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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은 박종식의 시집이다.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제작된 이 책은 토속적인 색채가 가득한 자연의 풍광과 곳곳에 눈발처럼 나부끼는 감성의 향연, 더불어 가슴 한가득 옛 정취로 채울 수 있는 고즈넉한 노옹의 시선은 적당한 깊이와 되뇜으로 독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서정을 선사하고 있다.

인생, 시가 되어 돌아오다
삶에 띄워 보내는 고적한 정취
그동안 꾸준한 시작 태도로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박종식의 네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고적한 계절의 끝을 붙잡고 찬바람 가슴에 담뿍 쐰 늙은 시인의 시는 저물어가는 한 해, 다시 피어나는 새해의 아쉬움과 희망을 절절히 담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내가 느끼는 것들에게 무슨 생각을 박종식의 새로운 시집 <들풀>은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에게 한 모금의 소다수 같은 청명함과 돌아볼 줄 아는 현자의 자세를 깨우쳐줄 수 있을 것이다.

넘칠 듯 아슬한 우리네 삶
그 중심에 가만히 파문이 일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몸과 정신, 지친 몸을 이끌고 불 꺼진 집에 들어가면 내일을 위해 또다시 잠들어야만 한다. 저 먼 노후의 행복을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온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시인 박종식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동공을 크게 하고 시야를 넓혀보면 우리 삶의 배경, 그 배경의 우주적 신비함과 태고의 음성이 느껴질 것이다. 전북에서 나 전북에서 살고 있는 시인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구수한 메주가 곰삭는 냄새처럼 더없는 푸근함으로 우리 마음을 물들인다. 때문에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을 받아 제작된 이 책은 토속적인 색채가 가득한 자연의 풍광과 곳곳에 눈발처럼 나부끼는 감성의 향연, 더불어 가슴 한가득 옛 정취로 채울 수 있는 고즈넉한 노옹의 시선은 적당한 깊이와 되뇜으로 독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서정을 선사할 것이다. 책에 수록된 시들은 모두 하나같이 크게 구속되는 주제와 틀이 없이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와 그에 대한 마음 속 풍광이 적절히 녹아 빼어난 시구처럼 잔잔하게 흐른다. 시인 박종식의 구수한 시구를 읽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온정으로 피운 화로처럼 은근한 화기로 우리의 마음이 데워질 것이다.

1부 이름 없는 꽃
2부 낙엽지는 밤
3부 절벽 앞에서
4부 귀울음

시간을 먹고 무성했던 잎들이
시간의 뒤안길로 숨어들었다.
떠난 빈자리는 너무 쓸쓸하고 허전하다.
시간은 그렇게 생멸을 주재하여 환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슬픔에 빠져들게도 한다.
그것을 어찌 거역할 수 있는가?
그러나 몇 주의 가로 은행나무와 공원의
상수리나무들은 영원히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노란 잎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억지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안타깝기도 하다.
일회성이나 단기간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순리를 망각하고 억지로 행해서 되는 일은 없다.
시를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서는
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늦게야 깨달았다.

-머리말 중에서