 오랫동안 먹었으며 동생의 쇠약해진 상태를 자꾸만 입에 올렸다. 동생에 대해 최고의 동정을 표하면서도 대체로 냉혹하게 말했는데, 불쌍한 프레드릭이-하아 흠-쓸데없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 는 거 말고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했다. 불쌍한 녀석! 에이미가 제너럴 부인에게서 얻는 위안이 없었다면 그와-불쌍하지만 존중할 만한 녀석이지, 종잡을 수 없이 횡설수설하더군, 종잡을 수 없이 횡설수설해-함께 지내는 동안 지나치게 지루해서 틀림없이 심심했을 것을 생각하니 우울하다고 했다. 또한 그-하아-지위 높은 여성의 몸이 안 좋다는 사실에 대해 전처럼 만족해하며, 대단히 유감이구나, 라고 되풀이했다.

    각주)-----------------
    5세기 초에 로마에 침입하여 로마의 보물들을 약탈해간 고트족과 런던과 파리의 보물들을 오히려 로마로 가지고온 도릿 씨를 대조시키는 표현.
    (/ '공중누각을 급습한 것' 중에서)

    저자소개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12.02.07~1870.06.09
    출생지 영국 포츠머스
    출간도서 1817종
    판매수 71,602권

    1812년 2월 7일 영국 포츠머스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찰스 존 허팸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부친을 따라 여러 곳을 이사 다니다가 1822년 런던에 정착한다. 아홉 살에 학업을 시작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단하고, 열다섯 살에 법률사무소의 사환이 된다. 1833년 첫 단편소설인 「포플러 산책길에서의 만찬」을 『올드 먼슬리 매거진』에 게재한 뒤 잡지들에 단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보즈의 스케치』와 『피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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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울산대 영문과 교수

    저서: [디킨즈 후기소설 연구] (울산대학교 출판부) 등
    역서: [어려운 시절] (창비) 등
    논문: [[작은 도릿]에 나타난 팽스의 분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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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시리즈(총 210권 / 현재구매 가능도서 18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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